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결혼'다룬 獨영화,베를린 데뷔

베를린영화제에서 세계최초 공개 (서울=연합뉴스) 한국의 결혼제도를 다룬 독일 유명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다음달 5일 개막하는 제59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된다. 20일 베를린 영화제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울리케 오팅거(67) 감독의 '코리언 웨딩 체스트(The Korean Wedding Chest)'가 포럼 부문에서 월드 프리미어(세계 최초 공개)로 상영된다. 서울에서 촬영된 이 영화는 결혼제도를 통해 한국 전통과 현대성의 관계를 조명한 다큐멘터리다. 오팅거 감독은 독일 뉴저먼 시네마의 대표적인 감독으로, 1977년작 '마담 X'로 명성을 얻었고 독일영화의 강한 전통을 잇는 표현주의 양식의 여성주의 영화를 만들어 왔다. 그는 지난해 제1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개막작인 옴니버스 영화 '텐 텐'에 참여해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그가 3주라는 짧은 시간에 제작한 단편 '서울 여성 행복'은 한국의 결혼제도를 살펴본 작품으로, '코리언 웨딩 체스트'의 발판이 됐다. 방한 당시 오팅거 감독은 "영화의 이미지를 결정하기 위해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여기저기 돌아다녔는데 결혼산업이 굉장히 크고 중요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서울 여성 행복'의 연출 동기를 밝힌 바 있다.

"정부가 영화산업 공정거래 확립나서야"

정재형 한국영화학회장 토론회서 주장 (서울=연합뉴스) 정부의 영화진흥정책이 제작지원 뿐 아니라 공정거래 확립에도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재형 한국영화학회장(동국대 교수)은 20~21일 서울 광화문 시네큐브에서 열리는 '영화진흥 정책수립을 위한 대토론회'에 앞서 발표한 발제문에서 "정부가 영화진흥정책을 고려할 때 제작지원 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독과점 규제와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준수 활동을 통해 공정한 제작질서를 지켜주는 것도 병행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여러 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하는 것이 진정한 자본주의의 요건"이라며 "미국 영화 산업에 부를 가져다 준 것은 대기업 만의 매출이 아니라 1940년대 대기업 자본 집중을 규제한 뒤 등장한 군소제작자와 중소기업의 활발한 활동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1948년 미국 법원이 대형 스튜디오의 독과점에 대해 규제 결정을 내리고 제작ㆍ배급ㆍ상영 등을 한 회사가 가지고 있는 식의 '수직계열화'에 대해서도 해체 명령을 내렸다"며 "이후 등장한 군소 영화사들이 미국 영화 산업의 침체기에는 부흥을 주도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외에도 영화진흥위원회의 중기 영화진흥 정책 기조로 ▲저예산 상업영화의 활성화 ▲비상업영화의 적극 보급 ▲해외 수출 주력을 제안했다. 또다른 발제자인 곽영진 평론가는 "국내 홈비디오의 2008년 시장 규모는 2000년의 30% 수준으로 줄었을 정도로 시장이 몰락했다"며 "불법복제의 창궐, 업체들의 DVD 덤핑 경쟁, DVD의 품질에 대한 불만족이 원인이다"라고 진단했다. 곽 평론가는 "온라인 DVD 시장에서 불법 복제와 유통을 근절하고 합법적인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며 "영진위가 작년 하반기 이후 추진하고 있는 '공공온라인 유통망'이 온라인 영상물의 친시장적 공공유통배급망 구축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영화의 해외진출 확대 방안에 대해 발제한 이주익 보람영화사 대표는 "정부가 국가간 공동제작 협정 체결을 확대하고 국제 공동제작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외국 영화사와의 공동제작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어 "정부가 국제영화제나 국제 필름마켓을 기반으로 한 해외 홍보 마케팅도 강화하고 해외에서 한국영화제를 개최하고 한국 영화 연구자를 지원해 한국 영화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선댄스 영화제는 조용한 축제

(연합뉴스) 경제불황으로 올해 선댄스 영화제가 매우 조용한 축제가 될 것이라고 16일자 할리우드리포터가 보도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개막해 25일까지 11일동안 펼쳐지는 독립영화의 축제인 선댄스 영화제는 최근 경기도 안 좋고 지난해 영화제에서 각광을 받았던 배리 레빈슨의 '왓 저스트 해픈드'와 앤드루 플레밍의 '햄릿 2'가 소문만 무성한 뒤 박스 오피스에서 부진했기 때문에 예년에 비해 차분한 분위기다. 특히 그동안 영화제 기간동안 각종 파티를 주최했던 기업 스폰서들이 올해는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서 거품이 많이 빠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지만 선댄스 영화제의 창시자인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는 영화 투자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영화 제작자들은 영화를 만들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개막식 기자회견에서 애써 긍정적으로 밝혔다. 이런 가운데 올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영화로는 '트레이닝 데이'의 감독과 주연배우 안톤 푸쿠아와 이단 호크가 재결합한 '브룩클린 최고 경찰(Brooklyn's Finest)', 짐 캐리가 동성애자로 나온 '아이 러브 유 필립 모리스', 개막작인 애니메이션 '메리와 맥스', 케빈 스페이시의 '슈링크', 애슈턴 커처의 코미디 '스프레드' 등이 손꼽히고 있다.

