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1차 예심 이변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제80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최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15일 발표한 외국어영화상 1차 예심 후보작 9편에 예상했던 작품들이 빠져 인터넷 영화팬들과 아카데미 회원들 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다고 15일자 버라이어티가 보도했다. 이들은 각종 영화제 수상작이며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프랑스의 '페르세폴리스', 루마니아의 '4개월, 3주 그리고 2일', 스페인의 '오파니지' 등이 포함돼 있지 않다며 의아해하고 있다. 이 가운데 '4개월, 3주 그리고 2일'은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유럽영화시상식 최우수작품상, 로스앤젤레스 영화비평가협회 외국어영화상 등을 차지했기 때문에 가장 강력한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꼽혀 더욱 이변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페르세폴리스'는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고,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영화비평가협회 애니메이션 부문 수상작이어서 탈락이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수백 명의 로스앤젤레스 소재 아카데미 회원들이 1차 예심의 투표에 참여했는데, 할리우드와 뉴욕에서 18일부터 20일까지 시사회를 거쳐 치러질 2차 예심에는 1차 예심 심사위원 가운데 10명과 할리우드, 뉴욕 소재 아카데미 회원 중 20명이 투표를 통해 최종 후보 5편을 선정하게 된다.

<새영화> 욕망을 경계하는 '호기심이 고양이…'

(서울=연합뉴스) 중국 장이바이(張一白) 감독의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는 고급 빌라와 빈민촌이 공존하는 도심을 배경으로 상류층과 서민층 남녀 다섯 명이 벌이는 치정과 복수를 다룬 스릴러다. 이 영화는 등장인물 다섯 명의 관계가 얽혀 있는 사건의 베일을 순서와 무관하게 이쪽 저쪽 조금씩 들춰 보이면서 인간의 위험한 호기심과 욕망에 관해 이야기한다. 상류사회를 엿보는 서민층 소녀가 기본적인 관찰자로 설정돼 있지만 나머지 주인공 네 명의 시선도 활용돼 꼬인 실타래를 풀어 나간다. 영화는 불륜, 살인 등 극단적으로 표출되는 뜨거운 욕망과 치밀한 복수극, 엿보기 등 은근한 욕망을 동시에 보여준다. 등장인물들이 품고 있는 욕망은 제각각이지만 갈등은 결국 돈과 사랑에서 시작한다. 영화는 파멸할 것을 알면서도 끝을 향해 달려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차분하게 그려내고 있다. 눈여겨 봐야 할 것은 배우 량차오웨이(梁朝偉)의 오랜 연인으로도 유명한 연기파 배우 류자링(劉嘉玲)과 젊고 섹시한 네일아티스트 역을 맡은 쑹자(宋佳)다. 류자링은 차분하고 절제된 원숙한 연기를, 쑹자는 도발적이고 톡톡 튀는 젊은 연기를 선보인다. 중국 5세대 영화감독으로 꼽히는 장이바이 감독은 앞서 '스프링 서브웨이' '상하이의 밤' 등 트렌드에 맞는 젊은 감각을 살린 영화를 만들었다. 파라다이스 빌라 상가의 사진관에서 일하는 소녀 모모(린위안)는 빌라에 사는 상류층에 관심을 가지고 몰래 사람들의 모습을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는다. 호기심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모모는 빌라에서 수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눈치챈다. 젊고 섹시한 여성 샤론(쑹자)이 사진관 건너편에 네일숍을 차린다. 샤론이 숍을 차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펜트하우스에 살고 있는 우아한 여성 로즈(류자링)의 고급 승용차가 빨간색 페인트로 범벅이 된 채 파손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로즈의 남편 존(후쥔)은 부유한 부인과 결혼한 덕으로 풍족한 삶을 누리고 있는 남자. 존은 빌라 경비원 펑듀(판랴오)가 제대로 경비를 서지 않아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화를 내고 펑듀는 무슨 이유에선지 아무런 반박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존은 마음 속으로는 샤론의 범행일 것이라는 의심을 품고 있다. 알고 보니 샤론은 존과 불륜 관계를 맺고 있는 정부다. 24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박스오피스> 핸드볼 아줌마들, 외화에 일격

(연합뉴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팀을 소재로 삼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하 '우생순')이 한국영화로는 7주 만에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1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스크린 가입률 97%) 가집계에 따르면 '우생순'은 개봉 첫 주말인 11~13일 전국 480개관에서 36만6천231명(31.2%)을 동원했다. 누계는 49만665명으로 최근 개봉한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국내 박스오피스는 11월 마지막 주 한국영화 '세븐데이즈' 이후 '어거스트 러쉬' '나는 전설이다' '황금나침반' '꿀벌대소동' 등 할리우드 영화에 잇따라 정상을 내준 바 있다. 2위 역시 새로 개봉한 한국영화가 차지했다. 소매치기 범죄를 소재로 한 김명민ㆍ손예진 주연의 '무방비도시'는 405개관에서 24만9천279명(21.3%)을 모았다. 누계는 33만4천229명. 전 주말 1위였던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꿀벌대소동'은 282개관 13만9천119명(11.9%)으로 3위로 내려갔다. 개봉 2주째 누계는 62만1천608명. 스티븐 킹 소설을 원작으로 한 SF 영화 '미스트'는 246개관에서 11만1천143명(9.5%)을 불러모아 4위로 출발했다. 개봉 첫 주에 모두 15만1천351명이 이 영화를 봤다. 디즈니 가족영화 '마법의 걸린 사랑'은 313개관에서 9만2천372명(7.9%)을 모으는 데 그쳤다. 개봉 첫 주 성적은 12만9천782명이다. 니컬러스 케이지 주연의 '내셔널 트레져-비밀의 책'은 218개 스크린에서 3만4천48명(2.9%)을 보태 개봉 4주째에 169만7천330명의 누계를 기록했다.

