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스크린에서 '아바'를 듣는 즐거움 '맘마미아!'

(연합뉴스) 설렘, 짜릿함, 흥겨움, 애틋함, 두근거림, 사랑스러움… 이 모든 말들을 다 동원해도 스웨덴 그룹 '아바'(ABBA)의 히트곡들에 대한 감정을 설명하기는 충분하지 않다. '댄싱 퀸'(Dancing Queen)을 듣고 나서 손발이 짜릿해지는 기분을 몇몇 형용사로 규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워털루'의 리듬에 발을 구르게 된 계기를 몇 마디로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 1974년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 '워털루'(Waterloo)를 들고 처음 등장한 '아바'는 이후 10년 가까이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고 이들의 노래는 세대를 넘어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애창되고 있다. 다음달 4일 개봉하는 영화 '맘마미아!'(Mamma Mia!)의 주인공은 바로 '아바'가 불렀던 히트곡들이다. '아이 해브 어 드림'(I have a dream)에서 시작해 '땡큐 포 더 뮤직'(Thank you for the music)으로 끝나는 '맘마미아!'는 마치 '아바'의 노래들로 가득 채워진 선물세트 같다. 메릴 스트립이나 피어스 브로스넌, 콜린 퍼스처럼 이름만 들어도 든든한 배우들이 좋은 연기를 펼치지만 결국 이들의 대사와 춤과 노래는 주연배우 '아바'에 대한 헌사다. 인물들은 '아바'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사랑을 나누며 서로 원망하고 재회한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그리스의 해변과 이 지역 특유의 고풍스러운 건물들의 아름다움 역시 노래를 위해 존재하는 스펙터클이다. 뮤지컬하면 떠오를 만한 화려한 무대장치가 스크린에 옮겨져 있지는 않지만 영화의 배경은 '아바'의 노래들과 이들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연기가 어우러지기에는 충분히 훌륭한 무대다. 이미 흥겨워질 대로 흥겨워진 관객들의 감정은 자막이 흐르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까지 이어진다. 자막이 마저 다 오르기 전 커튼콜에 앙코르곡까지 흘러나오며 '아바'의 노래에 대한 헌사가 쏟아진다. 영화는 그리스의 한 섬에서 각각 다른 곳에 있는 3명의 중년 남성들(피어스 브로스넌·콜린 퍼스·스텔란 스카스가드)에게 편지를 보내는 소피(아만다 시프리드)의 모습에서 시작된다. 막 스무살이 된 소피는 돌아오는 주말에 연인 스카이(도미닉 쿠퍼)와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편지의 발송하는 사람은 소피지만 사실 발신인으로는 어머니 도나(메릴 스트립)의 이름이 적혀있다.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른 채 어머니 밑에서 자란 소피는 옛날 일기장에 도나가 적은 기록을 토대로 아버지 후보로 3명을 추렸고 이들에게 도나의 이름으로 결혼식에 와달라는 초청 편지를 보낸 것이다. 젊은 시절 바닷가에서의 추억을 간직한 채 각자 다른 곳에서 살아가는 이들 3명이 이 같은 사실을 알리가 없다. 결국 소피의 뜻대로 3명은 도나와 소피의 섬에 모이고 옛 남자들의 출현에 깜짝 놀라는 도나, 이들 사이에서 아버지를 찾으려는 소피, 그리고 영문도 모른 채 아버지가 될 상황에 놓인 3명의 남자들 사이에 소동이 일어난다. 뮤지컬의 팬이라면 대충의 줄거리만 보고도 눈치를 채고도 남았겠지만 영화는 '아바'의 음악 만큼이나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뮤지컬 '맘마미아!'를 충실히 스크린에 옮겼다. 1999년 런던에서 첫 선을 보인 뮤지컬 '맘마미아!'는 지금가지 전세계 160개 이상의 도시에서 20억원이상의 티켓이 팔렸을 정도로 빅히트를 기록했다. 한국 역시 2004년 초연 이후 500회 이상이 공연됐다. 뮤지컬 '맘마미아!'를 연출했던 감독 필리다 로이드가 메가폰을 잡았으며 프로듀서 주디 크레이머와 시나리오 작가 캐서린 존슨 역시 뮤지컬 '맘마미아!' 신화의 주인공들이다. 여기에 '아바'의 남성 멤버들인 베니 안데르손과 비욘 울바에우스도 뮤지컬에 이어 영화에서도 직접 음악을 담당했다.

