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다 허물어져가는 오래된 비디오 대여점의 점원 마이크(모스 데프)는 주인 아저씨인 플레처(대니 글로버)의 충고를 흘려 들었다가 고약스러운 상황에 놓여 있다. 여행을 떠나면서 플레처가 한 충고는 사고뭉치인 친구 제리(잭 블랙)를 가게에 들여놓지 말라는 것. 하지만 전력발전소에서 감전 사고를 당한 제리는 막무가내로 비디오 가게에 들어왔다가 자력(磁力)으로 가게의 모든 테이프를 지워버리는 대형 사고를 친다. 안그래도 새로 생긴 DVD 대여점에 밀려 장사도 잘 안되는데다 재개발로 가게는 철거 위기에 놓여 있는 상황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주인아저씨가 돌아오기만 기다려야 할 처지다. 울쌍을 짓고 있는 마이크에게 제리는 역시나 사고뭉치 같은 제안을 한다. 바로 자신들이 직접 고객들이 원하는 비디오를 만들어버리자는 것이다. 둘은 '고스트 버스터'를 시작으로 자신들이 직접 메가폰을 잡고 출연해 패러디한 영화들을 대여하고 고객들은 이들의 '짝퉁' 영화에 열광하기 시작한다. 코미디언 짐 캐리와 미셸 공드리 감독이 함께 만든 '이터널 선샤인'(2005년)에서 절절한 감동을 얻었던 관객이라면 공드리 감독이 또다른 코미디언 잭 블랙과 호흡을 맞춘 '비 카인드 리와인드'는 제작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기다려왔던 기대작이었음에 틀림 없다. '다중인격'의 짐 캐리가 '이터널 선샤인'을 통해 미셸 공드리의 깊이 있는 세계관에 안착했듯 잭 블랙과의 만남에서 어떤 화학작용을 가져올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 카인드 리와인드'에서 명배우와 명감독이 빚어낸 세계는 조화롭다기 보다는 덜컹거리는 쪽에 가깝다. 잭 블랙의 코미디는 예전보다 한층 독해졌다. 특유의 사이코적인 행동이 한층 심해진 셈이다. 그가 연기하는 제리는 두통의 원인이 전기회사의 음모라고 믿고 시종일관 갈등을 증폭시킨다. 그가 과장된 연기로 표현한 제리는 따뜻한 감동을 장점으로 하는 이 영화의 캐릭터 중 유일하게 불안한 인물이며 주변 캐릭터들과 그다지 조화를 이루지도 못한다. 비디오 대여점 같은 과거의 것들에 대한 애정을 보이고 영화의 진정한 의미를 찾고자 하는 노력도 있지만 '이터널 선샤인' 이후 시나리오 작가 찰리 카우프만과 결별한 공드리 감독의 내공 역시 예전같지 않다. 잭 블랙, 미셸 공드리, 혹은 둘의 만남에 두근거렸던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상영시간이 아까울 정도의 졸작은 절대 아니다. 우왕좌왕 좌충우돌하면서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소동은 킥킥대면서 즐길만할 정도의 코미디로는 충분하고 폐업을 앞둔 비디오 가게에서 갖는 마지막 상영회는 눈물을 훔쳐내게 할 정도로 감동적이다. 잭 블랙의 팬이라면 특히 그가 '고스트 버스터즈'부터 '러시아워', '로보캅', '맨 인 블랙', '반지의 제왕', 심지어는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까지 다양한 고전 영화 속 캐릭터를 연기하는 장면을 놓칠 수 없다.
