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른 AP=연합뉴스) 아이티에서 괴한들에게 납치된 스위스 영화감독 토마 노레이유가 피랍 9일만에 석방됐다고 스위스 외무부가 29일 밝혔다. 아이티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다수 제작한 노레이유는 건강한 모습으로 풀려났으며 현재 가족들과도 접촉하고 있다고 외무부 관리들이 전했다. 그러나 석방 대가로 몸 값을 지불했는지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노레이유는 지난 20일 외교관들과 부유한 외국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포르토포랭스의 동부 마을에서 아이티 여성과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중 총으로 무장한 3명의 괴한에게 피랍됐었다. 외무부 관리들은 노레이유의 가족들은 괴한들로부터 액수 미상의 몸값을 내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전했다.
'색, 계' 주연배우 탕웨이와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영화 '색, 계(色, 戒)'로 올해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리안(李安) 감독은 29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주연 배우 탕웨이(湯唯)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브로크백 마운틴'과 '색, 계'는 자매 같은 영화"라고 밝혔다. 리 감독은 전작 '브로크백 마운틴'의 동성애와 세계 각국에서 화제를 뿌린 '색, 계'의 파격적인 정사신에 대한 질문에 먼저 "아마도 내가 중년의 위기에 봉착해서 그럴지도 모른다"고 답해 기자들로부터 웃음을 이끌어낸 뒤 "과거에는 사랑에 대해 보수적이고 평범한 관점을 지녀 왔는데 어느 순간부터 젊었을 때 표현하거나 경험하지 못한 것을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브로크백 마운틴'의 정사신이 제약이 따르는 아픈 사랑이라 그 괴로운 마음을 표현해야 했다면, 이번 영화는 '색'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더 노골적으로 표현했지만 주인공의 사랑을 보여주는 데 꼭 필요했다"며 "두 영화는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어 자매 같은 영화"라고 강조했다. 탕웨이도 "처음에는 쑥스러웠지만 두 주인공이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많은 부분을 몸을 통해 표현하는 상황의 특수한 감정이라고 이해했다"며 "촬영 기간 초반에 11일 동안 촬영해 뒤에 찍은 다른 장면들에도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리 감독은 "베니스 영화제 수상 직전 미국에서 17세 이하 관객은 영화를 볼 수 없는 'NC-17' 등급을 받아 마음이 무거웠다"며 "수상으로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았고 '브로크백 마운틴'처럼 (미 아카데미) 감독상이 아닌 작품상을 받은 터라 스태프들과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어 정말 기뻤다"고 밝혔다. 그는 탕웨이의 연기에 대해 "여배우가 영화를 지고 가는 인물이고 여류작가가 원작에서 여자의 강인함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캐스팅에 심혈을 기울였다"며 "오디션에서 탕웨이를 처음 보는 순간 바로 그 여주인공이란 생각이 들었고 영화가 완성된 뒤에도 대단히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탕웨이도 "왕치아즈는 여배우라면 누구나 꿈꿀 만한 역인데 이런 기회를 잡은 것은 행운"이라며 "8개월의 촬영 기간에 마음 속에 숨겨진 것들을 뽑아내 깨뜨려 준 감독에게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그는 "리 감독은 배우들에게는 교장 선생님이어서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롭게 표현해 보자'는 내용의 수업을 함께 들었다"고 덧붙엿다. 탕웨이는 또 상대역으로 연기한 량차오웨이(梁朝偉)에 대해서는 "나를 한번도 신인으로 대한 적 없이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도록 이끌고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조언해 준 배우"라며 "그로부터 진정한 배우의 자세를 배우게 됐고 그는 앞으로도 배우로서 나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색, 계'는 1930~1940년대 중국 상하이를 배경으로 항일운동을 하는 여성 스파이와 첩보 대상인 친일파 고위인사 간의 사랑을 그린 에로틱 스릴러다.
