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연출ㆍ연기 뛰어난 '데어 윌 비…'

(연합뉴스) 미국 영화 '데어 윌 비 블러드'는 국내에서 첫선을 보이기도 전에 언론 보도에 수없이 오르내리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유수의 영화제에서 준 각종 훈장을 주렁주렁 달고 왔기 때문이다. 올해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이 감독상을 거머쥐었으며 주연배우 대니얼 데이 루이스는 골든글로브상과 미국배우조합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미국 평단은 일제히 찬사를 보내고 있으며 미 언론도 24일(현지시간)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 영화가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을 받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점치고 있다. 영화를 보다 보면 미국 현지에서 왜 그렇게 떠들썩하게 이 영화에 주목했는지 금세 눈치챌 수 있다. 영화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 미 서부 황무지에서 유전 개발에 나선 한 남자가 야망 끝에 성공을 거두지만 탐욕과 외로움 속에 몰락하게 되는 과정을 서사적으로 그린다. 희망, 믿음, 좌절, 배신, 갈등 등 인간의 내면에 스멀스멀 깃드는 희로애락을 샅샅이 파헤치면서도 미 유전 개발 역사, 또는 개척교회의 역사를 통해 미국인의 삶을 넓게 조망하는 이 영화에는 미국판 '인생극장' 수십 편이 한데 녹아 있다. 앞서 '매그놀리아' '부기나이트' 등을 선보였던 앤더슨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다소 스타일을 바꿨다. 그는 여느 할리우드 상업영화와 다른 스타일을 택해 장대하고 진득한 시선으로 복합적인 인물과 척박한 풍경을 잡아낸다. 흙먼지가 날리는 황량한 풍광과 무엇엔가 사로잡힌 인물들의 표정, 스릴러에나 쓰일 법한 분위기의 배경음악은 기묘한 조화를 이룬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데이 루이스의 연기다. 야망에 넘치고 악랄하기도 하지만 심약하며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주인공의 흥망성쇠를 그려 나가는 그의 연기는 스크린 속에서 말 그대로 작렬한다. 이 영화의 최대 약점은 상영시간이다. 한 사람의 굴곡 많은 인생을 닮기에 158분은 짧을지 몰라도 그걸 지켜봐야 하는 관객에게는 지나치게 긴 시간이다. 영리하고 효율적인 압축에 대한 아쉬움이 든다. 광부인 대니얼 플레인뷰(대니얼 데이 루이스)는 서부의 작은 도시에서 석유가 땅 밖으로 스며나오고 있다는 정보를 얻게 된다. 그는 석유를 찾기 위해 아들 H.W(딜런 프리지어)와 리틀 보스턴으로 향한다. 리틀 보스턴은 마을의 모든 중요한 일은 카리스마 넘치는 젊은 목사 엘라이 선데이(폴 라노)의 설교로 좌우되는 작고 척박한 마을이다. 대니얼은 석유가 나온다는 목장의 소유주인 선데이가와 맞딱뜨리게 된다. 대니얼은 리틀 보스턴에서 마침내 석유업자로 큰 성공을 거둔다. 그러나 승승장구하고 있던 어느 날 유정에서 난 가스 폭발 사고로 아들 H.W가 청각을 잃는다. 또 대니얼의 이복동생이라고 주장하는 한 남자(케빈 오코너)가 찾아온다.

