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7~17일 열린 제58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는 전통대로 사회ㆍ정치적 색채가 짙은 작품들이 강세를 띤 가운데 남미, 북미, 아시아 작품이 상을 골고루 받는 대륙별 안배가 눈에 띄었다.
심사위원단은 그리스 출신 콘스탄틴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을 수장으로 독일 배우, 중국 배우, 미국 편집자, 러시아 제작자, 독일 제작 디자이너로 다양하게 구성돼 예상 외 작품의 수상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결과는 언론과 평단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황금곰상인 작품상은 브라질 영화에 돌아갔다. 마약 범죄조직과 싸우는 경찰 특공대의 활약을 그린 주제 파딜라 감독의 '엘리트 스쿼드'는 영화제에서 공개된 이후 유력 수상 후보로 꼽혀 왔다.
그러나 이 영화는 경찰 내부의 부패를 묘사해 브라질 경찰의 반발을 샀을 뿐 아니라 이번 영화제에서도 지나치게 폭력적이라는 논란 속에 평단 반응이 크게 엇갈리기도 했다.
미국 영화는 황금곰상 다음으로 주목받는 두 부문의 상을 차지했다.
이라크 내 미군 감옥인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의 수감자 학대 스캔들을 다큐멘터리로 만든 'S.O.P'가 심사위원대상에 뽑혀 베를린 영화제의 전통적인 취향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또 미국에서도 평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폴 토머스 앤더슨의 '데어 윌 비 블러드'는 감독상을 받았다. 이 영화는 20세기 초반 미국 서남부의 석유 개발을 둘러싼 투쟁을 서사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중동을 포함한 아시아 영화는 남우주연상과 각본상, 신인감독상을 받았다.
이란 영화 '참새의 노래'에서 실직한 가장의 고뇌를 연기한 이란 중견 배우 레자 나지에가 주연상을, 중국 왕샤오솨이 감독의 '주유'가 각본상을 받았으며 일본의 이즈루 구마사카의 '아실-공원과 러브호텔'이 최고의 신인감독 작품으로 뽑혔다.
창의성을 높이 사는 알프레드 바우어상은 멕시코 작품인 '레이크 타호'에 돌아갔으며 유럽 영화는 지역별 안배 속에 오히려 설 자리를 잃었다. 영국 영화 '해피 고 럭키'에서 열정적인 교사를 연기한 샐리 호킨스가 여우주연상을 받았은 것이 본상 수상의 전부다.
칸ㆍ베니스ㆍ베를린의 3대 영화제 중에서도 가장 '무거운 영화제'로 꼽히는 베를린 영화제는 최근에는 상업성을 높이기 위해 전통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노력을 계속해 왔다.
이러한 경향대로 이번 영화제는 롤링스톤즈에 관한 마틴 스코세이지의 다큐멘터리를 개막작으로 선정하고 팝 스타 마돈나에게 감독으로 데뷔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했을 뿐 아니라 할리우드 스타들이 출연한 영화를 대거 초청했다.
그러나 개막 직전 심사위원 2명의 불참 통보로 시작부터 삐걱거린 데다 칸 영화제처럼 스타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 떠들썩한 축제 분위기는 올해에도 조성되지 않았다.
한국영화는 이번 영화제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홍상수 감독이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지식인의 위선에 대한 비판을 일상적인 유머로 표현한 '밤과 낮'이 경쟁부문에 진출해 현지 언론의 호평을 받았으나 아쉽게도 본상 수상에 실패했다.
비경쟁 파노라마 부문에 진출한 전재홍 감독의 '아름답다' 역시 번외상인 관객상을 받지 못했다. 또 2년 전에 배우 이영애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으나 올해에는 중화권 여배우 수치가 심사위원 자리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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