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전문 블로거들이 만드는 영화제

(연합뉴스) 블로그에서 내로라 하는 필력을 자랑하는 파워 블로거들이 영화제를 만들었다. 블로그 전문기업 태터앤컴퍼니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좌충우돌! 블로그, 영화와 놀다 2008(BPF 2008)'이 15일부터 열린다. 15일 오후 1시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점에서 열릴 이 영화제는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블로그 영화제. 영화 전문 팀블로그 '영화진흥공화국(0jin0.com)', 영화저널리스트 최광희 씨와 팝칼럼니스트 김태희 씨가 운영 중인 '3M 흥업(mmnm.tistory.com)',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씨의 '더키앙(thekian.net )', 영화비평 매거진 '네오이마주(neoimages.tistory.com)' 등 영화 전문 블로그 운영자들이 운영위원으로 활동한다. 지난달 말부터 '블로거가 뽑은 2007 다시 보고 싶은 영화'란 주제로 투표를 실시한 결과 50% 가까운 지지를 받은 '기담'이 재상영되고, 블로그 프리미어 시사회로 외화 '플래닛 테러'가 준비된다. 블로그 프리미어 시사회는 언론 시사회 이전에 개최해 블로거들이 생산해내는 영화평이 팬들과 여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는 가늠하기 위한 행사다. 태터앤컴퍼니는 "블로그에 영화 관련 글이 넘쳐나고, 영화 전문 필자들의 활약도 눈부시다. 이번 행사를 통해 블로그가 영화와 영화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실험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 02-523-0514

<새영화> 촘촘히 짜인 코미디 '…베스트셀러'

(서울=연합뉴스) 봄 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국내 극장가에 외국 로맨틱 코미디가 쏟아지고 있다. '나' 또는 '너' '당신' '그녀' 등 대명사 하나씩은 꼭 들어가 있어 제목마저 헷갈리기 십상이다. 프랑스에서 온 로맨틱 코미디 '당신은 나의 베스트셀러'는 이런 평범한 제목이 주는 예상치를 뛰어넘는 내용으로 즐거움을 안겨주는 영화다. 사회적으로는 썩 잘나가지만 사생활이 문제인 '골드 미스'와 미처 재능을 꽃피우지 못한 '백수' 남자가 만나 사랑이 싹트는 줄거리는 프랑스판 '바보 온달'에 가깝다. 그만큼 구성 요소에는 색다른 것이 없지만 이 영화는 촘촘히 잘 짜인 구조라는 큰 미덕을 갖추고 있다. 주인공들이 티격태격 싸우면서 사랑을 키워 가는 모습을 발랄하게 그린 뒤 오해와 갈등에 부딪히는 부분은 담담하고 깔끔하게 처리했다. 질질 끌지 않고 딱 90분으로 자른 상영시간 안에는 기승전결이 알차게 들어 있다. 인물의 여러 가지 특성을 설정만 해놓고 막상 스크린에서 표현은 전혀 하지 않는 실패한 로맨틱 코미디들과 달리 이 영화의 캐릭터는 행동과 대사에 생생하게 살아 있다. 원제(Les Ambitieux)대로 각자 욕심과 야망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들의 직업 생활과 성장 배경을 액세서리 정도로 달아놓는 데 그치지 않고 이야기 전개에 적극 활용한 것도 눈에 띄는 장점이다. 카랭 비야와 에릭 카라바카는 각각 개성 있는 캐릭터를 잘 살린 연기를 선보인다. 감독 카트린 코르시니는 '리허설'로 2001년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바 있다. 시골 마을에 살고 있는 소심한 청년 줄리앙(에릭 카바라카)은 작가 지망생. 그는 파리의 대형 출판사 사장 아들인 친구에게 보여준 소설 원고로 출판사 편집장과 면접할 수 있는 기회를 따낸 뒤 책을 출판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이 출판사 편집장 주디스(카랭 비야)는 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유능하지만 다혈질 성격으로도 유명하다. 주디스는 어느 날 어렸을 적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새 부인이었다는 여자가 나타나 아버지의 유품을 안겨주고 떠나자 신경이 곤두선다. 이 여자는 주디스의 아버지가 남미에서 혁명 활동을 펼친 훌륭한 사람이었다며 유품을 잘 활용하라고 당부하고 떠난다. 출판사 사장의 압력으로 줄리앙과 면접 시간이 잡혀 있지만 실은 책도 읽어보지 않았다. 주디스는 줄리앙을 보고 염불보다는 잿밥에 관심이 생겨 책에 대해서는 뻔한 충고만 늘어놓지만 밤은 함께 보낸다. 그날 밤 줄리앙은 주디스의 집에서 주디스 아버지의 유품을 몰래 훔쳐 본 뒤 그에 대한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는다. 1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유지태 '감독'의 단편영화 처음 개봉

