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19일 개봉하는 독립 다큐멘터리 '할매꽃'은 이념간 갈등, 전쟁, 남북 분단 등 한국 현대사를 외할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의 이야기로 풀어낸 영화다. 외할머니, 작은 외할아버지 등 전남의 한 시골 마을에서 외가 식구들의 행적을 뒤좇는 이야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가족사이지만 동시에 피로 얼룩진 역사에 관한 기록이다. 이 다큐 영화를 찍은 문정현 감독은 카메라를 처음 잡을 때만 해도 이런 가족사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했다. 어머니로부터 외할머니와 효행에 관한 다큐를 찍어보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받았지만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가 작은 외할아버지의 일기를 보고, 외가의 좌익운동사에 대해 알게 됐다. "충격이었죠. 내 가족 얘기지만 우리 근현대사를 살펴보는 다큐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가의 폭력, 그로 인한 아픔을 가진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문 감독이 외가가 있는 마을에서 마주친 것은 해방과 전쟁, 독재정권을 거치면서 좌ㆍ우익으로 나뉘어 끊임없이 이웃의 피로 손을 적신 사람들과 여전히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한 후손들의 슬픈 모습이었다. 가족의 상처는 생각보다 깊었고 다큐가 대상에 어느 정도 접근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컸던 문 감독은 중간에 몇 차례나 촬영을 '엎으려고' 했다. "가족 다큐가 시작은 쉽습니다. 낯선 대상을 찍을 때 가까워지는 데만 1∼2년이 걸리지만, 가족은 이미 친하니까 바로 찍을 수 있죠. 하지만, 하다 보니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게 힘들더군요. 가족의 슬픔을 이미 내 아픔으로 받아들였으니까요. 좋은 가족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란 어렵구나, 알게 됐죠." 촬영이 한창일 때, 문 감독은 가족사 자체보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비극적인 역사에 좀 더 집중하려 했다. 제목도 빨치산을 가리키는 '밤손님'이었다. 그러나 역사의 수렁에 빠진 가족들을 돌보면서도 남들에게 베푸는 법을 잊지 않았던 외할머니의 별세를 계기로 그는 다시 역사에서 멀지 않은 집으로 되돌아왔다. 영화는 외할머니를 중심으로 외가의 이야기로 확장해 나가는 '할매꽃'이 됐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가장 힘들었어요. 그분께 바치려고 한 영화니까요. 영화를 완성하고 외할머니의 1주기 추도식 때 가족들에게 가편집본을 보여 드렸어요. 별다른 말씀은 없으셨어요. 어머니가 '고생했다'고만 하시더군요." 그가 '할매꽃'을 통해 관객에게 보여주려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답은 문 감독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거실에 나란히 앉아 사회 갖가지 현안에 대한 전혀 다른 생각들을 이야기하는 장면에 들어 있다. "사람들은 생각이 다르다는 거죠. 한이불 덮고 자는 부부가 이렇게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는 겁니다. 또 부모님과 나, 셋만 봐도 이념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다르거든요. 그런데 생각이 다르다는 것 때문에 사람이 죽기도 합니다. 과거뿐 아니라 용산 참사를 보면 현재도 계속되고 있어요." 그의 차기작은 시민사회운동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서울YMCA의 여성회원 참정권 문제를 중심으로 현재의 한국 시민사회 운동을 성찰하는 영화다. 그는 다큐멘터리는 과거만이 아닌 현재의 기록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립 다큐멘터리는 과거에만 제한돼서는 안 되고 현재의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현장에서 실천하지 않는 다큐멘터리 영화란 죽어 있는 것이니까요."
