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2002년 개봉된 일본 다키타 요지로 감독의 '비밀'을 뤽 베송 사단이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히로스에 료코ㆍ고바야시 가오루 주연의 '비밀'은 빙의를 소재로 한 작품. 모녀가 대형 교통사고를 당해 사경을 헤맨다. 어머니가 숨을 거두는 순간 영혼이 딸의 몸에 들어가고, 남편은 딸의 몸에 깃든 사랑하는 아내의 영혼을 대하며 혼돈을 겪게 된다.
유명 배우 출신인 벵상 페레가 감독으로서 두 번째 만든 '더 시크릿'은 '비밀'의 내용과 똑같다. 그러나 접근법에서 차이를 보인다.
'비밀'이 새로 만끽하게 되는 청춘에 대한 설렘, 딸의 몸을 갖고 있어 사랑하는 남편과 누울 수 없는 슬픔 등 철저히 어머니의 관점에 초점을 맞췄다면 '더 시크릿'은 부부간의 관계만큼이나 딸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에 더 큰 배려를 했다.
영혼의 전이도 생명이 끝난 딸을 대신해 어머니가 죽어 비롯된 것이며, 10대 반항기에 있는 딸을 더 이해하기 위한 애타는 모정 때문으로 설정된다. 물론 딸도, 아내도 아닌 상태로 사랑하는 남편의 갈등과 번민을 지켜봐야 하는 모습도 담겨 있다.
세 가족의 지극한 사랑을 그린 영화는 '번지점프를 하다' '중독' 등 이미 빙의를 소재로 한 영화를 꽤 봐온 한국 관객에게 새로운 소재는 되지 못한다.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이고 애틋한 모정이라는 참신한 시각이 있지만 흡인력이 강하지는 않다.
"오늘 하루 15쌍의 눈을 봤지만 당신의 눈을 바라봐야 하루가 시작된다"는 식의 '닭살 멘트'가 결혼 생활 16년째를 맞아도 변함없는 안과의사 벤자민과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한나 부부. 고등학생인 딸 사만다도 '올 A 학점'을 맞는 모범생이라 더 이상 부러울 게 없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한나는 사춘기를 겪고 있는 사만다를 데리고 겨울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큰 교통사고를 당하고 둘은 사경을 헤맨다. 눈을 뜬 한나는 처참한 사만다의 모습에 딸의 손을 꼭 붙잡고 울부짖고, 사만다의 맥박이 멈추자 함께 정신을 놓는다.
한나는 죽고, 역시 죽은 줄만 알았던 사만다가 갑자기 깨어난다. 그런데 벤자민에게 자신은 사만다가 아닌 한나라고 말한다. 벤자민은 이 현상을 일시적 정신장애로 생각하지만 부부만이 알고 있는 것을 줄줄이 말하자 딸의 몸에 아내의 영혼이 들어갔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두 사람은 이를 두 사람만이 알고 있는 '비밀'로 하고, 한나는 다시 되돌아올 사만다의 영혼을 위해 사만다의 삶을 살기로 한다.
한나는 마약도 하고 남자친구와 벌써 성관계를 갖는 등 딸의 새로운 면모를 보고 화들짝 놀라는 한편, 딸의 일기장을 보면서 전혀 모르고 있던 딸의 고민을 알게 된다.
한나는 딸로 살면서 한때 새로운 자기 인생을 꿈꾸기도 하고, 남편과의 애매한 관계에 절망하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마음으로 딸을 지켜주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커져만 간다.
'X파일'로 국내에서 인기를 모은 데이비드 듀코브니의 중년의 모습을 만날 수 있고, 할리우드의 신예 스타 올리비에 설비의 연기가 눈에 들어온다.
2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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