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 들으며 채플린 무성영화 볼까>

(연합뉴스) 콧수염과 중절모, 지팡이가 트레이드 마크인 찰리 채플린(1889-1977)은 많은 사람들에게 친근한 희극배우다.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채플린은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내면서도 배우에 대한 꿈을 잃지 않고 미국으로 건너가 무성영화계의 거물이 됐다. 영국의 지휘자이자 작곡가인 칼 데이비스(72)는 1980년대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의 자선 행사에서 채플린의 무성영화 '시티 라이트'(City Lights)의 음악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해석해 들려줬다. 데이비스는 2003년 런던 로열페스티벌홀에서 열린 채플린 축제에서 자신이 편곡한 채플린의 영화음악을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들려주기도 했다. 채플린의 작품뿐 아니라 무성영화 '나폴레옹'(1920), '벤허(1925), '오페라의 유령'(1925), '오만과 편견'(1995) 등의 영화음악을 작곡 및 편곡했다. 데이비스는 이번에 한국에서 채플린의 무성영화 음악을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의 연주로 들으면서 대형 스크린으로 그 영화를 보는 이색 무대로 관객들을 만난다. 3월14-1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헬로! 채플린' 오리지널 필름 페스티벌에서 그는 서울시향을 지휘한다. 페스티벌에서 무성영화가 상영되면 무대 위에서는 오케스트라가 영화음악을 연주한다. 관객들은 연주와 영화를 동시에 보고 들을 수 있다. 상영작은 14일 '무대 뒤에서'(Behind The Screen)와 '황금광 시대'(The Gold Rush), 15일 '치유'(The Cure)와 '시티 라이트', 16일 '모험'(The Adventure)과 '모던 타임즈'(Modern Times) 등이다. 6편 모두 오리지널 필름이며 이 가운데 '무대 뒤에서'와 '치유', '모험'은 국내에 처음 상영되는 작품이다.

<우디 앨런이 말하는 우디 앨런의 영화>

(연합뉴스) "영화는 우리 눈에 보이는 것 이상으로 삶에 어떤 숨겨진 의미가 있다고 암시하지 않아요. 우리는 모두 허우적거리며 실수를 연발하고,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누군가를 왜 사랑하게 되는지 결코 이해 못하죠. 그저 다들 비슷하게 우스꽝스레 살아가는 수밖에 없죠."(183쪽) 미국의 코미디 작가이자 배우이며 감독인 우디 앨런(72)의 영화에는 으레 뉴욕에 사는 신경과민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스크린 안에서 고독한 삶의 비애와 인간관계의 고뇌를 잘근잘근 씹는 농담을 속사포처럼 쏟아낸다. 사회학 교수인 로버트 E. 카프시스와 도서관 장서 관리자인 캐시 코블렌츠는 '우디 앨런-뉴요커의 페이소스'(마음산책)를 통해 우디 앨런이 작가 감독의 반열에 오른 것은 삶의 공허함과 비극을 맞받아치는 유머와 풍자에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앨런은 초기에 '돈을 갖고 튀어라' '바나나' '슬리퍼' 등 익살스러운 작품을 만들었지만 이후 '애니홀' '맨해튼' '한나와 그 자매들' 같은 무거운 톤의 코미디로 상업적, 비평적으로도 더 나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엮은이들은 설명한다. 책은 영미권 언론의 1970~2000년대 인터뷰 기사 19편을 통해 앨런이 자신의 입으로 직접 밝힌 작업 스타일부터 삶의 가치관. 성장 배경, 개인적인 취향, 사생활까지 가감 없이 보여준다. 앨런은 가벼운 슬랩스틱 코미디부터 실험적인 스타일의 코미디까지 1년에 1편꼴로 다작하는 감독이다. 그는 "어렸을 때 신문사에 조크 하나당 10센트씩 받는 것으로 일을 시작했고 장차 무엇이 되리라는 일말의 의구심도 없었다"며 "창작을 하면서 슬럼프에 빠진 적은 없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그는 "내 영화들은 모두 어느 정도 실망스럽다"고 말할 만큼 자기비판적이며 할리우드 시스템 안에 확고히 자리를 잡았음에도 자신의 영화에 '신비에 가까운' 전권을 행사한다. 그는 또 오랫동안 함께 살았던 미아 패로의 입양아 순이와의 사랑으로 스캔들을 일으킨 일에 대해서도 "우리는 혹독한 공포의 시간을 함께 보냈다"며 "우리 사이엔 진정한 사랑이 있다"고 털어놓고 있다. 국내판에서는 원작에 실린 기사 가운데 1편이 제외되고 2005년과 지난해의 인터뷰 기사 두 편이 추가돼 모두 20편이 실렸다. 연도순대로 가장 마지막에 실린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는 앨런의 70여 년 인생을 관통한 하나의 주제를 알아챌 수 있다. "저는 삶과 인간의 운명, 인간의 조건에 대해 우울하고 비관적인 시각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그 난국 속에서도 몇몇 엄청나게 유쾌한 오아시스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죠."(326쪽) 368쪽. 1만4천 원.

