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톤 감독, 부시 소재 영화 제작>

(로스앤젤레스 AFP=연합뉴스) 미국 영화 감독 올리버 스톤이 조지 부시 대통령의 생애와 대통령 시절에 초점을 맞춘 영화 "부시"를 제작할 예정이라고 영화 전문지 버라이어티가 20일 보도했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을 사실적으로 그린 영화 "닉슨"을 제작한 바 있는 스톤 감독은 부시 대통령 역을 조지 브롤린에 맡길 예정이다. 버라이어티는 스톤 감독과 함께 "세계무역센터","알렉산더"를 만든 모리츠 보만이 제작을 맡을 예정이며 "알렉산더" 제작에 참여했던 존 킬릭도 제작에 가담한다.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침공을 비판했던 스톤 감독은 이 영화가 반(反) 부시 영화가 되지는 않을 것이며 부시 대통령이 권좌에 오르기 까지의 주요 계기들을 중심으로 영화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스톤 감독은 "이 영화는 '닉슨'처럼 뒷 이야기 중심으로 접근하며 부시 대통령의 시각을 이해하려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닉슨"이 교향곡이라면 이 영화는 실내악이 될 것이며 '닉슨' 처럼 어두운 분위기로 만들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스톤 감독은 "사람들이 나의 정치적 생각을 상투적인 말로 피상적으로 표현하지만 나는 사람에 흥미를 가진 극작가이며 인간으로서의 부시 대통령에 대해 카스트로나 닉슨,짐 모리슨,짐 개리슨,알렉산더대왕 처럼 감정적 공감을 갖고있다"고 말했다. 버라이어티는 그러나 스톤 감독이 부시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개인적 견해를 밝히기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새영화> 못내 아쉬운 스릴러 '더 게임'

(연합뉴스) 윤인호 감독의 새 영화 '더 게임'(제작 프라임엔터테인먼트ㆍ프리미어엔터테인먼트ㆍ부귀영화)은 소재에서 언뜻 니컬러스 케이지와 존 트래볼타의 할리우드 영화 '페이스 오프'를 연상케 한다. 두 주인공인 가난하지만 신체건강한 청년과 부유하지만 쇠약한 노인은 뇌와 척추 이식 수술을 통해 몸을 통째로 뒤바꾼다. 제작진은 일본 만화 '체인지'를 원작으로 했지만 줄거리를 많이 손봤고 결말도 바꿨다고 설명한다. 그만큼 영화는 만화적인 설정으로 시작해 스릴러의 외형을 갖추고 있다. 공원에서 관광객의 초상화 그려주는 일을 하는 민희도(신하균)는 가난하지만 여자친구 은아(이은성)와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평범한 남자다. 어느 날 그에게 이상한 전화가 걸려오고 부유해 보이는 중년여성 혜린(이혜영)이 자신을 찾아온다. 혜린의 간곡한 부탁으로 거대한 저택을 방문한 희도는 금융회사 회장 강노식(변희봉)을 만난다. 강노식은 희도에게 자신의 돈 30억 원과 희도의 젊은 몸을 걸고 내기를 하자고 제안한다. 아무 번호로나 전화를 걸어 남자가 받는지 여자가 받는지 맞추는 게임이다. 희도는 처음에는 터무니 없는 제안이라고 거절하지만 은아가 빚 때문에 곤경에 처하자 보다 못해 내기에 응하기로 한다. 희도는 결국 게임에서 지고 노식에게 몸을 빼앗기고 만다. 이 영화는 여러 가지 강점을 갖추고 있다. 두 사람의 몸을 통째로 맞바꾼다는 설정은 다소 황당할 수 있지만 한국영화로는 새로운 시도이며 독특한 재미를 준다. 영화가 바닥에 깔고 있는 주제의식 역시 무게감 있다. 영화는 점점 발을 빼낼 수 없는 늪으로 빠져드는 주인공들의 비극이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에서 비롯된 것임을 꼬집는다. 변희봉, 신하균, 이혜영, 손현주 등 작품마다 좋은 연기를 선보여 온 연기파 배우들도 제각각 발군의 기량을 발휘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종반부 퍼즐 조각을 맞추며 그림을 완성하는 스릴러의 가장 기본적인 재미를 놓치고 있다. 영화는 결말에 이르기까지 많은 과정을 생략하고 성킁성큼 끝을 향해 뛰어간다. 또 반전은 무심결에 흘려보냈던 단서들을 다시 꺼내본 순간 아귀가 딱 맞아떨어질 때 큰 폭발력을 가질 수 있지만 이 영화의 마지막 반전은 뜬금없다는 느낌에 가깝다. 코미디 장면이 전반적인 분위기와 흐름을 끊어놓는 점도 아쉽다. 스릴러라는 장르에 모든 장면을 끼워넣을 필요는 없으나 분위기가 여러 차례 급변하다 보니 관객으로서는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어정쩡한 기분이 들기 쉽다. 연기력을 인정받아 온 중견 배우들이 제 몫을 했음에도 영화 한 편 안에 조화롭게 녹아들었다는 느낌이 부족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젊었으나 노회한 야욕을 표현한 신하균이나 병든 육체에 설익은 욕망을 담은 변희봉의 야누스적 연기는 관객에게 긴장감과 보는 맛을 함께 준다. 윤인호 감독은 앞서 '아홉살 인생' '마요네즈'를 만든 바 있다. 3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새영화> 연애의 그악스러움 '6년째 연애중'