(서울=연합뉴스) 미국산 독립영화 '데드걸'(원제 The Dead Girl)은 여자감독이 만든 여자들의 이야기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 이 영화는 각각 독립돼 있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긴밀하게 혹은 헐겁게 연결돼 있는 스토리 구성을 통해 저마다의 고통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각각의 에피소드에는 '낯선 사람(The Stranger)' '자매(The Sister)' '아내(The Wife)' '엄마(The Mother)'라는 소제목이 붙어 있다. 몸이 불편한 노모와 살고 있는 아든(토니 콜렛)은 들판을 산책하다가 우연히 여자 시체를 발견해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심술궂은 노모는 "괜히 신고를 해 시끄럽게 만들었다"고 몰아붙이며 막말을 퍼부어 아든을 괴롭게 만든다. 노모의 학대에 못 견뎌 충동적으로 가출한 아든은 할인점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와 밤늦은 데이트를 하다가 별다른 저항감 없이 성관계까지 맺게 된다. 장면이 전환돼 온 가족이 15년 전 실종된 언니 찾기에만 매달려 있는 상황에서 레아(로즈 번)는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의 시체보관소에 들어온 젊은 여자 시체가 언니일 것이라 확신하지만 치아 감식 결과 언니가 아닌 것으로 판명된다. 어린 시절 언니가 실종된 뒤 온 가족이 언니 찾기에만 매달리면서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삶을 살아온 레아는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남자가 초대한 파티에 찾아가 그와 성관계를 가진다. 또다시 장면이 전환돼 일도 하지 않고 자신에게는 관심도 없는 남편을 둔 루스(메리 베스 허트)는 우연히 남편의 창고에서 여자들의 피 묻은 속옷과 소지품을 발견한다. 그날 밤 남편이 귀가하기 직전 루스는 신문에서 또다른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했다는 기사를 읽고 사진 속 마지막 희생자가 아침에 남편의 창고에서 발견했던 운전면허증 속 여성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아든이 발견한 죽은 여자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경찰의 연락을 받고 딸 크리스타(브리트니 머피)의 시체를 확인하기 위해 먼 곳에서 달려온 멜로라(마샤 게이 하덴)는 어렸을 때 가출한 딸의 삶의 흔적을 쫓아가다가 그녀가 계부로부터 겁탈을 당한 뒤 그 충격으로 가출했으며 가출 뒤에는 몸을 팔며 어렵게 생계를 꾸려왔다는 충격적 사실을 접하게 된다. 새 남편이 딸을 겁탈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멜로라는 뒤늦게 그와 이혼한 뒤 큰 죄책감 속에서 크리스타가 남긴 딸, 즉 자신의 손녀를 만나 속죄에 대한 희망을 품는다. 2002년 영화 '블루카'로 새로운 시각의 여성감독 탄생을 알리며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았던 캐런 몬크리프 감독은 우연히 살인사건의 배심원으로 참석하면서 접하게 된 희생자의 사연을 모티브로 삼아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한 편의 영화로 만들어냈다. 영화는 독립영화 특유의 모노톤 미장센을 활용해 여성들이 겪는 상처와 학대, 고통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런 상처와 고통 속에서도 모든 여성들은 희망을 품는다. 비록 그 희망이 헛되거나 일시적일지라도. 