<日 영화계가 기대하는 젊은 감독 노부히로>

(연합뉴스) 일본 주요 영화제인 호우치영화제는 작년에 감독상 수상자로 30대 젊은 감독 야마시타 노부히로(山下敦弘.32)를 선택했다. 지금까지 이 영화제에서는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와 '남자는 괴로워' 시리즈를 만든 야마다 요지 같은 거장들이 감독상을 받아왔다. 야마시타 감독은 32살때 이 상을 탔던 이와이 슈운지 감독보다 한 살 빠른 나이에 수상자로 선정됐다. 야마시타 감독은 또 지난 해에 일본 영화전문지 키네마준보가 뽑은 베스트 10에 두 편의 영화를 올려놓은 유일한 감독이 되기도 했다.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이 2위에, '마츠가네 난사사건'이 7위에 각각 오르면서 한동안 눈에 띄는 신인 감독의 등장이 없던 일본 영화계가 뜨거운 관심을 쏟아낸 것이다. 20~26일 열리는 시네마디지털서울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한 야마시타 감독을 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서울 압구정 CGV에서 만났다. 그는 배두나가 출연한 '린다린다린다'로 한국에도 적지 않은 팬들을 갖고있다. 지난달 말 개봉한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은 상영관이 5개 안팎에 불과하지만 누적관객 수 1만명을 넘기며 한 달 가까이 롱런하고 있다. 야마시타 감독은 24일 서울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배두나와 좌담회 행사를 갖고 팬들과 직접 만나기도 할 예정이다. 다음은 야마시타 감독과의 일문일답. --배두나와는 얼마 만에 만나는 셈인가? 가끔 연락을 주고받기도 하나. ▲2005년 부산영화제 이후 3년만에 보는 거다. 솔직히 배두나와 연락을 자주 주고받지는 않는다.(웃음) 내가 컴퓨터도 사용하지 않고 이메일 주소도 안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컴퓨터나 인터넷 같은 것을 별로 안좋아하는 편이다. 휴대전화도 잘 사용하지 않는다. 영화에 휴대전화가 나오는 게 싫어서 도시보다는 시골을 배경으로 해서 영화를 만들 정도다. --올해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과 '마츠가네 난사사건'은 전혀 다른 스타일을 담고 있다.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이 소년ㆍ소녀들의 사랑이야기를 그렸다면 '마츠가네 난사사건'은 엽기적인 상황 속에 인간의 처절한 본성을 드러내는 영화로 비교가 전혀 다른 스타일인데. ▲두 편의 영화는 비슷한 시기에 시나리오 작업이 진행됐다. 두 영화의 스타일이 워낙 다르니 한 작품 대본작업을 하다가 쌓인 스트레스를 다른 작품에 쏟아넣는 식으로 번갈아 작업했다.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에서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시나리오를 썼던 와타나베 아야와 같이 작업을 했다. ▲나는 도쿄에, 아야씨는 시골인 시마네현에 있어서 많은 만남을 갖지는 못했다.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에 아야씨의 스타일이 잘 묻어있어서 좋다.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이 한국 극장가에서도 꾸준히 인기를 모으고 있다. 만화인 원작을 영화에 옮겼는데 어떤 의도를 가지고 연출했나. ▲원작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절대 지금까지의 내 스타일은 드러내지 말자고 생각했다. 장편인 원작 만화에서 여주인공 '카호'의 성장 이야기를 중점에 두면서도 원작의 느낌을 훼손시키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래서 '귀엽다'라는 단어 하나를 머리 속에 넣은 채 작업했다. 영화를 본 한국팬들이 '원작 만화도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으면 좋겠다. --'린다린다린다'에서 주인공인 여고생들이 결국 일상에 복귀하는 느낌이었다면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의 카호는 영화가 끝나갈 때에는 한층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하는 느낌이다. ▲소녀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처음에는 감정만 느낄 뿐 직접 연애를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지만 키스도 하고 적극성도 보이면서 연애에 뛰어드는 셈이다. 