(연합뉴스) 연애가 됐건 결혼이 됐건 6년 정도 지나면 초창기의 신선한 느낌은 어느덧 사라지고 지겨움과 익숙함이 혼합된 뜨뜻미지근한 정서가 남녀 사이를 휘감게 마련이다. 올해 29살의 신예 여성감독 박현진이 연출한 '6년째 연애중'은 이처럼 가슴 뛰는 신선함보다는 지겨움과 익숙함이 주체할 수 없이 밀려들어오는 연애 6년차 동갑내기 커플의 그악스러운 연애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영화 속 주인공인 다진과 재영은 29살 동갑내기로 설정돼 있는데, 다진 역의 김하늘과 재영 역의 윤계상, 그리고 감독의 실제 나이도 모두 29살이어서 영화의 성격을 짐작케 한다. 출판사 베스트셀러 기획자 다진과 홈쇼핑 PD 재영은 서로에게 너무나 익숙해져 더이상 부끄러울 것도 감출 것도 별로 없는 연애 6년째 커플이다. 재영은 전화통화하면서 화장실 물 내리고 퇴근길에 생리대 사오라는 심부름까지 시키는 다진이 다소 못마땅하지만 그런 그녀의 행동들이 너무나 익숙하다. 옆집에 나란히 사는 이들은 동거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면서 소파에서 섹스할 때 서로가 좋아하는 체위까지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있다. 하지만 순항을 계속하는 듯하던 이들의 연애는 차츰 상대방의 단점이 부각돼 보이는 경우가 잦아지고 사소한 견해 차와 말다툼에서 비롯된 감정 대립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삐그덕거리기 시작한다. 다진은 교통사고가 났는데도 자신의 부상 여부보다는 새로 뽑은 자동차가 망가진 것에 더 신경을 쓰는 재영이 야속하고, 재영은 같이 있으면 행복하냐는 둥 한참 대표팀 축구경기를 보고 있는데 산책을 가자는 둥 걸핏하면 보채고 넋두리를 늘어놓는 다진의 레퍼토리에 점점 짜증이 난다. 그러던 와중에 두 사람은 각자의 직장에서 썩 괜찮아 보이는 이성을 만나게 되고 6년째 접어든 연애가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될 무렵 새롭게 만나게 된 이성의 적극적인 구애 공세에 심하게 흔들린다. 결국 재영은 당돌한 홈쇼핑 아르바이트생 지은(차현정)의 적극적인 구애 공세에 넘어가 충동적인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다진 역시 업무차 만나게 된 책 디자이너 진성(신성록)과 키스를 하는 사이로까지 발전한다. 영화는 연애 6년차 커플의 갈등과 심리 묘사를 통해 너무나 익숙해지고 권태로워진 연애의 그악스러움과 복잡다단한 단면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비슷한 경험을 했거나 하고 있는 20~30대 여성층을 겨냥한 영화인 만큼 모든 연령층을 만족시키는 보편성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영화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투영하고픈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용 무비로는 그럭저럭 볼 만한 편이다. 2월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홍상수 감독 '밤과 낮'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