(서울=연합뉴스) 배우 유지태가 감독으로서 내놓은 세 번째 작품이 관객과 만나는 기회를 얻었다. 유지태 감독의 24분짜리 단편 '나도 모르게'가 20일 서울 광화문 스폰지하우스에서 개봉된다. 유지태는 2003년 '자전거 소년'(40분), 2005년 '장님은 무슨 꿈을 꿀까요'(42분)를 연출했고 이는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 관객상과 이 영화제 후지필름상에 각각 뽑힌 바 있다. 영화제에서만 상영됐을 뿐 일반 관객과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유지태는 4일 열린 시사회에서 "이렇게 많이 와주실 줄 몰랐다. 좀 있다 상영하는 '커튼레인저'(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단편)를 보러 오셨죠?"라고 설레는 순간을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주연을 맡은 이대연은 "'형을 두고 썼다'는 말에 생각할 것도 없이 참여했다"며 "감독으로서의 유지태를 다시 보게 됐다. 그의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봐달라"고 덕담을 했다. '나도 모르게'는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리는 평범한 중년 남자를 그렸다. 답답한 출근길에서 그는 첫사랑을 추억한다. 20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문득 떠올랐다는 듯 남자는 낯선 곳으로 향한다. 그를 향해 사랑을 고백하고, 소리를 지르고, 방황하는 젊은 여성. 마치 옆자리에 있는 듯 여자는 그의 곁을 맴돈다. 그가 멈춘 곳은 첫사랑의 집 앞. 그는 그곳에서 '날카로운 첫 키스'를 기억해낸다. 지금까지 만든 작품보다 훨씬 짧은 단편이다. 유 감독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1인칭 시점을 통해 현대인의 멜로 감성을 미스터리한 분위기로 강렬하게 끄집어냈다. 조안이 첫사랑 연인으로 출연했다.

싸이더스FNH `화려한 휴가' 세트장 인수한다

(연합뉴스) 재정난으로 잠정폐쇄됐던 광주 북구 오룡동의 영화 `화려한 휴가' 세트장을 영화제작사 싸이더스FNH가 인수해 5.18 30주년 기념영화의 촬영장으로 재활용한다. 싸이더스FNH는 이달 중순까지 `화려한 휴가' 제작사인 기획시대와 영화 세트장 양도양수 계약을 체결한 뒤 세트장 보수 작업을 거쳐 영화 촬영장으로 본격 활용한다고 3일 밝혔다. 차승재 싸이더스FNH 대표는 지난달 26일 광주를 방문해 유인택 기획시대 대표와 `화려한 휴가' 세트장 양도양수 계약을 맺기로 합의했으며 현재 계약을 위한 실무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싸이더스FNH는 세트장을 인수해 5.18 민주화운동 30주년을 맞는 오는 2010년 개봉될 5.18 30주년 기념영화의 촬영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며 현재 이 영화의 시나리오 초고도 완성된 상태다. 영화제작사 청어람에서도 강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26년'을 이곳 세트장에서 촬영할 계획으로 알려지는 등 `화려한 휴가' 세트장은 5.18 민주화운동이나 1970∼1980년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는 각종 영화의 촬영장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광주시는 싸이더스FNH와 기획시대 간 양도양수 계약이 체결되면 싸이더스FNH가 한국토지공사로부터 `화려한 휴가' 세트장 부지를 장기임대할 수 있도록 보증을 서는 등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광주 북구 오룡동 일대 5만 6천여㎡에 30억 원을 들여 지어진 `화려한 휴가' 세트장은 영화 흥행에 힘입어 20만 명을 넘는 방문객이 다녀갔지만 지난해 10월 운영비 부담을 이유로 잠정폐쇄됐다.

