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에 만나는 집시 음악

'집시음악'은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월드뮤직 가운데서도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다. 정처 없이 이곳저곳을 떠돌아 다니는 집시들의 생활처럼 각지의 민요적 요소들을 끌어안으며 인생의 희로애락을 다채롭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 이들 음악의 특징이다. 초겨울과 유랑하는 집시의 이미지가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일까. 12월에는 집시음악 대가들의 잇단 내한 무대가 마련돼 관심을 끈다. 주인공은 집시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렌드바이(32)와 세르게이 트로파노프(46). 둘 다 집시음악 뿐 아니라 클래식 음악에도 정통한 연주자들이다. 집시음악 계보상 렌드바이가 트로파노프 아래 놓여있지만 실력만큼은 '30대의 거장'이라는 별명처럼 트로파노프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헝가리 출신의 렌드바이는 1997년 티보 바르가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2005년에는 독일음반협회가 수여하는 클라시크 에코상을 수상했다. 자신의 앙상블을 이끌고 내한하는 그는 비발디의 '사계'와 림스키 코르사코프 '왕벌의 비행', 파가니니 '카프리스' 1번, 브람스 '헝가리 춤곡', 피아졸라 '리베르 탱고' 등을 연주한다. 공연일정 : 12월3일 오후 7시 서울 노원문화예술회관(11월30일에는 포항 공연도 있음). 2만-3만원. ☎02-3392-5721. 옛 소련의 몰도바 출신 트로파노프는 클래식, 민속음악, 뉴에이지 등 다양한 음악을 소화해내는 아티스트. 다섯 살 때 집시 바이올린에 입문한 그는 음악대학에서 클래식 공부를 했으며, 몰도바 국립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의 앨범 '집시 패션(Gypsy Passion)'은 국내에도 발매돼 큰 인기를 끌었다. 아코디언과 키보드 등으로 이뤄진 자신의 밴드와 함께 한국을 찾는 트로파노프는 'Adios', 'Moldova' 등 자신의 대표곡과 브람스 '헝가리 춤곡' 5번, 사티 '그노시엔' 1번 등을 선보인다. 공연일정 : 12월9일 오후 5시 성남아트센터/13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3만3천-8만8천원. ☎02-548-4480. 한편 그의 내한공연을 앞두고 새 앨범 'The Bridge'도 뮤주레코드에서 발매됐다. ☎02-927-2848~9. /연합뉴스