김래원 주연 日 영화 '하나카게' 히트할까

3월8일 개봉 앞두고 도쿄서 제작발표회 (도쿄=연합뉴스) 김래원이 첫 주연을 맡은 일본 영화 '하나카게(花影ㆍ꽃그림자)'의 제작발표회가 21일 일본 도쿄 시부야의 세루리안타워 도큐호텔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메가폰을 잡은 '춤추는 대수사선'의 가와이 하야토(河合勇人) 감독을 비롯해 주인공 김래원(26)과 야마모토 미라이(山本未來ㆍ33) 등이 참석했다. 보석 디자이너인 재일동포 3세 상미 역을 열연한 야마모토는 고운 한복 차림으로 등장해 "시나리오에 인간의 정과 사랑이 담뿍 담겨 있어 한일 양국의 징검다리 구실을 할 만한 작품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일본으로 건너오기 직전에 완성된 필름을 봤다는 김래원은 "사랑 이야기만이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며 "주인공 상미처럼 모든 걸 버리고 순수한 사랑을 찾는 용기도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느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의사 소통에 어려움은 없었는지 묻자 김래원은 "촬영 현장에서 야마모토 씨의 뛰어난 한국어 실력 덕분에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고 공개했고, 야마모토는 "닌텐도DS로 한국어를 공부했다"고 말했다. 가와이 감독은 "촬영 용어 등은 통역 없이도 다 통했다"고 설명한 뒤 "영화는 일본어도 한국어도 뛰어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기획과 제작을 맡은 와카스기 마사아키(若杉正明) 프로듀서는 "야마토모는 어학에 조예가 깊고 연기까지 뛰어나 한국어를 금방 터득하리라 믿었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김래원에 대해서도 "실제로 만나 보니 '100만불의 미소'에 놀랐다. 정말로 멋진 남자로 일본 배우가 밀리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짙은 인상을 받았다"고 치켜세웠다. 인상 깊은 장면을 묻자 김래원은 "벚꽃의 꽃잎들이 휘날리는 장면이 있는데, 사실 내가 뿌렸다. 그날 일당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며 유머를 선보이자 와카스기 프로듀서는 "충분한 출연료를 지불했다"고 응수해 웃음을 자아냈다. 야마모토는 "내 대표작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마음이 깨끗하게 씻겨내려가는 듯한 작품이다. 김래원 씨의 미소처럼 여러분 마음 속의 스마일도 더욱 예뻐지게끔 응원 부탁한다"고 말했다. 다음달 8일 개봉되는 영화 '하나카게'는 재일동포 3세 보석 디자이너인 상미(야마모토)가 부산에서 우연히 초등학교 선생님 승우(김래원)와 운명적으로 만나 엮어가는 애틋한 사랑을 그렸으며, SG워너비의 히트곡 '아리랑'이 주제가로 결정됐다.

<새영화> 발랄한 청춘물 '쿵푸 덩크'

(연합뉴스) 대만ㆍ중국ㆍ홍콩 합작영화 '쿵푸 덩크'는 대만의 톱스타 저우제룬(周杰倫)과 홍콩 인기 그룹 트윈스의 멤버인 차이줘옌(蔡卓姸)이 주연을 맡아 대학생들의 호쾌한 대결을 그린 청춘물이다. 중국 상하이에 버려진 소년 팡스제(저우제룬)는 무술학교에서 자라나면서 쿵후 실력을 기른다. 손재주가 특히 뛰어난 그를 길거리에서 만난 리(쩡즈웨이)는 그를 스타로 크게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함께 일할 것을 제의한다. 리는 부모를 찾기 위해 농구를 하는 소년의 이야기로 매스컴의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제일대학 총장을 설득하고 결국 팡스제를 농구부에 입단시킨다. 팡스제는 농구부 주장의 여동생인 리리(차이줘옌)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팡스제는 경기 룰에 대해서 아는 것이 전혀 없지만 평범한 농구 기술이 아닌 쿵후와 접목한 새로운 기술을 선보여 주위를 놀라게 하고 점점 농구에 애착을 느끼게 된다. 대학 농구전에서 승승장구하던 팡스제의 농구팀은 난폭한 짓으로 코트를 평정하고 있는 다른 대학의 팀과 맞붙게 된다. 영화에 쓰인 컴퓨터그래픽(CG)은 꽤나 수준급이다. 공중을 날아다니면서 쿵후 신공을 펼치거나 맨손으로 공기를 가르는 등의 과장된 액션 장면도 CG에 힘입어 깔끔하게 처리됐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소년이 무술로 대학 농구계를 평정한다는 줄거리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청춘물로 무리가 없다. 무엇보다 쿵후와 농구 양쪽에 모두 능한 주인공을 연기한 저우제룬이 선보이는 각종 '개인기'는 관객에게 시각적 즐거움을 안기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멋진 액션을 보여주는 데에 치중하다 보니 인물에 대한 묘사가 부실하고 이야기 전개에 빈틈이 많이 보인다. 주인공의 성장과 자아실현, 끈끈한 우정, 풋풋한 사랑에 대한 세심한 표현을 스크린에서 찾아보기 힘든 것은 청춘물로서는 흠이 될 수밖에 없다. 저우제룬, 차이줘옌 등 청춘 스타 외에 쩡즈웨이(曾志偉), 우멍다(吳孟達) 등 국내 관객에게도 낯익은 중화권 중견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이 영화를 만든 주옌핑(朱延平) 감독은 그동안 '열혈천사' '중국룡' 등 무협을 선보이는 상업영화를 주로 만들어 왔다. 2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한국영화 제목, 외래어ㆍ외국어 사용 급증"