(서울=연합뉴스) 소의 해 기축년 연초에 관객들을 만나지만 사실 다큐멘터리 '워낭소리'는 단지 소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등장인물은 여든에 가까운 할아버지 농부와 그의 부인, 그리고 부부가 30년을 키워온 마흔살 된 늙은 소다. 적극적으로 대상에 개입하려는 최근 다큐멘터리의 경향과는 달리 이 영화는 애초에 관객들을 어디론가 이끌려고 하거나 무언가를 가르치려 하거나 하는 식의 의도는 없어 보인다. 다큐멘터리에 흔히 나오는 내레이션도 없고 배경 음악도 많지 않으며 굴곡이 심한 이야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카메라는 그저 농촌의 늙은 농부와 그의 늙은 부인, 그리고 늙은 소를 묵묵히 쳐다볼 뿐이다. 생의 말년에 있는 이들 셋을 통해 감독의 카메라가 전하는 이야기는 바로 나이듦과 죽음, 그리고 이별이다. 이제 죽을 날이 머지않은 소와 오랜 동지이자 친구인 소를 떠나보내야 하는 할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에게 잔소리를 멈추지 않는 할머니는 사실 서로 비슷한 처지이며 관객들 역시 나이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야기 배경은 경북 봉화의 농촌. 최 할아버지는 농기계도 농약도 이용하지 않고 옛날식으로 농사를 짓는 농부다. 다리가 불편한 할아버지의 단짝은 30년간 그를 위해 일을 해 준 나이든 소다. 소는 오랜 세월 그의 손과 발이 되어줬고 소가 일해준 덕에 아홉 형제가 공부를 마쳤으니 할아버지에게는 웬만한 사람 이상으로 소중한 존재다. 보통의 소들이 15년 가량을 사니 마흔줄에 접어든 이 소는 이미 수명 이상을 살았다. "길어야 1년 살 것"이라고 말하는 수의사의 말에 할아버지는 그럴 리가 없다는 듯 "안 그래"라며 웃을 뿐이다. 할머니는 소만 챙기고 자기는 챙기지 않는 할아버지가 원망스럽다. 소를 팔자고 소리도 쳐 보고 신세타령을 하며 구시렁거리기도 해 보지만 사실 할머니는 할아버지 건강이 걱정이다. "나 같이 고생한 사람이 없다"면서도 "영감 죽으면 나도 따라 죽을꺼다"며 애정 표현도 한다. 이들의 소소한 이야기에 고비가 되는 사건은 바로 할아버지와 소의 건강이다. 의사는 혈압이 높은 할아버지에게 일을 줄일 것을 권하지만 젊어서부터 습관적으로 일을 해온 할아버지는 뼈만 남아 앙상한 다리를 일터로 옮긴다. 할아버지를 닮아 마른 데다 제대로 걷기도 힘들어 하던 소는 결국 제자리에 서지도 못해 우리를 빠져나오지 못하는 신세가 된다. '워낭소리'는 일반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지만 사실 독립영화계에서는 작년 한해 가장 많은 화제를 몰았던 다큐멘터리 영화다. 부산국제영화에제서는 최우수 다큐멘터리에 주어지는 피프메세나상을 탔고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관객상을 수상했으며 오는 15일 열리는 세계 독립영화의 축제 선댄스영화제의 경쟁 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방송용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왔던 이충렬 감독의 첫번째 극장용 다큐멘터리 영화로, 감독은 "삶의 내리막길에서 소와 아버지가 빚어낸 아름다운 교감과 눈물겨운 헌신을 그리고 싶었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제목인 '워낭소리'는 소의 귀에서 턱밑으로 늘여 단 방울의 소리를 뜻한다. 15일 개봉. 전체 관람가.
(서울=연합뉴스) 중국 록 음악의 황제로 불리는 조선족가수 최건(47)이 영화감독으로 변신한다. 동포언론인 길림신문은 "지난 1980년대 중반부터 노래로 중국 정치개혁에 격한 목소리를 내온 조선족가수 최건이 홍콩 감독 진과(프루트 찬)와 한국감독 허진호와 손잡고 3단식영화 '성도(成都), 사랑해'를 찍게 된다"고 29일 보도했다. 신문은 "'아무것도 없네', '내가 모르는 게 아니야' 등으로 중국 록 무대에서 황제로 군림, '북경잡종', '내 형제자매'로 록 무대의 영원한 황제로 불리는 최건이 영화를 찍기는 처음"이라며 "'성도, 사랑해'는 최근 중국 사천성 지진을 배경으로 대지진을 겪은 중국사람의 다양한 삶의 려정을 문화적으로 조명하게 된다"고 밝혔다. 신문은 최건은 "감독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정감을 표달하는 것이다. 기술과 후천적으로 배운 것과는 별도로 완전히 자기에게 달렸다. 영화와 음악은 많은 면에서 비슷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옴니버스 3부작인 '성도, 사랑해'는 내년 4월 청두(成都)에서 촬영을 시작한다. 마오쩌둥(毛澤東)의 사망과 공산주의의 종말 이후 성인기에 접어든 세대의 희망과 고민을 노래로 담아 중국에서 명성을 얻은 최건은 중국 당국에 의해 수년간 중국 내 활동을 중단당했으나 몇 년 전 금지조치가 해제됐다.