<새영화> 스릴 부족한 스릴러 '트랩'

(서울=연합뉴스)일단 캐스팅이 화려하다. 최근에는 주춤하지만 4~5년 전만 해도 '쉘 위 댄스'나 '시카고'로 건재를 과시했던 리처드 기어가 주인공이며 '로미오와 줄리엣'의 클레어 데인즈가 출연한다. 팝스타 에이브릴 라빈도 특별출연으로 얼굴을 내민다. 감각적인 영상에 치밀한 구성이 장점이던 '무간도'의 류웨이장(劉偉强) 감독이 할리우드에서 만든 첫 영화다. 이쯤되니 29일 개봉하는 영화 '트랩'의 티켓 파워는 꽤 커 보인다. 류웨이장은 장점인 꼼꼼한 플롯과 영상미를 잘 살렸고 배우들의 연기도 괜찮은 편이지만 영화는 스릴러물이면서도 정작 스릴의 강도가 그리 세지 않은 치명적인 단점을 지녔다. 영화 속 사건들은 정교하게 얽혀 있으며 '무간도'나 '상생'에서 감독이 보여줬던 감각적인 화면은 이 영화에도 잘 살아 있다. 그런데도 영화의 긴장감이 덜한 것은 산만한 전개와 불안한 캐릭터 설정, 어색한 대사 탓이다. 남자 주인공 에롤(리처드 기어)이 범죄자들을 혐오하는 비뚤어진 성격이 되는 동기가 뚜렷하지 않으며 에롤이 여자주인공 앨리슨(클레어 데인즈)을 신뢰하는 계기가 되는 그녀의 과거사 역시 대사에 짧게 흘러 지나갈 뿐이다. 단번에 범인들의 정체가 밝혀지는 것 역시 김을 빠지게 하는 대목이다. 인물들은 '범인이 누구일까' , '범죄의 동기가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대신 '무간도'의 주인공들이 그랬던 것처럼 때아닌 정체성의 혼란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그러던 중 단 한 번의 헛갈림도 없이 범인이 모습을 드러낸다. 퇴직을 한 달 정도 앞둔 에롤은 성범죄 전과자들의 동태를 파악하고 관리하는 공무원이다. 에롤에게 성범죄 전과자들은 다른 범죄를 노리고 있는 잠재적인 범죄자일 뿐이다. 여성들이 실종되면 이 사람들을 먼저 의심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에롤은 본업 외에도 성범죄자들에게 납치됐을 법한 잃어버린 아이들을 찾아 나서는 데 집중하는데, 이는 동료들의 반감을 산다. 그의 후임으로 막 부임한 앨리슨에게도 해당이 되는 얘기다. 두 사람이 티격태격 부딪치는 가운데 구역 내에 여고생이 실종당하자 이들은 자신들이 관리하는 성범죄 전과자들 사이에 범인이 있다고 직감하고 함께 실마리를 찾아 나선다. 2007년 완성된 이 영화는 일본이나 스페인, 태국 등 전 세계 20여개국에서 개봉했지만 정작 미국에서는 극장 개봉하지는 못하고 DVD로 직행했다. 청소년 관람불가.

홍상수.가와세.디아즈 전주영화제 참여(종합)

(서울=연합뉴스) '밤과 낮'의 홍상수 감독, '너를 보내는 숲'의 가와세 나오미 감독, '엔칸토에서의 죽음'의 라브 디아즈 감독이 올해 전주국제영화제(JIFF)의 디지털 영화 제작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홍 감독과 가와세, 디아즈 감독은 13일 오전 서울 세종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10회 전주영화제의 '디지털 삼인삼색'을 통해 연출한 작품들을 소개했다. '디지털 삼인삼색'은 전주영화제 첫 상영을 전제로 제작비 5천만원을 지원하는 전주영화제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매년 영화제에서 단편 3편을 묶어 함께 발표한다. 영화제 출범과 함께 시작돼 올해로 10회를 맞은 '디지털 삼인삼색'은 처음 아시아 감독들을 주로 지원하다가 지난해 아프리카 감독들에 이르기까지 세계로 확대됐고, 올해는 다시 아시아로 돌아왔다. 홍 감독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으로 단편을 만들었다. 31분짜리 단편 '첩첩산중'은 주인공 미숙이 옛 애인 상옥, 친구 진영 등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엉클어지면서 겪는 이야기로 문성근, 정유미, 이선균 등이 출연했다. 홍 감독은 "사람들은 마음 속에 있는 덫, 억압, 쓸데없는 욕망으로 스스로를 힘들게 한다"며 "관계 속에서 사람들이 스스로를 쓸데없이 힘들게 하는 일에 관심이 많고 이번 영화도 그런 면을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너를 보내는 숲'으로 지난해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가와세 감독의 '코마'는 일본의 작은 마을 코마에 찾아온 재일교포 3세와 마을의 일본 여자가 판소리, 노 등 양국의 전통문화를 알아보며 거리를 좁혀 나가는 이야기다. 가와세 감독은 "재일 한국인 1세들은 자신을 한국인으로 생각하지만 3세는 자신을 일본인으로 여긴다.하지만 막상 일본 사회에서는 이들을 일본인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이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더불어 일본과 한국 모두 젊은이들이 전통문화를 계승하지 않으려 하는데 관심을 되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필리핀 출신 디아즈 감독의 '나비들에겐 기억이 없다'는 15년 전 캐나다 금광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지역경제가 어려움에 처한 필리핀 마린두케섬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인간 본성, 환경파괴, 식민지 문제 등을 두루 짚어낸 영화다. 디아즈 감독은 "필리핀 마린두케섬에는 외국인들이 들어와 환경을 파괴했던 문제가 있었다"며 "이 섬을 찾아 영화를 만들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영화제에서 삼인삼색에 참여해 달라는 제안을 받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정수완 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삼인삼색은 제작비를 지원하되 전혀 간섭하지 않고 창작자의 능력대로 실험하도록 하는 과감한 프로젝트로 시작됐다"며 "올해 홍상수, 가와세, 디아즈 감독들이 모였으니 가장 흥미로운 영화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