<영화계에 구조조정의 칼바람 휘몰아친다>

(연합뉴스) 드디어 매서운 칼바람이 불기 시작됐다. 2년 연속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영화계가 구조조정이라는 날카로운 칼을 들이대고 있다. 올 초 시네마서비스가 직원들에게 6월까지 '알아서 살 길을 찾으라'고 시한 통보를 한 데 이어, 국내 최대 영화 제작사이자 배급까지 나선 싸이더스FNH도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아이엠픽처스 역시 구조조정설이 나돌고 있다. 이처럼 본격적인 구조조정은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최근 한국영화 부진이 계속되면서 전성기 시절 유입된 과잉 인력에 대한 정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한국영화계의 침체는 수치로 봐도 명확하다. 2006년에는 개봉작 108편 중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영화가 22편이었는데 지난해에는 더 심각해져 개봉작 112편 중 13편 만이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10편 중 9편이 손해를 본 것. 2007년 한국영화 1편당 평균 제작비는 42억 원(순제작비 37억 원)으로 전년도 50억 원보다 줄었지만 평균 매출이 24억 원에 불과해 편당 수익률은 -43%에 이르렀다. 작년 흥행작 톱10 중 '디 워' '화려한 휴가' '미녀는 괴로워' 등 고작 세 편만이 한국영화였고 나머지는 모두 외화였다. 시네마서비스의 경우 투자배급작 중 제작비 100억 원이 투입된 '황진이'를 비롯해 '아들' '싸움' 등이 극심한 적자를 냈고,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 역시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정재영 주연의 '신기전', 설경구 주연의 '강철중:공공의 적 1-1'이 하반기 개봉 예정이지만 지금까지의 적자를 버텨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미 마케팅팀 핵심 직원들이 사표를 낸 싸이더스FNH 역시 마찬가지. '이장과 군수'가 제작비에 못 미치는 수익을 거둔 이후 '죽어도 해피엔딩' '어깨너머의 연인' '용의주도 미스신'에 이어 '라듸오데이즈'까지 참패에 가까운 결과를 낳았다. 설 겨냥 영화로 기대했던 '라듸오데이즈'는 '국경의 남쪽'만큼이나 좋지 않은 성적을 기록했다. 영화계에서는 통신업체인 KT의 투자배급작 '라듸오데이즈'와 SKT가 세운 CH엔터테인먼트 투자배급작 '원스 어폰 어 타임'의 첫 대결에서 '라듸오데이즈'가 완패해 자존심을 구겼다며 시급히 구조조정에 나섰다는 말도 돌고 있다. 아이엠픽처스 역시 '원스 어폰 어 타임'가 180만 관객을 넘어서긴 했지만 지난해 '므이' '우리 동네'의 부진 여파에서 헤어나올 정도의 성공은 아니어서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각사 관계자들은 "이젠 더 이상 버틸 수 없다. 구조조정이 당연한 것 아니냐"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 회사뿐 아니라 군소 영화 제작사들은 이미 직원 축소에 나섰다. 한 제작사 대표는 "영화계가 전성기 시절 통신자본 등 투자자들이 급증하며 맞은 거품을 빼야 할 시점"이라며 "다시 헝그리 정신으로 돌아가야 할 시점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회사나 당하는 직원이나 모두 이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MK픽처스 심재명 대표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나 '추격자'의 성공에서 보듯 좋은 영화는 관객이 반드시 찾아온다는 사실을 깨닫고 영화 제작 자체를 위한 영화 제작이 아닌 공들여 좋은 작품을 내놓는다는 각오로 새로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현행범 누구나 체포할 수 있다"<영화 추격자>

(연합뉴스) "영화 `추격자' 속 전직 형사는 교통사고로 마주친 지영민(하정우 분)이 범죄를 저지른 낌새를 채고 격투 끝에 체포합니다. 일반인에게도 체포권한이 있을까요?" 검찰 전자신문 뉴스프로스에 `미디어 속 법률' 코너를 연재해 온 김진숙(사시 32회.여) 대검찰청 부공보관은 2일 발간된 3월호에 희대의 살인마를 그린 영화 `추격자'와 관련한 법률정보를 실었다. 영화 속 엄중호(김윤석 분)는 전직 형사이지만 성매매 알선업을 하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4885'인 남자에게 호출을 받고 출장 나간 여성들의 소식이 끊겨도 처벌을 받을까 봐 법적인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다. 엄중호는 지영민이 운전하는 차를 들이받았는데 지영민의 옷에 묻은 혈흔 및 그의 휴대전화 끝번호가 `4885'인 점을 알아채고 "야, 4885…너지?"라고 말하고, 그 말을 듣자마자 달아나는 지영민을 쫓아가 체포한 뒤 경찰에 넘긴다. 형사소송법 제212조는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211조에는 ▲범인으로 호칭돼 추적되고 있을 때 ▲장물이나 범죄에 사용됐다고 보이는 흉기 등을 소지했을 때 ▲신체 또는 의류에 현저한 증적이 있을 때▲누구임을 묻자 도망하려 할 때 현행범으로 간주하도록 돼 있다. 김 검사는 "지영민이 엄중호와 맞닥뜨렸을 때 범죄를 저지르는 중은 아니었지만 옷에 현저한 증적(혈흔)이 있고, 누구임을 묻는 순간 달아났기 때문에 준현행범에 속해 일반인 신분인 엄중호에게 체포할 권리가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인은 현행범을 체포한 즉시 검사 또는 경찰관에게 신병을 인계토록 규정하는데 엄중호가 체포 후 지영민을 바로 경찰서로 데려간 것은 옳은 일"이라며 "하지만 격투 중 지영민의 얼굴 등을 마구 때려 상처를 입힌 행위는 체포의 적정한 한계를 일탈해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김 검사는 또 "영화 속 경찰이 증거를 찾지 못하면 범인을 풀어줘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데 실제로 아무리 중차대한 범죄를 저지른 범인이라 해도 증거 없이는 처벌할 수 없다"며 "일선청의 많은 검사들을 잠 못 들게 만드는 것이 바로 그런 류의 사건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