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 영화 소비자 설문조사 (연합뉴스) 국내 소비자 2명 가운데 한 명이 일주일에 1편꼴로 인터넷에서 불법으로 영화를 내려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해에 비해 한국영화 선호도는 낮아진 반면 할리우드 영화는 높아졌으며 액션물의 인기는 높아지고 코미디물의 인기는 떨어졌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최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을 통해 전국의 만 15~49세 남녀 2천3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7 영화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 최근 1년간 인터넷 파일 공유 사이트를 통해 무료 또는 100원 수준의 사이버 머니로 영화를 내려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47.3%였다. 이들은 1년 평균 54.5편(1주일 1.1편)을 내려받는 것으로 조사됐고, 다운로드하는 가장 큰 이유로 경제성(32.7%)과 시간 편의성(20.9%)을 꼽았다. 이들은 또 앞으로 단속이 강화되면 극장(34.3%), 합법 다운로드(16.1%)로 전환하겠다는 응답을 많이 했지만 불법으로 계속 내려받겠다는 의견도 7.9%에 달했다. 직ㆍ간접 경험이 없는 응답자의 경우에는 그 이유로 번거로움(28%)과 바이러스 위험(18.3%)을 주로 꼽았지만 저작권 침해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는 응답자는 12%에 불과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국적별 영화 선호도는 한국영화가 47.0%로 지난해 59.2%보다 낮아졌고, 미국 영화는 34.3%로 지난해 20.4%보다 높아졌다. 장르별 선호도는 액션이 28.6%로 가장 높았고 로맨틱코미디(14.9%)와 SFㆍ판타지ㆍ무협(12.9%)이 뒤를 이었다. 액션의 인기는 지난해 18.4%보다 높아졌지만 코미디는 21.7%에서 12.0%로 뚝 떨어졌다. 소비자들은 영화를 고르는 기준으로 줄거리(86.9%), 장르(78.7%), 주위의 평가(70.7%)를 앞세웠지만 전문가 평가(33.3%), 제작 국가(30.1%), 감독(29.1%)은 그리 높지 않았다. 이번 설문조사의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2.0%포인트다.
(연합뉴스) 그 가게에 가면 없는 장난감이 없을 뿐 아니라 각양각색의 장난감들이 살아 움직인다. 영화 '마고리엄의 장난감 백화점'은 제목과 소재 면에서 지난 겨울 한국과 미국에서 모두 흥행에 성공한 '박물관이 살아 있다'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뚜껑을 열고 내용물을 들여다보면 관객이 예상하고 기대하는 할리우드 마법 영화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만나게 된다. 관객을 동심으로 돌려놓기 위해 이 영화는 화면 가득 놀랍고 감동적인 마법의 힘을 펼쳐 보이기보다는 마법의 세계에 선뜻 발을 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놓는 데 공을 들인다. '전체 관람가' 등급의 이 영화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무난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부스럭거리며 살아 움직이는 장난감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린이들에게는 오랜 꿈인 만큼 어린 관객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해 보인다. 마고리엄 역을 맡은 더스틴 호프먼은 동화책에서 막 튀어나온 맘씨 좋은 할아버지 같은 정겨운 느낌을 주고 백화점 직원인 나탈리 포트먼도 사랑스럽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애정이 부족한 사람들을 마법의 세계로 이끄는 이야기도 따뜻하고 편안하다. 그러나 신선하고 독특한 매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영화의 큰 단점이다. 달디 단 할리우드 마법물에 익숙해진 관객이라면 왠지 싱거운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마법과는 아무런 관계없는 영화 '스트레인저 댄 픽션'에서는 오히려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시나리오를 썼던 잭 헬름 감독은 연출 데뷔작인 이번 영화에서 본격적인 마법의 세계로 뛰어들었지만 전작만큼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내놓지는 못했다. 114년 동안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줘 온 마고리엄의 장난감 백화점에는 살아 숨쉬는 장난감이 가득하다. 이 백화점을 운영하는 사람이 바로 243살의 미스터 마고리엄(더스틴 호프먼)이다. 그러나 마고리엄은 이제 매니저인 몰리 마호니(나탈리 포트먼)에게 백화점을 넘겨주고 떠나야 할 순간이 왔다는 것을 직감한다. 마고리엄은 마법의 비밀이 담긴 상자를 몰리에게 넘겨 주고 떠날 준비를 하지만 몰리는 자신이 백화점을 잘 운영할 수 있을지 불안하기만 하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에릭 애플바움(잭 밀스)는 명석하고 순수하지만 수줍은 성격 때문에 친구가 없는 외톨이다. 그 가운데 마고리엄이 백화점의 재정 상태를 살피기 위해 고용한 회계사 헨리 웨스턴(제이슨 베이트먼)이 찾아온다. 헨리가 등장하고 마고리엄이 떠날 때가 가까워지자 장난감들은 점점 빛을 잃어간다.