(연합뉴스) 차태현ㆍ박보영 주연의 영화 '과속 스캔들'이 경쟁작인 할리우드 영화 '지구가 멈추는 날'을 제치고 4주째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르며 이변을 이어나갔다. 2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스크린 가입률 98%)에 따르면 '과속스캔들'은 26~28일 402개 스크린에서 48만7천240명을 동원하며 1위를 차지했다. 1주일 전 54만4천234명보다는 다소 줄어든 관객수지만 지난주 스크린수가 전주 530개보다 128개나 줄어든 402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스크린당 관객수는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관객 점유율은 30.1%로, 2위 '지구가 멈추는 날'의 20.3%보다 10% 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4일 개봉 이후 26일간 누적 관객수는 373만5천732명. '신기전'(372만명)을 제치고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689만명), '추격자'(507만명), '강철중'(430만명),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405만명)에 이어 올해 한국 영화 흥행 순위 5위에 올랐다. '과속스캔들'의 선전으로 한국 영화는 11월 세번째주 이후 7주째 정상을 지켰다. 490개의 스크린으로 극장가를 공략했던 '지구가 멈추는 날'은 톱스타 키애누 리브스 주연에 SF 블록버스터라는 강점에도 불구하고 2위를 차지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관객수는 '과속스캔들'보다 16만명가량 적은 32만8천751명이었다. '지구가 멈추는 날'은 개봉 직후인 크리스마스 연휴에는 57만명을 동원하며 10만명 차이로 '과속스캔들'에 앞섰지만 혹평을 담은 입소문이 퍼지며 주말에 가까워질수록 관객수가 급감했다. 24일(23일 일부 극장 개봉) 개봉 이후 누적 관객수는 96만7천722명으로 100만명에 조금 못미쳤다. 개봉 2주차를 맞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벼랑위의 포뇨'는 367개 스크린에서 21만3천83명을 동원해 3위에 올랐다. 17일 개봉 이후 누적 관객수는 92만1천525명이다. 4위와 5위는 짐 캐리 주연의 코미디 '예스맨'과 브렌든 프레이저 주연의 어드벤처물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가 차지했다. 두 영화의 관객수는 각각 15만9천680명과 15만6천171명으로 비슷했다. 뱀파이어 멜로 영화 '트와일라잇'은 7만5천429명으로 6위에 올랐으며 '달콤한 거짓말'(5만8천546명), '오스트레일리아'(5만1천180명)는 7~8위를 차지했다. 신규 개봉작인 애니메이션 '니코'와 한국 영화 '로맨틱 아일랜드'는 각각 3만9천92명과 3만4천831명으로 9~10위에 오르며 10위권에 턱걸이했다.
대작 틈 상영되는 '작은' 영화 관람 가이드 (서울=연합뉴스) 연말 극장가 대작 영화의 물량 공세에 싫증을 느낀 관객이라면 개봉 규모는 크지 않지만 깊이와 향기가 있는 소규모 개봉 영화를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 프랑스 거장 루이 말의 1988년작 '굿바이 칠드런'이 24일 개봉했고 '크리스마스 별장'ㆍ'하우스 오브 디'도 크리스마스에 맞춰 새로 선보인다. '로큰롤 인생'이나 '요시모토 나라와의 여행'ㆍ'열흘밤의 꿈'ㆍ'더 폴: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등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기개봉작들도 적은 수의 스크린에서 적은 회차로 상영되지만 여전히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2008 나다의 마지막 프로포즈'나 '메모리즈 오브 스폰지 2008'처럼 연말을 맞아 올해 개봉한 영화들을 다시 보는 상영회도 있고, 한국영상자료원의 '한국무술영화 열전'ㆍ아트선재센터에서 개최되는 '불여우 열전'처럼 특색있는 기획전도 있다. ◇굿바이 칠드런 = 1950년대 데뷔작 '사형대의 엘리베이터'나 1992년작 '데미지' 등으로 알려져 있는 루이 말 감독의 걸작 중 하나로, 1988년 개봉 당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고 프랑스 세자르상 작품상을 비롯해 7개 부문을 휩쓸었다. 영화는 루이 말이 스스로의 경험담을 담아 특히 흥미롭다. 영화 속 주인공 줄리앙처럼 어린 시절 가톨릭 기숙 학교에서 생활했던 루이 말은 유대인 전학생과 친해졌다가 원치 않게 그를 떠나보낸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독일군이 프랑스에 주둔하던 1940년대. 12살 줄리앙은 전학온 학생 보네와 나란히 침대를 쓰게 된다. 영리하고 피아노 연주를 좋아하던 이 친구는 말수가 적은 편이어서 아이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한다. 