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한예슬의 생기 '용의주도 미스 신'

(서울=연합뉴스) 제작진의 표현 그대로 '자아도취해 있는 여자가 남자 여러 명을 만나 자가당착에 빠졌다가 자아실현하게 된다'는 이야기. 기획 단계부터 칙릿(Chick-lit) 소설을 빼닮은 영화로 만들겠다는 연출 의지가 굳셌던 이런 코미디의 성공은 그 여주인공이 '원맨쇼'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시사회를 통해 첫선을 뵌 '용의주도 미스 신'은 일단 주연배우 한예슬의 몸을 던진 생기발랄함으로 분위기를 제대로 살린 것으로 보인다. 90% 이상의 촬영 분량을 소화해 나오지 않는 장면이 거의 없는 한예슬은 열심히 뛰고 배짱 있게 망가진다. 남자를 쇼핑하듯 고르는 '된장녀'의 표상이지만 미워하기 어려운 캐릭터로 만들기 위해 땀흘린 흔적이 역력하다.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에 충실하면서도 과장된 캐릭터와 자잘한 에피소드를 통해 독창적인 색을 입히려 한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적이다. 또 상당수 한국 코미디들이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주려 무리하다 흔히 저지르는, 억지 눈물의 늪에 빠지지 않은 점도 높이 살 만하다. 다만 뻔한 웃음 코드에 끼워 맞추기 위해 극단적으로 만들어진 상황이 많아 스크린에서 현실성이나 진지함을 찾으려 한다면 하품만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 여자 관객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남자 관객의 기분은 아랑곳하지 않은 영화이므로 여자친구 손에 이끌려 극장을 찾은 남자 손님이라면 극장 문을 나서면서 머쓱한 기분이 되기 쉬울 것. 또 하나, 영화에 나오는 한 이동통신사 간접광고(PPL)는 아예 제품 및 서비스 특징을 그대로 읊는 직접 광고에 가까워 보기 민망할 정도다. 저돌적인 성격으로 촉망받는 광고기획자 미수(한예슬)는 괜찮은 남편감을 찾아 오늘도 '남자 사냥' 중이다. 먼저 성당에서 만난 재벌 3세(권오중)를 유혹하려 자원봉사에 헌신하는 청순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의 눈에 들기 위해 애쓴다. 대학 때부터 자신을 졸졸 따라다닌 고시생(김인권)에게는 외모나 성격이 남자답지는 않지만 사법고시에만 합격하면 앞길이 열린다는 생각으로 공부만 열심히 하라고 닦달한다. 클럽에서 춤추다 만난 연하의 래퍼(손호영)에게는 별 생각이 없지만 따라다니는 걸 굳이 막지는 않는다. 미수는 이들을 만나느라 바쁘지만 아파트에 새로 이사 온 이웃 남자(이종혁)의 화분을 발로 차 깨뜨리면서 그와 사사건건 엮이기 시작한다. 1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새영화> 새롭고 낯선 판타지 '황금나침반'