<사람들> 러 국민악파 분석 재러 피아니스트 송세진씨

러시아인들에게도 잊혀지다시피 한 19세기 러시아 국민악파 음악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논문을 한국인 피아니스트가 집필해 화제다. 주인공은 모스크바에서 14년째 거주하며 국립 차이코프스키 음악원에서 학.석사를 마친뒤 러시아와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송세진(25) 씨. 그녀는 이달초 '러시아 국민악파 5인조의 피아노 세계'라는 제목의 박사학위 논문심사를 최종 통과해 음악학박사(Doctor of Music and Art) 학위를 받았다. 국민음악파는 서유럽의 낭만파 음악에서 벗어나 각 민족의 전통 가락과 리듬을 사용함으로써 음악의 주체성을 찾자는 것으로 주로 19세기 러시아와 동.북유럽에서 활동했다. 한국에는 국민음악파 작곡가로 그리그(노르웨이), 시벨리우스(핀란드), 드보르작, 스메타나(이하 체코) 등이 알려져있지만 러시아 음악가는 생소하다. 러시아에서는 낭만파로 분류되는 차이코프스키와 동시대에 살았던 19세기말 발라키레프, 보로딘, 쿠이, 림스키-코르사코프, 무소르그스키 등 5명을 국민악파 5인조로 부르고 있다. 그동안 러시아 전통의 음악성을 강조한 5인조 각각에 대한 분석을 담은 단편적인 논문은 있었지만 이들을 전체적으로 평가해 러시아 음악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적실성있게 제시한 논문은 처음이다. 더욱이 국제콩쿨이 유럽의 유명 작곡가들과 차이코프스키, 라흐마니노프 등의 음악에 편중돼 러시아인들조차 국민음악파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송 씨의 논문은 누군가가 했어야 할 자료로 평가받는다. 그녀의 지도교수인 대니얼 페트로프는 "러시아 국민악파 5인조의 난해한 피아노 세계를 전체적으로 잘 소화해냈다"면서 "그들의 음악적 스타일을 제시하고자 러시아에서도 거의 잊혀지다시피한 곡들도 찾아내 분석해냈다"고 밝혔다. 송 씨는 "서구와 비교할 때 러시아의 장중한 음악적 특징의 배경이 된 국민음악파를 연구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송 씨는 지난 1992년 여의도 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하던중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언니(송원진)와 함께 모스크바로 건너왔다. 그녀는 중고등학교 과정인 차이코프스키 음악원 부설 중앙음악학교에 1993년 한국인 최초로 입학했으며, 2004년 6월 차이코프스키 음악원 학석사과정을 마칠 당시 가장 뛰어난 졸업생들로 구성되는 졸업연주회에 한국인으로선 처음으로 선발되기도 했다. 그녀는 14년동안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거주 및 연주활동을 하면서 완벽한 러시아어 구사능력과 함께 러시아 음악을 가장 잘 이해하는 한국인 피아니스트로 꼽힌다. 그녀는 무소르그스키가 작곡한 '전람회의 그림' 외에는 한국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러시아 5인조의 음악세계를 담은 음반을 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신세대 가수들, 레이블 비즈니스에 뛰어들다

그룹 god 출신 김태우(25)가 최근 음반제작사 '솔 숍(Soul Shop:솔을 파는 가게)'을 오픈, 대표가 됐다. 그는 "음반제작사에 소속됐을 땐 가수는 녹음만 하면 일이 끝났지만 직접 만들다 보니 곡과 가사 선정, 음반 콘셉트 잡기, 의상 및 헤어, 뮤직비디오 촬영, 방송 스케줄까지 혼자 힘으로 해 책임감이 크다"고 말했다. 신세대 가수들이 잇따라 음반제작사를 설립하고 홀로서기를 선언했다. 이미 토니안(28)이 TN엔터테인먼트를 경영하고 있는 데 이어 싸이(29)는 야마존뮤직, 힙합그룹 다이나믹 듀오(최자 26ㆍ개코 25)는 아메바 컬처, 이루(23)는 이루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가수의 음반제작사 설립 사례는 이미 숱하다. 조용필(필레코드)ㆍ신승훈(도로시뮤직)ㆍ이승철(루이엔터테인먼트)ㆍ서태지(서태지컴퍼니) 등 지금 가수로 활동 중인 '고참' 가수들, 이수만(SM엔터테인먼트)ㆍ양현석(YG엔터테인먼트)ㆍ박진영(JYP엔터테인먼트) 등 가수 출신으로 후배 양성에 매진하고 있는 이들의 회사가 가요계 대표 음반제작사로 존재한다. 그러나 김태우 등은 모두 20대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젊은 나이에 '레이블 비즈니스'에 뛰어든 가장 큰 이유는 음악적 독립과 후배 양성을 위해 사업 기반을 일찌감치 닦자는 데 있다. "추구하는 음악을 마음껏 펼치고 싶어 음반제작사를 차렸다"는 김태우는 "8년간 JYP엔터테인먼트에 소속돼 있으면서 박진영 씨로부터 많은 걸 배웠다. JYP는 힙합과 R&B를 기반으로 트렌디한 '뉴 스쿨(New School)'을 추구하지만 난 솔을 기반으로 한 '올드 스쿨(Old School)' 음악을 하고 싶다. JYP처럼 회사를 설립한 가수가 작곡 및 프로듀서를 맡고 전문경영인이 회사의 마케팅,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분업화된 회사로 일구고 싶다. 가장 이상적인 시스템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껏 가요 제작자 중엔 음악에 문외한인 부류가 많았다. 대충 음반 만들어서 방송 몇 번 돌리고 업소를 뛰게 해서 돈만 벌면 그만이었다. 음악을 알고 사랑하는 사람이 자본을 확보,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 건강한 음악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처음엔 어린 나이에 레이블 만든다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난 후회 안한다. 즐겁게 음악 작업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음악의 주체가 될 가수는 자기 실력 구축이 선행되야 한다고도 했다. 다이나믹 듀오 역시 "'아메바 컬처'란 이름처럼 단순함을 넘어 고집스럽게 음악을 하고 무수한 복제성을 통해 다이나믹 듀오만의 문화를 전파하겠다"며 후배 양성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가수가 설립한 레이블에서 일하는 한 음반 관계자는 "국내 음반제작사도 전문가가 개별 업무에 포진해 미국ㆍ일본처럼 분업화ㆍ세분화돼야 한다"며 "개별 전문가의 역량이 쌓이면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ㆍ마케팅 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음악시장이 동시에 발전하므로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음반제작자ㆍ매니저들도 있다. 한 음반제작자는 "최근 대기업 자본이 가요계에 대거 유입되며 음반제작자보다 가수ㆍ작곡가 등 뮤지션에게 직접 투자하려는 경향이 있다. 신세대 가수지만 소속사의 그늘에서 음반제작 시스템을 이미 숙지한 상태여서 자본만 있을 경우 제작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자신만의 음악 스타일을 고집할 경우 실패할 확률도 크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음반제작자가 꿈인 매니저들의 불만도 있다. 한 매니저는 "점점 우리가 설 땅이 좁아진다"며 "제작자인 가수와 매니저의 전략적 제휴가 될 수도 있겠지만 결국 매니저는 가수의 방송ㆍ언론 등의 홍보를 맡는 수단으로 전락할 뿐이다. 가요계 무게 중심이 점차 가수들로 기울고 있다"고 걱정했다. 한편 대기업 음반유통사의 한 투자 담당은 "연예인이 음반제작사를 운영하는 것이 음반 투자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며 "콘텐츠가 양질이냐, 아니냐가 투자의 선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김병찬 KBS 아나운서, 7일 사표 제출