<새영화> 강렬하고 불편한 리얼리티 '4개월…'

(연합뉴스) 지난해 제60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에 뽑힌 크리스티앙 문주 감독의 '4개월, 3주…그리고 2일'이 마침내 국내에 선보인다. 이 영화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뿐 아니라 미국 영화비평가협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유럽영화상 최우수 작품상과 최우수 감독상, 로스앤젤레스 영화비평협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과 최우수 남자조연상, 산 세바스티안 영화제 영화평론가상 등을 휩쓴 작품이다. 어찌 보면 이 같은 화려한 수상 경력이 오히려 영화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어렵게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영화를 보고 그다지 훌륭한 영화가 아니라고 느껴졌을 경우 자연스럽게 '내 안목에 문제가 있는가 보다'라는 불안감이 엄습할 테니 말이다. 어쨌든 '4개월, 3주…그리고 2일'은, 대부분의 예술영화가 그렇듯, 그다지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다. 불법낙태 문제를 과도할 정도의 사실적인 카메라를 동원해 담은 이 영화는 보고 있는 사람을 몹시 불편하게 만든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차우셰스쿠 독재정권 치하에서 낙태가 철저히 금지됐던 1987년의 루마니아다. 대학 기숙사 룸메이트인 여대생 오틸리아(안나마리아 마링카)와 가비타(로라 바질리우)는 시내의 한 허름한 호텔을 예약한다.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된 가비타의 불법 낙태수술을 위해서다. 어렵사리 구한 돈으로 낙태 시술을 받기로 한 날, 오틸리아는 정부의 삼엄한 감시를 피해 가비타 대신 불법 낙태 시술자 베베(불러두 이바노트)를 만나 호텔로 안내한다. 하지만 당초 베베가 요구했던 안전한 호텔이 아니라는 사실부터 시작해 임신 2개월이라고 속였던 가비타가 실은 임신 4개월이라는 사실까지 들통나자 베베는 시술을 거부한다. 오틸리아와 가비타는 돈을 더 주겠다며 사정하지만, 베베는 돈 대신 다른 것을 요구하고 결국 오틸리아가 친구를 위해 베베와 섹스를 해주고 수술을 받게 해준다는 데 합의한다. 이 영화에 다른 특별한 줄거리나 영화적 장치는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가비타의 낙태수술을 둘러싼 에피소드를 가지고 영화를 끌고 나간다. 별다른 배경음악이나 음향효과도 없어서 호텔 밖에서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라든가 사람들이 떠들고 노는 소리 같은 이런저런 소음이 오디오에 그대로 담겨 있다. 당시 유행했던 낙태 시술에 대한 사실적 묘사가 매우 인상적이며 가비타의 경솔함으로 야기된 이런저런 아이러니한 상황에 대한 건조한 묘사도 영화의 리얼리티를 돋보이게 한다. 영화 속 상황이 실제인 것 같은 착각이 들도록 만드는 주연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 역시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함을 느껴야만 했던 것은 강렬한 소재가 가진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관객에게 전달하는 문주 감독의 연출력이 뛰어나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의 제목인 '4개월, 3주…그리고 2일'은 가비타의 임신기간과 낙태수술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 위한 기간을 의미한다. 28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정치성ㆍ지역 안배 택한 베를린 영화제>