(연합뉴스) 1977년 전북 익산시(옛 이리시) 이리역의 대형 폭발사고를 배경으로 한 영화 '이리'가 현지에서 촬영된다. 17일 익산시에 따르면 ㈜자이로 픽쳐스는 이리역 폭발사고로 가족을 잃고 고향을 떠나는 사람들을 통해 가족의 해체를 밀도 있게 그린 '이리'를 12월 하순까지 익산역과 모현아파트 경로당, 중앙시장 등에서 촬영, 내년 초 개봉할 계획이다. 또 오는 19일에는 모현동사무소에서 대통령 선거 투표장면 등 영화의 대부분을 현지에서 찍을 예정이다. 장률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이리'에는 엄태웅, 윤진서가 주연으로 출연한다. 1977년 11월11일 발생한 이리역 폭발사고는 한국화약㈜의 다이너마이트와 전기 뇌관 등 40t의 고성능 폭발물을 실은 화물열차가 이리역에 정차해 있던 도중에 폭발, 역무원과 시민 등 59명이 사망(부상 1천343명)하고 반경 8㎞ 내의 학교와 주택의 건물이 파손되는 등의 막대한 피해를 냈다.
(연합뉴스) 전수일 감독의 영화 '검은 땅의 소녀와'에서 여주인공 영림 역을 연기한 아역배우 유연미가 15일(현지시간)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폐막된 제7회 마라케시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고 제작사인 동녘필름이 17일 밝혔다. 마라케시 국제영화제는 '아프리카의 칸 영화제'로 불릴 만큼 아프리카 대륙에서 규모가 가장 큰 국제영화제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으며 올해 영화제의 심사위원장은 거장 밀로스 포먼 감독이 맡았다고 동녘필름은 설명했다. 강원도 탄광촌을 배경으로 9살 소녀 영림의 눈에 비친 가족과 세상의 모습을 그린 '검은 땅의 소녀와'는 올해 베니스 국제영화에에서 번외상인 국제예술영화관연맹상과 리나 만지아카프레상에 뽑히기도 했다.
