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 앨런이 말하는 우디 앨런의 영화>

(연합뉴스) "영화는 우리 눈에 보이는 것 이상으로 삶에 어떤 숨겨진 의미가 있다고 암시하지 않아요. 우리는 모두 허우적거리며 실수를 연발하고,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누군가를 왜 사랑하게 되는지 결코 이해 못하죠. 그저 다들 비슷하게 우스꽝스레 살아가는 수밖에 없죠."(183쪽)

미국의 코미디 작가이자 배우이며 감독인 우디 앨런(72)의 영화에는 으레 뉴욕에 사는 신경과민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스크린 안에서 고독한 삶의 비애와 인간관계의 고뇌를 잘근잘근 씹는 농담을 속사포처럼 쏟아낸다.

사회학 교수인 로버트 E. 카프시스와 도서관 장서 관리자인 캐시 코블렌츠는 '우디 앨런-뉴요커의 페이소스'(마음산책)를 통해 우디 앨런이 작가 감독의 반열에 오른 것은 삶의 공허함과 비극을 맞받아치는 유머와 풍자에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앨런은 초기에 '돈을 갖고 튀어라' '바나나' '슬리퍼' 등 익살스러운 작품을 만들었지만 이후 '애니홀' '맨해튼' '한나와 그 자매들' 같은 무거운 톤의 코미디로 상업적, 비평적으로도 더 나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엮은이들은 설명한다.

책은 영미권 언론의 1970~2000년대 인터뷰 기사 19편을 통해 앨런이 자신의 입으로 직접 밝힌 작업 스타일부터 삶의 가치관. 성장 배경, 개인적인 취향, 사생활까지 가감 없이 보여준다.

앨런은 가벼운 슬랩스틱 코미디부터 실험적인 스타일의 코미디까지 1년에 1편꼴로 다작하는 감독이다.

그는 "어렸을 때 신문사에 조크 하나당 10센트씩 받는 것으로 일을 시작했고 장차 무엇이 되리라는 일말의 의구심도 없었다"며 "창작을 하면서 슬럼프에 빠진 적은 없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그는 "내 영화들은 모두 어느 정도 실망스럽다"고 말할 만큼 자기비판적이며 할리우드 시스템 안에 확고히 자리를 잡았음에도 자신의 영화에 '신비에 가까운' 전권을 행사한다.

그는 또 오랫동안 함께 살았던 미아 패로의 입양아 순이와의 사랑으로 스캔들을 일으킨 일에 대해서도 "우리는 혹독한 공포의 시간을 함께 보냈다"며 "우리 사이엔 진정한 사랑이 있다"고 털어놓고 있다.

국내판에서는 원작에 실린 기사 가운데 1편이 제외되고 2005년과 지난해의 인터뷰 기사 두 편이 추가돼 모두 20편이 실렸다. 연도순대로 가장 마지막에 실린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는 앨런의 70여 년 인생을 관통한 하나의 주제를 알아챌 수 있다.

"저는 삶과 인간의 운명, 인간의 조건에 대해 우울하고 비관적인 시각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그 난국 속에서도 몇몇 엄청나게 유쾌한 오아시스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죠."(326쪽)

368쪽. 1만4천 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