(연합뉴스) 홍상수 감독의 신작 '밤과 낮(Night and Day)'이 내달 7일부터 17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제58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밤과 낮'의 제작사 영화사 봄은 19일 "작년 여름 프랑스 파리에서 전체 분량의 90%를 찍은 홍상수 감독의 '밤과 낮'이 한국영화로는 유일하게 베를린국제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에 진출했으며, 이번 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세계 최초 시사회)를 갖게됐다"고 밝혔다. '밤과 낮'은 갑자기 서울에서 파리로 도피하게 된 국선 화가의 유쾌하고도 기이한 여행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황수정이 캐스팅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국선 화가 김성남 역에는 김영호가, 파리 유학중인 미술학도 이유정 역에 박은혜, 성남 아내 한성인 역에 황수정, 파리의 북한 유학생 윤경수 역에는 이선균이 각각 출연했다. 올해 베를린영화제에는 아시아 영화의 경쟁 부문 진출이 눈에 띈다. '밤과 낮'은 일본 야마다 요지 감독의 '가베(Kabei-Our Mother)', 홍콩 두기봉 감독의 '참새', 중국 왕샤오슈아이 감독의 '좌우(In Love We Trust)' 등과 경쟁을 펼치며 폴란드의 거장 안자이 바이다 감독도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홍상수 감독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극장전'으로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바 있으며, 작년 베를린영화제에서는 '해변의 여인'을 파노라마 부문에서 소개했다. 한편 전재홍 감독의 장편 데뷔작 '아름답다'(제작 김기덕필름ㆍ스폰지)는 주목할 만한 예술영화를 모아 상영하는 비경쟁 섹션인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됐다.

<새영화> 잔잔한 매력 '굿나잇'

(연합뉴스) 할리우드 스타 귀네스 팰트로의 동생인 제이크 팰트로의 장편 데뷔작 '굿나잇'은 한 남자의 꿈과 현실에 관한 영화다. 남자가 꿈을 통해 현실 속 삶과 인간관계를 점검한다는 이 영화의 내용에는 새로울 것이 없다. 같은 꿈을 소재로 삼았다고 하더라도 미셸 공드리 감독의 '수면의 과학'처럼 기발한 아이디어와 범상치 않은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과는 거리가 멀다. 도입부에서 주인공의 평범한 삶에 아무런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면 상영시간 내내 지루함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다만 거창하게 삶에 대한 해석을 내놓거나 멋을 부리는 시도를 하지 않은 투박하고 편안한 화법에 이 영화의 매력이 있다. 시간이 지나 빛이 바랜 연인 관계와 환상 속의 여인을 묘사하는 부분은 세밀하고 현실적이며, 과장하지 않은 유머감각도 잔잔한 웃음을 준다. 성적 욕구나 속물근성을 미화하거나 정당화하지 않고 평범한 남자의 꿈의 세계로 그려낸 부분에서도 솔직함이 돋보인다. 영화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귀네스 팰트로와 페넬로페 크루즈, 두 스타 배우의 매력 대결. 팰트로는 평소 고수했던 금발에 우아한 분위기를 싹 걷어낸 대신 갈색 머리를 양갈래로 꽁꽁 땋고 방황하는 남자친구를 실망과 애정이 섞인 눈으로 바라보는 여자로 변신했다. 반면 크루즈는 대사가 거의 없는 '환상 속의 여인'의 이미지를 그림 속 한 장면처럼 그대로 그려냈다. 한때는 잘나가던 밴드의 멤버였지만 지금은 광고주의 입맛에 맞는 음악을 만들며 살고 있는 작곡가 개리(마틴 프리먼). 그는 친구의 여자친구였던 박물관 큐레이터 도라(귀네스 팰트로)와 열정적인 사랑에 빠진 뒤 오랜 기간 사귀어 왔으며 지금은 동거 중이다. 개리는 밤마다 이상한 꿈을 꾸기 시작한다. 신비로운 미모의 여자 애나(페넬로페 크루즈)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꿈이다. 꿈이 반복되면서 개리는 애나에게 더욱 집착하게 되고 일부러 애나의 꿈을 꾸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기까지 한다. 갈수록 이상해지는 개리 때문에 참다 못한 도라는 해외 출장을 떠나 버리고 개리는 현실 속에서 애나를 실제로 만나게 된다. 2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