(연합뉴스) 내년 1월10일 개봉하는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명승부를 펼친 핸드볼 여자 국가대표팀을 소재로 한 스포츠 영화다. 당시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부던지기로 안타깝게 은메달을 그쳤던 덴마크와의 결승전은 AP 선정 10대 명승부에 들기도 했다. 국내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스포츠영화의 연출자는 여성 감독인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임순례 감독이다. 꽤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은 임 감독과 여자 핸드볼팀을 소재로 한 까닭에 문소리, 김정은, 김지영, 조은지 등 여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여성 영화'다. 문소리, 김정은 등 다른 영화에서는 단독 주연을 맡을 정도의 스타성을 지닌 배우들이고 또 여자가 많아 제작진은 그들이 혹시라도 불협화음을 내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런데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촬영 전 석 달 동안 함께 연습하며 동료애를 다진 여배우들은 '임순례'라는 강적 앞에 똘똘 뭉쳤던 것. 제작사 MK픽처스의 심재명 대표는 "임 감독의 현장 장악력이 대단했다. 경기장에서 주로 촬영이 이뤄졌는데 넓은 곳에서 지시를 하다보니 임 감독이 메가폰을 주로 썼다. NG가 나거나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스태프나 다른 배우들 다 들리게 대놓고 연기 수정을 지시하는 등 창피를 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심 대표는 "이 때문에 여배우들이 촬영 끝나면 자주 술로서 울분을 달래기도 했다"고 웃으며 귀띔했다. 최근 열린 제작보고회 때 김지영은 임 감독의 카리스마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우리끼리 '감독송'을 만들어 부르기도 했다. '온다, 온다, 그녀가 온다, 이번에는 또 무슨 말을 하려는 건가~' 이런 가사의 노래였다"며 "지금은 현장을 끌고 나가야 하는 감독님의 깊은 뜻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됐지만 당시엔 정말 너무 무서운 분이었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주연이라고 해서 특별대우는 없었다. 그냥 알아서 하라 그랬다"며 "큰소리를 치고 겁을 주면 꼭 마음에 드는 장면이 나와 일부러 더 소리친 부분이 없지 않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에 김정은은 "'우생순' 촬영하며 휴식시간에 그냥 바닥에 널부러져 쉬는 등 주연배우 대우라는 게 아예 없다 보니 광고 촬영장 같은 곳에서 의자 갖다주고 대우해주면 어색해졌다"고 말하며 웃었다. 내달 10일 개봉하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혹독한 훈련과정을 거친 배우들의 핸드볼 실력이 담긴 예고편으로 화제를 모으며 기대를 높이고 있다.
(연합뉴스) 올 한 해 극장을 찾는 관객이 크게 줄었다. 개봉한 한국영화는 많았지만 손해 보지 않는 장사를 한 영화는 드물었다. 올해 최대 흥행작 '톱 10' 목록 대부분은 할리우드 영화가 차지했다. 지난해 '괴물'과 '왕의 남자' 두 편이 1천만 관객을 맞았지만 올해 최고 흥행작 '디 워'는 900만 명을 넘지 못했다. 소규모 배급 영화들의 의미 있는 성공도 계속됐고 독립영화 전용관이 서울에서 문을 열어 독립영화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올해에도 한국영화의 해외 영화제 진출이 계속된 가운데 배우 전도연이 '밀양'으로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으면서 한국영화의 위상을 높였다. ◇손익분기점 넘기 힘들었던 한국영화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올 1~11월 개봉작 359편 가운데 한국 영화는 104편이고 관객 점유율(서울 기준)은 46%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59%보다 크게 줄어든 것. 관객수도 1천917만3천268명으로 지난해 2천403만3천535명보다 줄어들었다. 비디오, DVD 등 부가시장이 약한 한국 영화산업 특성상 관객수가 줄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 영진위가 지난달 1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3.4분기까지 영화 한 편당 수익률은 지난해(-22.9%)보다 훨씬 악화한 -62.1%를 보였다. 