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 기자가 여행에서 만난 영화 풍경>

(서울=연합뉴스) '비포 선셋'에서 제시와 셀린이 재회한 프랑스 파리의 헌책방, '화양연화'의 두 연인이 밀회했던 홍콩의 레스토랑,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춤곡이 흘러나오는 쿠바 아바나의 거리,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조제와 쓰네오가 함께 한 일본 규주쿠리 해변.

새로 나온 책 '필름 속을 걷다'(위즈덤하우스)는 영화 전문기자 이동진이 발길 닿은 곳을 묘사하고 느낌을 서술한 기행 에세이인 동시에 공간으로 영화를 보여주고 설명하는 소개서다.

이 책은 독자에게는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영화 속 장소의 실제 모습이 궁금했던 관객에게는 여행에 대한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사진은 저자가 직접 찍었다.

저자는 영화와 삶을 연계하는 섬세한 시선의 리뷰 기사로 기자로서는 드물게 고정 팬들을 거느리고 있다. 14년간 몸담았던 신문사(조선일보)를 떠났지만 1인 미디어 '이동진의 영화풍경'을 통해 독자들과 만나면서 여전히 영화 기자로 불리고 있다. 여기에 영화 평론가란 직함도 따라붙는다.

그는 이 책에서 '흔적'과 '리얼리티' '시간'의 세 가지 카테고리로 영화 속 사랑의 추억, 사회와 현실, 찰나와 영원에 대한 글을 나눠 담았다.

저자의 발길은 폴란드, 티베트, 쿠바, 홍콩을 종횡무진 누비지만 '러브 액츄얼리'처럼 크리스마스에 찾아간 런던에서나 '쉰들러 리스트'에서 홀로코스트의 기억을 담은 겨울의 폴란드 크라쿠프에서나 모든 여행 장소는 외로움이란 감정에서 하나로 통한다.

이 감수성은 장궈룽(張國榮)을 추억하기 위해 찾은 홍콩에서 가장 선명해진다. 저자는 홍콩의 골목길과 도교 사원, 재래시장을 헤매며 '금지옥엽' '패왕별희' '아비정전'에서의 장궈룽의 모습을 회상하고 "어떤 이들은 그저 슬픔을 타고난다"고 말한다.

책에 실린 글은 '이동진의 세계영화기행'이란 제목으로 조선일보에 연재된 것을 수정하고 분량을 달리한 것이다.

304쪽. 1만2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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