16년 동안 KBS의 간판 아나운서로 맹활약해 온 김병찬 아나운서(43)가 KBS를 떠난다. 김 아나운서는 8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7일 KBS청주방송총국에 사표를 제출했다"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어렵게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1일 KBS본사에서 KBS청주방송총국으로 발령이 난 상태로, 최근 그의 거취를 두고 여러 가지 이야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는 잔류에 무게를 두고 고심을 하기도 했으나 결국 7일 공식적으로 사표를 제출하게 됐다. 프리랜서의 길을 가기로 결심한 이유에 대해 그는 "나를 뽑아주고 만들어 준 KBS에 감사하지만, KBS 내에서는 아나운서로서 갖고 갈 더 큰 목표가 없는 상태"라면서 "이번 기회에 내 인생에서 제2의 도전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과 관련해서는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 방송사, 저 방송사를 기웃거릴 생각은 없으며 이미지에 맞는 프로그램 한두 개만을 진행하고 싶다"면서 "방송 활동 외에 다른 비즈니스도 연구해서 도전해 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바른말을 구사하는 아나운서를 넘어 저널리스트와 엔터테이너를 아우르는 진행자의 역할을 연구해 볼 생각"이라면서 "아나운서의 정체성과 영역도 재정립하고 싶다"고 말했다. 1990년 입사한 그는 '연예가 중계' '행복채널' '도전! 주부가요스타' 등에서 수려한 외모에 구수한 말솜씨를 곁들여 큰 인기를 얻었다. 그는 "입사 후 TV에서만 35개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추위 속에서도 열심히 뛰었던 '열전 달리는 일요일'과 8년 동안 진행한 '연예가 중계'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당분간 현재 진행하고 있는 KBS 1TV '사랑의 리퀘스트'의 진행에 주력할 예정이다. '사랑의 리퀘스트'의 오세영 PD는 "김병찬 씨가 원한다면 일단 이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