그런 모습을 소녀가 성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린다린다린다' 촬영 때의 배두나에 대해서는 어떤 느낌이 남아있나. ▲다른 주연배우들 3명과 친하게 잘 지냈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무리한 요구도 많이 했었는데 배두나가 잘 따라줬다. '린다린다린다'는 여러 나라의 영화제에서 상영됐는데 가는 곳마다 배두나 씨의 연기에 대해 칭찬하는 분들이 많았다. 영화의 느낌을 잘 드러낼 수 있는 능력과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배우다. --작년 호우치 영화제에서 수상도 하고 키네마준보의 베스트 10에도 선정되며 일본 평단의 집중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 영화의 미래다'는 칭찬까지 있는데. ▲내가 일본 영화의 미래라면 일본영화는 위험한 미래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웃음) 지난 10년 가까이 일본영화계에 남들이 하지 않는 것들을 하며 비어있는 틈을 메워왔는데 그런 부분들의 좋은 결과가 작년에 한꺼번에 드러났던 것 같다. 10년 뒤에도 일본 영화계에 어떤 방식으로든 파워풀한 방점을 찍고 다음 10년을 준비하는 그런 위치에 있었으면 좋겠다.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 이후에 대작영화 연출 제의도 많았을 것 같은데 1년 가까이 장편영화 대신 단편영화를 찍고 있다. ▲단편영화는 1개의 아이디어로 임팩트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내게 영화는 10대 때 장난삼아 만들었던 영상물들의 연장선에 있다. 그때 로보캅 흉내를 내며 영화를 만들어 친구들에게 보여주곤 했었다. 영화가 일종의 놀이였던 셈이다.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을 끝내고 서른이 됐으니 20대의 지난 10년을 되돌아보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1년간은 단편영화 만드는데 집중해보자고 다짐했었다. 시네마디지털서울에 가져온 '참 작은 세계'와 '파리 텍사스 모리구치'는 그렇게 만든 단편영화들이다. --차기작은 어떤 영화인가. ▲'나의 뒤 페이지'라는 제목의 영화로, 전공투 세대의 한 신문기자가 1970년대에 살인사건에 연루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릴 예정이다. 올해 부산영화제의 부산프로모션플랜(PPP)에도 참가할 예정인데 나로서는 처음 과거 시대를 만드는 영화이며 실화를 소재로 하는 작품이라서 도전적인 프로젝트다.

<제철 잊은 공포ㆍ액션ㆍ스릴러 영화>

(연합뉴스) 벌써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지만 극장가에는 공포와 스릴러, 액션 영화의 행진이 한창이다. 관객을 오싹하게 만드는 공포ㆍ스릴러, 시원시원한 액션 장르의 영화는 보통 무더운 한여름에 개봉하는 것으로 인식돼 왔으나 점점 이런 공식이 무너지고 있는 것. 8월 말~9월에 걸쳐 찾아오는 공포ㆍ액션ㆍ스릴러 영화들은 국적도, 형식도 다양하다. ◇더욱 오싹한 공포ㆍ스릴러 = 28일 '블레어 윗치'의 대니얼 미릭 감독이 오랜만에 내놓은 미스터리 공포물 '썸머 솔스티스'가 찾아온다. 여름 별장으로 떠난 청소년들에게 망자의 영혼이 찾아온다는 줄거리로 초자연적인 현상을 그린 장면들이 눈길을 끈다. 9월 11일 개봉하는 '미러'도 공포 스릴러물. 전직 경찰이 화재로 폐허가 된 백화점의 야간 경비로 일하기 시작했다가 발견한 대형 거울로 인해 불가사의한 사건에 빠져든다는 이야기로, '24'의 키퍼 서덜랜드가 주연을 맡았다. 또 홍콩 명감독 두치펑(杜琪峰)은 진실과 거짓,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오가는 범죄 스릴러 '매드 디텍티브'를 내놨다. 