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가수들, 레이블 비즈니스에 뛰어들다

그룹 god 출신 김태우(25)가 최근 음반제작사 '솔 숍(Soul Shop:솔을 파는 가게)'을 오픈, 대표가 됐다.

그는 "음반제작사에 소속됐을 땐 가수는 녹음만 하면 일이 끝났지만 직접 만들다 보니 곡과 가사 선정, 음반 콘셉트 잡기, 의상 및 헤어, 뮤직비디오 촬영, 방송 스케줄까지 혼자 힘으로 해 책임감이 크다"고 말했다.

신세대 가수들이 잇따라 음반제작사를 설립하고 홀로서기를 선언했다. 이미 토니안(28)이 TN엔터테인먼트를 경영하고 있는 데 이어 싸이(29)는 야마존뮤직, 힙합그룹 다이나믹 듀오(최자 26ㆍ개코 25)는 아메바 컬처, 이루(23)는 이루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가수의 음반제작사 설립 사례는 이미 숱하다. 조용필(필레코드)ㆍ신승훈(도로시뮤직)ㆍ이승철(루이엔터테인먼트)ㆍ서태지(서태지컴퍼니) 등 지금 가수로 활동 중인 '고참' 가수들, 이수만(SM엔터테인먼트)ㆍ양현석(YG엔터테인먼트)ㆍ박진영(JYP엔터테인먼트) 등 가수 출신으로 후배 양성에 매진하고 있는 이들의 회사가 가요계 대표 음반제작사로 존재한다.

그러나 김태우 등은 모두 20대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젊은 나이에 '레이블 비즈니스'에 뛰어든 가장 큰 이유는 음악적 독립과 후배 양성을 위해 사업 기반을 일찌감치 닦자는 데 있다.

"추구하는 음악을 마음껏 펼치고 싶어 음반제작사를 차렸다"는 김태우는 "8년간 JYP엔터테인먼트에 소속돼 있으면서 박진영 씨로부터 많은 걸 배웠다. JYP는 힙합과 R&B를 기반으로 트렌디한 '뉴 스쿨(New School)'을 추구하지만 난 솔을 기반으로 한 '올드 스쿨(Old School)' 음악을 하고 싶다. JYP처럼 회사를 설립한 가수가 작곡 및 프로듀서를 맡고 전문경영인이 회사의 마케팅,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분업화된 회사로 일구고 싶다. 가장 이상적인 시스템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껏 가요 제작자 중엔 음악에 문외한인 부류가 많았다. 대충 음반 만들어서 방송 몇 번 돌리고 업소를 뛰게 해서 돈만 벌면 그만이었다. 음악을 알고 사랑하는 사람이 자본을 확보,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 건강한 음악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처음엔 어린 나이에 레이블 만든다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난 후회 안한다. 즐겁게 음악 작업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음악의 주체가 될 가수는 자기 실력 구축이 선행되야 한다고도 했다.

다이나믹 듀오 역시 "'아메바 컬처'란 이름처럼 단순함을 넘어 고집스럽게 음악을 하고 무수한 복제성을 통해 다이나믹 듀오만의 문화를 전파하겠다"며 후배 양성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가수가 설립한 레이블에서 일하는 한 음반 관계자는 "국내 음반제작사도 전문가가 개별 업무에 포진해 미국ㆍ일본처럼 분업화ㆍ세분화돼야 한다"며 "개별 전문가의 역량이 쌓이면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ㆍ마케팅 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음악시장이 동시에 발전하므로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음반제작자ㆍ매니저들도 있다.

한 음반제작자는 "최근 대기업 자본이 가요계에 대거 유입되며 음반제작자보다 가수ㆍ작곡가 등 뮤지션에게 직접 투자하려는 경향이 있다. 신세대 가수지만 소속사의 그늘에서 음반제작 시스템을 이미 숙지한 상태여서 자본만 있을 경우 제작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자신만의 음악 스타일을 고집할 경우 실패할 확률도 크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음반제작자가 꿈인 매니저들의 불만도 있다. 한 매니저는 "점점 우리가 설 땅이 좁아진다"며 "제작자인 가수와 매니저의 전략적 제휴가 될 수도 있겠지만 결국 매니저는 가수의 방송ㆍ언론 등의 홍보를 맡는 수단으로 전락할 뿐이다. 가요계 무게 중심이 점차 가수들로 기울고 있다"고 걱정했다.

한편 대기업 음반유통사의 한 투자 담당은 "연예인이 음반제작사를 운영하는 것이 음반 투자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며 "콘텐츠가 양질이냐, 아니냐가 투자의 선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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