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상 日영화 '굿'바이' 인기 폭발

(도쿄=연합뉴스) 일본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굿'바이'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지난 23일 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거머쥔 다키타 요지로 감독의 영화 '굿'바이'는 수상 소식이 전해진 뒤 개봉관을 찾는 관객이 이어지면서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원작인 '납관부일기(納棺夫日記)'(아오키 신몬 저)는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1위로 껑충 뛰어올랐으며, 기노쿠니야서점에서는 판매량이 수상 이전보다 약 18배나 늘어났다. 출판사인 문예춘추사는 "서점으로부터 주문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며 당초 4만부를 추가로 발간하려다가 검토 끝에 이를 15만부로 늘렸다고 전했다. 장례회사에서 약 10년간 납관사로 일한 원작자 아오키는 24일 "납관사는 '시체처리사'가 아니라, 죽은이가 안심하고 사후의 세계로 갈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주연을 맡은 모토키의 혼신을 다한 연기가 평가받아 기쁘다"고 밝혔다. 모토키 마사히로와 히로스에 료코가 주연한 '굿'바이'는 납관사가 된 전직 첼리스트의 이야기를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돌아보는 영화로, 올해 초 일본의 유명 영화잡지 키네마준보가 뽑은 올해 최고의 영화로 선정됐으며, 몬트리올영화제에서는 그랑프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日영화계, 아카데미상 2개 받아 겹경사>

(서울=연합뉴스) 일본 영화 두 편이 22일(현지시간) 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과 단편애니메이션을 각각 수상, 일본 영화계에 경사가 겹쳤다. 일본 영화 '굿’바이'(영어 제목 'Departures')는 이날 일본 영화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부문에서 수상했다. 일본 영화는 1956년 이 상이 생긴 이후 모두 11차례 후보에 올랐지만 한 번도 수상을 하지는 못했다. 1975년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구소련이 제작한 영화 '데루수 우자라'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기는 했지만 이 영화는 구소련의 출품작이었다. 이전에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1951년), 기누가사 데이노스케 감독의 '지옥문'(1954년), 이나가키 히로시 감독의 '미야모토 무사시'(1955년) 등이 3편의 일본 영화가 이 상의 전신에 해당하는 특별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일본 영화계로는 2002년에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미야자키 하야오)이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바 있어서 7년 만에 오스카 트로피를 갖게 됐다. 아시아 영화가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것은 지난 2001년 '와호장룡'(이안) 이후 2번째다. 한국에서는 작년 10월 개봉했던 '굿’바이'는 '비밀','바람의 검 신선조'의 다키타 요지로 감독이 연출한 영화로 일본 영화계의 톱 플레이어들이 대거 모여 만든 야심작이다. '으랏차차 스모부'의 모토키 마사히로와 톱스타 히로스에 료코가 출연하며 히사이시 조가 음악 감독으로 참여했다. 납관사가 된 전직 첼리스트의 이야기를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돌아보는 영화로, 올해 초 일본의 유명 영화잡지 키네마 준보가 뽑은 올해 최고의 영화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몬트리올영화제에서는 그랑프리를 타기도 했다. '굿’바이'의 수상은 다소 의외라는 평가가 많다. 당초 골든글로브와 전미영화비평가협회의 외국어영화상을 이스라엘 애니메이션 '바시르와 왈츠를'(아리 폴만)이 수상해 아카데미까지 수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졌기 때문이다.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은 국가별로 1편씩의 출품작 중 후보작을 추린 뒤 최종 선정작이 가려진다. 올해는 모두 67편이 출품됐고 이 중 '굿’바이'와 '바시르와 왈츠를'을 비롯해 프랑스 영화 '더 클래스', 독일영화 '바데르 마인호프 콤플렉스', 오스트리아 영화 '보복'(Revanche)이 후보작이었다. 한국은 이 부문에 올해 '크로싱'(김태균)을 출품했지만 후보작에 선정되지 못했다. 이전에도 '마유미'(신상옥), '춘향뎐'(임권택), '오아시스'(이창동),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김기덕), '태극기 휘날리며'(강제규), '왕의 남자'(이준익), '밀양'(이창동) 등을 출품했지만 후보작에 지명된 적은 없다. 올해 시상식에서는 일본 애니메이션 '작은 사각의 집'(구니오 가토)이 단편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2분 분량의 이 영화는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높아지자 집 안에 들어오는 물을 밖으로 내보내려고 노력하는 한 노인의 이야기를 다뤘다.