줄리앙과 보네는 보물 찾기를 하던 중 둘만 무리에서 떨어져 길을 잃은 일을 계기로 친한 친구가 되고, 줄리앙은 보네가 유대인으로 부모님과 떨어져 학교에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학교에 유대인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게슈타포가 학교에 들이닥친다. 광화문 시네큐브에서만 상영 중인 이 영화는 개봉일인 24일 주요 시간대 좌석이 매진되며 작은 영화의 흥행 신화를 이어나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 영화는 앞서 지난 1989년 한국에서 개봉했다. 당시 1개 스크린에서 1주일간 상영됐지만 5천명 이상이 관람하는 '작은' 성공을 거둔 바 있다. 12세 이상 관람가. ◇크리스마스 별장 =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하는 영화 '크리스마스 별장'은 미국에서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화가 토머스 킨케이드의 젊은 시절 실화를 그린다. 영화는 그가 그린 그림 '크리스마스 별장'이 완성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전개된다. 미술적 성취를 내지 못하고 방황하던 청년 킨케이드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고향 마을에 돌아와 가족과 이웃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그 계기가 되는 것은 그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어머니를 돕기 위해 시작한 벽화 아르바이트였다. 이웃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킨케이드는 그들의 얼굴을 벽화에 그려 넣기 시작하고 그의 그림을 보는 마을 사람들의 표정은 밝아진다. 전기 영화라서 인물에 대한 미화가 있을 수밖에 없는 단점도 가지고 있지만 영화는 주인공 뿐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삶에 대해 풍부하게 묘사하는 장점이 있다. 전체 관람가. ◇하우스 오브 디 = 'X파일'의 스타 배우 데이비드 듀코브니의 연출 데뷔작이다. 직접 각본을 쓰고 메가폰을 잡은 그는 연기까지 하며 1인 3역을 맡았다. 주인공 톰이 과거를 회상하며 현재를 보듬는 액자식 구성으로 전개되는 이 영화는 상처를 가진 중년 남성의 성장기이자 아련한 추억으로의 여행기다. 배우의 연출 데뷔작이어서인지 연출 면에서는 다소 인위적인 설정이 눈에 거슬리는 부분도 있지만 좋은 연기를 끄집어내는 감독의 능력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톰 역을 연기하는 아역 안톤 옐친이나 '모자란 동네 형'이지만 주인공의 단짝 친구인 파파스로 출연하는 로빈 윌리엄스의 연기가 주목할 만 하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병으로 돌아가시자 톰은 우울증에 걸린 어머니와 단둘이 살아간다. 답답한 상황이긴 하지만 그래도 단짝 파파스나 따뜻한 동네 주민들의 도움으로 밝게 지내지만 어느날 뜻하지 않는 사건이 발생하며 삶이 혼란 속으로 빠지게 된다. 12세 이상 관람가. ◇ 다양한 상영회ㆍ기획전 = 대학로 극장 하이퍼텍나다에서는 다음달 14일까지 올해 화제가 된 작은 영화들을 다시 만나는 '2008 나다의 마지막 프로포즈'가 열리고 있다. '4개월, 3주, 그리고 2일'ㆍ'잠수종과 나비' 등 올해 국내에서 개봉한 예술영화들이 상영되며 '누들'ㆍ'레몬 트리' 등 올해 눈부신 활약을 보인 이스라엘 영화, '비투스'ㆍ'샤인 어 라이트' 등 사랑받은 음악영화들, '우린 액션배우다'ㆍ'사과' 등 신인감독들의 활약을 볼 수 있는 한국영화들을 소개한다. 영화사 스폰지 역시 '메모리즈 오브 스폰지 2008'라는 이름으로 재상영회를 열고 있다. 스폰지하우스 광화문과 압구정에서 이 회사가 수입하거나 제작ㆍ배급 등으로 참여한 영화 중 20편이 상영된다. 6억5천만원의 작은 제작비로 132만명을 동원하는 '대박'을 터뜨린 '영화는 영화다'(장훈)을 비롯해 '아름답다'(전재홍)ㆍ'경축! 우리사랑'(오점균)ㆍ'밤과 낮'(홍상수)ㆍ대만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ㆍ마이클 무어의 '식코'ㆍ밥 딜런의 자전적 영화 '아임 낫 데어', 일본 영화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 등이 선보인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서울 상암동 시네마테크 KOFA에서 28일까지 1970~1980년대 한국 액션영화를 무료로 상영하는 '한국 무술영화 열전'을 개최하며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 아트홀에서는 브리지트 바르도가 주연한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 등 프랑스 여배우들이 연기한 영화 16편을 보여주는 '불여우 열전'을 연다.