(연합뉴스) 한국 영화 중 제목에 외래어나 외국어를 사용한 영화가 10년 전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청소년 관람가 등급 영화에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언어 사용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국어원(원장 이상규)은 류철균 이화여대 교수팀에 의뢰해 '영화 및 게임물의 언어사용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20일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86년에 개봉된 한국영화 91편 가운데 제목 전체가 외래어나 외국어로 된 영화는 '티켓' 1편(1.1%)에 불과했으나 2006년 개봉 한국영화 108편 중에서는 '홀리데이', '데이지', '로망스' 등 12편(11.1%)이나 돼 10배 이상 늘었다. 제목 일부가 외래어ㆍ외국어로 된 영화도 1986년 7편(7.7%)에서 13편(12.1%)으로 늘었다. 1986년 영화 제목에 포함된 외래어가 대부분 '스잔나', 'LA', 'J' 등 고유명사임을 감안한다면 제목 일부에 외래어가 포함된 경우도 상당한 증가세를 보인 것이라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다만 국내 개봉 외국영화의 경우 원제를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적은 것이 1986년 36편에서 2006년 142편으로 절대 수치는 증가했으나 전체 개봉 외국영화에 대한 비율은 76.6%에서 59.9%로 줄어 영화제목을 국문으로 번역한 경우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또 2006년 개봉작 중 대사의 비중과 관람객 수, 관람 등급 등을 고려해 '올드미스 다이어리'(12세 이상 관람가), '투사부일체', '가문의 부활'(이상 15세 이상 관람가), '달콤 살벌한 연인',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상 18세 이상 관람가) 등 5편의 영화를 선정, 언어사용 실태를 조사했다. 이 5편의 영화 전체에 사용된 5만8천11어절 중 3.68%인 2천153어절에 외래어 및 외국어가 사용됐으며 폭력적인 언어는 487어절(0.83%), 선정적 언어는 80어절(0.14%), 차별적 언어는 39어절(0.067%), 비속어 및 은어는 228어절(0.39%)이 사용됐다. 특히 청소년 관람이 가능한 등급의 영화에서도 언어의 폭력성과 선정성이 심각했다. 실제로 15세 이상 관람이 가능한 '투사부일체'에는 모두 126어절(전체 대사 중 1.14%)의 폭력적 언어가 사용돼 등급이 더 높은 '달콤 살벌한 연인'(27어절, 0.25%)보다도 폭력적 언어의 빈도가 높았으며 15세 등급의 '가문의 부활'도 18세 등급 영화들보다 선정적 언어 빈도가 높았다. 류 교수는 "외래어와 외국어, 폭력적ㆍ선정적ㆍ차별적 언어 등의 사용양상이 모두 등급과는 직접적 관련을 보이지 않는다"며 "향후 영화 등급 심의 기준에 언어사용 문제도 포함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게임물의 경우 폭력적 언어의 사용 정도는 영화에 비해 현저히 낮았으나 외래어와 외국어의 사용 비중은 전체 조사 대상 어절 중 10.1%로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디펜스'는 '방어'로, '스킬'은 '기술'로, '미니맵'은 '지도창' 등으로 게임 용어를 순화할 것을 권장했다.

