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만화 '바보'는 2004년 11월부터 2005년 4월까지 미디어 다음을 통해 연재되는 동안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몰이를 했다.
강풀의 다른 만화처럼 많은 인물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이 만화는 악역까지도 악한 행동을 저지르게 된 선한 동기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순수한 동화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정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스크린에 옮긴 영화 '바보'는 무엇보다 강풀의 원작에 충실해지려 했음을 금세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과도한 꾸밈 없이 담백하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화는 동네에서 아이들에게 '바보'라고 놀림 받는 남자와 그를 아끼는 여자, 그 주변 인물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사랑과 우정에 관한 줄거리를 그대로 살려 사람의 순수한 마음이 줄 수 있는 따뜻한 감동을 표현한다.
그러나 영화는 스크린에서 만화의 순수한 느낌을 살려내는 데는 충실했지만 실사(實寫) 영화로서의 현실감을 불어넣는 데는 그리 성공적이지 못하다. 다양한 캐릭터들은 만화적으로, 대부분 지나치게 선하게 묘사됐을 뿐 어느 동네엔가 살아 숨쉬는 인간이라는 느낌이 그리 들지 않는다. 이야기 전개에서 곳곳에 빈틈이 보이며 갈등이 최고조여야 할 지점에서 느슨한 전개로 긴장감을 주지 못한다.
10년 동안 유럽에서 피아노를 공부해 온 지호(하지원)는 피아노 앞에 앉으면 손가락이 굳어버리는 슬럼프에 빠지면서 도망치듯 귀국한다. 지호가 어렸을 때부터 살던 동네로 들어서는 순간 언덕에서 길목을 바라보며 앉아 있던 승룡(차태현)이 구르듯이 내려와 지호를 반긴다.
지호는 지저분한 차림새에 말을 심하게 더듬는 승룡이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하지만 승룡은 지호의 초등학교 같은 반 친구로 지호를 오랫동안 짝사랑하고 기다려 왔다.
승룡은 부모님을 일찍 여읜 뒤 여고 앞에서 혼자 토스트를 구워 팔며 생계를 이어간다. 승룡의 하루는 모두 여동생 지인(박하선)에게 맞춰져 있다. 그러나 지인은 동네에서 '바보'라고 불리는 오빠를 부끄러워한다.
승룡에게 가장 친한 친구는 상수(박희순)다. 상수는 흔히 말하는 '동네 건달'로 카페를 운영하고 있지만 마음 따뜻하고 의리 있는 친구이며 승룡을 형제처럼 아낀다.
이 영화를 만든 김정권 감독은 '동감'으로 감각적인 연출력을 선보였던 감독. 그는 이번 영화에서도 장점을 십분 살려 아름다운 영상을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 서울과 전주의 골목길, 학교, 언덕 등지에서 촬영된 화면은 눈 내리는 겨울을 배경으로 따뜻한 느낌의 색감을 살렸고 아기자기한 소품까지 세심한 손길로 담았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바보 역으로 변신을 시도한 배우 차태현이다. 그는 말을 심하게 더듬고 지저분한 차림새를 고수해야 하는 바보 연기를 거침없이 소화했으며 해맑은 웃음과 선한 눈빛으로 순수함을 표현했다.
이 영화는 차태현과 하지원이라는 톱스타를 주연으로 내세우고 연기파 배우 박희순을 조연으로 기용해 일찌감치 촬영을 마치고도 1년을 훌쩍 넘기도록 개봉하지 못하고 대기상태에 머물던 끝에 28일 마침내 극장에 내걸린다.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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