(서울=연합뉴스) 3주 연속 정상을 차지하며 연말 극장가를 석권하고 있는 '과속스캔들'의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과속스캔들'은 24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과 예매사이트 인터파크의 예매율 집계에서 '지구가 멈추는 날' 등 새 개봉작들을 물리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날 오전 11시 현재 영진위 집계에서는 25.1%의 점유율로 23.2%의 '지구가 멈추는 날'을 따돌렸으며 인터파크에서는 22.8%로 22%의 '벼랑위의 포뇨'와 18.5%의 '지구가 멈추는 날'을 제쳤다. 경쟁작들에 비해 현장 판매에서 강세를 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주에 비해 한층 흥행세가 강해진 느낌이다. 여기에 주요 타겟층인 중고등학생들의 겨울방학도 호재다. 신규 개봉작인 '지구가 멈추는 날'은 키애누 리브스의 스타파워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라는 강점에도 불구하고 예매사이트 맥스무비에서만 예매 점유율 1위(32.1%)를 차지했다. '과속스캔들'의 선전에 비해 '지구가 멈추는 날'의 출발이 좋지 않은 것은 마케팅의 힘 보다는 영화 자체의 힘을 바탕으로 한 관객들의 입소문이 흥행에서 중요해지고 있는 최근의 경향을 보여준다. '지구가 멈추는 날'의 경우 개봉 열흘 전인 지난 25일 영진위 예매율 집계에서는 50%대의 높은 점유율을 차지했지만 언론시사회나 일반인 대상 시사회에서 영화가 공개된 뒤 악평이 쏟아지며 예매율이 하락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벼랑위의 포뇨'와 어드벤처물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짐 캐리 주연의 코미디 '예스맨'이 주요 예매사이트의 예매율 집계에서 상위권에 오르며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24일에는 국산 로맨틱 코미디 영화 '로맨틱 아일랜드'와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애니메이션 '니코'가 개봉한다. 연말 극장가의 유일한 로맨틱 코미디인 '로맨틱 아일랜드'는 이선균ㆍ이수경ㆍ유진ㆍ이민기 등 떠오르는 스타들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줄거리를 무기로 연인 관객들을 겨냥한다. 핀란드 애니메이션인 '니코'는 산타의 썰매를 끌고 싶은 사슴의 이야기를 담은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으로 '베토벤 바이러스'의 장근석과 '개그 콘서트'의 스타 김병만 등이 목소리 연기를 한 한국어 더빙판으로만 상영된다. 이외에도 미국 화가 토머스 킨케이드의 실화를 다룬 '크리스마스 별장'과 'X파일'의 스타 데이비드 듀코브니의 연출 데뷔작 '하우스 오브 디', 루이 말 감독의 걸작 '굿바이 칠드런'이 24일 개봉한다.