영화 한 편당 손익분기점(BEP)은 118만 명에서 196만 명으로 높아졌지만 흥행한 영화는 줄면서 손해 보지 않은 장사를 한 영화가 81편 가운데 고작 5편에 불과했다. 서울 관객수를 기준으로 한 올해 최고 흥행작 10편 가운데 한국영화는 '디 워' '화려한 휴가' '미녀는 괴로워' 세 편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트랜스포머'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 '스파이더맨3'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7편이 차지했다. 세 편이었던 지난해보다 장악력이 높아진 셈이다. 그 가운데 소규모 배급을 통한 작은 영화들은 의미 있는 성공을 거뒀다. 3월 개봉한 김명준 감독의 '우리 학교'가 9만 명 이상을 동원해 다큐멘터리로서는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또 아일랜드 인디 음악영화 '원스'가 9월 개봉해 19만 관객을 넘기면서 '원스 신드롬'을 만들어냈다. ◇여름을 달군 '디 워'와 '화려한 휴가' 열풍 심형래 감독의 국산 SF블록버스터 '디 워'의 열풍은 다른 흥행작과 관련해서는 보기 어려운 진풍경을 연출했다. 전국에서 843만 명을 불러 모은 이 영화를 둘러싸고 지상파방송과 인터넷 등을 통한 장외 논쟁이 뜨거워진 것. 문화평론가 진중권과 이송희일 감독은 MBC '100분 토론'과 개인 블로그 등에서 "컴퓨터그래픽(CG)만 화려할 뿐 이야기 구조는 엉망인데 애국심 마케팅으로 흥행하고 있다"는 요지의 비판 논조를 세웠다가 '디 워' 옹호 네티즌들로부터 집중적으로 '사이버 공격'을 당했다. '디 워'가 떠들썩하게 정상에 오른 사이 김지훈 감독의 '화려한 휴가'는 조용히 관객을 모았다. 730만 명을 모아 '디 워'와 함께 올 여름 한국영화를 쌍끌이했다. 특히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이란 진중한 소재로 남녀노소 고른 지지를 받아 의미를 남겼다. ◇전도연의 칸 영화제 수상 올해의 영화인은 단연 5월 제60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전도연이다. 한국 여배우가 세계 3대 영화제(칸ㆍ베를린ㆍ베니스)에서 여우주연상을 탄 것은 1987년 '씨받이'로 강수연이 베니스 영화제에서 수상한 이후 20년 만이다. 전도연의 수상에 전 국민이 환호했으며 올해 말까지 전도연의 상복은 계속됐다. 6월에는 정부로부터 옥관문화훈장를 받았고 11월 영평상, 아시아퍼시픽 스크린 어워즈, 청룡영화상 주연상을 차례로 보탰다. 그 밖에 많은 영화인들도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천년학'의 주연 배우 오정해는 11월 프랑스 낭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김강우도 '경의선'으로 이달 제25회 이탈리아 토리노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차지했다. 곽경택 감독은 '사랑'으로 10월 제27회 하와이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거머쥐었다. ◇노사 단체협약 체결 등 업계 변화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은 4월 영화산업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영화 스태프들도 일반 산업현장 근로자들처럼 최저임금 보장, 격주 임금 지급, 주 66시간 노동, 4대 보험 가입 등의 혜택을 받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 협약은 7월부터 발효됐다. 정부는 7월부터 영화 관람료의 3%를 징수, 영화발전기금을 조성해 양질의 한국영화 제작ㆍ유통 등 지원에 쓰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는 관람료 인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일부 사업자가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반발도 있었다. 대기업 멀티플렉스를 제외한 개별 극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추세는 올해도 꺾이지 않았다. 서울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단관극장인 드림시네마는 내년 건물 철거를 앞두고 마지막 작품을 상영하고 있다. 중앙시네마(구 중앙극장)는 비주류 영화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1개관을 제외하고 작은 영화 전문 상영관에 자리를 내줬다. 그 밖에 많은 개별 극장들이 작품성 있는 영화 위주 프로그램으로 선회했다. 