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작가 파업으로 할리우드 올스톱 위기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해원 통신원 = 시나리오작가조합(WGA)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할리우드의 영화 제작이 올스톱되고 있다. 19일자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톰 행크스와 올리버 스톤의 영화에 이어 조니 뎁의 영화도 제작이 중단됐다. 워너브라더스는 내년 2월로 예정된 미라 네이어('베니티 페어') 감독, 조니 뎁 주연의 '샨타람(Shantaram)' 촬영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샨타람'의 제작자로도 참여하는 뎁은 인도에서 올 겨울을 보내면서 주인공 캐릭터인 중범 형무소를 탈출한 호주 마약중독자 역을 연구할 계획이었다. '샨타람'은 마약중독자가 인도의 빈민가에서 의사로 변신한 뒤 아프가니스탄을 침략한 소련군에 맞서서 싸우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또한 와인스틴 컴퍼니는 '시카고'의 롭 마셜이 연출할 뮤지컬 영화 '나인(Nine)'의 제작을 연기했다. 하비에르 바뎀, 페넬로페 크루즈, 소피아 로렌 등이 출연하는 '나인'은 내년 3월 크랭크 인할 예정이었지만 2008년 하반기로 미뤄졌다. 이탈리아의 명감독 페데리코 펠리니의 '8½'에 영향을 받은 이 영화에서 바뎀은 부인, 정부, 에이전트, 여배우, 어머니 등 여러 명의 여성 관계에서 균형을 맞추려는 영화감독 귀도 콘티니로 등장한다. '샨타람'과 '나인'의 촬영이 미뤄진 결정적 이유는 시나리오가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사들이 WGA 파업 기간 촬영을 강행할 경우 생길 여러가지 문제를 감당할 수 없어 속속 연기를 발표하고 있다. 또한 내년 6월 말로 다가오고 있는 감독조합(DGA)과 배우조합(SAG)의 파업 가능성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소설 '샨타람'의 영화 판권을 위해 200만 달러를 쓴 워너브라더스는 뎁의 마음이 변하기 전에 이 영화의 제작을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다. 여배우 로자나 아케트('펄프 픽션')의 감독 데뷔 영화 '신은 나의 조종사(God Is My Co-Pilot)'도 WGA 파업으로 인해 제작이 중단됐다.

<새영화> 육중한 스릴러 '마이클 클레이튼'

(연합뉴스) 주제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문제의식이 돋보이는 이 영화는 아카데미용 영화 같다. 그러나 지나치게 진지하고 인물관계가 복잡해 오락거리로서의 재미는 덜한 편이다. 따라서 조지 클루니가 주연한 스릴러 영화 '마이클 클레이튼'을 보려면 훌륭한 영화제용 영화를 보기 위해 어느 정도의 지루함과 무거운 분위기 정도는 참아야 한다는 각오를 가져야 할 것 같다. 미국 뉴욕 최고의 법률회사 KBL(Kenner, Bach & Ledeen)에 소속된 마이클 클레이튼(조지 클루니)은 합법적으로 처리할 수 없는 사건들을 전담하는 검사 출신 전문 해결사로 떳떳하지 않은 분야에서 성공률 100%를 자랑한다. 알코올 중독자인 동생 때문에 일주일 안에 8만 달러를 갚아야 하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 동료 변호사인 아서 에든스(톰 윌킨슨)가 세계적 기업 U/노스 소송 재판이 벌어지고 있는 법정에서 옷을 벗고 난동을 피우는 사건이 발생한다. 회사에 치명적인 손해를 끼칠 수 있는 이 사건의 해결을 위해 뒤처리 전문인 마이클 클레이튼이 긴급 투입된다. 로펌의 가장 중요한 고객인 U/노스 측의 피해를 최소화시키고 동료이자 U/노스 담당 변호사였던 아서를 보호하는 최선의 방법은 그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것. 하지만 아서는 "진실은 모두 조작됐다"는 의문의 말을 남기고 자신의 집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다. 결국 자살로 마무리된 그의 죽음에 의문을 품은 마이클 클레이튼은 독자적인 조사에 착수하고 마침내 U/노스 사의 음모가 담긴 기밀문서를 발견하는데…. 하지만 그가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면 할수록 그의 목숨을 노리는 어두운 손길의 위협은 더욱 커져가고 이제는 목숨조차도 안전하지 않은 최악의 위기 속에서 마이클 클레이튼은 지금까지 한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승부수를 위해 또다른 조작을 시도한다. '마이클 클레이튼'은 결국 거대 기업의 음모를 파헤치고 폭로하는 한 개인의 노력을 다룬 것이지만 지나치게 진지하고 무거운 접근법을 시종일관 견지해 대중예술이자 오락물로서의 영화적 재미와 매력은 반감된 느낌이다. 인물관계 또한 쓸데없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다 보고 나서도 누가 누구와 같은 편이고 누가 적이었는지를 구분해내기가 쉽지 않다. 또 영화의 메인 카피인 486명의 희생자와 30억 달러가 걸린 소송에 대한 설명은 극히 제한적으로만 제시될 뿐이어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끝까지 풀리지 않는다. 영화의 개략적인 정황으로 미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본 시리즈'의 시나리오 작가로 큰 성공을 거둔 토니 길로이가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은 감독 데뷔작이며 감독으로 더 유명한 시드니 폴락이 KBL의 중역으로 출연, 눈길을 끈다. 2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보아, 日 영화 주제가에 처음 도전