(서울=연합뉴스) 격동의 시대에는 그에 걸맞는 뜨거운 사랑이 있기 마련이고 이는 영화의 좋은 소재가 된다. 영화 '러브 인 클라우즈'(원제 Head in the Clouds)는 '잉글리쉬 페이션트'나 '콜드 마운틴' 같은 서사 로맨스 영화와 궤를 같이 한다. 주인공들은 전쟁이라는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 휩쓸려 굴곡 많은 삶을 살고 서로 사랑하면서도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다. 영화는 잘 다듬어진 서사에 좋은 배우들의 호연과 이들 사이 로맨스의 화학작용을 만들어내는 말끔한 연출력까지 갖춘 수작이다. 비슷한 느낌의 '오스트레일리아'를 보고 뻔한 전개에 지루함을 느낀 관객들이라면 한결 호흡이 빠르고 줄거리를 예측하기 힘든 이 영화를 선택하는 것도 좋다. 샬리즈 시어런이나 페넬로페 크루즈 같은 배우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도 하며 1930~1940년대의 유럽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1930년대 초반 영국의 명문 케임브리지 대학. 모범생 가이(스튜어트 타운센드)는 대학 교수의 애인 길다(샬리즈 시어런)를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지고 두 사람은 함께 하룻밤을 보낸다. 모범생에 사회에 관심이 많은 가이와 자유분방하고 세상일에 관심이 없는 길다는 서로 정반대다. 얼마 뒤 길다가 프랑스로 떠나면서 둘은 한동안 연락이 끊긴 채 지낸다. 3년 후 학교 교사가 된 가이는 사진작가가 된 프랑스의 길다에게 초대를 받고 파리행 비행기를 탄다. 꿈 같은 재회를 하는 두 사람. 가이는 모든 것을 버린 채 길다의 곁에 머물기로 한다. 가이와 길다, 그리고 길다와 함께 살던 미아(페넬로페 크루즈)까지 3명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함께 보낸다. 행복했던 나날들에 위기로 등장하는 것은 스페인 내전과 2차 세계 대전 같은 역사적 상황이다. 가이는 스페인의 파시즘과 맞서 싸우기 위해 반란군에 입대하며 길다와 이별하고, 수년 후 다시 프랑스에 오지만 머지않아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다. '로메로'의 존 듀이건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미국에서는 2004년 개봉한 영화지만 한국에서는 4년이 지난 뒤에야 지각 개봉한다. 샬리즈 시어런에게는 연쇄살인마로 출연한 '몬스터'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탄 직후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관객들을 만났던 영화다. 3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볼거리 빈약한 김빠진 블록버스터 (서울=연합뉴스) 참 이상한 환경주의 영화다. 그러나 일단 맞는 얘기이긴 하다. 인류가 지구에서 없어지면 지구가 신음하는 환경 문제는 아마도 대부분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없는 지구에는 더 이상의 화석연료 소비가 없어지니 온난화 문제도 해결될 것이고, 대기를 뒤덮는 스모그도 사라질 것이며, 차가 없어지니 도로에서 동물들이 차에 치여 죽는 로드킬(Road Kill)도 더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 자명하다. '지구를 살리기 위해 인류를 없애자'는 임무를 가진 외계인이 등장하는 영화 '지구가 멈추는 날'이 갖는 상상력은 이처럼 빈약한데다 위험하기까지 하다. '인류가 살지 않는데도 지구가 그렇게 중요할까'하는 식의 의문까지도 필요 없다. 인류의 멸망을 주장하며 환경보호를 역설하는 이 영화의 주장은 애초에 실현 가능성이 없는 설정에서 출발하는 만큼 현실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구호'에 불과하다. 이 영화의 빈약한 상상력은 특히 문명과 자연을 별개의 것으로 보려는 서구의 편견에서 오는 것 같다.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인류가 자연과 공생하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지만 영화는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파괴적인 인류의 본성'만 구호처럼 비판한다. 전남편의 아들 제이콥과 단둘이 살아가는 우주 생물학자 헬렌(제니퍼 코넬리)은 갑자기 들이닥친 정부 기관 요원들에 의해 어딘가로 끌려가고 그곳에서 다른 과학자들과 함께 지구에 닥친 위험을 해결하는 임무를 부여받는다. 지구에 닥친 위험 요소는 외계로부터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미확인 물체다. 뉴욕 센트럴파크에 착륙한 이 물체에서는 사람의 외모를 가진 '클라투'(키애누 리브스)라는 외계인이 걸어 나온다. 클라투는 각국의 정상들과 회담을 요청하지만 무시당하자 탈출한다. 헬렌은 자신을 찾아온 클라투가 행성 지구를 살리고자 인류를 멸망시키려는 계획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클라투를 설득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깊이 있는 주제의식을 바라는 게 애초에 무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다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흔히 바라는 화려한 볼거리라든지 짜임새 있는 줄거리를 갖춘 것도 아니다. 