<스크린에서 물이 튄다…4D영화관 '인기'>

(서울=연합뉴스) 회사원 김상훈(35)씨는 지난 주말 모험영화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를 관람하려고 CGV상암점을 찾았다가 예상치 못했던 경험을 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양칫물을 내뱉는 장면을 보고 있는데 앞좌석에서 물이 튄 것. 그뿐만 아니었다. 높은 곳에서 주인공들이 떨어질 때는 의자가 흔들려 마치 자신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주인공이 강풍을 맞을 때에는 천장에 설치된 장치에서 바람이 나왔고 심지어는 상영관 내에 번개가 치기도 했다. 김씨는 아직 영화팬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4D 상영관'을 경험한 것이다. 4D 상영관은 입체 안경을 쓰고 관람하는 3D 상영관에서 한단계 더 발전한 영화관이다. 입체안경을 쓴 채로 관람하는 것은 3D 상영관과 같지만 진동, 향기, 물, 바람 등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장치가 갖춰진 게 특징이다. 스크린 안에 갇혀 있던 영화가 현실 세계를 침범한 셈이다. 그저 3D 영화관과 비슷하거나 놀이공원의 흔들의자 정도가 갖춰져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막상 경험해보니 전혀 다른 차원이더라는 게 김씨가 전하는 감상 소감이다. 멀티플렉스 체인 CGV가 서울 상암점에서 1월 말부터 운영하고 있는 4D 상영관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오후에만 상영하지만 객석 점유율은 평일을 포함해 60~70%에 이른다. 이는 30% 안팎의 일반 상영관의 점유율을 2배 이상 넘어서는 수치다. 설연휴가 낀 1주일간은 점유율이 90%를 넘어서기도 했다. 일본이나 미국 등 일부 국가의 경우 놀이 공원에서 10~20분 가량의 짧은 편집본을 상영하는 4D 상영관이 운영되고 있기는 하지만 일반 개봉 영화의 풀 버전이 4D로 상영되는 것은 CGV가 전 세계에서 최초라는 게 CGV측의 설명이다. CGV는 이스라엘의 시네마파크사(社)로부터 10억원 가량을 주고 관련 설비와 기술을 수입해 4D 상영관을 만들었다. 물이 튀는 효과는 앞사람 의자에 설치된 장치로부터 나오는 것. 의자는 전후좌우로 움직이며 엉덩이나 어깨 등 특정 부위만 진동이 발생할 수도 있다. 천장에 설치된 팬에서는 강풍이 나오며 앞좌석과 발이 있는 의자 아래쪽, 목 뒤 의자에서는 간지럽게 하는 효과를 내기 위해 작은 바람이 흘러나온다. 관객들이 가장 신기해하는 것은 바로 향기다. 앞좌석에서 흘러나오는 3개의 분사 구멍을 통해 꽃향기나 화산의 유황, 음식 냄새 등 다양한 향기가 나올 수 있다. 이외에도 안개가 낀 장면에서는 스크린 앞에 설치된 장치에서 안개가 나온다. CGV는 애초에는 2월 초까지만 시범 삼아 4D 상영관을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관객 반응이 좋자 상영을 연장했으며 지난 19일부터는 애니메이션 '가필드-마법의 샘물'도 상영하고 있다. 이어 3월에는 공포영화 '블러디 발렌타인'이 상영될 예정이다. 상영관은 넓은 공간이 필요한 좌석의 특성상 88개 좌석만 갖췄으며 관람료는 1만2천~1만4천원('가필드'는 6천~1만원)으로 다른 상영작에 비해 비싼 편이다. CGV의 이상규 홍보팀장은 "관객들에게 다양한 영화 관람 경험을 선사한다는 의도를 가지고 4D 상영관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영화> '블레임:인류멸망 2011'