(연합뉴스) 7~17일 열린 제58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는 전통대로 사회ㆍ정치적 색채가 짙은 작품들이 강세를 띤 가운데 남미, 북미, 아시아 작품이 상을 골고루 받는 대륙별 안배가 눈에 띄었다. 심사위원단은 그리스 출신 콘스탄틴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을 수장으로 독일 배우, 중국 배우, 미국 편집자, 러시아 제작자, 독일 제작 디자이너로 다양하게 구성돼 예상 외 작품의 수상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결과는 언론과 평단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황금곰상인 작품상은 브라질 영화에 돌아갔다. 마약 범죄조직과 싸우는 경찰 특공대의 활약을 그린 주제 파딜라 감독의 '엘리트 스쿼드'는 영화제에서 공개된 이후 유력 수상 후보로 꼽혀 왔다. 그러나 이 영화는 경찰 내부의 부패를 묘사해 브라질 경찰의 반발을 샀을 뿐 아니라 이번 영화제에서도 지나치게 폭력적이라는 논란 속에 평단 반응이 크게 엇갈리기도 했다. 미국 영화는 황금곰상 다음으로 주목받는 두 부문의 상을 차지했다. 이라크 내 미군 감옥인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의 수감자 학대 스캔들을 다큐멘터리로 만든 'S.O.P'가 심사위원대상에 뽑혀 베를린 영화제의 전통적인 취향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또 미국에서도 평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폴 토머스 앤더슨의 '데어 윌 비 블러드'는 감독상을 받았다. 이 영화는 20세기 초반 미국 서남부의 석유 개발을 둘러싼 투쟁을 서사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중동을 포함한 아시아 영화는 남우주연상과 각본상, 신인감독상을 받았다. 이란 영화 '참새의 노래'에서 실직한 가장의 고뇌를 연기한 이란 중견 배우 레자 나지에가 주연상을, 중국 왕샤오솨이 감독의 '주유'가 각본상을 받았으며 일본의 이즈루 구마사카의 '아실-공원과 러브호텔'이 최고의 신인감독 작품으로 뽑혔다. 창의성을 높이 사는 알프레드 바우어상은 멕시코 작품인 '레이크 타호'에 돌아갔으며 유럽 영화는 지역별 안배 속에 오히려 설 자리를 잃었다. 영국 영화 '해피 고 럭키'에서 열정적인 교사를 연기한 샐리 호킨스가 여우주연상을 받았은 것이 본상 수상의 전부다. 칸ㆍ베니스ㆍ베를린의 3대 영화제 중에서도 가장 '무거운 영화제'로 꼽히는 베를린 영화제는 최근에는 상업성을 높이기 위해 전통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노력을 계속해 왔다. 이러한 경향대로 이번 영화제는 롤링스톤즈에 관한 마틴 스코세이지의 다큐멘터리를 개막작으로 선정하고 팝 스타 마돈나에게 감독으로 데뷔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했을 뿐 아니라 할리우드 스타들이 출연한 영화를 대거 초청했다. 그러나 개막 직전 심사위원 2명의 불참 통보로 시작부터 삐걱거린 데다 칸 영화제처럼 스타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 떠들썩한 축제 분위기는 올해에도 조성되지 않았다. 한국영화는 이번 영화제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홍상수 감독이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지식인의 위선에 대한 비판을 일상적인 유머로 표현한 '밤과 낮'이 경쟁부문에 진출해 현지 언론의 호평을 받았으나 아쉽게도 본상 수상에 실패했다. 비경쟁 파노라마 부문에 진출한 전재홍 감독의 '아름답다' 역시 번외상인 관객상을 받지 못했다. 또 2년 전에 배우 이영애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으나 올해에는 중화권 여배우 수치가 심사위원 자리를 차지했다.

