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걸즈’와 다른 ‘훌라걸스’만의 매력

2007년 일본 아카데미 영화상의 우수작품상,우수감독상 등 11개 부문을 석권한 ‘훌라걸스’가 20일 국내에서 첫 선을 보였다. 서울 신촌 메가박스 시사회 이후 열린 기자회견은 1시간 이상 진지하게 진행됐다. 일반적으로 영화만 상영되는 외국영화 시사회와 달리 감독이 직접 나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재일교포 2세로 일본 영화계에서 활약 중인 이상일 감독이 내한한 터라 열기가 뜨거웠다. 새로운 시대를 만드는 소녀들의 ‘훌라댄스’ 먼저 영화 이야기. 제목에 ‘girls’가 공통적으로 들어있고, 춤을 소재로 했고, 각각 일본과 미국의 각종 영화상을 휩쓴 작품이어선지 영화를 보기 전 22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드림걸즈’가 연상됐다. ‘드림걸즈’는 파티에 온 듯 관객의 엉덩이를 들썩거리게 하는 신나는 영화다. 볼거리도 풍성하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명료하게 잘 표현됐다. ‘훌라걸스’도 그러려니 했다. 헐리우드 대작만큼은 아니어도 눈을 즐겁게 하는 볼거리와 보통의 일본영화가 주는 감동이 적당하게 조합돼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영화를 봤다. 역시 예단은 금물. ‘드림걸즈’가 화려한 테크닉으로 감정을 들뜨게 하는 열정의 영화라면, ‘훌라걸스’는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감동의 영화다. 눈과 입은 웃고 있는데 어느새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에 머쓱해진다. ‘울다가 웃다가’ 하는 영화가 아니라 ‘웃으면서 우는’ 영화다. ‘훌라걸스’는 1965년 폐광 위기에 놓인 탄광촌을 배경으로 살아남을 길을 찾기 위해 ‘추운 탄광지대’에 ‘따뜻한 하와이’를 세우려는 사람들, 그 중에서도 탄광촌에 훌라댄스를 꽃피우려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영화는 실제로 폐광촌에 훌라댄스를 심은 카레이나니 하야카와 선생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끝이 보이는 순간에 희망을 만드는 사람들, 자신만이 아닌 가족과 마을의 미래를 걱정하고 따가운 눈총을 감수하며 훌라댄스를 배우는 어린 소녀들의 절박하고도 진지한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이다. “영화를 만드는 것 자체가 내 정체성” 이번엔 감독 이야기. 이 감독은 영화의 스탭 스크롤에 본명 ‘이상일’을 그대로 올리는 영화인이다. 비판적 시각을 견지해온 그간의 작품들과 달리 대중적 취향의 ‘훌라걸스’를 선보인 까닭에 그의 ‘정체성’에 관한 질문이 많이 나왔다. 니힐리즘(허무주의)을 버린 것인지, 대중적 취향으로 선회한 것인지, 영화를 찍을 때 한국인이란 정체성이 어느 정도 각인되는지 등에 대한 질문이 잇따랐다. 이 감독은 분명한 입장을 견지하며 명료한 답변을 내놨다. “영화를 만드는 것 자체가 나의 정체성인데 영화의 내용을 놓고 민족적 정체성을 물으니 느낌이 오지 않는다.” “매번 똑같은 영화를 찍는 것은 재미없다. 이번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하는 영화를 만들었다.” “지금 본 이 영화와 니힐리즘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은가.” 모르면 모른다고 답할 수 있는 감독 정중하지만 분명하게 자기 생각을 전달하는 이 감독의 화법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대답하는 솔직한 태도다. ‘아는 척’ 얼버무리지 않고, 자신이 아는 범위에서 진지하게 답했다. 한국에서 일본영화가 조용하게 흥행하는 까닭, 일본에서 한국영화가 크게 흥행하지 못하는 이유 등의 질문이 던져졌다. “잘 모르겠다. 다만 급격히 달아올랐던 한류가 식을 때도 있지 않겠나. 일본 관객이 TV 드라마에 싫증을 내면서 예전에 비해 영화를 선호하고, 외국영화에 비해 자국영화를 많이 보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 자체가 관객시장의 성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일본영화가 호응을 얻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잘 모르기 때문에, 한발 더 나아가 흥행하는 이유에 대해 답을 드릴 수가 없다.” 