(서울=연합뉴스) 니콜 키드먼과 대니얼 크레이그, 에바 그린 등 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황금나침반(The Golden Compass)'은 '반지의 제왕' 제작사인 뉴라인 시네마가 새롭게 만든 판타지 블록버스터다. 영국 작가 필립 풀먼의 동명 판타지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반지의 제왕'으로 전 세계에 판타지 신드롬을 일으켰던 뉴라인 시네마가 1억8천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반지의 제왕'의 영화(榮華)를 재현하겠다고 나섰다. 지난 주 미국에서 먼저 개봉한 '황금나침반'은 이렇다할 경쟁작이 없었던 덕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긴 했으나 예상 밖의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면서 '반지의 제왕'의 영화를 재현하려는 뉴라인 시네마의 야심에 찬물을 끼얹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영화는 호화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밀도나 캐릭터의 흡인력, 주제의 강렬한 상징성 등에서 '반지의 제왕'에 못 미친다. 원작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영화는 그렇다. 예언 속에 언급된 자에게만 진실을 알려준다는 황금나침반과 황금나침반을 손에 쥔 소녀 라라(다코타 블루 리처드), 절대 권력을 쥐고 세계를 지배하려는 악의 세력 '매지스테리움'과 매지스테리움을 움직이는 콜터 부인(니콜 키드먼) 등은 뭔가 상징성을 갖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그 의미는 뚜렷이 드러나지 않는다. 이 영화가 '반지의 제왕' 혹은 '나니아 연대기'와 비슷한 듯이 보이지만 뭔가 색깔이 분명치 않고 애매모호하게 보이는 이유는 이 같은 복선과 내재된 상징성을 관객에게 제대로 전하지 못한데 있다. 감독과 제작진은 영화를 보러온 관객이 이미 원작 소설을 읽었으리라고 전제하고 있는 걸까. 그렇다면 큰 착각이 아닐 수 없다. 캐릭터의 매력과 개연성도 의문이 간다. '반지의 제왕'의 프로도에 해당하는 주인공 라라는 당돌하기 그지없는 12살 짜리 소녀. 절대권력의 사악한 음모와 방해공작을 이겨내고 위대한 사명을 달성해야 하는 숙명을 짊어지는 기존의 판타지 주인공들이 대부분 예외적으로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캐릭터의 소유자인 반면 라라는 어린애다운 순수성을 찾아보기 어려운 당차고 되바라진 성격이다. 라라를 지켜나가는 건 순수한 영혼의 힘이 아니라 어른을 등쳐먹을 정도의 영악하고 간교한 기지와 재치다. 그것이 기존의 판타지 주인공들과 다른 차별점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왠지 낯설고 정감이 안간다. 왜 라라가 예언에 언급된 인물이어야 하는지 당위성에 대한 설명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리우드 판타지 영화답게 특수효과는 꽤 볼 만하다. 17세기 영국의 풍경을 연상시키는 귀족적 분위기의 매지스테리움이 지배하는 세계나 신비의 물질인 '더스트'를 찾기 위해 라라가 여정을 떠나는 북극의 풍경은 시각적 만족감을 안겨준다. 특히 라라를 보호하는 흰곰 이오렉이 아이스베어 왕국의 왕과 목숨을 걸고 대결하는 장면은 시각적 특수효과의 백미를 맛보게 한다. 거대한 곰들의 몸이 부딪치는 육중한 타격감과 박진감 넘치는 운동감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라라의 보호자 중 하나이자 하늘을 날아다니는 헥스족의 리더인 세라피나 페칼라(에바 그린)는 영화 막판 전투장면에서 잠깐 등장하지만 에바 그린이라는 매혹적인 여배우의 매력을 드러내기에는 너무 짧은 순간이어서 아쉽다. '황금나침반'에는 '데몬'이라는 이름을 가진 동물 형태의 수호정령이 모든 사람에게 하나씩 따라다니는 등 유독 동물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는 영화가 결코 어린이를 위한 단순한 동화가 아닌데도 어린이를 위한 동화인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기여한다. 18일 개봉. 전체 관람가.

<새영화> '비밀' 리메이크판 '더 시크릿'

