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인들에게도 잊혀지다시피 한 19세기 러시아 국민악파 음악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논문을 한국인 피아니스트가 집필해 화제다.
주인공은 모스크바에서 14년째 거주하며 국립 차이코프스키 음악원에서 학.석사를 마친뒤 러시아와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송세진(25) 씨.
그녀는 이달초 '러시아 국민악파 5인조의 피아노 세계'라는 제목의 박사학위 논문심사를 최종 통과해 음악학박사(Doctor of Music and Art) 학위를 받았다.
국민음악파는 서유럽의 낭만파 음악에서 벗어나 각 민족의 전통 가락과 리듬을 사용함으로써 음악의 주체성을 찾자는 것으로 주로 19세기 러시아와 동.북유럽에서 활동했다.
한국에는 국민음악파 작곡가로 그리그(노르웨이), 시벨리우스(핀란드), 드보르작, 스메타나(이하 체코) 등이 알려져있지만 러시아 음악가는 생소하다.
러시아에서는 낭만파로 분류되는 차이코프스키와 동시대에 살았던 19세기말 발라키레프, 보로딘, 쿠이, 림스키-코르사코프, 무소르그스키 등 5명을 국민악파 5인조로 부르고 있다.
그동안 러시아 전통의 음악성을 강조한 5인조 각각에 대한 분석을 담은 단편적인 논문은 있었지만 이들을 전체적으로 평가해 러시아 음악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적실성있게 제시한 논문은 처음이다.
더욱이 국제콩쿨이 유럽의 유명 작곡가들과 차이코프스키, 라흐마니노프 등의 음악에 편중돼 러시아인들조차 국민음악파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송 씨의 논문은 누군가가 했어야 할 자료로 평가받는다.
그녀의 지도교수인 대니얼 페트로프는 "러시아 국민악파 5인조의 난해한 피아노 세계를 전체적으로 잘 소화해냈다"면서 "그들의 음악적 스타일을 제시하고자 러시아에서도 거의 잊혀지다시피한 곡들도 찾아내 분석해냈다"고 밝혔다.
송 씨는 "서구와 비교할 때 러시아의 장중한 음악적 특징의 배경이 된 국민음악파를 연구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송 씨는 지난 1992년 여의도 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하던중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언니(송원진)와 함께 모스크바로 건너왔다.
그녀는 중고등학교 과정인 차이코프스키 음악원 부설 중앙음악학교에 1993년 한국인 최초로 입학했으며, 2004년 6월 차이코프스키 음악원 학석사과정을 마칠 당시 가장 뛰어난 졸업생들로 구성되는 졸업연주회에 한국인으로선 처음으로 선발되기도 했다.
그녀는 14년동안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거주 및 연주활동을 하면서 완벽한 러시아어 구사능력과 함께 러시아 음악을 가장 잘 이해하는 한국인 피아니스트로 꼽힌다.
그녀는 무소르그스키가 작곡한 '전람회의 그림' 외에는 한국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러시아 5인조의 음악세계를 담은 음반을 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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