남자가 그리는 여자 이야기 ‘뜻밖의 재미’ 이상일 감독은 1969년을 배경으로 한 ‘69 식스티 나인’으로 한국 관객에게 이름을 알렸다. ‘훌라걸스’는 1965년이 배경. 60년대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있는 걸까. “60년대에 대한 특별한 시대적 관심은 없다. 나는 캐릭터와 스토리에 우선 끌린다. 다만 60년대가 배경인만큼 등장인물의 사고 방식과 선택, 사람들의 생활 양식이 그 시대에 걸맞게 전개되기는 했을 것 같다.” ‘69 식스티 나인’은 졸업을 앞둔 고3 남학생들의 엉뚱하고도 유쾌한 일탈을 그린 이야기, ‘훌라걸스’는 가부장적 사회에서 벗어나 스스로 미래를 준비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다. 감독이기 이전에 남자인 그가 여자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과정에서 겪은 즐거움 혹은 어려움이 궁금했다. “남자로서 여자 이야기를 다루니 ‘남자라면 이렇게 하겠지’하는 발상이 통하지 않는 부분이 있어 어려웠다. 하지만 여성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남자 이야기라면 평소에 하지 않을 것, 발상하지 않을 것을 시켜보는 재미도 있었다. 예를 들어 여선생님이 남탕을 향해 돌진하는 장면이 그렇다. 남자가 여탕에 돌진하는 건 아주 이상한 장면이 될 것이다. 그러나 여자가 남탕에 돌진하는 것은 재미있고 의미있는 장면이 됐다. 이렇듯 여자 이야기를 그리며, 결과의 전환에서 오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고 보는 방식이 달라지기도 했다. 예상 외로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야오이 유우의 매력이 빛나는 영화 카메라는 고된 탄광 노역이 아닌 즐겁게 일을 하며 돈 벌 수 있는 새로운 시대에 들뜨고, 자신만이 아니라 가족과 마을에 대한 책임을 짊어지려 하고, 그를 위해 쉼없이 달려가는 기미코(야오이 유우 분)의 꿈과 열정을 좇는다. 그녀의 곁에는 춤을 가르치는 여선생 마도카(마츠유키 야스코 분)와 어머니(후지 스미코 분)가 있다. 영화 속에서 기미코의 오빠가 말한다. “엄마나 너나, 그 선생이나...여자들은 강해.” 이상일 감독은 이를 두고 정말 실감나는 대사였다고 말했다. ‘훌라걸스’는 절망의 순간에 희망을 긷는 강한 여자들의 이야기다. 이상일 감독이 ‘현시대 일본에서 가장 좋은 여배우인데 그 아닌 누구를 캐스팅 하겠는가’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은 아오이 유우. 대본을 이해하고, 캐릭터를 이해하고, 대사를 이해할 줄 아는 ‘기본’을 갖춘 여배우가 보여주는 연기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녀의 반짝이는 눈빛과 해맑은 미소, 아름다운 훌라댄스가 인상적인 ‘훌라댄스’는 다음달 1일 국내 개봉한다. 사진=씨네콰논 제공.

KBS, 방송 80주년 특집 TV프로그램 편성

KBS는 방송 80주년을 맞아 다양한 특집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특별 공연부터 다큐멘터리, 특선영화까지 각 분야에서 지난 80년을 돌아보는 기회를 갖는다. KBS 1TV는 '방송 80년, 사람ㆍ노래ㆍ프로그램'이라는 기획을 준비했다. 26일 오후 10시부터는 방송 80주년 특집 '국민가수 이미자'가 방송된다. 이미자가 1926년에 발표돼 우리 대중가요 발전의 효시 역할을 한 '사의 찬미'부터 '신사동 그 사람' '어머나'까지 가요 80년사의 이정표 같은 명가요 30곡을 열창한다. 김동건ㆍ전인석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은 이날 무대는 방송 80주년의 의미를 더하기 위해 KBS 관현악단원 80명, 합창단원 80명이 함께 한 가운데 80분간 방송된다. 27일 오후 10시부터는 전국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방송사의 큰 획을 그은 진행자, 가수, 코미디언 등 각 분야 방송인을 선정한 '방송 80년 인물 80년'이 방송된다. 이어 오후 11시30분에는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방송 80년 프로그램 80년'이 방송된다. 3월3일에는 오전 8시30분 방송되는 1부 '한국방송, 세계를 품다'를 시작으로 '연중기획 희망 릴레이'가 5부까지 방송된다. 4부 '사랑의 리퀘스트'에서는 한ㆍ중ㆍ일 공동으로 조혈모세포 기증 캠페인을 펼쳐 소아암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전한다. 5부 '찾아가는 음악회'는 KBS 국악관현악단이 여수 종화동 해안마을을 찾아간다. 