11월8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연합뉴스)25일 오후 충무아트홀에서 열린 '제1회 서울 충무로 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영화배우 하지원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카메라에 담을 수 없는 상상의 세계를 관객의 눈앞에 구비구비 펼쳐놓을 수 있는 애니메이션은 영화의 꿈이다. 새로 찾아온 일본 애니메이션 '파프리카'는 성인 관객이 애니메이션을 보러 극장을 찾는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인간이 인간의 꿈속에 침투하면서 벌어지는 판타지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관객의 상상력만 요구하며 감추기보다 등장인물이 직접 뇌를 통해 사람의 꿈속으로 침입, 그 안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주고 소리로 들려준다. 이성적이고 반듯한 성품의 신경정신연구소 박사 지바 아쓰코(히야시바라 메구미)는 아이 같이 순수한 천재 도키타(후루야 도루)와 함께 'DC미니'라는 심리치료 장비를 만든다. 환자의 꿈속으로 직접 들어가 우울증이나 불안감 등 신경증세를 치료하기 위한 장비다. 꿈에 들어가는 상냥한 치료사는 '파프리카'라고 불리는 아쓰코의 또 다른 자아다. 어느 날 DC미니 3개가 도난된다. 문제는 이 장비는 제어장치를 달지 않은 미완성 제품이라는 것. 지바와 도키타는 범인을 잡으려 하지만 연구소장 시마(호리 가스노스케) 등 주변 사람들 한 명씩 DC미니를 이용한 공격을 받는다. 머릿속에 침투, 정신을 흐트려 놓으면서 주변에 행패를 부리거나 혼수상태에 빠지게 하는 것. 상황이 점점 더 위험해지자 시마 소장과 친구 사이로 꿈 치료를 받고 있는 도시미 고나카와 형사(아키오 오쓰카)도 지바, 도키타와 함께 사건 해결에 나선다. 등장인물들의 꿈속에는 무의식 속에 갇혀 있던 인간의 욕망, 잊힌 꿈, 억눌린 사랑이 담겨 있다. 평소에는 반듯하고 냉정한 성격의 아쓰코는 꿈속에 들어가는 파프리카의 모습일 때는 남성 판타지를 충족시켜 줄 만큼 다정다감한 모습이다. 고나카와 형사는 파프리카를 통해 잊고 지냈던 청년시절 꿈을 되살리는 반면 DC미니를 훔친 범인은 뒤틀린 꿈을 실현하려 한다. 이들은 각각 꿈 체험의 긍정적-부정적 효과라는 동전의 양면을 보여준다. 가장 흥미를 끄는 부분은 정신이 불안한 사람의 머릿속 모습이 화려한 색채, 시끄럽고 섬뜩한 소리의 장난감 퍼레이드로 표현되는 장면이다. 퍼레이드 장면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연상케 할 만큼 다채롭고 일본색이 짙다. 영화는 꿈속으로 들어갈 뿐 아니라 꿈을 바깥의 현실 세계로 끄집어낸다. 꿈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의식과 무의식을 반영한다는 뜻이다. 인물들이 넘나드는 꿈과 현실의 경계는 극장의 스크린이 되기도 하고 놀이공원 문의 난간, 복도 끝의 문, 인터넷 사이트 등 주변 어디서나 찾을 수 있는 곳이 되기도 한다. 그 경계는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점점 더 모호해진다. 곤 사토시 감독은 '퍼펙트 블루' '천년여우'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원작의 저자 쓰쓰이 야스타카는 올 봄 국내에서 관객 호응이 컸던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원작을 쓰기도 한 일본의 대표적인 SF 작가다. 주연을 맡은 히야시바라는 '카우보이 비밥' '신세기 에반게리온'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등으로 국내 관객에게도 익숙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내달 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서울=연합뉴스) 몸속의 장기와 피가 모두 빠져나간 채 두 동강난 시체. 더욱이 입은 귀까지 찢어져 있어 괴기스러운 피에로 같은 형상이다. 이 엽기적인 살인사건은 실제 1947년 1월5일 미국 LA에서 벌어졌다. 피살자는 22세의 꽃다운 엘리자베스 쇼트였다. 할리우드에서 배우를 꿈꿨던 처녀는 살아 있을 때는 무명으로만 남아 있었고 죽은 이후에야 처참한 사후 모습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그가 출연했던 한 영화 '더 블루 달리아'에서 검은 꽃을 머리에 꽂았다는 이유로 사건은 '블랙달리아'로 칭해진다. 500여 명의 수사관이 투입되고 3천 명의 용의자가 체포됐던 이 사건은 그러나 끝내 범인을 밝히지 못한 채 미궁에 빠져들었다. 