(서울=연합뉴스) '블레임:인류멸망 2011'은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일본 전체를 황폐화한다는 설정의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다. 일본 영화지만 '블록버스터'라는 꼬리표를 단 이 영화가 내세우는 장점은 할리우드 영화와 다를 게 없다. 탄탄한 캐릭터나 매끄럽고 긴장감 있는 줄거리 전개보다는 황폐해진 일본 거리를 담은 스펙터클이 중심이다. 인파로 붐비던 시내의 거리는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한산해지고 급기야 버려진 자동차와 쓰레기로 가득 찬다. 쇼핑센터의 식료품 매장에서는 약탈이 벌어지고 놀이 공원에는 사람의 흔적이 사라진다. 바이러스로 초토화한 섬나라 일본의 모습은 일본인뿐 아니라 다른 국가의 관객들도 공포를 느낄 정도로 섬뜩하다. 꽤 사실적인 상상력에서 출발하지만, 영화는 볼거리에 치중한 나머지 흡입력 있는 줄거리로 관객들의 시선을 붙잡아 두는 데는 실패했다. 재난 속에서 피어나는 사람들 사이의 연대감이 담겨 있기는 하지만 호흡이 짧다. 바이러스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 나서는 인물들의 활약은 긴장감이 떨어지며 주인공들의 애정 라인도 신파조로 늘어진다. 그 사이를 메우는 것은 "인류도 지구에 대한 바이러스일 뿐"이라는 식의 말 뿐인 환경주의이며 "바이러스가 다른 곳이 아니라 일본을 덮친 것은 일본이 비난(블레임ㆍBlame) 받을 이유가 있어서"라는 식의 구체적이지 않은 자기비판이다. 재난 영화 장르에 흔히 등장하는 다양한 인간군상도 등장하지도 않는다. 주변인물들에 대한 탄탄한 캐릭터 구축 없이 산만하게 줄거리가 펼쳐지니 재난을 통해 사회의 폐부를 건드리는 재난 영화 장르의 장점을 스스로 포기한 셈이다. 감독은 '문 차일드', '비밀 여행' 등을 만들었던 제제 다카히사.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로 한국에서 특히 인기가 많은 쓰마부키 사토시와 이케와키 치즈루가 의사와 환자 역으로 출연하며 신예 여배우 단 레이가 세계보건기구(WHO)의 책임자 역을 맡았다. 일본 개봉 제목은 일본 전역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것을 뜻하는 '감염열도'(感染列島)다. 고립된데다 지진의 위협에 시달리는 섬나라 일본의 불안감이 드러나는 제목이다. 한국 제목의 '블레임'은 영화 속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붙여진 이름이다. 26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창작열 넘치는 독립영화 '곡사 특별전'

(서울=연합뉴스) 한국영상자료원은 20~22일 시네마테크 KOFA에서 왕성한 창작열로 난해하면서도 흥미로운 영화들을 선보여온 '영화창작집단 곡사'의 전작 13편을 상영하는 특별전 '김곡, 김선 감독 작품선'을 연다. 김선ㆍ김곡 형제 감독이 이끄는 곡사는 극 영화와 다큐멘터리 영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실험적인 서사와 이미지를 과감하게 만들어낸 영화들로 호평을 받아왔다. 이번 전작전에서는 '자본당 선언'(2003), '정당정치의 원리'(2003), '빛과 계급'(2003), '정당정치의 역습'(2006) 등 곡사의 이름을 알린 자본주의 및 사회 계급 문제를 담은 실험영화들이 상영된다. 반복과 재현에 관한 성찰을 그린 '반변증법'(2001), 시간, 공간, 기억에 관한 실험을 담은 '시간의식'(2002) 등 초기작과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 옴니버스영화 '세 번째 시선'에 수록된 '밤밤밤(2006ㆍBomb Bomb Bomb)'도 소개된다. 곡사의 최신작 '디그레션'(2009)과 공장지대 근처에 사는 두 남녀의 관계를 '지루하고 지독하게' 그려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 대상을 받은 김곡 감독의 '고갈'(2008)도 상영된다. 21일 오후 4시30분 '고갈' 상영 후에는 김선ㆍ김곡 감독과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이 관객과 대화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한국영상자료원이 독립영화 전문 프로그램 '해피 투게더, 독립영화'를 운영하면서 특정 감독의 전작전을 마련한 것은 처음이다.

<새영화> '레이첼, 결혼하다'