그 외 3월2일 오후 11시50분에는 방송 80년 대토론 '다매체시대, 공영방송의 나아갈 길은?'(가제)이 마련되며, 4일 오후 8시에는 공영방송의 역할과 각국 사례를 살펴보는 'KBS스페셜-왜 공영방송인가'가 방송된다. 다큐멘터리로는 KBS 환경스페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시리즈와 5부작 다큐멘터리 '미술'이 선보인다. 드라마는 'HD TV문학관'을 통해 '카스테라'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랍스터를 먹는 시간' 등이 방영된다. 2TV는 특집 영화를 중심으로 방송 80주년을 기념한다. '기록을 깬 한국영화 시리즈'로 '미워도 다시 한번'(2월28일), '별들의 고향'(2월29일), '애마부인'(3월3일), '서편제'(3월4일), '쉬리'(3월4일) 등이 이어진다. 10년 주기로 한국영화의 기록을 새로 쓴 기념비적인 작품들을 다시 봄으로써 당시 시대상을 돌아보고 한국영화 발전의 기반을 다진 대표작들을 되짚어보는 기회로 마련됐다. 3일 오후 10시15분에는 안성기ㆍ박중훈 주연의 '라디오스타'가 방영된다. 매니저와 늘 붙어다니는 왕년의 톱가수가 우여곡절 끝에 영월에서 라디오 DJ를 맡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라디오 방송에서 출발한 한국 방송 80주년의 의미를 되새긴다. /연합뉴스

시청자, 의학드라마에 중독되다

“더 이상 못보겠어요, 어떡하죠? 너무 안타깝고 가슴떨려서 못보겠어요. 미워할 수 없는 장준혁에게 안타깝고 가슴이 콱 막혀버리는 그런 감정이 들어요.”(최수정) "드라마를 보면서 맘에 안드는 배우, 악역 하나는 기억에 남게 마련인데 '봉달희'는 모두들 하나같이 소중하네요. 이런 드라마 흔치 않은데 오랜만에 좋은 드라마 만나서 즐겁게 감상하고 있어요."(서희정) MBC '하얀거탑'과 SBS '외과의사 봉달희'(이하 봉달희)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방송이 끝나면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두 드라마를 향한 애정과 기대감이 듬뿍 담겨진다. 시청률 또한 이를 반영하듯 회를 거듭할수록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시청자들은 왜 두 작품에 열광하는 것일까. 이는 탄탄한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드라마틱한 설정과 구도, 완벽한 캐릭터 연기가 조화를 이뤘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 수 있다. 사실 의학드라마가 새롭거나 신선한 장르는 아니다. 이미 '종합병원' '해바라기' '의가형제' 등이 트렌드를 형성하며 인기를 모은 바 있다. 하지만 이들 작품은 기존 멜로드라마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물론 '하얀거탑'과 '봉달희'에서도 멜로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의학부분에 밀도있는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봉달희'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멜로 구도를 내러티브의 중심부에 위치시킨다. 이는 진부하고 통속적인 멜로가 아닌, 의사들간의 대립구도에서 오는 긴장감과 이를 극복하는 봉달희의 성장기와 적당히 조응하며 잘 만들어진 드라마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두 작품은 순수한 국내 창작물은 아니다. '하얀거탑'은 동명의 일본 원작 소설을 모태로 하고 있고, '봉달희' 또한 미국의 메디컬드라마인 '그레이 아나토미'를 벤치마킹했다. 하지만 두 작품은 한국적인 상황에 맞춘 드라마로 재탄생하면서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특히 기존 드라마의 이분법적인 선악구도가 두 작품에서는 그 정체성이 모호해지는 특징을 지녔다. 남성 시청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하얀거탑'의 경우 출세를 위해 비굴해지는 장준혁(김명민)을 굳이 구분해 악역이라 할 수도 있지만 시청자들은 그의 행동에 공감하고 쉽게 감정이입이 된다. 현실에서 존재할 것 같지 않은 이상형의 최도영(이선균)보다, 진흙탕도 마다 않으며 권력과 최고되기를 추구하는 장준혁이 더욱 진정성으로 다가온다는 점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의료사고 후 법정까지 서게 된 장준혁과 최도영을 대하는 시청자들의 태도다. 