'추격자' 베를린영화제 마켓서 짭짤한 성과

(연합뉴스) 연쇄살인을 다룬 스릴러 '추격자'(감독 나홍진)가 제58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필름마켓에서 프랑스, 베네룩스 3국, 그리스, 홍콩 등지에 판매됐다고 배급사 쇼박스㈜미디어플렉스가 20일 밝혔다. '추격자'는 베를린영화제 마켓에서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두 차례 비공식 시사회를 통해 선보인 뒤 '바람난 가족'(감독 임상수)을 한불 합작으로 리메이크하고 있는 프랑스 오에쿠르와 '괴물'(감독 봉준호)을 배급한 홍콩 골든 신에 팔렸다. 이와 함께 그리스의 최대 미디어 업체인 세븐 그룹과 지난해 황금곰상 수상작 '투야의 결혼식'을 배급한 베네룩스의 시네아르에도 판매됐다. 또 워쇼스키 형제가 파트너로 있는 제작사 서클 오브 컨퓨전 대표단 역시 비공식 상영 이후 나홍진 감독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쇼박스는 전했다. '추격자'의 해외 세일즈를 담당하는 화인컷의 서영주 대표는 "프랑스는 특히 배급사들의 치열한 경쟁 끝에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미국 배급사들도 북미 배급권과 리메이크 판권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일본, 영국, 독일 배급사로부터도 좋은 평을 받아 조만간 협상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추격자'는 연쇄살인범과 그를 쫓는 전직 형사의 추격전을 그린 영화로 국내에서는 14일 개봉해 첫 주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인천 영화팬 '하품학교'로 오세요>

(인천=연합뉴스) 인천 남구 학산문화원이 열고 있는 '하품학교'가 인천 영화팬들에게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하품학교는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 오후 7시에 남구 주안동 영화공간 '주안'에서 상영되는 영화프로그램이다. 1년에 1차례 영화제도 열고 있다. 하품학교 회원들은 자발적으로 상영작을 선정하며 전문 강사가 참여해 영화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상영 전에 간단한 설명을 하고 관람 후 회원들끼리 열띤 토론도 벌인다. 관람료는 무료. 회원이 아니라도 누구나 영화를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백야', '노맨스랜드', '중앙역', '애정만세' 등 미국, 브라질, 타이완 등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영화가 상영됐다. 하품학교라는 이름은 '산소가 부족할 때 하품을 하면서 뇌에 산소를 공급하듯이 일상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는 활력소'라는 뜻이다. 그 이름처럼 하품학교는 좋은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인천 시민들의 일상 속으로 파고들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2004년 2월 문화원이 개관하면서 하품학교가 처음 시작됐을 때만 해도 영화를 보러오는 사람들은 10명이 채 안 됐지만 이제는 평소 40여명, 많을 때는 100여명이 올 정도로 호응이 높다. 장소도 문화원 내 강의실에서 어엿한 극장으로 옮겨 영화 보기가 한결 편해졌다. 회원은 250여명이고 그 중 대부분은 여성이다. 20대부터 70대까지 있지만 30∼40대 여성이 주류를 이룬다. 4년간 한차례도 빠지지 않고 '출석'했다는 회원 민후남씨는 "작품 선정과 영화제 기획까지 전문강사의 도움을 받아 회원들이 직접 하고 있다. 강사가 영화의 역사적 배경이나 카메라기법 등을 설명해 줘 영화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면서 "여성 회원들이 많은데 메마른 일상에서 갈만한 장소도 마땅치 않아 이런 자리가 소중하다"고 말했다. 영화학박사 허은광씨는 19일 "상영 전에 관객들에게 영화를 볼 때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보면 더 재미있을지 등을 주로 설명한다"면서 "하품학교는 어려운 영화가 아니라 회원들이 스스로 보고싶었던 영화를 정해서 관람하는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보러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새영화> 원작 만화에 충실한 '바보'

