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올해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 '색, 계(色, 戒)'를 둘러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보통 세계 3대 영화제(칸, 베니스, 베를린) 최고상 수상작이라고 하면 예술성은 뛰어날지 몰라도 재미없고 지루한 영화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흥행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인식되곤 한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개봉됐던 세계 3대 영화제 최고상 수상작 중 100만 관객을 넘은 극영화가 한 편도 없었다는 것만 봐도 이른바 '영화제용 영화'에 대한 보편적 인식을 가늠할 수 있다.
100만은커녕 50만 명도 못 넘긴 영화가 수두룩하다고 아예 개봉조차 하지 못했던 영화도 적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흥행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영화를 찾기가 얼마나 어렵다는 것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색, 계'는 다르다.
개봉을 하루 앞둔 7일 오전 10시 현재 '색, 계'는 30.60%의 예매점유율(맥스무비 기준)을 기록하며 다른 상업영화들을 제치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
'색, 계'의 국내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당초 150개 안팎 스크린에서 영화를 개봉하려던 계획을 바꿔 일반 상업영화 수준인 전국 220개 규모의 스크린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당초에는 일반적인 국제영화제 수상작에 대한 대중의 호응이 크지는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해 150개 안팎 규모의 스크린을 잡으려 했으나 시사회 이후 워낙 반응이 뜨겁고 관심도가 높아져 스크린 수를 크게 늘려 개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영화계 안팎에서는 '색, 계'가 주요 영화제 최고상 수상작으로는 처음으로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색, 계'는 올해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이라는 후광과 함께 실제상황을 방불케 하는 남녀 주인공간의 격렬한 정사신 장면에 대한 수입사 측의 공격적 마케팅과 대중의 호기심이 결합돼 올해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영화평론가 심영섭 씨는 "중국에서는 검열 때문에 상당부분 삭제됐으나 국내에서는 무삭제로 개봉된다는 데 대한 대중의 호기심이 강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면서 "특히 '색, 계'의 경우 베니스영화제 수상작이라는 점 때문에 에로물을 좋아하는 대중뿐 아니라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가 있는 지적인 소비자들도 거리낌없이 극장을 찾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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