<새영화> SF애니 고전의 진화 '에반게리온-서'

(연합뉴스) 1995년 일본에서 TV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방영을 시작한 이후 일본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두터운 마니아층이 형성됐다. 여느 로봇 애니메이션의 영웅담과는 다른 캐릭터와 철학적인 세계관, 예측을 벗어난 복선 구조, 애절한 주제곡은 10년 이상 사람들의 마음을 잡아당겼고 그 인기는 극장판 제작으로도 이어졌다. 학창 시절 이 작품을 'SF 애니메이션의 고전'으로 여기고 자라난 국내 20~30대 관객은 새로운 극장판 3부작 제작 소식으로 기대감에 부풀었다. 이 영화가 지난해 10월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자 예매가 시작된 지 25분 만에 매진됐고 인터넷 블로그에는 네티즌들의 리뷰가 속속 올라왔다. 극장 정식 개봉이 결정되고 언론 시사회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에반게리온-서'(제작 카라&가이낙스)는 일단 시각적으로 원작에서 성큼 앞으로 나아갔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제작진이 '리빌드(rebuild)'라는 표현을 사용했을 정도로 원화와 레이아웃을 3D CG로 다시 그리고 재구성해 음영이 살아 있는 화면을 만들어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전투장면을 거쳐 클라이맥스인 야시마 전투신에 이르면 눈을 깜빡이기 아까울 정도로 화려한 화면이 펼쳐진다. 인간형 생체 병기인 에반게리온과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정체불명의 적 사도, 자신감이 없는 소년 조종사 신지, 표정이 없는 소녀 조종사 레이 등 캐릭터도 여전히 매력적이고 시각적으로도 흠잡을 데 없이 표현됐다. 줄거리는 총 26부작으로 된 원작을 바짝 압축했다. 영화는 이 부분, 즉 이야기 전달에서 주춤한다. 원작에서 천천히 하나씩 나타나는 캐릭터가 한꺼번에 등장하고 세밀한 심리 묘사도 축소됐다. 인물들의 얽힌 관계를 암시하는 장면이 중간에 불쑥불쑥 나오지만 부연 설명은 없다. 관객이 풍부한 사전 정보를 가지고 있으리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 탓에 원작을 모르는 관객이라면 당황하기 쉽다. 반면 마니아 관객은 빠른 전개로 원작의 묵직한 분위기가 누그러진 데 대한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다. 결국 이 영화는 2, 3편에 대한 기대감을 더 크게 만드는 작품이다. 부산영화제에 참석한 쓰루마키 가즈야 감독은 "TV판의 결말이 모호하다는 비판이 있었는데 새로운 3부작의 결말은 달라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원작을 만들었던 안노 히데아키는 총감독을 맡았고 쓰루마키 가즈야와 마사유키가 공동 연출했다. 세컨드 임팩트의 충격으로 인류 절반이 사망한 지구의 도쿄 제3지구. 14살 소년 신지는 어렸을 적부터 떨어져 지낸 아버지 겐도의 호출을 받고 비공개 특무 조직 네르프로 향한다. 신지는 자신이 정체불명의 적 사도의 공격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생체 병기 에반게리온의 초호기 파일럿으로 선택됐음을 알게 된다. 신지는 혼란에 빠지지만 결국 에반게리온에 오른다. 신지는 늘 확신이 없는 자신과 달리 냉정하게 에반게리온에 오르는 0호기 파일럿인 소녀 레이를 만나게 된다. 신지는 전투에 투입돼 사도를 없애지만 또 다른 사도가 계속 나타난다. 관람등급 미정. 24일 개봉.

中 영화감독 장위안 마약복용 혐의로 체포

(베이징=연합뉴스) 국제영화제에서 여러 차례 감독상을 수상한 중국의 유명 영화감독 장위안(張元.45)이 자신의 집에서 마약을 복용하다 체포됐다. 중국 베이징(B)TV는 장 감독이 9일 새벽 4시께 베이징 둥청(東城)구 집에서 동료 4명과 마약을 복용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공안에 붙잡혔다고 10일 보도했다. 흥분된 상태의 장 감독은 책상 위에 마약더미가 있었음에도 "너희들이 누군지 모르겠다. 너희들이 누구 허락을 받고 우리 집에 침입했느냐"며 호통까지 쳤다. 그러나 공안들이 현장에서 약물검사를 실시한 결과, 장 감독은 케타민 양성반응을 보였다. 중국 언론은 장 감독이 상습적으로 마약을 복용해왔다고 전했다. 장 감독이 제작한 '북경녀석들(北京雜種)'과 '동궁서궁(東宮西宮)' 등의 영화들은 국제영화제에서 인기를 끌었으나 중국 내에서는 항상 상영금지령을 받았다. '록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조선족 가수 추이젠(崔健)이 출연한 '북경녀석들'은 무기력하고 소외된 중국 청년들의 방황의 원인을 정치체제 탓으로 돌리고 있다. 중국 당국은 그러나 지난 1998년 장 감독 영화에 대한 상영금지령을 철회했으며 2001년작 '사랑해'나 2003년작 '녹차(綠茶)' 등은 한국에서도 유명하다. 독자적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이른바 '6세대' 비주류 감독으로 불리는 장 감독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의해 21세기를 이끌 청년지도자로 선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