(연합뉴스) 만화 '바보'는 2004년 11월부터 2005년 4월까지 미디어 다음을 통해 연재되는 동안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몰이를 했다. 강풀의 다른 만화처럼 많은 인물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이 만화는 악역까지도 악한 행동을 저지르게 된 선한 동기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순수한 동화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정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스크린에 옮긴 영화 '바보'는 무엇보다 강풀의 원작에 충실해지려 했음을 금세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과도한 꾸밈 없이 담백하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화는 동네에서 아이들에게 '바보'라고 놀림 받는 남자와 그를 아끼는 여자, 그 주변 인물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사랑과 우정에 관한 줄거리를 그대로 살려 사람의 순수한 마음이 줄 수 있는 따뜻한 감동을 표현한다. 그러나 영화는 스크린에서 만화의 순수한 느낌을 살려내는 데는 충실했지만 실사(實寫) 영화로서의 현실감을 불어넣는 데는 그리 성공적이지 못하다. 다양한 캐릭터들은 만화적으로, 대부분 지나치게 선하게 묘사됐을 뿐 어느 동네엔가 살아 숨쉬는 인간이라는 느낌이 그리 들지 않는다. 이야기 전개에서 곳곳에 빈틈이 보이며 갈등이 최고조여야 할 지점에서 느슨한 전개로 긴장감을 주지 못한다. 10년 동안 유럽에서 피아노를 공부해 온 지호(하지원)는 피아노 앞에 앉으면 손가락이 굳어버리는 슬럼프에 빠지면서 도망치듯 귀국한다. 지호가 어렸을 때부터 살던 동네로 들어서는 순간 언덕에서 길목을 바라보며 앉아 있던 승룡(차태현)이 구르듯이 내려와 지호를 반긴다. 지호는 지저분한 차림새에 말을 심하게 더듬는 승룡이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하지만 승룡은 지호의 초등학교 같은 반 친구로 지호를 오랫동안 짝사랑하고 기다려 왔다. 승룡은 부모님을 일찍 여읜 뒤 여고 앞에서 혼자 토스트를 구워 팔며 생계를 이어간다. 승룡의 하루는 모두 여동생 지인(박하선)에게 맞춰져 있다. 그러나 지인은 동네에서 '바보'라고 불리는 오빠를 부끄러워한다. 승룡에게 가장 친한 친구는 상수(박희순)다. 상수는 흔히 말하는 '동네 건달'로 카페를 운영하고 있지만 마음 따뜻하고 의리 있는 친구이며 승룡을 형제처럼 아낀다. 이 영화를 만든 김정권 감독은 '동감'으로 감각적인 연출력을 선보였던 감독. 그는 이번 영화에서도 장점을 십분 살려 아름다운 영상을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 서울과 전주의 골목길, 학교, 언덕 등지에서 촬영된 화면은 눈 내리는 겨울을 배경으로 따뜻한 느낌의 색감을 살렸고 아기자기한 소품까지 세심한 손길로 담았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바보 역으로 변신을 시도한 배우 차태현이다. 그는 말을 심하게 더듬고 지저분한 차림새를 고수해야 하는 바보 연기를 거침없이 소화했으며 해맑은 웃음과 선한 눈빛으로 순수함을 표현했다. 이 영화는 차태현과 하지원이라는 톱스타를 주연으로 내세우고 연기파 배우 박희순을 조연으로 기용해 일찌감치 촬영을 마치고도 1년을 훌쩍 넘기도록 개봉하지 못하고 대기상태에 머물던 끝에 28일 마침내 극장에 내걸린다.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