(서울=연합뉴스) 인간의 상처와 치유에 관한 성장영화는 수없이 많다. 진정한 가족애의 의미를 묻는 가족영화 역시 많다. '레이첼, 결혼하다'는 또 하나의 성장영화고 가족영화지만 주인공과 관객의 아픔을 함께 다독이고 정화하면서 특별한 카타르시스의 순간을 안긴다. 줄거리 자체는 단순하다. 10대 시절부터 약물중독으로 재활원에서 지내고 있는 킴(앤 해서웨이)은 언니 레이첼(로즈마리 드윗)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온다. 아빠와 새엄마, 언니, 재혼한 엄마 등 가족들은 킴을 반기지만 한편으로 불안한 눈길을 거두지 못한다. 결혼식 리허설 저녁, 친지들이 한 명씩 잔을 들고 일어서서 신랑과 신부에게 축복의 말을 하는 가운데 불쑥 일어난 킴은 부적절한 말로 찬물을 끼얹는다. 만찬이 끝난 뒤 언니 레이첼은 킴을 향해 억눌렀던 감정을 폭발시키고, 가족들이 모두 가슴에 묻었지만 결코 잊지는 못한 과거의 상처가 드러난다. '레이첼, 결혼하다'는 솔직담백한 표현과 뛰어난 감정 조절을 통해 물 흐르듯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카메라는 짧은 컷과 컷을 이어 맞추기보다 한 장소에서 인물들의 행동을 참을성있게 지켜보면서 관객들이 등장인물들의 인생에 자연스럽게 빠져들 여지를 준다. 호흡이 긴 장면 장면의 여백은 재치있고 의미있는 대사들이 채운다. '도그마 95' 영화를 연상시킬 만큼 핸드헬드 카메라에 자연광, 야외 로케이션, 롱 테이크를 활용해 촬영된 리허설 만찬, 중독자 모임, 결혼 준비과정, 결혼식 피로연 장면들은 사실적인 동시에 아름답다. 극적 갈등이라는 폭풍이 지나간 뒤 유려하게 펼쳐지는 결혼식 피로연 장면은 팔레스타인 출신의 자퍼르 타윌 음악감독이 빚어낸 이국적인 음악과 어우러져 다문화적인 분위기를 낸다. 앤 해서웨이가 연기한 킴이 가족의 상처를 털어놓는 장면을 큰 비밀을 폭로하듯이 감정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담백하게 담아낸 장면도 인상적이다. 서로 잔인하게 상처를 주지만 결국엔 슬며시 돌아가 곁에 나란히 서게 되는 것이 가족이다. 상처를 주고받고, 밤새 가슴을 치며 울고도 이튿날 아침 아무렇지 않게 일상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잡아낸 순간 포착이 뛰어나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훌륭하다. 특히 '프린세스 다이어리',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등에서 발랄하고 상큼한 모습을 선보였던 앤 해서웨이의 연기 변신은 눈여겨볼 만하다. 담배를 입에 물고 툭툭 거친 말을 내뱉는가 하면 떠안은 상처를 어쩌지 못하고 방황하는 깊은 내면 연기까지 열연했다. 1980년대 청춘스타 데브라 윙거가 중간 중간 감정의 흐름을 변화시키는 킴의 엄마 역을 맡았고 아버지 빌 어윈은 가족들을 감싸 안는 정 많은 아버지 역을 맡아 캐릭터와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든다. '양들의 침묵', '필라델피아', '찰리의 진실'을 연출했던 조너선 드미 감독이 전작들과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2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여성의 삶'에 손들어준 베를린영화제>