(연합뉴스) 2002년 개봉된 일본 다키타 요지로 감독의 '비밀'을 뤽 베송 사단이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히로스에 료코ㆍ고바야시 가오루 주연의 '비밀'은 빙의를 소재로 한 작품. 모녀가 대형 교통사고를 당해 사경을 헤맨다. 어머니가 숨을 거두는 순간 영혼이 딸의 몸에 들어가고, 남편은 딸의 몸에 깃든 사랑하는 아내의 영혼을 대하며 혼돈을 겪게 된다. 유명 배우 출신인 벵상 페레가 감독으로서 두 번째 만든 '더 시크릿'은 '비밀'의 내용과 똑같다. 그러나 접근법에서 차이를 보인다. '비밀'이 새로 만끽하게 되는 청춘에 대한 설렘, 딸의 몸을 갖고 있어 사랑하는 남편과 누울 수 없는 슬픔 등 철저히 어머니의 관점에 초점을 맞췄다면 '더 시크릿'은 부부간의 관계만큼이나 딸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에 더 큰 배려를 했다. 영혼의 전이도 생명이 끝난 딸을 대신해 어머니가 죽어 비롯된 것이며, 10대 반항기에 있는 딸을 더 이해하기 위한 애타는 모정 때문으로 설정된다. 물론 딸도, 아내도 아닌 상태로 사랑하는 남편의 갈등과 번민을 지켜봐야 하는 모습도 담겨 있다. 세 가족의 지극한 사랑을 그린 영화는 '번지점프를 하다' '중독' 등 이미 빙의를 소재로 한 영화를 꽤 봐온 한국 관객에게 새로운 소재는 되지 못한다.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이고 애틋한 모정이라는 참신한 시각이 있지만 흡인력이 강하지는 않다. "오늘 하루 15쌍의 눈을 봤지만 당신의 눈을 바라봐야 하루가 시작된다"는 식의 '닭살 멘트'가 결혼 생활 16년째를 맞아도 변함없는 안과의사 벤자민과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한나 부부. 고등학생인 딸 사만다도 '올 A 학점'을 맞는 모범생이라 더 이상 부러울 게 없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한나는 사춘기를 겪고 있는 사만다를 데리고 겨울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큰 교통사고를 당하고 둘은 사경을 헤맨다. 눈을 뜬 한나는 처참한 사만다의 모습에 딸의 손을 꼭 붙잡고 울부짖고, 사만다의 맥박이 멈추자 함께 정신을 놓는다. 한나는 죽고, 역시 죽은 줄만 알았던 사만다가 갑자기 깨어난다. 그런데 벤자민에게 자신은 사만다가 아닌 한나라고 말한다. 벤자민은 이 현상을 일시적 정신장애로 생각하지만 부부만이 알고 있는 것을 줄줄이 말하자 딸의 몸에 아내의 영혼이 들어갔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두 사람은 이를 두 사람만이 알고 있는 '비밀'로 하고, 한나는 다시 되돌아올 사만다의 영혼을 위해 사만다의 삶을 살기로 한다. 한나는 마약도 하고 남자친구와 벌써 성관계를 갖는 등 딸의 새로운 면모를 보고 화들짝 놀라는 한편, 딸의 일기장을 보면서 전혀 모르고 있던 딸의 고민을 알게 된다. 한나는 딸로 살면서 한때 새로운 자기 인생을 꿈꾸기도 하고, 남편과의 애매한 관계에 절망하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마음으로 딸을 지켜주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커져만 간다. 'X파일'로 국내에서 인기를 모은 데이비드 듀코브니의 중년의 모습을 만날 수 있고, 할리우드의 신예 스타 올리비에 설비의 연기가 눈에 들어온다. 2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나는 전설이다' 예매율 1위로 출발

(연합뉴스) 한국 영화와 할리우드 영화 기대작이 자존심을 건 정면대결을 펼치고 있는 12월 둘째주 극장가에서 윌 스미스 주연의 할리우드 SF대작 '나는 전설이다'가 예매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기선을 제압하고 있다. 12일 영화전문 예매사이트 맥스무비(www.maxmovie.com)에 따르면 이날 전국 350개 스크린에서 일제히 개봉하는 '나는 전설이다'는 오전 9시 현재 38.85%의 예매점유율로 '색즉시공2' '싸움' 등 한국영화 경쟁작들을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다. 같은 날 전국 420개 스크린에서 개봉하는 임창정ㆍ송지효 주연의 '색즉시공2'는 '나는 전설이다'의 절반에 못 미치는 17.0%의 예매점유율로 2위를 기록 중이며 360개 스크린에서 선보이는 설경구ㆍ김태희 주연의 '싸움'은 8.87%의 저조한 예매점유율로 4위에 그쳤다. 3위는 개봉 3주차에 접어든 할리우드 가족영화 '어거스트 러쉬'(14.73%)가 차지했다. 5위는 '색, 계'(7.44%), 6위는 '세븐 데이즈'(5.73%), 7위는 '헤어스프레이'(5.27%), 8위는 '식객'(1.06%), 9위는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0.65%), 10위는 '라비앙 로즈'(0.42%)였다. 맥스무비 관계자는 "12월 둘째주는 한국 영화와 할리우드 영화의 연말 흥행 기대작이 정면대결을 펼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단 '나는 전설이다'가 기선을 제압하고 있지만 최종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