(서울=연합뉴스) 3, 4월, 스크린에도 봄비가 내린다. 따뜻한 바람이 불고 꽃이 피기 시작하는 봄은 연인 관객들의 춘심을 자극할 수 있는 로맨스ㆍ멜로 영화가 많이 찾아오는 계절이다. 올봄에는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는 물론 눈물샘을 자극하거나 감정선이 강렬한 멜로영화들도 여러 편 내걸린다. ◇멜로, 강렬하거나 애잔하거나 = 19일 개봉하는 '엘레지'와 26일 개봉하는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줄거리와 파격적인 정사신이 담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멜로다. '엘레지'는 30살의 나이 차가 나는 대학교수와 여제자가 성적 욕망과 집착으로 시작해 사랑을 깨닫기까지 어긋나는 관계를 그린다. '더 리더'는 열다섯 살 소년이 중년이 되기까지 안고 가는 사랑을 그린다. 소년은 연상의 여인과 열정적인 사랑에 빠지지만 이 여성이 나치 전범이고 자신만 아는 비밀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갈등한다. 11일 개봉하는 한국 멜로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는 친구이자 연인이고 가족인 두 젊은 남녀가 불치병과 죽음이라는 벽을 뛰어넘어 서로 지켜주기 위해 애쓰는 신파 멜로다. 다음 달 9일 개봉하는 천카이거 감독의 '매란방'은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경극배우 매란방이 남장 전문 배우 맹소동을 만나 사랑에 빠져 평범한 삶을 꿈꾸지만 결국 무대를 저버리지 못한다는 안타까운 러브스토리를 그렸다. ◇상큼 발랄 로맨틱 코미디 = 할리우드에서는 코미디에 심혈을 기울인 상큼한 로맨스가 찾아온다. 26일 개봉하는 '쇼퍼홀릭'은 '칙릿' 열풍을 부채질한 베스트셀러를 스크린에 옮긴 영화로 '신상'과 '명품'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된장녀'가 늘어나는 빚을 해결하려 좌충우돌하다가 결국 경제력은 물론 진정한 사랑까지 찾는다는 이야기다. 12일 개봉하는 '뉴욕은 언제나 사랑중'은 인기 연애 상담사가 멋진 약혼자와 결혼할 계획을 세우지만 엉뚱한 남자와 혼인신고 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혼란에 빠진다는 영화다. 역시 12일 개봉하는 '보이 걸 씽'은 전혀 다른 배경과 성격을 가진 남녀 고등학생들의 몸이 마법으로 바뀌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다. 뒤바뀐 삶에 적응하지 못하고 으르렁대던 둘은 점점 서로 이해하며 사랑을 싹 틔운다. 이 밖에 프랑스 파리 골목에서 펼쳐지는 평범한 파리 사람들의 알싸한 로맨스를 그린 '사랑을 부르는, 파리'는 다음 달 9일 개봉한다. 이번 달 무용 공연으로 방한하는 쥘리에트 비노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한국 독립영화 '워낭소리'가 2주 연속 정상을 달린 극장가에서 신작 블록버스터 '왓치맨'이 무서운 기세로 관객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5일 오전 현재 '왓치맨'은 주요 예매사이트에서 40%를 웃도는 예매 점유율을 보이며 2위 '워낭소리'를 큰 차이로 따돌리고 있다. '왓치맨'은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예매율 집계에서 46.5%로 18.3%의 '워낭소리'를 제쳤으며 맥스무비에서도 42.2%로 22.9%의 '워낭소리'에 앞섰다. '워낭소리'의 기세가 주춤한 상황에서 개봉 4주차를 맞은 '작전'과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작전'은 영진위 집계에서 12.3%로 3위에 올랐으며 '벤자민 버튼…'은 맥스무비에서 11%로 3위를 차지했다. 이번 주말에는 영화제를 통해 호평을 받아온 미국 영화들이 대거 신규 개봉한다. 미키 루크의 열연이 호평을 받으며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더 레슬러'와 콜린 파렐에게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안겨 준 '킬러들의 도시'가 개봉하며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작인 '프로스트VS닉슨'도 처음 관객들을 만난다. 이외에도 류웨이장(유위강.劉偉强)의 신작인 홍콩 멜로물 '라스트 프로포즈'도 신작 목록에 포함돼 있으며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담아낸 일본 영화 '유어 프렌즈'도 개봉한다. 소규모 개봉 영화로는 독일영화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이 1만명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고 있으며 비슷한 규모로 상영 중인 한국 영화 '낮술'은 2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다. '사랑 후에…'는 시네코드를 비롯해 5개 스크린에서, '낮술'은 '하이퍼텍 나다' 등 11개 스크린에 걸려 있다. 