말 그대로 '전대미문'의 이 사건을 '미션임파서블' '언터처블' '팜므파탈' 등을 연출한 할리우드의 명감독 브라이언 드 팔마가 끄집어냈다. 'LA컨피덴셜'로 유명한 작가 제임스 엘로이의 동명소설을 영화로 만든 것. 실제 사건을 소재로 했지만 소설과 영화는 범인을 지목하는 흥미진진한 범죄 스릴러로 탈바꿈했다. 올해 베니스영화제에서 감독상(은사자상)에 뽑힌 이 영화의 분위기는 'LA컨피덴셜'과 여러모로 닮아있다. 두 형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욕망으로 가득찬 도시 LA를 들여다봤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LA컨피덴셜'의 긴장감과 탄탄한 구성에 박수를 보냈던 관객이라면 꽤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는 영화다. 할리우드의 비틀어진 욕망 속에 인간 군상의 나약함과 불안함은 폭력으로 점철된다. 결코 상업적인 코드를 저버리지 않는 드 팔마 감독은 심각한 주제에도 불구하고 숨가쁜 사건 전개 속에 상념이 가능한 시간을 집어넣어 영화는 적절한 리듬을 탄다. 'LA컨피덴셜'이 그랬던 것처럼 이 영화 역시 배우들의 고른 호연이 영화의 구성을 더욱 튼실하고 짜임새 있게 만든다. 조시 하트넷, 애런 에크하트, 스칼릿 조핸슨, 힐러리 스왱크 등 연기파 배우들의 포진만으로도 충만함을 느끼게 하는 것. 영화는 단순한 범죄 스릴러를 넘어서 극도의 퇴폐주의 경향 안에서 사랑이라는 마지막 끈을 놓지 않아 묵직해진 관객의 가슴을 풀어준다. 복서 출신의 경찰 벅키(조시 하트넷 분)는 역시 복서 출신이지만 권력에 줄을 댄 리(애런 에크하트)와 친선 경기를 가진 후 막 출범한 수사대에 들어간다. 수사대에서 전혀 다른 성격으로 벅키는 얼음으로, 리는 불로 묘사되며 '불과 얼음' 콤비로 불린다. 이들 사이에는 늘 리의 연인 케이(스칼릿 조핸슨)가 자리한다. 생활고에 찌들었던 벅키는 리와 케이로 인해 생애 최고의 순간을 즐긴다. 리와 벅키가 범죄자 내니를 쫓던 중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미모의 무명 여배우 엘리자베스 쇼트가 장기가 모두 적출되고 피가 씻겨나갔으며 두 동강난 채 발견된 것. 어찌된 일인지 리는 원래 사건이 아닌 이 사건에 병적으로 집착한다. 여기에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한 포주의 가석방은 리와 케이의 삶을 뒤흔들어놓고, 벅키는 나중에야 케이가 그 포주의 여자였으며 리가 포주를 체포한 뒤 케이와 연인이 됐다는 걸 알게 된다. 사건 수사 와중에 리가 처참하게 살해당하자 벅키는 죄책감에 리 대신 블랙달리아 사건에 매달린다. 갈피조차 잡지 못하는 수사는 점점 더 미궁에 빠져들고 동성애와 할리우드 개발사업의 비리까지 LA의 암울한 모습만 손에 잡힌다. 벅키는 수사 도중 할리우드 설계자의 딸인 매들린(힐러리 스왱크)을 만난다. 쇼트와 꼭 닮은 매들린에게서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하지만 리의 죽음 이후 넋을 잃은 벅키는 매들린에게 빠져들고, 혼란스러운 그녀의 가족을 만난다. 쇼트가 출연한 포르노 영화를 보다 매들린의 집과 관계가 있음을 알아채는 벅키는 사건의 중심으로 혼자 향해간다. 배우가 구현하는 캐릭터의 묘미를 만날 수 있는 즐거움과 적절한 공포와 함께 깔끔한 마무리로 매듭지은 스릴러를 보는 흥분을 만끽하길. 11월1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서울 중구 주최..32개국 143편 상영 (서울=연합뉴스) `고전(古典)의 재발견'을 기치로 내건 `제1회 서울 충무로 국제영화제(CHIFFS)'가 25일 오후 충무아트홀에서 개막식을 열고 다음달 2일까지 충무로 일대 영화관 등에서 9일간 국내외 클래식 영화의 향연을 벌인다. 충무로영화제는 낡았지만 여전히 전범이 되는 이른바 `고전'들을 재음미하고 옛 영화의 메카였던 충무로를 통해 한국 영화사(史)를 되돌아보자는 취지로, 서울 중구가 올해부터 매년 개최키로 한 국제영화제다. 이번 영화제에는 모두 32개국 143편의 작품이 초청돼 대한극장, 중앙극장, 명보극장, 충무아트홀 등에서 상영되며 남산골 한옥마을, 청계광장 등에서는 콘서트.야외상영 등의 부대행사도 열린다. 영화제 간판 프로그램인 `공식초청 부문'에는 추억 속 명화와 새로 복원됐거나 국내에 미처 소개되지 않은 고전영화가 초청된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사운드 오브 뮤직', 올해로 30주기를 맞는 찰리 채플린의 `시티라이트' 등 익히 알려진 고전을 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다. 