지구가 하나씩 망가지는 장면이나 신비한 외계 물체가 등장하지만 이 영화의 스펙터클은 다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에 비해 빈약한 편이다. 1951년에 제작된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이 영화는 50여 년 전의 허술한 상상력에서 한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더구나 '지구가 멈추는' 위기를 극복하고 외계인이 마음을 고쳐먹는 계기가 되는 사건도 지나치게 억지스러워서 실소를 낳게 한다. 지구가 '멈춤'을 풀고 다시 '돌아가게' 되는 결말을 준비하는 이 영화는 거창한 시작과 달리 인간 행동 자체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어떠한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막을 내린다. 24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문화광광硏 옥성수 연구원 주장 (서울=연합뉴스) 옥성수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은 18일 "영화 콘텐츠의 다양성을 확대하는 것이 영화산업의 발전과 지속적인 수익 실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옥 연구원은 이날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국회 강승규 의원실 주최로 열린 '한국영화산업 투자제도 개선 대토론회'에서 "중소규모의 참신한 영화 프로젝트가 혁신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만족시켜 투자 가치가 의외로 높은 경우가 많다"며 이같이 밝혔다. 옥 연구원은 "미국의 메이저 스튜디오가 다양한 독립제작사들을 통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은 이 때문"이라며 "영화 산업 지원 제도가 콘텐츠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함께 "국제적 협력 비즈니스를 지원하고 해외 공동 직배망을 확보하는 등 영화산업 지원제도가 영화 산업의 세계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아울러 제작과 유통 전반에 걸친 투자 정보 관리를 통해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희문 인하대(영화과) 교수는 "영화 투자 조합이 투자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개선하고 위험 요소를 분산하고 자본을 대형화하는데 기여하기는 했지만, 조합 운영 과정에서 특정 영화사에 투자 작품이 집중되고 투명성이 결여돼 투자자들의 신뢰 상실과 자금 이탈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현재 한국 영화 산업의 위축은 호황기의 과열을 가라앉히고 거품을 제거하며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며 "영화인들이 나서서 관객들과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국내에서도 꾸준히 사랑받는 일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새 애니메이션 '벼랑 위의 포뇨'가 흥행 질주 중인 '과속스캔들'을 앞지를 수 있을까.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져 함께 살아가는 이상향을 그린 '벼랑 위의 포뇨'가 주요 예매사이트에서 주말 예매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박스오피스 정상을 노린다. 맥스무비에서는 점유율 27.4%,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하 전산망)에서는 23.5%를 보였다. '벼랑 위의 포뇨'는 미야자키 감독 특유의 따뜻한 시선이 묻어나는 동화 같은 만화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전작들이 국내에서 잇따라 흥행 성공한 바 있어 신작도 기대해볼 만하다. 그러나 차태현ㆍ박보영 주연의 '과속스캔들'도 기세가 만만치 않다. 자연스러운 유머감각과 주연배우들의 좋은 연기가 돋보이는 '과속스캔들'은 이미 개봉 3주차에 접어들었지만 통합전산망 21%, 맥스무비 20.4%로 각각 예매율 2, 3위에 올라있다. 이미 170만명을 동원해 200만명 돌파도 충분히 노려볼만하다. 새로 개봉하는 외국 블록버스터 중에는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가 기대작이다. 맥스무비에서 22.4%로 2위에 올라있다. 쥘 베른의 소설을 모티브로 삼은 이 영화는 탐험가들이 지구 중심부에 있는 미지의 세계를 헤매는 판타지 모험물이다. 역시 이번 주에 개봉하는 할리우드 영화 '예스맨'는 짐 캐리 특유의 코믹 연기가 살아있는 작품이다. 유쾌한 분위기에 희망에 가득찬 메시지로 일상에 지친 관객에게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맥스무비에서 10%대의 예매율을 보였다. 한국영화로는 로맨틱 코미디 '달콤한 거짓말'이 있지만 진부한 줄거리로 평가가 썩 좋지 않고 예매율도 3%대로 저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