<새영화> 서부극의 화려한 귀환 '3:10 투 유마'

(연합뉴스) 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영웅들의 활약을 그린 서부극이 화려한 규모와 긴박한 속도감, 풍성한 색감을 자랑하는 21세기형 영화로 돌아왔다. '3:10 투 유마'는 1957년 델마 데이비스 감독의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아이덴티티'와 '앙코르'를 만들었던 제임스 맨골드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톱스타 러셀 크로가 전설의 총잡이로 변신했다. 뜨거운 피가 흐르는 사나이들의 대결을 비장미 넘치게 그린 이 영화는 서부극에 대한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고독하지만 정의로운 주인공이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나 카리스마가 넘치는 매력적인 악역 캐릭터, 황량한 사막과 대륙횡단 철도에서 펼쳐지는 운명적인 대결은 전형적인 서부극을 충실하게 재현한다. 그러나 영화는 안일한 재탕에 그치지 않고 서부극을 잘 모르는 젊은 세대가 즐기기에도 부족함이 없을 만큼 흥미로운 이야기와 세련된 영상미를 내세운다. 치밀한 줄거리와 흠잡을 데 없는 주연 배우들의 연기 역시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러셀 크로는 악역 아닌 악역을 맡아 남성미가 넘치는 이미지를 다시 한번 살리고 있으며 크리스천 베일은 러셀 크로에게 밀리지 않을 연기를 선보인다. 벤 웨이드(러셀 크로)는 서부 일대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악명 높은 총잡이로 조직에 방해가 되는 부하까지 서슴지 않고 죽일 정도로 잔인한 인물이다. 그는 특히 남태평양 철도회사의 마차를 털어 거액을 챙겨 왔기 때문에 철도회사는 그를 잡기에 혈안이 돼 있다. 댄 에번스(크리스천 베일)는 애리조나에서 외딴 목장을 운영하며 아내와 두 아들을 부양하고 있다. 그는 남북전쟁에서 다리 한 쪽을 쓰지 못하게 된 대가로 나라로부터 받은 돈으로 근근이 살아가지만 빚이 늘어 목장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 철도회사는 벤과 우연히 마주친 댄 덕분에 벤을 생포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찰리 프린스(벤 포스터) 등 벤 부하들의 유혈 복수를 우려해 벤을 직접 처단하지는 못하고 사법기관에 그를 넘기기로 한다. 철도회사는 유마행 죄수호송 열차에 태우기 위해 이 열차가 정차하는 컨텐션 역으로 향한다. 열차 정차시각은 3시10분. 철도회사는 벤의 부하들의 눈을 피해 시간 맞춰 컨텐션 역에 도착하기 위한 길을 떠나고 댄은 가족을 구할 돈을 벌기 위해 여정에 동참한다. 2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브라질 영화 `엘리트 스쿼드' 베를린영화제 금곰상

