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처럼 보이나요? 사실은 배우에요”…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영화 속 조연들

영화에서 얼굴은 낯선데 극중의 특수한 직업을 능숙하게 소화하는 배우를 보면 “실제 저 직업을 가진 사람이 출연했나”라고 생각하기 쉽다. 최근 한국 영화 중에도 그런 경우들이 있다. ‘복면달호’에서 국내 정상급 트로트 가수 나태송 역의 이병준(43)과 ‘1번가의 적’에서의 살벌한 조직폭력배 보스 김희원(36), ‘마강호텔’에서 현란한 칼솜씨의 요리사 라경빈(37). 알고보면 연극 및 뮤지컬로 잔뼈가 굵은 배우들이다. 어떤 경로로 이같은 연기를 선보였는지 세 배우의 얘기를 들어봤다.

◇트로트의 매력에 빠졌어요(이병준)=그가 처음 주목받은 것은 지난해 ‘구타유발자들’에서다. 제자를 희롱하려다 된통 당하는 성악 교수 역을 맡았던 그는 당시에도 워낙 노래를 잘해 ‘진짜 성악가 아닌가’라는 말을 들었다. 이번에도 트로트 솜씨가 기성 가수 뺨친다. 이는 그가 무대에서 실력을 다져온 뮤지컬 배우이기 때문. 1993년부터 서울예술단과 서울시뮤지컬단에서 활동했고 현재도 ‘I do I do’에 출연중이다. 또 백제예술대학 뮤지컬학과 교수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병준은 “영화에 대한 열정을 쭉 간직해왔다”고 말한다. 1994년에는 ‘영원한 제국’ 등 몇 편에 출연했고 TV 드라마도 간간이 해왔다. 그는 “다시 영화와 인연을 맺게 돼 너무나 기쁘다”면서 “앞으로도 계속 영화를 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트로트 가수가 될 의향은 없냐고 묻자 “이번에 그 매력에 푹 빠져서 조만간 판을 낼지도 모른다”며 껄껄 웃었다.

◇악역은 처음 해봐요(김희원)=‘1번가의 기적’에서 얼치기 조직폭력배인 필제(임창정)가 협박해야 할 달동네 주민들과 오히려 친해지고 있을 때 나타난 그의 보스. 남녀를 안가리고 무작스레 폭력을 쓰는 보스의 모습은 관객들의 입가에서 웃음을 싹 사라지게 한다. 그러나 막상 그 역의 김희원은 “악역은 생전 처음 해본건데요”라며 쑥스러워한다.

그는 스무 살 때부터 연극을 해왔다. 학력고사 도중 고사장을 빠져나와 배회하다 무작정 응시한 연극 오디션에 덜컥 붙은 후부터였다. “주로 코믹한 역할을 해왔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영화 카메라에는 험악하게 나오네요.” 이번 영화는 무명 시절부터 친구인 임창정의 소개로 출연했다. 자신의 연기에 대해선 “생각대로 안된 점이 많아 아쉽다”고. 곧 개봉할 ‘만남의 광장’에도 나오는 그는 “순수한 북한군 하사 역할”이라며 “남을 괴롭혀봐야 짝사랑하는 여자를 귀엽게 추근대는 정도”라고 강조했다.

◇석 달이나 요리 배웠어요(라경빈)=‘마강호텔’은 조직폭력배들의 수다가 넘쳐나는 영화. 그 가운데 요리사는 대사가 거의 없다. 그러나 잠깐 잠깐 선보이는 칼솜씨(?)는 눈길을 확 끈다. 이같은 실력을 연마하기 위해 3개월이나 호텔과 요리학원에서 연습했다는 라경빈은 “준비한 100가지 중 한 두 가지밖에 보여주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불운을 여러 번 겪었다. 1994년 안재욱, 최지우와 함께 MBC 탤런트로 입사해 ‘까레이스키’에 캐스팅됐을 때만 해도 인생이 장밋빛이었다. 그러나 첫 촬영에서 인대가 끊어져 하차한 뒤로는 단역을 전전해야 했다. 다음해 MBC를 나온 후 인테리어 회사에서 일하면서 단편 영화에 꾸준히 출연해온 그는 지난해 ‘창공으로’에서 비중있는 역을 맡았다. 그러나 쏟은 열정이 무색하게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다. 그는 “지난해 결혼해서 딸이 두 살인데 이제는 정말 제대로 연기를 하고 싶다”면서 “어떤 역이든 이번 못지 않게 철저히 준비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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