(서울=연합뉴스) 베를린 국제영화제가 가혹한 사회에 내던져진 여성의 삶을 다룬 영화들의 손을 들어줬다. 5~15일 열린 제59회 베를린 영화제는 페루 영화 '슬픈 모유(The Milk of Sorrow)'에 최우수 작품상인 금곰상을 안겼고, 심사위원대상은 아르헨티나 아드리안 비니츠 감독의 '거인(Gigante)'과 독일 감독 마렌 아데의 '다른 모든 사람들(Everyone Else)'에 나눠줬다. 지역적으로는 예술영화의 본산지인 유럽에서는 주요 부문에 수상작을 많이 내지 못했고 최근 몇 년간 세계 영화계에서 두드러졌던 남미 등 제3세계 영화의 강세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 ◇사회영화ㆍ여성영화 강세 = 영국 여배우 틸다 스윈턴을 수장으로 한 7인의 심사위원단은 사회가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영화들을 선택해 사회ㆍ정치영화에 대한 베를린 영화제의 기호를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동시에 심사위원단은 '여성'에 관심을 쏟았다. 전쟁, 성폭력, 납치 등 가혹한 사회 현실 속에 내던져진 여성의 상처를 다룬 영화들이 수상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금곰상 수상작인 '슬픈 모유'는 임신 중 강간이나 학대를 당한 여성의 모유를 통해 아이에게 전염되는 괴질환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페루에 게릴라 전쟁과 테러, 정치 폭력이 난무하던 1980~1990년대 20년간 강간으로 고통받은 페루 여성들을 조명했다. 클라우디아 요사 감독의 두 번째 장편인 이 영화에서 여주인공 파우스타(마갈리 솔리에 분)는 '슬픈 모유'라는 질병으로 고통을 받다가 어머니가 사망한 후 삼촌이 살고 있는 리마로 떠나면서 공포에서 탈출해 자유를 얻게 된다. '슬픈 모유'는 금곰상을 놓고 경쟁한 18편 가운데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지는 못했지만 작품성이 뛰어나 수상 후보 중 하나로 점쳐졌다. '슬픈 모유'는 페루 영화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베를린 영화제 주 경쟁부문에 올라 수상까지 한 동시에 남미 영화의 현재를 보여줬다. "이 상은 나의 조국, 페루를 위한 것"이라는 로사 감독의 소감은 지난해 금곰상을 받은 브라질 '엘리트 스쿼드'의 조제 파딜라 감독이 "이 상은 브라질 영화가 받는 것"이라고 말한 소감과 일맥상통한다. 이란의 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에게 감독상을 안긴 '엘리에 관하여(About Elly)'는 친구들과 주말에 해변으로 소풍 갔다가 실종된 여성에 관한 이야기로, 전통적ㆍ사회적 가치가 혼란스럽게 뒤섞인 이슬람 사회에서의 남녀 관계를 살펴보는 영화다.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아드리안 비니츠 감독의 '거인'은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경비원이 한 여성에게 강한 집착을 보이며 따라다니는 이야기이며, 독일 여성감독 마렌 아데의 '다른 모든 사람들' 역시 지중해로 휴가를 떠난 여주인공이 관계에서 오는 갈등과 위기를 맞는다는 내용이다. ◇언론 주목 못받은 조용한 진행 = 스타들을 적극 초청해 떠들썩하게 언론의 주목을 모으고 있는 칸 국제영화제와 달리 베를린은 스타 대신 저예산 독립ㆍ예술 영화들을 선택해 조용하게 행사를 치렀다. 주요 부문에서 수상한 미국 영화는 우디 해럴슨, 벤 포스터 주연의 '더 메신저(The Messenger)'가 유일하다. 이 영화는 오렌 무버먼 감독과 알레산드로 케이먼에게 각본상을 안겼다. 남녀 주연상을 받은 배우들 모두 국내 대중들에게는 생소한 이름이다. 남우주연상은 2005년 영국 런던에서 52명의 사망자를 냈던 지하철 테러 사건을 영화화한 '런던 리버(London River)'에 출연한 말리 출신 배우 소티귀 쿠야테에게 돌아갔으며 여우주연상은 '다른 모든 사람들'의 오스트리아 배우 비르기트 미니흐마이어가 받았다. 그 밖에 2007년 박찬욱 감독이 받았던 특별상인 알프레드 바우어상은 올해 '거인'과 폴란드 거장 안제이 바이다 감독의 신작인 '스위트 러시(Sweet Rush)'가 받았다. 일반인들에게 낯선 이름들이 수상작 목록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이미 영화제 조직위가 초청작 명단을 발표하고 영화제가 진행되면서 예상된 일이었다. AFP통신에 따르면 토미 리 존스가 주연한 '인 디 일렉트릭 미스트(In The Electric Mist)' 등 올해 베를린이 선택한 여러 영화들이 언론과 평단으로부터 혹평을 받았고 영화제 집행위원장 디터 코슬릭은 "영화제의 주요 임무는 감독들의 작업을 조용히 뒤따르는 것이며 그들이 항상 걸작만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해야 했다. ◇경쟁부문 진출 못한 한국영화 = 한국은 이번 영화제에서 경쟁부문에는 초청받지 못해 영화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지만 젊은 감독들의 실험성을 높이 사는 포럼 부문에는 다수 작품이 진출해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남겼다. 포럼 섹션에 이윤기 감독의 '멋진 하루', 노경태 감독의 '허수아비들의 땅', 백승빈 감독의 '장례식의 멤버', 이숙경 감독의 '어떤 개인 날', 재미교포 김소영 감독의 '나무없는 산' 등 5편이 포럼부문에서 상영됐다. 이 가운데 '어떤 개인 날'과 '장례식의 멤버'는 신인 감독들의 장편 데뷔작이다. 또 청소년 영화 부문인 '제너레이션 14플러스(Generation 14PLUS)' 섹션에 정지연 감독의 단편 '봄에 피어나다', '컬리너리 시네마(부엌 영화)' 섹션에 민규동 감독의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가 초청됐다. 그러나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칸ㆍ베를린ㆍ베니스 영화제에서 경쟁 부문에 진출하거나 수상해 국제무대에서 한국영화의 위상을 높이는 일은 언제나 국내 관객들이 바라고 기다리는 소식이다. 앞서 한국 영화는 1961년 강대진 감독의 '마부'가 은곰상을 수상한 이래 베를린 영화제에 8편의 본선 경쟁작을 배출했다. 1994년에는 장선우 감독의 '화엄경'이 알프레드 바우어상을 수상했고 김기덕 감독은 2004년 '사마리아'로 감독상을 받았으며 임권택 감독은 2005년 세계적으로 영화 인생을 인정받는 영화인에게 주어지는 명예 금곰상을 받고 특별 회고전이 개최되는 영광을 안았다. 2007년에는 박찬욱 감독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가 알프레드 바우어상을 수상했다.