일본 스타 이케와키 치즈루가 출연하는 한국 영화 '오이시 맨'도 'CGV 무비꼴라쥬' 라인에서 상영 중이며 재일 위안부 할머니 송신도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그래도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도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 수입사 KTH, 20여분 임의 삭제ㆍ엔딩 바꿔 日 영화사 "좌시 안할 것…법적대응 고려" (서울=연합뉴스) 일본 영화 '블레임:인류멸망2011'(이하 블레임)의 한국 수입사 KTH가 일본 제작사의 허락 없이 이 영화를 20여분 잘라서 개봉한 것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KTH는 이 영화의 결말까지 마음대로 바꿨다가 일본 측의 공식 항의를 받고 나서야 다시 원편대로 바꾸는 촌극을 벌였다. 5일 영화계에 따르면 KTH는 '블레임'을 138분 분량의 원편에서 21분 가량을 잘라내 117분 분량으로 다시 편집한 뒤 지난달 26일 개봉했다. '블레임'은 KTH가 영화업에 뛰어들어 수입해 개봉한 첫 작품이다. 이 영화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일본 전체를 황폐화한다는 설정의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다. '문차일드'의 제제 다카히사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톱스타 쓰마부키 사토시와 단 레이가 출연한 화제작이다. 영화 원편은 바이러스의 피해를 극복한 뒤 인물들의 이야기를 에필로그로 담아 해피 엔딩이지만, KTH는 바이러스의 피해 상황이 점차 늘어가는 것만 보여주는 것으로 영화가 끝나도록 편집했다. 무단 편집은 일본 제작사인 TBS(도쿄방송)에는 알리지 않은 채 진행됐지만 한국판과 원편의 결말이 다르다는 것이 TBS 관계자들의 귀에 들어가면서 문제로 불거졌다. 개봉 2일 전에 한국판의 결말이 변경됐다는 것을 알게된 TBS는 KTH에 공식 항의를 하고 원편 그대로 상영해줄 것을 요구했다. KTH는 지적을 받고 원편 상영을 약속했지만 개봉이 임박한 시점이어서 원편의 엔딩 부분 2분 만을 붙여 넣은 채 117분 분량의 편집본으로 극장 상영을 시작했고 일본 제작사의 원편은 이달 4일에야 극장에 걸릴 수 있었다. TBS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보낸 자료에서 "상영시간이 줄어든데다가 결론마저 바뀌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라 KTH에 항의했다"며 "KTH가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였지만 이미 편집된 버전으로 상영 프린트를 준비해둔 상태여서 수정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TBS는 "KTH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 특히 결론을 정반대로 바꿔 놓은 것은 창작자의 의도에도 완전히 반하는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일원으로서 이 문제를 경시하거나 묵인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법률 고문으로부터 조언을 들으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적으로 수입 영화를 무단으로 편집해 상영 시간을 줄이는 것은 드문 경우다. 특히 '블레임'처럼 결론이 바뀌어 상영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한국의 경우 1997년 뤽 베송 감독의 '제5원소'와 할리우드 영화 '스피드2'를 수입사가 임의로 삭제해 물의를 빚었고 2002년 '알리' 역시 일부가 잘려나간 채 상영됐다가 물의를 빚었지만 이후에는 비슷한 행위로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이에 대해 KTH의 관계자는 "TBS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실수가 있어서 벌어진 해프닝일 뿐이다"며 "임의 편집된 사항에 대해서는 TBS의 양해를 구했으며 현재는 일본이 제작한 원편 그대로 상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독일 작가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책 읽어주는 남자'는 사랑과 배신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소년에 관한 성장소설이자 독일의 2차대전 세대와 전후 세대의 죄의식과 통합에 관한 사회소설이다. 