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 개봉일도 吉日 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과거 흥행작의 개봉일이 새 영화 개봉 길일(吉日)" 6일(현지시간) 버라이어티가 할리우드 영화의 개봉일에 대한 치열한 눈치싸움을 보도했다. 버라이어티는 개봉 주 박스오피스에서 성공한 윌 스미스 주연 '핸콕'의 개봉일은 이전 흥행작의 전례를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핸콕'의 배급사인 소니는 '핸콕'의 개봉일을 미국 독립기념일(4일) 연휴 주말을 앞둔 2일로 잡았는데, 이는 윌 스미스가 주연한 영화들이 이전에도 독립기념일 즈음에 개봉해 크게 성공했기 때문이다. 윌 스미스의 영화 가운데 '인디펜던스 데이', '맨 인 블랙'과 속편,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 등 모두 4편이 이전에 독립기념일 연휴에 개봉해서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핸콕'처럼 다른 영화들의 경우에도 대부분 전례를 따른다. 유니버설이 18일 크리스천 베일, 히스 레저 주연의 배트맨 영화 '다크 나이트'에 맞서서 메릴 스트립, 피어스 브로스넌 주연 뮤지컬 영화 '맘마 미아'를 개봉하겠다고 계획한 것은 지난해 같은 주말에 뮤지컬 영화 '헤어스프레이'가 개봉해 큰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 디즈니와 픽사의 ‘월-E’는 자사의 '라따뚜이'가 지난해 개봉한 지 정확히 1년 뒤에 개봉했고, 워너 브라더스의 코미디 영화 '겟 스마트'는 주연배우 스티브 카렐의 1년 전 영화 '에반 올마이티'가 극장에 걸렸던 주말과 같은 주말인 지난달 20일에 개봉했다. 보통 영화사는 상업적인 블록버스터 영화를 8월에 개봉하지 않지만, 유니버설의 '본 얼터메이텀'이 지난해 8월초에 개봉해서 2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면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자 유니버설은 올해 8월1일로 '미아라 3'의 개봉날짜를 잡았다. 반면 디즈니는 '나니아 연대기' 1편을 개봉했던 12월이 아니라 지난 5월16일에 '나니아 연대기: 캐스피언 왕자'를 선보였지만 1억3천78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데 그쳐 실망했다.

