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무성영화시대 최고의 공상과학영화로 평가받는 프리츠 랑 감독의 1927년작 '메트로폴리스'의 한 복사본이 삭제되지 않은 원형 가까운 형태로 아르헨티나에서 발견됐다.
이 복사본에는 영화계가 지난 80년간 잃어버린 것으로 간주했던 '메트로폴리스'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장면이 거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비스바덴에 있는 프리드리히-빌헬름-무르나우 재단은 3일 '메트로폴리스'의 원본에서 한 장면만이 빠진 복사본이 아르헨티나 영화박물관의 큐레이터에 의해 발견됐다고 밝혔다.
헬무트 포스만 재단이사장은 "발굴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뻤다"며 전문가도 이것이 가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의심치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재단의 앙케 빌케닝은 "없어졌던 거의 모든 부분이 발견됐다. 핵심적인 두 장면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프리츠 랑 감독의 `메트로폴리스'는 1927년 1월 독일 베를린에서 개봉, 몇 개월간 상영됐지만 비평가 및 관객의 반응이 신통치 않아 흥행에 실패했다.
이후 미국의 영화배급사인 파라마운트가 러닝타임 2시간30분의 복잡한 줄거리를 단순하게 편집했다. 30분에 가까운 장면이 잘려나갔으며, 이 장면은 이후 잃어버린 것으로 여겨져왔다.
이번에 발굴된 복사본은 아르헨티나 배급자인 아돌포 Z. 윌슨이 구입, 개봉 이듬해인 1928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상영한 것이다.
독일 주간지 '디 차이트'는 아르헨티나 상영 직후 한 영화 비평가가 이 복사본을 구입, 수십년간 소장해오다 1960년대 이를 팔았다고 전했다.
그러던 중 아르헨티나 영화팬 2명이 올해초 영화박물관에서 상자에 담겨 있는 릴 필름을 발견, 그 내용을 DVD에 담아 독일에 분석을 의뢰하면서 빛을 보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재단은 복사본에 ' 미래도시 메트로폴리스의 주민들이 파국을 향하고 있다고 수도사가 예언하는 부분'만 빠져있다고 설명하면서 "비록 보존상태는 좋지 않지만, '메트로폴리스'를 풀버전으로 묶겠다는 오랜 꿈이 실현된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메트로폴리스'는 호화롭게 살아가는 지배계급과 지하에서 노예처럼 생활하는 노동자계급이 대비되는 미래도시 메트로폴리스를 그린다.
지배계급 통치자의 아들이 어느날 지하세계의 한 소녀와 사랑에 빠지고, 계급의 통합을 도모하면서 대립과 갈등이 빚어지게 된다.
일각에서는 물가상승률을 고려, 지금까지의 영화 가운데 가장 제작비가 많이 든 영화 중 하나로 꼽기도 한다.
이 영화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의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는 첫 영화가 되기도 했다.
재단은 그래도 원본과 비교하면 5분간의 장면은 여전히 누락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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