분명 약자의 편에서 억울함을 캐내려는 최도영쪽으로 마음이 가야 마땅하지만, 실제로는 자꾸 장준혁쪽으로 기운다. 이유는 그동안 계속 그에게 공감하고 감정이입이 된 상태이며, 거기에는 그의 행동에 대한 암묵적인 합의가 전제되어 있다. 이에 반해 '봉달희' 속 인물들은 딱딱한 권력관계보다는 생명의 숭고함과 의사의 본분에 충실한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그려진다. 무엇보다 어느 정도 안정적인 기반 위에 서 있는 '하얀거탑'의 주인공들에 비해 봉달희(이요원)는 많은 핸디캡을 가진 채 출발한다. 어찌보면 불가능이 없을 정도의 천재적인 재능과 막강한 배경을 지닌 장준혁과는 달리, 많은 결점이 있는 봉달희는 좀더 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문제는 그녀가 처한 그 극단적 상황이 비록 드라마라 할지라도 시청자들에게는 때로 불편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위급한 순간에 전문적 소양이나 경험이 부족한 레지던트에 대한 묘사는 실제 병원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그것이 과장된 설정이라면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봉달희'는 어려웠던 각종 의학 정보를 극을 통해 전달하는 과정에서 일반인과의 거리감을 좁혀 주었다. 중후반부로 치닫는 두 작품은 앞으로 더욱 흥미진진해질 전망이다. 의료사고를 둘러싼 법정드라마로 전개되는 '하얀거탑'은 결국 최도영의 승리로 귀결될 것이고, '봉달희' 또한 인성과 실력을 갖춘 명의로 거듭나는 과정이 재미를 더할 듯하다. 결국 철저한 사전 조사와 준비를 통한 리얼리티 추구와 쉴틈 없이 전개되는 극적 재미는 성공적인 드라마의 탄생을 보여주게 된다. 그리고 그 성공 요인에는 전문직 드라마에 걸맞은 스토리와 캐릭터를 엮어가는 감독과 이를 연기한 배우들의 열정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진짜처럼 보이나요? 사실은 배우에요”…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영화 속 조연들

영화에서 얼굴은 낯선데 극중의 특수한 직업을 능숙하게 소화하는 배우를 보면 “실제 저 직업을 가진 사람이 출연했나”라고 생각하기 쉽다. 최근 한국 영화 중에도 그런 경우들이 있다. ‘복면달호’에서 국내 정상급 트로트 가수 나태송 역의 이병준(43)과 ‘1번가의 적’에서의 살벌한 조직폭력배 보스 김희원(36), ‘마강호텔’에서 현란한 칼솜씨의 요리사 라경빈(37). 알고보면 연극 및 뮤지컬로 잔뼈가 굵은 배우들이다. 어떤 경로로 이같은 연기를 선보였는지 세 배우의 얘기를 들어봤다. ◇트로트의 매력에 빠졌어요(이병준)=그가 처음 주목받은 것은 지난해 ‘구타유발자들’에서다. 제자를 희롱하려다 된통 당하는 성악 교수 역을 맡았던 그는 당시에도 워낙 노래를 잘해 ‘진짜 성악가 아닌가’라는 말을 들었다. 이번에도 트로트 솜씨가 기성 가수 뺨친다. 이는 그가 무대에서 실력을 다져온 뮤지컬 배우이기 때문. 1993년부터 서울예술단과 서울시뮤지컬단에서 활동했고 현재도 ‘I do I do’에 출연중이다. 또 백제예술대학 뮤지컬학과 교수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병준은 “영화에 대한 열정을 쭉 간직해왔다”고 말한다. 1994년에는 ‘영원한 제국’ 등 몇 편에 출연했고 TV 드라마도 간간이 해왔다. 그는 “다시 영화와 인연을 맺게 돼 너무나 기쁘다”면서 “앞으로도 계속 영화를 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트로트 가수가 될 의향은 없냐고 묻자 “이번에 그 매력에 푹 빠져서 조만간 판을 낼지도 모른다”며 껄껄 웃었다. ◇악역은 처음 해봐요(김희원)=‘1번가의 기적’에서 얼치기 조직폭력배인 필제(임창정)가 협박해야 할 달동네 주민들과 오히려 친해지고 있을 때 나타난 그의 보스. 남녀를 안가리고 무작스레 폭력을 쓰는 보스의 모습은 관객들의 입가에서 웃음을 싹 사라지게 한다. 그러나 막상 그 역의 김희원은 “악역은 생전 처음 해본건데요”라며 쑥스러워한다. 그는 스무 살 때부터 연극을 해왔다. 학력고사 도중 고사장을 빠져나와 배회하다 무작정 응시한 연극 오디션에 덜컥 붙은 후부터였다. “주로 코믹한 역할을 해왔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영화 카메라에는 험악하게 나오네요.” 이번 영화는 무명 시절부터 친구인 임창정의 소개로 출연했다. 자신의 연기에 대해선 “생각대로 안된 점이 많아 아쉽다”고. 