<영화 '적벽대전' vs '삼국지' 어떻게 다를까?>

(연합뉴스) 소설 삼국지는 아시아 문화권에서 두루 통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 가운데 단연 1순위로 꼽을 만한 작품이다. 삼국지를 스크린에 옮긴 영화가 올해만 2편 찾아왔다. '삼국지-용의 부활'(이하 '용의 부활')이 4월 국내 개봉했고 3개월 만인 10일 '적벽대전-거대한 전쟁의 시작'(이하 '적벽대전')이 극장에 걸린다. 두 영화는 원작이 같다는 것 외에도 아시아 문화권을 겨냥한 다국적 프로젝트라는 점과 중국어권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스타들이 대거 출연했다는 점에서 닮았다. 그러나 제작비 규모가 다른 만큼 영화의 '때깔'도 다르며 삼국지의 수많은 인물 가운데 주인공으로 내세운 캐릭터도 저마다 다르다. 집중 조명하는 사건도, 원작을 해석하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아시아 문화권의 다국적 프로젝트 = '용의 부활'은 거의 '한국이 만든 중국어 영화'라고 볼 수 있을 만큼 한국 자본과 기술이 대거 투입된 작품이다. 태원엔터테인먼트가 제작비 200억원의 90%인 180억원을 대고, 기획과 컴퓨터그래픽 기술 등을 전담했다. 대신 연출은 '성월동화', '흑협'을 만든 홍콩 리옌쿵(李仁港) 감독이 전담했고 한국 배우들도 출연하지 않았다. '적벽대전'에도 중국의 차이나 필름 코퍼레이션 외에도 한국의 쇼박스㈜미디어플렉스와 일본의 아벡스 엔터테인먼트 등 여러 국가 투자사들이 참여했다. '적벽대전'의 제작비는 '용의 부활'의 4배에 달하는 800억원으로, 역대 아시아 영화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두 작품 모두 가장 큰 시장인 중국을 1차 타깃으로 잡았으며 중국어권의 톱스타들이 참여했다. '용의 부활'에서는 류더화(劉德華)와 홍콩 액션 스타이자 무술감독인 훙진바오(洪金寶)가 주축을 이룬 가운데 할리우드에서 활약중인 매기 큐가 합류했다. '적벽대전'의 경우 우위썬(吳宇森) 감독부터 스타인데다 '화양연화', '색, 계'로 여심을 사로잡은 량차오웨이(梁朝偉)와 진청우(金城武), 장전(張震)이 기용됐다. ◇주인공은 유비ㆍ조조 아닌 주유ㆍ조운 = '용의 부활'과 '적벽대전' 모두 소설 속 주역인 유비, 관우, 장비를 주인공으로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용의 부활'은 흔히 조자룡이라고 부르는 촉의 명장 조운에, '적벽대전'은 오의 책사 주유에 무게를 실었다. '용의 부활'은 장판교 전투, 봉명산 전투 등에서 조운의 활약상을 그렸다. 조운 역을 맡은 류더화는 혈기왕성한 청년 조운부터 분위기 있게 늙은 노인 조운까지 멋지게 소화했다. '적벽대전'에서 량차오웨이가 연기한 주유는 원작에서보다 훨씬 완벽하고 멋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군법에 달통한 것은 물론이고 무예도 출중하고 음률을 즐기는 예인이기도 하다. 원작에서 라이벌로 묘사된 제갈량(진청우)은 주유를 시기하기보다는 그의 완벽함에 흠모를 감추지 못하는 동지로 등장한다. 두 영화에서 모두 유비는 뒷방 신세. '적벽대전' 1부에서 유비가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은 전쟁 중 짚신을 삼거나 손권의 젊은 여동생 손상향(자오웨이)에게 관심을 보이는 부분 정도다. ◇새로운 해석 vs 정통 해석 = 소설 삼국지는 무엇보다 대의(大義)를 좇는 영웅들의 무협 대서사극이다. 방대한 분량의 소설을 영화 한편에 모두 담는 것은 불가능한 일. 제작진은 집중 탐구 대상을 정해놓고 저마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을 택했는데, 그 과정에 감독들의 스타일과 상상력이 가미됐다. '용의 부활'은 조운의 인생을 따라가면서 의(義)보다 인(人)에 심혈을 기울인다. 유비의 뜻을 받들어 천하를 통일하려 했지만 결국 인생은 무상한 것임을 깨닫는 조운의 캐릭터를 생생하게 살려내는 것이 '용의 부활'의 시작이자 끝이다. 그리고 조운의 선택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가상 인물 2명이 탄생했다. 매기 큐가 맡은 조조의 손녀 조영은 원작에도 이름이 등장하긴 하지만 남자에서 여자로 성별이 바뀐 새로운 인물로, 조운을 평생의 숙적으로 여긴다. 조운의 고향 선배 나평안(훙진바오) 역시 가상인물이다. 조운과 나평안은 모차르트와 살리에르 같은 관계로, 나평안은 조운을 흠모하는 동시에 질투하고 시기한다. 반면 '적벽대전'은 소설 삼국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만 재해석하고 원작을 충실히 화면에 옮기는 쪽을 택했다. 량차오웨이가 "주유 캐릭터는 우위썬 감독 자체이자 이상형"이라고 말한 것처럼 주유는 이상적인 영웅으로 신격화됐으나 사나이들의 의리와 우정, 천하통일을 향한 야망이라는 원작의 주제와 우 감독 특유의 비장미가 잘 맞아떨어지면서 결과적으로 원작에 충실하게 됐다. 또 전투신을 최대한 웅장하게 그리면서도 방대한 내용을 최대한 많이 화면에 반영하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흥행 성적은? =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용의 부활'은 4월 3일 개봉한 후 전국에서 103만6천22명을 모았다. 배급사측은 200만명 이상을 모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예상보다 썩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둔 것. 그뿐 아니라 최근 중국 영화들이 국내에서 별다른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한때 장이머우(張藝謨) 감독의 '연인'(142만명), '영웅'(190만명) 등이 사랑을 받았지만 지난해 '황후화'는 92만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올해에도 천커신(陳可辛) 감독의 '명장', 천후이린(陳慧琳)이 주연한 '연의 황후', 중ㆍ미 합작영화 '포비든 킹덤' 등도 기대 이하였고 '무사', '묵공' 등 한ㆍ중 합작 영화도 좋은 소식을 들려주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개봉하는 '적벽대전'도 낙관할 수 없다. 많은 관객이 중국 전쟁 블록버스터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과 영화가 1, 2부로 나뉘어 2부는 올 겨울 개봉하는 것도 변수가 될 수 있다.