독립영화계의 숙원이던 독립영화 전용관 인디스페이스가 11월 서울 중구 저동에서 둥지를 틀었다. 운영은 사단법인 한국독립영화협회 독립영화배급지원센터에서 맡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판 '러브 액츄얼리'를 꿈꾸는 것 같은 옴니버스식 영화 '내 사랑'(감독 이한, 제작 오죤필름)은 너무나 진부해 입에 담기조차 쑥스러운 소재인 '사랑'을 뻔뻔스럽게도 대놓고 들이댄다.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무모하다고 해야 할지 잠시 헷갈린다. '러브 액츄얼리'와 같이 옴니버스식 구성인 '내 사랑'에는 네 쌍의 커플이 등장한다. 감우성-최강희가 호흡을 맞춘 세진과 주원, 류승룡-임정은 콤비의 정석과 수정, 정일우-이연희 커플의 지우와 소현, 그리고 여자는 막판에 잠깐 얼굴만 비치는 진만(엄태웅) 커플이 그들이다. 사실 포스터나 예고편이 던져주는 영화의 분위기는 '러브 액츄얼리'식의 따스하고 훈훈한 로맨스물이지만 막상 영화를 보면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어서 관객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 특히 네 커플 중 대표선수 격인 감우성-최강희 커플의 우울하고 비극적인 분위기는 초반의 엉뚱하고 통통 튀는 캐릭터 설정에도 불구하고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무겁고 심각하게 가라앉히는 마력을 발휘한다. '러브 액츄얼리'나 '로맨틱 홀리데이'같이 로맨틱하고 온기 넘치는 크리스마스 시즌용 영화를 만드는 것이 제작진의 의도였다면 꼭 그런 식의 안타깝고 비극적인 설정이 필요했을까 하는 의아심이 든다. 에피소드 간에, 또 등장인물 간에 적잖은 편차가 있는 것도 영화의 불균질성을 부각시키는 데 기여한다. 7명의 주인공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이명세 감독의 문제작 'M'의 헤로인으로 주목받았던 신인배우 이연희다. 그는 주인공 중 가장 나이가 어림에도 불구하고 딱 자기 나이 또래인 여주인공의 가슴 두근거리는 첫사랑의 풋풋함을 더할 나위 없이 실감나게 연기해 단연 빛을 발한다. 최강희가 연기한 엉뚱한 캐릭터는 다분히 그가 출연했던 흥행작 '달콤살벌한 연인'의 이미지를 활용한 듯이 보이지만 너무 작위적이어서 영화 전체의 분위기와 겉도는 듯한 느낌이다. 임정은-류승룡 커플은 무난한 편이어서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이어가는 데 큰 무리가 없다. 엄태웅의 경우 '프리허그' 운동을 하느라고 사랑하는 연인을 놓아두고 오랫동안 해외를 떠돌다 귀국하는 설정으로 돼 있는데 그가 왜 그토록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지면서까지 '프리허그' 운동을 하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은 언급되지 않아 뭔가 나사 하나가 빠진 듯이 느껴진다. 엔딩 크레디트에 이름이 올라온 이한위나 서신애의 경우 정작 영화에는 모습이 등장하지 않는 걸로 미뤄봤을 때 제작진의 안타까운 필름 커팅 작업이 있었으리란 추측을 해볼 뿐이다. 1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이명세 감독의 문제작 'M'의 헤로인으로 주목받았던 신인배우 이연희(19)는 듣던 것과 달리 몹시 내성적이고 낯을 많이 가렸다. 영화 '내 사랑'과 관련한 인터뷰를 위해 13일 오후 인사동에서 만난 이연희는 처음에는 인터뷰하는 상대방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인사를 건네도 "네"하고 고개만 가볍게 숙일 뿐이었다. "저 많이 내성적이에요. 특히 처음 만나면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에요. 아마 저에 대해 들으셨던 건 어느 정도 친해진 사람들한테 대하는 태도였을 거예요. 친해지면 장난도 잘하고 스스럼이 없어지거든요. 친구요? 5명 있어요. 정말 친한 친구는. 그 정도면 많은 편 아닌가요? 혈액형은 B형이에요." 이연희는 사랑을 소재로 한 옴니버스식 영화 '내 사랑'에서 같은 학과 선배 지우(정일우)를 짝사랑하는 순진하기 짝이 없는 여대생 소현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지우와 가까워지기 위해 술 마시는 걸 가르쳐달라고 하면서 소주에 취한 상태에서 비틀거리며 '귀여워 귀여워~'란 가사로 널리 알려진 노래 '하와이안 커플'을 귀엽게 부른 장면이 화제가 됐다. "실제 소주를 반 병 정도 마셨어요. 그래야 실감 나는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확실히 실제 소주를 마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다른 것 같더라구요. 볼이 발그레해진 건 사실 분장을 좀 한 거구요. 그 노래를 알고는 있었지만 가사가 너무 어려워서 외우느라 고생 많이 했어요. 