미국 제작사 와인스틴 컴퍼니, 미라지 엔터프라이즈와 영국 출신 스티븐 달드리 감독이 영화화한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는 전반적으로 소설의 줄거리를 그대로 가져 왔다. 15세 소년 마이클(마이클 버그)은 길을 가다가 열병으로 심한 구토를 일으키고 우연히 30대 여인 한나(케이트 윈즐릿)의 도움을 받는다. 둘은 이후 서로에게 강하게 끌리며 비밀스러운 연인 관계를 유지하고, 한나는 관계를 가지기 전 책을 읽어달라고 청한다. 어느 날 한나는 갑자기 사라지고 8년이 흐른다. 법대생이 된 마이클은 나치 전범 재판을 참관했다가 피고인 신분의 한나를 발견한다. 줄거리에는 변화가 없지만 제작진은 할리우드식 각색을 단행했다. 열정과 죄책감이 혼란스럽게 뒤섞인 원작 속 '미하엘'의 복잡한 감정은 영화 속에서 '마이클'의 운명적인 사랑으로 그려졌다. 할리우드의 손길은 무엇보다 나치 전범 문제에 닿아 있다. 원작 소설은 나치의 범죄에 무의식적으로 가담한 평범한 독일인에게 변명의 기회를 줘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고 홀로코스트를 독일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영화 제작진은 이런 소설의 정치성을 끝까지 짊어질 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도덕성의 잣대와 단죄에 대한 의무감을 버리지 못한다. 미해결된 수용소 문제를 토론하고 단죄받지 못한 전범들을 비판하는 법학도들의 설전은 길게 묘사됐다. 중년에 들어선 마이클(랄프 파인즈)이 가해자를 대신해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는 장면도 추가됐다. 이 영화가 아카데미 회원들의 지지를 받아 5개 부문에 후보 지명되고 수상까지 한 이유는 용서를 거부하는 생존 유대인의 표정을 클로즈업하는 마지막 장면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값싼 감동을 설파하는 것은 아니다. '빌리 엘리어트', '디 아워스'를 통해 탄탄한 연출 실력을 보여왔던 달드리 감독은 종전 후 수십 년이 흐른 뒤에도 해결되지 않은 과거사, 전쟁에 휩쓸린 개인의 비극, 꺾이지 않는 인간의 자존심에 진지하게 접근했다. 소년과 연상의 여인간 사랑은 아름답게 그려졌으며 이야기의 흐름은 관객들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만큼 매끄럽다. 30대부터 60대까지 한나를 연기한 케이트 윈즐릿의 연기도 흠잡을 데가 없다. 복잡한 사연과 상처를 가진 모습을 열연한 윈즐릿은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26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서울=연합뉴스) 최위안 감독의 영화 '저녁의 게임'이 2일 폐막한 제20회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 경쟁부문인 오프시어터에서 특별상(홋카이도 지사상)을 받았다고 영화제 사무국이 3일 밝혔다. '저녁의 게임'은 치매에 걸린 일흔의 아버지와 서른 다섯살의 딸이 저녁마다 마주앉아 치는 화투 게임을 통해 가정폭력으로 무너진 가족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오프시어터는 주요 경쟁 부문의 하나로 실험적인 영화를 소개하고 있으며, 이 부문의 그랑프리는 '대권총', 심사위원상은 'SR 사이타마의 래퍼' 등 일본 영화들이 차지했다. 최 감독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는데 유바리와의 인연이 깊어져 약혼한 기분이다"라고 소감을 밝히면서 "'저녁의 게임'에 대한 반응이 의외로 좋아 다음 작품 촬영 장소는 일본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유바리영화제는 일본 홋카이도의 폐광도시 유바리에서 열리는 영화제다.
(서울=연합뉴스) 영화감독 원태연의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는 시인 원태연의 시들과 똑 닮았다. 사랑 표현에 거리낌 없고 슬픔을 비롯한 모든 감정은 예쁘게 포장됐다. 통속적이라고 쉽게 무시할 수도 없다. 실제 세계에는 없을 법한 순백의 사랑을 스크린에서 만나고 싶어하는 관객들이 분명히 존재하므로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여지도 넉넉하다. 현실성 여부와 관계없이 캐릭터 표현과 극적 흐름에 성실한 이 영화는 상업영화로서의 '때깔'도 충분히 갖췄다. 