곧 개봉할 ‘만남의 광장’에도 나오는 그는 “순수한 북한군 하사 역할”이라며 “남을 괴롭혀봐야 짝사랑하는 여자를 귀엽게 추근대는 정도”라고 강조했다. ◇석 달이나 요리 배웠어요(라경빈)=‘마강호텔’은 조직폭력배들의 수다가 넘쳐나는 영화. 그 가운데 요리사는 대사가 거의 없다. 그러나 잠깐 잠깐 선보이는 칼솜씨(?)는 눈길을 확 끈다. 이같은 실력을 연마하기 위해 3개월이나 호텔과 요리학원에서 연습했다는 라경빈은 “준비한 100가지 중 한 두 가지밖에 보여주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불운을 여러 번 겪었다. 1994년 안재욱, 최지우와 함께 MBC 탤런트로 입사해 ‘까레이스키’에 캐스팅됐을 때만 해도 인생이 장밋빛이었다. 그러나 첫 촬영에서 인대가 끊어져 하차한 뒤로는 단역을 전전해야 했다. 다음해 MBC를 나온 후 인테리어 회사에서 일하면서 단편 영화에 꾸준히 출연해온 그는 지난해 ‘창공으로’에서 비중있는 역을 맡았다. 그러나 쏟은 열정이 무색하게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다. 그는 “지난해 결혼해서 딸이 두 살인데 이제는 정말 제대로 연기를 하고 싶다”면서 “어떤 역이든 이번 못지 않게 철저히 준비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Mnet, 그래미 어워즈 23일 독점 방송

음악채널 Mnet이 미국의 권위 있는 음악 시상식인 '제49회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를 23일 오후 9시30분 독점 방송한다. 11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시내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이번 시상식에서 3인조 여성 컨트리 록그룹 딕시 칙스가 '올해의 레코드'와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 등 5개 부문을 휩쓸었다. 또 메리 제이 블라이즈는 '최우수 여성 R&B 보컬 퍼포먼스' 등 3개 부문, 레드 핫 칠리 페퍼스는 '최우수 록 앨범' 등 3개 부문에서 각각 수상했다. 오프닝 무대는 1984년 해체한 그룹 폴리스가 장식했다. 이들은 "우리가 돌아왔다"고 외치며 등장해 불후의 히트곡인 '록산느(Roxanne)'를 들려줬다. 특히 2007년은 이 노래를 발표한 지 30주년을 맞이한 해여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이 밖에도 '최우수 댄스 레코드' 부문을 수상한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자작곡 '왓 고즈 어라운드 컴스 어라운드(What Goes Around Comes Around)'를 불렀고 스티비 원더가 "믿을 수 없을 만큼 훌륭한 세 명의 아티스트"라고 소개한 존 레전드ㆍ존 메이어ㆍ코린 베일리 래의 합동 공연이 펼쳐졌다. 또 크리스티나 아길레라가 제임스 브라운의 '잇츠 맨스 월드(It's Man's World)'를 열창하며 추모 공연을 꾸몄다. /연합뉴스

<인터뷰> 美 학계에 한류 전파하는 박정숙

"한류는 한국에 온 기회입니다. 이를 계기로 한국은 아시아 문화의 허브가 될 수 있습니다." 전화기 너머 들려오는 박정숙(37)의 목소리는 매우 밝았다. 현지시각으로 오전 2시가 넘었지만 그는 씩씩한 목소리로 통화에 응했다. "할 일이 너무 많아 잠잘 시간도 없다"면서. 방송인 박정숙이 한류 전도사로 나섰다. 그런데 가수 비나 드라마 '대장금' 등과는 좀 다른 방식이다. 세계 학계에 한류를 전파하고 연구 붐을 지피고 있는 것이다. 16일 미국 하버드대 행정대학원인 케네디스쿨에서 열린 '한류 인 아시아:다이얼로그(Hallyu in Asia:A Dialogue)' 토론회는 미국 학회에서 한류를 학문적으로 접근한 첫 번째 행사였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언론을 통해서는 발제자로 나선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의 발언이 화제가 됐지만 사실 이 행사의 공신은 박정숙이다. 현재 컬럼비아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박정숙은 지난해 9월부터 이 행사 준비에 뛰어들었다. 