춤을 잘 춘다구요? (극구 손사래를 치며) 저 진짜 몸치예요. 예쁘게 봐주시니 감사하죠, 뭐." "첫사랑의 가슴 두근거리고 풋풋한 느낌을 참 잘 연기한 것 같다"고 했더니 "그렇게 봐주시니 고맙습니다"고 대답한다. "전 사실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있으면 아예 다가가지도 못하는 성격이에요. 물론 말도 못 걸고 멀리서 몰래 바라보기만 하죠. 이상형이요? 글쎄요. 제가 워낙 내성적이다 보니 절 많이 웃겨줄 수 있고 공감대도 많고 잘 이끌어주는 스타일이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존경할 수 있는 사람요." 인터뷰를 끝내고 방에서 나오려는데 대다수의 배우들이 "수고하셨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내지는 "잘 부탁합니다" 등등의 의례적인 인사를 하는 데 반해 이연희는 소파에 걸터앉아 고개를 숙이고 정면의 카펫 바닥을 응시하고 있길래 먼저 작별인사를 하자 그제야 고개를 들고 밝게 웃으며 반응했다. 아직 소녀티를 완전히 벗지 못한 171㎝의 훤칠한 그녀에게서 많은 감독들이 첫사랑의 풋풋한 이미지를 읽어낸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인터뷰 장소를 떠난 뒤에도 한동안 머리 속을 맴돌았다. 이연희의 풋풋하고 싱싱한 연기를 감상할 수 있는 '내 사랑'은 '황금나침반' '내셔널트레져:비밀의 책' '용의주도 미스신' 등과 함께 18일 개봉한다.
(두바이=연합뉴스) 임권택(71) 감독이 15일 중동ㆍ아프리카 최대규모의 영화제인 제4회 두바이 국제영화제(DIFF)에서 평생공로상을 수상했다. 임 감독은 이날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에서 열린 두바이 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미국 배우 대니 글로버(서양), 이집트 영화감독 칼리드 유수프(중동)와 함께 동아시아 지역 평생공로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임 감독은 시상식에서 "이 상을 저와 오랫동안 영화를 만들어 온 한국 영화인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두바이 국제영화제조직위는 임 감독의 수상을 기념해 그의 100번째 작품 `천년학'과 2002년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취화선'을 상영했다. 조직위 측은 "임 감독은 놀랍도록 다작을 하는 예술인이며 무수한 장르와 스타일을 실험해 왔다"며 "그러면서도 그의 고전적인 형식과 한국 정치사에 대한 직관력을 변함없이 유지해 자신의 위치와 목소리를 개척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평생공로상은 동아시아와 서양, 중동 등 3개 지역으로 나눠 세계 영화계에 기념비적인 업적을 세운 영향력 있는 원로 영화인 3명에게 주는 상으로 지난해엔 미국 영화감독 올리버 스톤 등이 수상했다. 앞서 이날 오전 열린 평생공로상 수상자 공동 기자회견에서 임 감독은 "이번 수상으로 중동에 굉장히 생경한 한국의 문화와 영화가 중동에 알려지고 이해를 넓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지난 9일 개막해 16일 폐막하는 이번 두바이 국제영화제는 300여 작품이 경쟁 후보에 올랐으며 인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와 서양, 아랍권, 아프리카의 영화가 골고루 상영됐다.
(광주=연합뉴스) 올해 국내에서 게봉돼 흥행몰이를 했던 아일랜드 인디영화 '원스'가 광주극장에서 재상영된다. 광주극장은 21-26일 '크리스마스 in 광주극장'이라는 주제로 특별전을 갖고 '원스' 등 5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지난 8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으로 소개된 '원스'는 9월 개봉돼 최근까지 18만여명이 관람, 인디영화의 새 이정표를 썼다는 평을 받고 있다. 아일랜드 인디밴드 '프레임스'의 전 베이스주자 존 카니 감독이 10만 달러(1억4천만원)를 들여 17일 만에 찍은 이 영화는 진공청소기 수리공으로, 노래를 부르는 남자와 꽃을 파는 여자의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누벨이마주의 대표작인 레오 까락스 감독의 '나쁜피'(1986년작)와 구스 반 산트 감독의 '파라노이드 파크'(2007년작),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안경'(2007년작), 필립 리오레 감독의 '마드모아젤'(2001년작) 등이 소개된다. (문의 : ☎062-224-5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