감독이 활자에서 영상으로 이제 막 넘어온 신인이지만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장화홍련'의 이모개 촬영감독, 오승철 조명감독, 조근현 미술감독 등 중견 스태프들이 빚어낸 영상은 아름답고 영화적이다. 영화가 이제 끝났나 싶을 때 이야기의 시점을 다른 주인공에게로 옮기며 '반전'을 보여주는 구성 방식은 새롭지는 않더라도 적절하게 쓰여 이야기를 좀 더 흥미롭게 만든다. 다만, 이 영화가 호소할 수 있는 관객층은 한정돼 있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영화에 약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관객이라면 문제없지만 사랑 타령에 익숙지 않은 관객이라면 외계에서 가져온 듯 비현실적인 기본적인 설정과 대사들에 감정이입이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가슴을 움찔하게 하는 현실적인 멜로를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새하얀 천을 한 꺼풀 입힌 식탁을 보고 식욕이 동하지는 않을 듯하다. 엄마에게 버림받은 소년에게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은 소녀가 다가온다. 소녀와 소년은 한집에서 살기 시작하고 서로에게 케이, 크림이라는 별명을 붙여준다. 성장한 케이(권상우)는 라디오 PD가 되고 크림(이보영)은 작사가가 된다. 케이는 이미 친구를 넘어서 가족인 크림을 사랑하지만 고백하지 못하는데, 케이가 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크림은 라디오 프로그램의 게스트로 출연한 치과의사 주환(이범수)과 만난다. 케이는 주환이 믿음직하다고 판단해 자신이 죽기 전에 크림과 결혼시키기로 하고, 주환의 약혼녀 제나(정애연)가 주환을 떠나도록 하기 위해 나선다. 가수 이승철이 가수 역으로 특별 출연해 노래 실력을 선보였다. 1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서울=연합뉴스) 독립영화, 예술영화, 고전영화, 다큐멘터리영화 등 비상업영화 또는 다양성영화를 지원하기 위해 대형 상업영화의 스크린 독과점을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화평론가 곽영진씨는 26일 오후 영화진흥위원회와 허원제(한나라당) 의원 주최로 열리는 '다양성영화 진흥정책 토론회'에서 발표하는 '다양성영화 지원 프로그램 운영방안' 주제문에서 "영화문화의 다양성뿐 아니라 영화시장ㆍ영화산업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씨는 "다양성영화가 멀티플렉스 극장에 진입하지 못하거나 며칠 만에 쫓겨나지 않고 공정히 경쟁하도록 도와야 한다"며 "스크린 독과점과 가격 덤핑을 금지하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계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멀티플렉스에서 영화 1편의 40% 이상 스크린 점유 금지 ▲상영 일정ㆍ프로그램 의무예고제 ▲일정 기간 비디오ㆍDVD 신상품의 10% 이상 할인 금지를 제안했다. 곽씨는 "다양성영화 전용관 비율이 2006년 기준으로 영국 6%, 프랑스 16.3%보다 낮은 1.1%에 불과하므로 5% 이상으로 확대해야 하며 다양성영화 전용 복합상영관 건립 사업이 적극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종국 홍익대 영상대학원 겸임교수는 '다양성영화 지원제도의 법제화 방안' 발제문에서 "영비법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비상업영화'의 정의를 명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극장에 부과되는 영화발전기금의 관리ㆍ운영에 대한 감시기능을 영비법에 규정하고 극장뿐 아니라 TV, 인터넷, IPTV 등에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시행령으로 정해져 있는 한국영화 상영의무일수(스크린쿼터)의 영비법 명시와 극장의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가입 의무화를 제안했다. 김 교수는 스크린 독과점 문제에 대해서는 "법률상 규제는 시장을 더욱 위축할 우려가 있다"며 영비법보다는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통해 적정 스크린수 비율을 넘길 때마다 할증료를 부과하고 할증료는 비상업영화 지원기금으로 돌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허원제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법적 정비를 통해 필요하다면 '다양성영화 쿼터제'도 필요하다"며 "다양성영화를 제작했다면 반드시 상영될 수 있도록 관련규정을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연합뉴스) 2012년이면 부산이 한국 영상산업의 중심도시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부산시와 부산 영상위원회가 25일 부산 해운대 센텀호텔에서 개최한 '미리 보는 10년 후의 부산 영상산업'이라는 주제의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의 견해다. 