(베를린=연합뉴스) 브라질 영화 `엘리트 스쿼드(The Elite Squad)'가 제58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인 금곰상을 수상했다. 코스타 가브라스 베를린 영화제 심사위원장은 마약 범죄조직과 싸우는 경찰 특공대의 활약을 그린 주제 파딜라 감독의 `엘리트 스쿼드'를 최우수 작품상으로 선정했다고 16일 발표했다. 브라질의 신예 파딜라 감독의 첫 번째 장편 영화인 이 영화는 경찰 내부의 부패와 살인을 서슴지 않는 폭력 등을 묘사해 지난 해 브라질에서 개봉된 후 경찰이 크게 반발하는 등 논란을 빚었다. 파딜라 감독은 이날 복합 영화관 베를리날레 팔라스트에서 거행된 시상식에서 "이 상은 브라질 영화가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파딜라 감독은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 수상은 비평적인 영화를 계속 만들도록 용기를 줄 것이며 중남미 영화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곰상인 심사위원대상은 이라크 내 미군 감옥인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의 수감자 학대 스캔들을 다큐멘터리로 만든 미국 영화 `S.O.P(Standard Operating Procedure)'가 차지했다. 이 영화를 만든 에롤 모리스 감독은 2년 간의 추적 끝에 수감자 학대에 관여한 미군 병사를 인터뷰하는 데 성공했다. 또 하나의 은곰상인 감독상은 20세기 초반 미국 서남부의 석유 개발 사업을 둘러싼 투쟁과 성공을 서사적으로 다룬 미국 영화 `데어 윌 비 블러드(There Will Be Blood)'를 만든 폴 토머스 앤더슨(38)에 돌아갔다. 미국 신세대 감독그룹의 선두주자인 앤더슨 감독은 2000년 베를린 영화제에서 `목련(magnolia)'으로 금곰상을 수상한 바 있다. 남우주연상은 이란 영화 `참새의 노래(Song of Sparrows)'에서 실직한 가장의 고뇌를 연기한 이란 중견 배우 레자 나지에가 받았다. 여우주연상은 영국 영화 `해피 고 럭키(Happy-Go-Lucky)'에서 열정적인 교사로 열연한 샐리 호킨스에게 수여됐다. 8일 개막된 이번 영화제에는 모두 400여편의 작품이 출품됐으며 경쟁부문에서는 21개 작품이 본선에 진출해 경합을 벌였다. 이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는 경쟁 부문에 홍상수 감독의 '밤과 낮(Night and Day)'이 진출해 관객과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았으나 수상작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전재홍 감독의 장편 데뷔작 '아름답다'는 주목할 만한 예술영화를 모아 상영하는 비경쟁 섹션인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됐다. 한국 영화는 1961년 강대진 감독의 `마부'가 은곰상을 수상한 이래 베를린 영화제에 8편의 본선 경쟁작을 배출했다. 1994년에는 장선우 감독의 `화엄경'이 8대 본상 중 하나인 `알프레드 바우어상'을 수상한 바 있다. 김기덕 감독은 2004년 `사마리아'로 최우수 감독에게 주는 은곰상을 수상했다. 2005년에는 임권택 감독이 세계적으로 영화 인생을 인정받는 영화인에게 주어지는 명예 금곰상을 받고 특별 회고전이 개최되는 영광을 안았다. 지난 해에는 박찬욱 감독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가 영화 예술의 새로운 조망을 제시한 작품에 수여되는 특별상인 알프레드 바우어상을 수상했다.

SG워너비, 日 영화 '하나카게' 주제가 불러

(도쿄=연합뉴스) 일본 굴지의 엔터테인먼트사인 포니캐년(PONYCANYON)을 통해 일본에 데뷔하는 SG워너비가 김래원이 첫 주연을 맡은 일본영화 '하나카게(花影, 꽃그림자)'의 주제가를 부른다. 영화 '하나카게'는 '춤추는 대수사선'의 가와이 하야토(河合勇人)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성룡의 CIA' '슬픈 천사' '반딧불의 별' 등에 출연한 야마모토 미라이(山本未來)가 김래원의 상대역을 맡았다. 다음달 8일 개봉되는 '하나카게'는 재일동포 3세의 보석 디자이너(야마모토)가 부산에서 우연히 초등학교 선생님(김래원)과 운명적으로 만나 싹트는 사랑을 그리고 있다. 15일자 스포츠호치는 한일 양국에서 활약하는 SG워너비가 두 나라를 무대로 펼쳐지는 영화의 테마와 맞아 떨어져 주제가를 의뢰받았으며, 히트곡 '아리랑'이 주제가로 결정됐다고 전했다. 영화를 본 SG워너비는 "서로를 생각하는 사랑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끈이 된다는 것을 깊이 느꼈다"고 밝혔으며, 여주인공 야마모토는 "사랑하는 것에 대해 절대적인 힘을 주는 SG워너비의 목소리와 영화가 만난 것은 사랑이라는 공통의 힘이 이끌어준 운명이라고 생각한다"며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다음달 19일 오리지널 데뷔앨범 '아이 러브 SG워너비'를 출시하는 SG워너비는 발매를 기념해 20일 음반 구입자를 대상으로 프리미엄 이벤트를 열고 본격적인 일본 활동을 전개한다. 토크쇼와 악수회, 그리고 한국에서 선보인 1~4집 앨범 수록곡 가운데 팬들이 1위로 뽑은 노래를 들려줄 예정이다.

