1950~80년 영화 포스터 2천여 점 수록
(연합뉴스) 영화 포스터 한 장에는 필름 여러 통이 농축돼 있다. 게다가 필름이 남아 있지 않다면 '영화의 얼굴' 포스터는 더없이 귀중한 자료가 된다.
1950년부터 1980년까지의 한국 영화 포스터 2천여 점을 한데 엮은 책이 나왔다. 이 가운데 1천여 점은 유일본으로, 비슷한 수는 해당 작품의 필름이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영화 자료수집가 양해남은 '포스터로 읽는 우리 영화 삼십 년'(열화당)에서 지난 19년 동안 열정과 집념으로 모은 정규 포스터 2천여 점을 시대순으로 소개한다.
1950년대 포스터 161점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것은 먼저 '검사와 여선생'(1958ㆍ감독 윤대룡). 그에 앞서 윤 감독이 1948년 만든 무성영화 필름은 보존됐지만 그 뒤에 만들어진 발성판 필름은 남아 있지 않다.
또 한국 최초의 여자 감독 박남옥의 영화 제목이 '미망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포스터에는 '과부의 눈물'이란 제목 밑에 '일명 미망인'이라고 표기돼 원제를 보여주고 있다.
책에 실린 1960년대 포스터는 이 시기 제작된 영화 1천500여 편의 3분의 2 가량인 1천여 점에 이른다.
제11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은 '마부'(1961ㆍ강대진)와 '맨발의 청춘'(1964ㆍ김기덕), '저 하늘에도 슬픔이'(1965ㆍ김수용), 애니메이션 '홍길동'(1967ㆍ신동헌), 수많은 속편을 낳은 멜로 '미워도 다시 한번'(1968ㆍ정소영) 등이 눈길을 끈다.
1970년대 포스터로는 유현목 감독의 '분례기'(1971), 이규환 감독의 유작 '배따라기'(1973), 당시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들국화는 피었는데'(1974ㆍ이만희), '태백산맥'(1975ㆍ권영순), '영자의 전성시대'(1975ㆍ김호선), '바보들의 행진'(1975ㆍ하길종) 등이 실려 있다.
모두 14번 영화로 만들어진 '춘향전' 가운데 여덟 편도 비교해 볼 수 있다. 조미령, 고유미, 김지미, 최은희, 서양희, 문희, 홍세미, 장미희 등 당대의 여배우들이 표현하는 성춘향을 포스터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놀부와 흥부'(1950), '청춘극장'(1959),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1961), '빨간 마후라'(1964), '바람 불어 좋은 날'(1980) 등 추억의 명화를 찾아보는 재미도 클 듯하다.
양해남은 후기에서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듯 영화 포스터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며 "영화 연구자, 생활사 연구자를 비롯해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들까지 다양한 분야, 다양한 관점의 해석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갈 것(305쪽)"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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