행사를 준비한 제이슨 임 국제협상클럽 회장은 "박정숙 씨가 한류를 국제정치와 연계시켜 연구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한류 이벤트가 케네디스쿨의 문턱을 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정숙은 이번 토론회에서 '국제관계의 이론:구성주의(Constructivism) 시각에서 본 아시아 국제관계를 재구성한 한류의 역할'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아시아에서 새롭게 인 한류를 국제관계를 규정짓는 하나의 국제질서로 조명한 것이다. "사실 저 역시도 한류는 우리 한국인들만 관심 있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외국인, 특히 서양인들이 더 흥미를 갖는 것을 보고 한류가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가를 느꼈고 우리 스스로 더 소중히 여겨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 동안 여기저기서 '한류', '한류' 하니까 좀 쉽게 생각한 게 있었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이번 토론회 끝나고 가장 크게 보람을 느낀 것은 참석한 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한류를 학문적으로 연구해봐야겠다'고 말할 때였어요." "사실 실례를 들어 재미있게 얘기를 끌어간 박진영 씨와 달리 전 학문적으로 어렵게 얘기를 풀어나가야 해서 좀 불만이긴 했다"며 살짝 애교 섞인 푸념을 털어놓은 박정숙은 "이번 제 발제의 핵심은 한류가 조지프 나이 교수(케네디스쿨ㆍ외교안보)의 '소프트 파워' 개념을 넘어 생명이 있는 '오가닉 파워(organic power)'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현실주의와 자유주의가 20세기 국제질서를 규정한 기본 프레임이었다면 21세기에는 구성주의로 세계질서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또 '소프트 파워'가 의도적으로 수용자에게 문화를 설득시키는 개념이라며 '오가닉 파워'는 수용자 스스로 문화를 받아들이는 개념입니다. 한류는 소비자 지향의 문화로 북한과 같은 고립사회에도 한국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능하게 합니다. 외교가 할 수 없는 민간 감정부분을 소통시키는 도구죠." MBC TV '임성훈과 함께' 등을 진행하며 MC로 이름을 날리던 박정숙이 미국 유학길에 오른 것은 2004년 10월. 처음에는 연구원 자격으로 초청받았던 컬럼비아대에서 2006년 9월부터 '국제관계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중이다. 그 사이 일본 게이오대 법학부에서 꾸린 연구 프로젝트 '시민사회와 문화 연구' 팀의 일원으로 도쿄에서 지내기도 했다. 그는 올해 말 학위를 따는 것을 목표로 현재 '동아시아 국제관계를 만들어가는 한류의 역할'을 주제로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말 그대로 한류를 학문적으로 파고드는 중. 박정숙은 "한류가 국제관계의 확실한 영향 요소가 될지 여부는 좀더 기다려봐야겠지만 아시아의 상호 이해와 평화의 도구가 될 것은 확신한다"면서 "미국에 머물면서 한류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이 상당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아주 특이하게 생각한다. 과거 미국이나 프랑스 문화가 세계에 전파됐던 것과 비견된다. 외국 친구들이 '안녕하세요' 등 한국말을 할 줄 아는 것을 자랑스러워한다"고 전했다. "한류는 분명히 확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히 좋은 콘텐츠를 공급해야 합니다. 한류의 전망은 콘텐츠의 질 여하에 달려 있는 것이죠." 한편 그는 "한류 발전을 위해서는 한류라는 상표를 포기해야 한다"는 박진영의 발언에 대해 "민족성과 민족주의는 다른 개념"이라 잘라 말했다. "민족성이 묻어나지 않는 문화는 죽은 문화와 같습니다. '겨울 연가' 이후 배용준 씨가 출연한 작품이 일본에서 성공하지 못한 것에 대해 일본인들은 '한국적인 느낌이 별로 나지 않는다' '너무 한국적이지 않다'는 평을 합니다. 박진영 씨는 민족주의 배제를 주장했지만 민족주의와 민족성은 다른 것입니다. 민족성이 묻어나지 않는 이민족의 문화는 수용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않습니다." 박정숙은 컬럼비아대에서 학위를 받는 대로 내년 봄부터 경희대 국제교육원 강단에 설 전망이다. 맡을 과목은 '대중문화의 이해'. "객원교수로 임용됐다는 통보를 최근 받았어요. 방송인으로서도 욕심이 큰 만큼 방송활동과 병행할 생각입니다. 여성 MC의 파워가 느껴지는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 지금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