<새영화> 한 우정의 역사 '연을 쫓는…'

(연합뉴스) 미국 영화 '연을 쫓는 아이'(원제 The Kite Runner)는 특이하게도 아프가니스탄 카불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의 원작자인 칼레드 호세이니는 아프가니스탄인으로, 2003년 출간돼 120주 장기 베스트셀러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운 동명 원작소설은 아프가니스탄인이 쓴 최초의 영어소설이기도 하다. 다분히 자전적 내용인 '연을 쫓는 아이'는 카불에서 성장한 두 소년의 우정과 충격적인 실수, 그리고 오랜 시간을 거쳐 우정을 되찾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는데, 이를 '아메리칸 뷰티'를 연출했던 할리우드 감독 샘 멘데스가 영화로 만들어냈다. 멘데스는 제작자로 참여했으며 '네버랜드를 찾아서' '몬스터 볼'의 마크 포스터가 연출을 맡았다. 카불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아미르(제케리아 에브라하미)와 집안 하인의 아들인 하산(아흐마드 칸 미흐미드제다)은 신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어렸을 때부터 둘도 없는 친구로 지낸다. 특히 나약한 아미르와 달리 용기 있는 성격에 운동도 잘하는 하산은 한시도 아미르 곁에서 떨어지지 않고 그를 지켜준다. 아미르가 12살이 되던 해 겨울, 둘이 손꼽아 기다리던 연 싸움대회가 열린다. 대회에서 우승해 아버지에게 칭찬을 받고 싶었던 아미르는 하산의 도움으로 우승을 하게 되고, 하산은 "네가 원하면 천 번이라도 연을 찾아올 수 있다"며 떨어진 연을 쫓아 거리로 뛰어나간다. 하지만 최고로 행복했던 이날, 두 소년에게 돌이킬 수 없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하고 아미르는 하산이 동네 불량배들에게 겁탈당하는 모습을 숨어서 지켜보면서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언제나 자신을 지켜줬던 하산과 달리 자신은 친구를 모른 척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아미르는 하산과 거리를 두기 시작하고 결국 그에게 도둑 누명을 씌워 집에서 내쫓아버린다. 세월이 흘러 미국에서 소설가로 성공한 아미르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하산과의 우정이 끝났다고 생각했던 아미르와 달리 하산은 언제나 자신을 친구로 생각하며 뒤에서 지켜봐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미르는 하산과의 우정을 되찾기 위해 탈레반 치하가 된 카불로 떠난다. 탈레반 세력에 살해당한 하산이 남긴 유일한 혈육을 미국으로 데려와 키우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카불행을 감행한 아미르는 그러나 탈레반 세력이 카불에서 자행하고 있는 온갖 잔인한 행위를 목도하고 탈레반 소굴 한복판으로 뛰어드는데…. 일단 이 영화는 국내에서 흔히 접할 수 없는 특이한 소재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영화 대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프가니스탄의 다리어도 그렇고 폐허가 돼 먼지가 풀풀 날리는 카불의 풍경도 생소하기는 마찬가지다.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들도 대부분 실제 아프가니스탄인이거나 아랍국가 출신들이다. 미국 영화지만 일반적인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진정성과 주제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돋보이며 현란한 연출로 인한 영화적 재미는 덜할지 몰라도 영화에서 묻어나는 진정성의 힘이 가슴을 울린다. 한때 우리도 그런 때가 있었지만, 후진국 특유의 순박하면서도 촌스러운 풍광과 인간 군상의 모습들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탈레반 정권의 잔인성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로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상영금지 조치를 당했다. 3월13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