(연합뉴스) 톱 아티스트 보아(21)가 처음으로 일본 영화 주제가에 도전한다. 19일자 산케이스포츠는 '애견가 보아, 일본영화 주제가 첫 도전'이라는 제목으로 내년 3월15일 개봉하는 영화 '개와 나의 10가지 약속'의 주제가를 부른다고 보도했다. 보아는 지금까지 미국 애니메이션 영화의 일본어 더빙판이나 한국 영화의 주제가를 부른 적이 있지만, 일본 영화 주제가는 이번이 처음이다. 신문은 또한 영화 제작사 측이 개와 주인의 정을 그린 작품의 세계관을 노래로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가수로 일찌감치 애견가인 보아에게 뜨거운 '러브콜'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개와 나의 10가지 약속'은 개의 관점에서 주인의 마음가짐을 적은 작자 미상의 단편시 '개 10계'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하는 보아는 일본에서 기르고 있는 한 살짜리 암컷 푸들 '파마'와 좀처럼 함께 하지 못하는 처지여서 영화 대본을 읽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영화 주제가 'Be With You'는 '나에게도 마음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 주세요' '가능한 한 나와 함께 있어 주세요' 등 극중 개가 주인에게 바라는 10가지 약속을 보고 느낀 생각을 노래로 표현했다. 신문은 이번 곡은 개에 대한 애정만이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과 나누는 약속이 이뤄지길 비는 사랑의 노래로도 느낄 수 있는 주옥같은 발라드라고 설명했다. 보아는 "여러분도 모두 그렇겠지만, 파마는 내게 사랑스러워 어쩔 수 없는 존재"라며 "이 영화를 보고 더욱 사랑을 쏟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새영화> 희망을 얘기하는 '강을 건너는…'

(연합뉴스) 일본대학 영화학과 출신인 김덕철 감독의 다큐멘터리 '강을 건너는 사람들'은 한일관계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는 작품이다. 무려 7년이라는 세월에 걸쳐 제작된 이 다큐멘터리에는 새로운 한일관계를 일구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하는 평범한 4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젊은 시절 일본에 끌려가 노동력을 착취당한 뒤 6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야스쿠니 신사에 잠들어 있는 한국인의 유골을 고향 땅에 되찾아오고 싶어하는 김경석 할아버지와 뒤늦게 '나는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깨닫고 일본 땅에 한국문화를 전하기 위해 1인극 활동을 펴는 재일한국인 송부자 씨. 또 과거 자신의 나라가 행한 일을 미안하게 생각하며 한국 부천 고교생들과 교류를 통해 좋은 친구가 되고 싶은 일본 가와사키의 여고생 다카키 구미코와 언제나 약한 자를 위해 앞장서서 일하는 일본인 목사 세키타 히로오 씨 등 4명이 그들이다. 김 감독의 카메라는 7년 동안 이들 4명의 활동과 삶의 궤적을 담담히 따라가며 양국 관계의 새로운 희망을 열어가려는 평범한 사람들의 노력과 만남을 관찰자적 시점으로 그려냈다. 이들 두 명의 한국인과 두 명의 일본인이 일궈가는 꿈과 희망의 씨앗은 거대 권력자나 명망가가 갖고 있지 못한 '작은 용기'라는 점을 다큐멘터리는 새삼 일깨워준다. 그런 용기와 노력이 단기간에 획기적인 성과를 거둘 수는 없을지 몰라도 적어도 양국간 희망적인 미래를 위해 소중한 씨앗을 뿌리는 의미 있는 작업이라는 사실을 2시간22분이라는 짧지 않는 상영시간에 다큐멘터리 장르 특유의 나지막하지만 간접적인 화법을 통해 일러준다. 일본대학 예술학부 영화학과 졸업 후 시나리오연구소에서 수학한 김 감독은 장편극영화 '빨간 댕기'(1979)의 촬영감독으로 영화계에 입문한 뒤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이 제작한 '너는 맨발의 신을 보았는가'(1986)를 비롯한 다수 작품의 촬영을 맡았다. 이후 연출과 촬영을 겸한 '건너야 할 강'(1994)으로 일본 키네마준보영화상, 마이니치콩쿠르영화상 등의 다큐멘터리 영화상을 받았으며 '강을 건너는 사람들'은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운파상에 뽑혔다. 30일 개봉. 전체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