또 로런스 올리비에 연출.주연의 `헨리5세' 디지털 복원판,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사운드 복원판, 마이클 치미노 감독의 `천국의 문' 감독판 등도 만날 수 있다. 일종의 헌정 프로그램인 `CHIFFS 매스터즈'에는 영국 감독 존 부어맨이 대상으로 선정돼 `엑스칼리버' `포인트 블랭크' `레오 더 라스트' `제너럴' 등 그의 작품 세계를 집중 조명한다. `그들의 데뷔작' 부문은 조지 루카스의 `THX 1138 THX 1138', 토니 스콧의 `악마의 키스', 기예르모 델 토로의 `크로노스' 등 거장 감독들의 데뷔작을 만날 수 있는 순서다. `한국영화 추억전 #7'에서는 `그 여자의 일생'(1957년), `막차로 온 손님들'(1967년), `고교우량아'(1977년), `기쁜 우리 젊은 날'(1987년) 등 7로 끝나는 해에 제작된 옛 한국영화들이 상영된다. 충무로를 배경으로 한 옛 영화를 상영하는 `충무로 on 충무로', `한국영화 특수효과의 어제와 오늘', 세계 영화계의 변방에 눈길을 돌려보는 `아시아 영화의 재발견', `또 하나의 영화 대륙:호주 영화사 특별전' 등도 준비돼 있다. 최근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대만 감독 리안의 화제작 '색(色), 계(戒)'도 초청돼 VIP 시사회 등에 참석하지 못한 관객들과 만날 채비를 하고 있다. 상세한 프로그램 안내는 영화제 홈페이지(www.chiffs.kr)를 참조하면 된다.
(서울=연합뉴스) 작가주의 영화는 대개가 지루하지만 지루하다고 다 작가주의 영화라고는 할 수 없다. 대중예술의 가장 큰 미덕은 재미인데, 재미를 포기한 영화는 대중예술이기를 포기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재중동포 영화감독 장률의 영화들은 지향점이 분명하다. 그는 상업적 코드로서의 영화를 별로 만들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 그의 영화는 대중예술이라기보다는 순수예술에 가깝다. 다시 말하면 장률은 작곡가 알렉산드르 스크랴빈이 피아노 소나타 '검은 미사'를 통해서, 혹은 화가 조르주 루오가 판화 연작 '미제레레'를 통해서 구현하고자 했던 예술세계를 영화를 통해 구현하고자 하고 있다. 전작 '망종'을 통해 인상적인 작품세계를 선보였던 장 감독은 올해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인 '경계'에서도 '망종'에서 펼쳐보였던 세계관을 한층 발전시켜 보여준다. '경계'에는 '망종'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조선족 모자 최순희와 창호가 똑같은 이름으로 나온다. 대신 신분은 조선족에서 탈북자 모자로 바뀌었다. 독특한 이미지의 여배우 서정이 최순희 역을 맡았고 아역배우 신동호가 창호 역으로 출연했다. 몽골과 중국 국경 인근의 사막과 초원 사이에 사는 유목민 남자 항가이(바트을지)는 갈수록 심화되는 초원의 사막화로 사람들이 모두 마을을 떠나는데도 홀로 나무를 심으며 마을을 지키고 있다. 아내와 딸마저도 병 치료를 위해 울란바토르로 떠나버리고 그는 혼자 남아 나무를 심으며 자리를 지킨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그의 집 앞에 젊은 여자와 어린 사내아이가 서있는 것을 발견한다. 항가이는 그들이 누구이며 어디서 왔는지도 알지 못하지만 자신의 게르(내몽고의 민속가옥)에서 함께 살기 시작하고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며 그들은 자연스럽게 함께 묘목을 심고, 마유주를 마시고, 소똥을 줍는다. 그렇게 하나의 가족이 돼버린 그들에게는 몽골과 북한이라는 서로 다른 국가도, 단 한 마디 통하지 않는 언어도, 지금까지 살아온 공간의 경계도 별 의미가 없는 듯이 보인다. 서로에게 친밀감을 느껴가던 어느 날 밤, 항가이는 다정스레 자신의 손을 잡아끄는 최순희를 와락 끌어안고 관계를 가지려 시도하지만 최순희는 그를 매정하게 뿌리친다. 하지만 연정을 품은 항가이와의 관계를 거부했던 최순희는 항가이가 울란바토르로 떠난 뒤 나타나 자신을 겁탈하려 했던 젊은 몽골 사내에게 몸을 맡기며 마음의 장벽을 스스로 허무는 모순된 행동을 보인다. 영화는 엇갈리는 항가이와 최순희 모자를 통해 우리의 삶 구석구석에 운명처럼 덧씌워진 경계의 모습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경계'에서는 전작인 '망종'과 마찬가지로 인상적인 정사 장면이 몇 차례 등장한다. 