박광수 부산 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과 이계식 부산발전연구원장, 김성수 감독, 배우 방은진 씨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영상후반작업시설 개관으로 부산이 영화나 영상물의 기획에서부터 촬영, 편집까지 원스톱으로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고 입을 모았다. 또 영상물 촬영스튜디오와 후반작업시설 등 인프라 확충으로 수도권에 90% 이상 집중된 영화·영상 분야 전문가들의 이전과 제작사들의 부산 진출도 가속화될 것으로 참석자들은 내다봤다. 특히 영화제 전용관인 부산영상센터가 2011년 10월 준공되고 부산문화콘텐츠컴플렉스(2011년), 영화체험박물관(2012년), 영화종합촬영소(2012년), 영화촬영스튜디오(2010) 등의 시설이 예정대로 건립되거나 이전하면 부산이 명실상부한 영상 산업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이런 계획이 제대로 진행되면 국내 관련 기업과 종사자의 30% 이상이 부산으로 이주해 수도권에 집중된 관련 산업의 지형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토론회 후 부산시와 경남 김해시, 진해시, 합천군 관계자들은 영화·영상물 촬영팀 유치를 위한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촬영스튜디오와 후반작업시설 등의 고급 인프라를 갖춘 부산과 유적지와 농경지, 사극 세트장, 해군부대, 해안가, 영상테마파크 등 풍부한 촬영지를 보유한 경남의 장점을 합쳐 더욱 다양한 로케이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영상위원회는 기대하고 있다. 양해각서 교환으로 해당 자치단체는 촬영팀 공동 유치는 물론 촬영지를 활용한 관광상품도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영화 '왓치맨'의 도시는 '신시티'나 '배트맨'처럼 어둡고 음울하다. 배경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도시의 뒷골목. 화려한 네온사인과 추악한 범죄 음모가 공존하는 곳이다. 잭 스나이더 감독은 '300'에서 보여준 현란한 영상 연출 실력을 다시 한번 발휘했다. 시공간의 흐름을 제멋대로 거스르며 쏟아져나오는 스펙터클의 향연이 관객을 압도한다. 기존의 슈퍼히어로들과는 다른 영화 속 캐릭터들의 이미지는 대부분 앨런 무어의 원작 그래픽 노블에서 그대로 따왔다. 국가가 활동을 금지해 은퇴한 슈퍼히어로들은 자동차 정비공이 됐거나 은퇴해 요양원에 있다. 자신의 피겨 인형을 팔아 사업가로 변신한 경우도 있다. 상황이 현실적이 됐으니 이들의 면면도 달라졌다. 인간의 감정을 읽지 못하게 되거나, 성(性) 문제를 겪기도 하고 사랑에 힘들어하기도 한다. 사건의 발단은 '코미디언'(에드워드 블레이크)의 죽음. '왓치맨'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슈퍼히어로들 중 가장 다혈질인 멤버다. 은퇴 후에도 신분을 감춘 채 '왓치맨' 활동을 해오던 로어세크(월터 코벡스)는 살인 사건 뒤에 숨은진실을 파헤치던 중 '왓치맨'들을 없애려는 음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다른 왓치맨들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한편 예지력과 순간 이동,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춘 닥터 맨하탄(존 오스터맨)은 점점 인간성을 잃어간다. 세상과 인간들에게 무관심한 그에게 연인인 실크 스펙터(로리 저스페직)는 결별을 선언하고 닥터 맨하탄은 화성으로 잠적한다. 영화는 '평화란 무엇인가', '평화를 위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나' 같은 고민을 이야기한다. 영화는 2시간 41분의 긴 상영시간 동안 화려함으로 무장한 채 이를 둘러싼 갈등을 차근차근 쌓아가지만 막상 모든 궁금증이 풀리고 사건이 해결되는 순간은 허무하다. 장고 끝에 악수를 두는 인물들의 행동도, 갑자기 손에 손을 잡고 평화를 찾게 된 세상도 모두 개연성이 떨어진다. 3월5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