< SF영화 고전 메트로폴리스, '잃어버린 4분의1' 발견 >

(연합뉴스) 무성영화시대 최고의 공상과학영화로 평가받는 프리츠 랑 감독의 1927년작 '메트로폴리스'의 한 복사본이 삭제되지 않은 원형 가까운 형태로 아르헨티나에서 발견됐다. 이 복사본에는 영화계가 지난 80년간 잃어버린 것으로 간주했던 '메트로폴리스'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장면이 거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비스바덴에 있는 프리드리히-빌헬름-무르나우 재단은 3일 '메트로폴리스'의 원본에서 한 장면만이 빠진 복사본이 아르헨티나 영화박물관의 큐레이터에 의해 발견됐다고 밝혔다. 헬무트 포스만 재단이사장은 "발굴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뻤다"며 전문가도 이것이 가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의심치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재단의 앙케 빌케닝은 "없어졌던 거의 모든 부분이 발견됐다. 핵심적인 두 장면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프리츠 랑 감독의 `메트로폴리스'는 1927년 1월 독일 베를린에서 개봉, 몇 개월간 상영됐지만 비평가 및 관객의 반응이 신통치 않아 흥행에 실패했다. 이후 미국의 영화배급사인 파라마운트가 러닝타임 2시간30분의 복잡한 줄거리를 단순하게 편집했다. 30분에 가까운 장면이 잘려나갔으며, 이 장면은 이후 잃어버린 것으로 여겨져왔다. 이번에 발굴된 복사본은 아르헨티나 배급자인 아돌포 Z. 윌슨이 구입, 개봉 이듬해인 1928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상영한 것이다. 독일 주간지 '디 차이트'는 아르헨티나 상영 직후 한 영화 비평가가 이 복사본을 구입, 수십년간 소장해오다 1960년대 이를 팔았다고 전했다. 그러던 중 아르헨티나 영화팬 2명이 올해초 영화박물관에서 상자에 담겨 있는 릴 필름을 발견, 그 내용을 DVD에 담아 독일에 분석을 의뢰하면서 빛을 보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재단은 복사본에 ' 미래도시 메트로폴리스의 주민들이 파국을 향하고 있다고 수도사가 예언하는 부분'만 빠져있다고 설명하면서 "비록 보존상태는 좋지 않지만, '메트로폴리스'를 풀버전으로 묶겠다는 오랜 꿈이 실현된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메트로폴리스'는 호화롭게 살아가는 지배계급과 지하에서 노예처럼 생활하는 노동자계급이 대비되는 미래도시 메트로폴리스를 그린다. 지배계급 통치자의 아들이 어느날 지하세계의 한 소녀와 사랑에 빠지고, 계급의 통합을 도모하면서 대립과 갈등이 빚어지게 된다. 일각에서는 물가상승률을 고려, 지금까지의 영화 가운데 가장 제작비가 많이 든 영화 중 하나로 꼽기도 한다. 이 영화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의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는 첫 영화가 되기도 했다. 재단은 그래도 원본과 비교하면 5분간의 장면은 여전히 누락된 상태라고 말했다.