항가이와 잠깐 여행온 몽골 여인과의 사막 위에서의 강렬한 정사신과 최순희와 그를 겁탈하려는 몽골 청년과의 정사신이 그것인데, 장 감독에게 정사란 남녀간의 근원적 소통의 의미뿐 아니라 힘 없는 소수민족 여인이 겪어야만 하는 고초의 상징으로서의 의미도 갖고 있다. '경계'는 건조하고 느린 영화다. 현란하고 스피디한 전개에 익숙해있는 관객에게는 충분히 지루할 수 있다. 하지만 몇 안되는 등장인물의 절제된 대사와 조건에 의해 강요된 침묵, 내몽고의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사막, 하늘과 구름이 던져주는 관조적 미장센은 이 영화가 인간의 소통과 단절, 그리고 희망에 대한 상당한 미학적 성취를 이루고 있음을 넌지시 일러준다. 서정과 신동호의 어설픈 북한 사투리는 다소 거슬리지만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이 영화를 감상하는 데는 별 문제가 되지 않을 듯. 11월8일 개봉. 관람등급 미정.
제3회 KBS 프리미어 영화 페스티벌 개최 (서울=연합뉴스) 미공개 신작 영화를 상영하는 제3회 'KBS 프리미어 영화 페스티벌'이 다음달 4일부터 29일까지 4주 동안 서울 대학로 하이퍼텍나다에서 열린다. 'KBS 프리미어 영화 페스티벌'은 국내에 소개된 적이 없는 세계 각국의 영화들을 선별해 극장과 TV에서 동시 상영하는 영화제로, 올해 상영작을 16편으로 대폭 늘렸다. 올해에는 매기 질렌할의 연기가 돋보이는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후보작 '셰리베이비', 넬슨 만델라의 이야기를 만든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 후보작 '굿바이 만델라' 등 유명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았던 화제작들이 준비됐다. 또한 2006년 헝가리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던 헝가리판 '브리짓 존스의 일기'인 '낫싱 엘스', 김승우가 한국 컬링선수로 등장해 일본 여성과 사랑에 빠지는 내용의 로맨틱 코미디 '컬링 러브'도 상영된다. KBS는 "'KBS 프리미어 영화 페스티벌'은 세계 각국의 다양한 영화들을 전통적인 방식인 극장뿐만 아니라 지상파TV에서 동시 상영함으로써 관객과 시청자에게 새로운 형식의 영화 보는 즐거움을 전달하고자 마련됐다"면서 "올해부터는 그 범주를 넓혀 온라인과 모바일 등에서의 상영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비포 선셋'에서 제시와 셀린이 재회한 프랑스 파리의 헌책방, '화양연화'의 두 연인이 밀회했던 홍콩의 레스토랑,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춤곡이 흘러나오는 쿠바 아바나의 거리,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조제와 쓰네오가 함께 한 일본 규주쿠리 해변. 새로 나온 책 '필름 속을 걷다'(위즈덤하우스)는 영화 전문기자 이동진이 발길 닿은 곳을 묘사하고 느낌을 서술한 기행 에세이인 동시에 공간으로 영화를 보여주고 설명하는 소개서다. 이 책은 독자에게는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영화 속 장소의 실제 모습이 궁금했던 관객에게는 여행에 대한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사진은 저자가 직접 찍었다. 저자는 영화와 삶을 연계하는 섬세한 시선의 리뷰 기사로 기자로서는 드물게 고정 팬들을 거느리고 있다. 14년간 몸담았던 신문사(조선일보)를 떠났지만 1인 미디어 '이동진의 영화풍경'을 통해 독자들과 만나면서 여전히 영화 기자로 불리고 있다. 여기에 영화 평론가란 직함도 따라붙는다. 그는 이 책에서 '흔적'과 '리얼리티' '시간'의 세 가지 카테고리로 영화 속 사랑의 추억, 사회와 현실, 찰나와 영원에 대한 글을 나눠 담았다. 저자의 발길은 폴란드, 티베트, 쿠바, 홍콩을 종횡무진 누비지만 '러브 액츄얼리'처럼 크리스마스에 찾아간 런던에서나 '쉰들러 리스트'에서 홀로코스트의 기억을 담은 겨울의 폴란드 크라쿠프에서나 모든 여행 장소는 외로움이란 감정에서 하나로 통한다. 이 감수성은 장궈룽(張國榮)을 추억하기 위해 찾은 홍콩에서 가장 선명해진다. 저자는 홍콩의 골목길과 도교 사원, 재래시장을 헤매며 '금지옥엽' '패왕별희' '아비정전'에서의 장궈룽의 모습을 회상하고 "어떤 이들은 그저 슬픔을 타고난다"고 말한다. 책에 실린 글은 '이동진의 세계영화기행'이란 제목으로 조선일보에 연재된 것을 수정하고 분량을 달리한 것이다. 304쪽. 1만2천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