다른 사람의 내면에 숨겨진 또 다른 인격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형사가 의문의 연쇄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9월 18일 개봉한다. 9월 25일 개봉하는 '트럭'은 트럭 운전사가 빚 때문에 범죄 조직의 살인 현장 뒤처리를 맡았다가 설상가상 시체를 실은 트럭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까지 태우게 된다는 이야기. 유해진과 진구가 각각 운전사와 낯선 남자 역을 맡아 섬뜩한 스릴러의 세계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화끈한 액션 영화 = 먼저 28일에만 3편의 액션영화가 일제히 개봉한다. 셰팅펑(謝霆鋒), 위원라(余文落) 등 홍콩 액션스타들이 출동한 '남아본색', 한국 액션 배우들의 피땀 어린 노력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우리는 액션 배우다',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맨손 액션 '스페어'다. 9월로 넘어가도 각양각색의 액션물은 꾸준히 찾아온다. 먼저 '신기전'은 조선시대 다연발 화포를 소재로 한 전쟁 액션 사극이다. 9월 4일 관객을 찾는 이 영화는 정재영과 한은정이 주연을 맡아 액션에 강력한 멜로를 섞어 넣었다. 9월 11일 개봉하는 '영화는 영화다'는 색다른 줄거리가 눈에 띈다. 김기덕 감독이 원안을 쓴 이 영화는 성격이 불 같은 장수타(강지환)가 실제 깡패 이강패(소지섭)에게 영화 출연을 제의하고, 이강패가 무조건 실제로 몸싸움을 벌이면서 촬영하는 조건으로 제의를 받아들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니컬러스 케이지가 주연한 '방콕 데인저러스'도 '영화는 영화다'와 같은 날 국내 관객을 찾아온다. 용병 출신의 킬러 조가 지하 세계를 주름잡는 태국 갱단의 의뢰로 방콕을 찾았다가 권력자 암살과 관련된 음모에 휘말린다는 이야기.

<초가을 극장가 다큐가 몰려온다>

(연합뉴스) 여름 블록버스터 시즌이 끝나는 8월 말부터 9월까지 극장가에 다큐멘터리 영화가 잇따라 개봉된다. 한국 다큐멘터리 '우린 액션배우다'와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샤인 어 라이트'가 오는 28일부터 관객들을 만나며 9월4일과 18일 환경영화 '지구'와 판소리 신동들의 이야기 '소리 아이'가 각각 첫선을 보인다. 비슷한 기간에 4편의 다큐멘터리가 한꺼번에 관객들을 만나는 것은 국내 극장가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이처럼 다양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극장에 내걸릴 수 있는 것은 지난 2003년과 2004년 각각 2만명과 3만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영매'(박기복)와 '송환'(김동원) 이후 극장용 다큐멘터리 제작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2006년과 2007년에 '비상'(임유철)과 '우리 학교'(김명준)가 각각 4만명과 10만명의 '대박'을 터트리며 극장 개봉 다큐멘터리의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높인 것 역시 다큐멘터리의 극장 상영에 활력소가 됐다. 국내에서 개봉한 역대 다큐멘터리 영화 중 10만명 이상의 관객이 관람한 영화는 '우리 학교'와 2004년 개봉한 '화씨 9/11' 등 2편이 전부다. 100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화씨 9/11'은 당시 감독인 마이클 무어의 열풍 거셌던 덕에 30만명을 동원했다. ◇우린 액션배우다 = 4편의 영화 중 가장 유머가 풍부한 다큐멘터리다. 저우싱츠(周星馳)처럼 액션과 연출을 같이하는 감독이 되기 위해 무작정 액션스쿨에 자원한 감독(정병길)이 자신과 함께 액션스쿨에 들어온 동기들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았다. 등장인물은 크게 5명이다. 자동차 정비사였던 전직을 살려 차량 스턴트가 주특기인 귀덕, 미용사 출신으로 프로복싱 신인왕전에서 탈락한 '전력'이 있는 진석, 발차기는 어설펐지만 잘생긴 얼굴 덕분에 액션스쿨에 합격한 성일, 뛰어난 실력을 갖췄지만 잦은 부상으로 가수 데뷔를 준비 중인 문철, TV출연이 좋아 액션스쿨에 들어왔지만 한가지 일을 진득하게 하지 못하는 성격의 세진이다. 