<새영화> 세대 초월한 가족용 애니 '도라에몽'

(연합뉴스) 일본의 인기 애니메이션 '도라에몽-진구의 마계대모험'이 여름방학을 겨냥해 17일 국내 극장에서 개봉한다. 로봇 고양이 도라에몽은 1969년 연재 만화로 탄생한 뒤 40년 가까이 사랑받고 있는 일본의 국민 캐릭터다. 일본에서는 대입 시험문제에도 등장할 정도로 문화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TV용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돼 미국과 유럽 등 서구에서 방영되기도 했다. 일본에서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국내 극장가에서는 '…진구의 마계대모험'이 '도라에몽' 시리즈 중 처음으로 극장에서 개봉하는 영화다. 한국에서도 TV용 '도라에몽' 시리즈가 2000년대 초반 한동안 지상파 전파를 탔지만 별다른 인기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 극장 개봉은 최근 케이블TV 채널에서 '도라에몽' 시리즈가 다시 방영된 뒤 인기가 높아진데 힘입었다. 일본에서는 작년에 개봉한 이번 극장판은 그동안 극장판으로 만들어진 27편 중 최근 판으로 이미 1984년 한차례 제작됐던 내용이 리메이크됐다. 주인공은 시리즈의 다른 스토리와 마찬가지로 평범한 초등학생 진구와 단짝 로봇 도라에몽이다. 집에서는 엄마에게, 학교에서는 선생님에게 야단맞는 게 일인 진구는 꾸지람을 참다 못해 '만약에 박스'를 이용해 현실 세계를 '마법의 세계'로 바꿔 놓는다. 공중부양 마법에 빗자루 타기, 양탄자 여행을 즐기며 마법의 세계를 빠져있던 진구와 도라에몽. '만약에 박스'로 다시 예전의 세계로 돌아가려는 찰나 좋지 않은 소식을 듣는다. 바로 마계의 대마왕이 지구를 정복하려고 마녀 메두사를 보냈다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만약에 박스'마저 잃어버리자 진구와 도라에몽, 친구들은 용기를 내 대마왕에게 맞서기 시작한다. 진구와 도라에몽이 벌이는 모험에는 또래 친구들끼리 우정을 나누며 악당을 물리치는 무용담이 있으며 마법사나 타임머신, 우주여행 같은 판타지도 있다.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착한 유머들도 가득하다. '만약에 박스'나 '어디로든 문', '거꾸로 크림', '대나무 헬리콥터', '두더지 장갑' 같은 도라에몽의 마법 도구들을 만나보는 것도 어린이들에게는 큰 흥밋거리일 듯. 상영시간이 115분으로 극장용 애니메이션 치고는 다소 긴 것은 단점이 될 수도 있겠다. 전국의 CGV와 프리머스 극장 체인 60여개 스크린에서 모두 한국어 더빙판으로 상영된다. 전체 관람가.

<주말영화> '핸콕'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까

(연합뉴스) 강우석 감독의 '강철중:공공의 적1-1'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원티드'가 지난 주말 치열한 박스오피스 경쟁을 벌인 데 이어 또 다른 할리우드 영화 '핸콕'의 등장으로 1, 2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이번 주말 극장가에서는 윌 스미스가 색다른 슈퍼 히어로로 등장하는 유쾌한 영화 '핸콕'이 한번씩 정상을 밟은 기존 개봉작 '강철중'과 '원티드'에 도전한다. 일단 예매 상황으로는 '핸콕'이 앞서고 있다. 3일 영화 예매사이트 맥스무비에 따르면 '핸콕'이 예매점유율 36.3%로 1위에 올랐으며 '원티드'가 22.5%로 2위를, '강철중'이 14.6%로 3위를 차지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서도 '핸콕'이 33.2% 로 1위였고 '원티드' 24.2%, '강철중' 15.6% 순이다. '핸콕'이 일단 우위를 선점했으나 '꽃미남' 제임스 맥어보이와 '섹시 스타' 앤젤리나 졸리가 호흡을 맞춰 정신없이 화끈한 액션을 선보이는 '원티드'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현재 434개 관에 걸려있는 '원티드'는 '핸콕'보다는 높은 연령층을 타깃으로 잡고 있는 만큼 '핸콕'의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배급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또 '강철중' 역시 개봉 14일 만에 300만명을 돌파하는 희소식을 알려 다시 한 번 눈길을 끈데다 현재도 545개관에 걸려 있어 갑자기 관객 발길이 뚝 떨어질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세 영화의 공세에 미치지 못해 분투해야 할 영화들의 성적도 주목된다. 맥스무비에서 예매율 10.8%로 4위에 오른 '크로싱'은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4위라는 눈에 띄지 않는 성적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이번 주 예매점유율은 지난 주 14% 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지난달 초 개봉해 어느새 400만명을 훌쩍 넘긴 '쿵푸 팬더' 역시 10.2%의 예매율로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올 여름 공포영화가 편수 자체도 적을 뿐더러 별달리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노크-낯선자들의 방문'이 새로 개봉하지만 예매율은 3.3%로 썩 높지 않다. 그 뒤는 B급 영화의 정신을 보여주는 '플래닛 테러'(0.9%)가 이었다. 극장가에 상업영화만 내걸려 있는 것은 아니다. 조금만 발품을 팔면 예술영화나 독립영화 등 비상업 영화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프랑스ㆍ미국 합작의 달콤 쌉쌀한 로맨스 영화 '브로큰 잉글리쉬'는 과장되지 않은 담백한 전개와 톡톡 튀는 대사가 돋보이는 수작으로 3일 개봉한다. 매기 스미스와 주디 덴치 등 은발 여배우들의 연기 대결이 볼 만한 '라벤더의 연인들',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회상을 지폐 위조라는 독특한 소재로 풀어낸 '카운터페이터'도 같은 날 개봉한다.