<새영화> 다큐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는 재일 교포로는 처음으로 일본 정부를 상대로 위안부 관련 소송을 제기했던 송신도(86)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송 할머니는 1993년 국회와 총리의 사과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이 소송은 10년 뒤인 2003년 대법원 판결까지 모두 송 할머니의 패소로 끝이 났다. 영화는 송 할머니가 싸운 10년 간의 기록인 동시에 그녀와 그녀를 도운 '재일 위안부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이하 지원모임)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 속 두 축은 줄곧 일본에서 생활해 온 송 할머니와 그녀를 돕는 일본인이나 재일 한국인들이다. 일본어 대사인데다 일본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위안부 문제를 다룬 다른 다큐멘터리와 차별되는 상황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정신대 문제에 대해 일본이라는 국가와 일본인을 하나로 묶어 비난하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이 영화가 이야기 하는 것은 반전과 평화, 그리고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 사이의 연대다. 일본의 정부와 정치인들에게 욕을 쏟아내는 송 할머니가 결국 하고 싶은 말은 "두 번 다시는 전쟁을 하지마라"는 것이다. "비난받을 대상은 전쟁과 전쟁을 일으킨 사람들"이고 "일본 정부의 사과는 앞으로 자라날 아이들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게 일본군의 칼에 베인 상처와 일본군에게 맞아 난청을 겪는 귀를 지닌 송 할머니가 힘줘 말하는 것이다. 이는 그저 할머니의 이야기만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할머니와 지원모임의 만남에 힘을 준 감독의 연출 의도와도 연결된다. 과거의 상처로 남을 믿지 않는 할머니는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나게" 생겼으며 "피해자답지 않은 '분노'와 '웃음'을 함께 가지고 있는 모습"이

플라이투더스카이 "해체아닌 프로젝트 활동"

(서울=연합뉴스) "결코 플라이투더스카이가 해체되진 않을 겁니다. 향후 각각 솔로 활동에 주력하되 플라이투더스카이는 프로젝트 그룹 형식으로 음반을 발표할 것입니다." 10주년을 맞아 8집 '디세니엄(Decennium)'을 발표한 남성 듀오 플라이투더스카이(환희 27ㆍ브라이언 28)가 최근 불거진 해체설에 대한 입장을 처음 밝혔다. 두 멤버는 1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8집이 우리의 마지막 정규 음반이 될 것"이라며 "현 소속사와 이번 음반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돼 각자 솔로 활동에 주력할 것이다. 아직 결정되진 않았지만 둘의 소속사가 달라지더라도 플라이투더스카이라는 이름으로 싱글, 미니, 스페셜 음반 등을 내며 프로젝트 그룹 형식으로 꾸려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솔로 활동에 대한 각자의 방향도 공개했다. 브라이언은 "6월부터 미국 루이지애나에서 할리우드 영화 촬영을 시작한다"며 "아직 어떤 시나리오, 어떤 캐릭터인지는 공개하기 어렵다. 이후 솔로 음반을 낼 것인데 대중음악이 아니라 CCM 음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희는 "10월 안에는 솔로 음반을 낼 것"이라며 "사람들은 내가 발라드 음반을 낼 것이라고 여기지만 솔직히 발라드는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흑인 풍의 R&B에 고급스러운 댄스를 가미하고 싶다. 연기는 몇몇 작품을 해봤는데 좀 더 열심히 공부해서 다음 작품을 선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에게 두 사람의 솔로 음반이 비슷한 시기에 맞붙어 경쟁하는 상황도 생기겠다고 하자 브라이언은 웃으며 "아마 환희에게 '노래 좋더라'고 어깨를 다독이면서 속으로는 '내가 1등 해야지'라고 생각할 것 같다"고 말한 뒤 "서로 음반 발매 시기가 겹치지 않게 간격을 두지 않을까. 둘 다 잘돼야 플라이투더스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