<새영화> 절제와 압축의 미학 '궤도'

(연합뉴스) 대부분의 영화는 말로 가득 차 있다. 배우들은 대사를 따발총처럼 뱉어내고 마음 속에 담은 말을 내레이션으로 읊기도 한다. 아예 제3자가 전지적 시점으로 해설을 늘어놓는 영화도 있다. 이런 영화들에 익숙해진 관객은 재중동포 김광호 감독의 '궤도'를 보면 한동안 주파수를 맞추는 데 애를 먹을 수 있다. '궤도'의 주인공들은 통 입을 열지 않는다. 관객은 말 없는 배우들이 서 있는 텅 빈 들판에 함께 내던져진 것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어릴 적 사고로 두 팔을 잃은 철수(최금호)는 산나물을 캐는 것으로 연명하면서 산골 작은 집에 혼자 살고 있다. 어느 날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여자 향숙(장소연)이 나타나 그의 집에서 머물기를 청한다. 외롭고 슬픈 두 사람은 상대방에게 서려있는 습한 기운을 서로 알아차리지만 말을 할 수도, 손을 뻗을 수도 없이 몇 발짝 떨어져 서로 바라보기만 한다. 시간은 묵묵히 흘러가고 배우들은 상영시간 10분이 지나도, 1시간이 지나도 바라보기만 할 뿐 다가가지 못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는 것 같지 않지만 그래도 세상은 돌아가고 TV 뉴스 내용은 달라지며 주인공들의 마음도 변화를 겪는다. 감정의 표출도 일절 생략되고 눈에 보이는 것은 때로는 가까이, 때로는 멀찍이 잡은 주인공들의 얼굴과 몸, 주변의 자연 환경 뿐이지만 배우들의 눈빛과 표정이 서서히 변하는 것을 잡아내는 관객이라면 소리 없는 이들의 감정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배우들 사이의 빈 공간을 흘러가는 주변의 소리도 듣게된다. 흙을 사각사각 밟는 발 소리나 풀 벌레 소리, 시냇물 흐르는 소리 등이다. 어릴 때 전기누선 사고로 두 팔을 잃은 재중동포 최금호가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솔한 연기를 보여주며 '고양이를 부탁해', '욕망', '내부순환선'에 출연했던 장소연도 기억에 남는 연기를 선보인다. 김광호 감독은 옌볜 TV방송국의 촬영기사이자 프로듀서 출신으로 이 영화가 장편 연출 데뷔작이다. '망종'의 장률 감독, '우리 학교'의 고영재 PD가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궤도'는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돼 뉴커런츠상을 받은 뒤 올해 네덜란드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스페인 바르셀로나 아시안영화제, 영국 에든버러 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받았다. 11일부터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만날 수 있다.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