꿈과 청춘, 그리고 성장이라는 만만치 않은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영화의 바탕에 깔려있는 액션과 각 인물들에서 우러나오는 유머에 영화 후반부의 감동까지 상업영화의 요소도 넉넉히 갖추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미 전주영화제 최고인기상과 정동진독립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하는 등 영화제에서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받았다. 전국 15개 스크린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샤인 어 라이트 =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연출한 음악 다큐멘터리로, 전설적인 록그룹 '롤링스톤스'가 주인공이다. 영화는 롤링스톤스의 활약상이나 멤버들의 개인사 보다는 작년 뉴욕 비콘극장에서 열었던 롤링스톤스의 공연에 집중한다. 감독은 무대 안에 설치한 수십 대의 카메라를 통해 공연 장면을 세세하게 카메라에 담아냈고 중간 중간에는 롤링스톤스 멤버들이 과거에 했던 인터뷰 영상을 끼워 넣었다. 30~40년의 세월을 사이에 두고 얼굴과 몸은 달라졌지만 마음과 행동은 아직도 장난꾸러기 소년들 같은 멤버들의 모습을 이어 보여주는 것이다. 강산이 3~4번은 바뀌었을 세월을 넘나들지만 공연 장면과 인터뷰 영상에 담겨있는 롤링스톤스의 모습은 한결같이 장난꾸러기 소년들처럼 보인다. 영화에는 이 같은 롤링스톤스의 재능과 열정에 대한 스코세이지 감독의 애정이 듬뿍 담겨 있다. 올해 초 열렸던 베를린국제영화제의 개막작. CGV 극장체인 중 강변, 압구정, 용산, 인천, 죽전 등 5곳에서 상영된다. ◇지구 = 환경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로는 이례적으로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한 영화다. 독일에서는 박스오피스에서 3주 동안 1위에 올랐었고 프랑스에서는 100만명 이상이 관람했다. 일본에서도 올해 초 개봉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영화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종(種)의 보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동물들이다. 이들이 사투를 벌이게 된 이유는 지구 온난화. 극지방의 얼음이 감소하자 북극곰은 물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혹등고래는 매년 먹이를 찾아 더 먼 길을 이동해야 하지만 먹는 양은 점점 줄어든다. 적도 부근에 살던 아프리카 코끼리 역시 물이 부족한 상황이다. 목숨을 건 여행을 하는 동안 북극곰은 배고픔에 지쳐가고 혹등고래는 힘겨운 지느러미 질을 멈추지 않으며 아프리카 코끼리는 코끼리라는 이름이 안 어울릴 정도로 말라간다. 올해 서울환경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상영되기도 한 이 영화는 톱스타 장동건이 내레이터로, 감독 이명세가 내레이션 감독으로 각각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국 BBC와 독일 그린라이트 미디어가 공동제작했으며 40여명의 카메라맨들이 세계 26개국 200여곳에서 촬영했다. 수입사 거원시네마는 영화가 상업성이 높다고 보고 다큐멘터리로는 역대 최고 수준인 150개 내외의 스크린에 영화를 내걸 예정이다. ◇ 소리 아이 = 판소리 신동으로 불리는 두 소년이 주인공이다. 이 중 한 명은 TV 프로그램 '놀라운 대회 스타킹'에 출연해 3연승을 차지한 성열이다. 성열은 정식으로 판소리 교육을 받은 적은 없지만 아버지에게서 귀동냥으로 소리를 익혀 전국을 돌며 공연을 다닌다. 성열은 사람들에게 소리를 들려주는 일이 너무 즐겁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또 다른 주인공은 6년여 동안 판소리를 배워 4시간 반이나 걸리는 '심청가' 완창을 해낸 수범이다. 아버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으며 해남과 광주를 오가며 정식으로 판소리 수업을 듣고 있다는 게 성열이와 다른 점이다. 수범이의 꿈은 계속 소리를 익혀 명창이 되는 것이다. 영화를 연출한 백연아 감독의 카메라는 서로 다른 환경을 가지고 있지만 판소리라는 꿈을 공유하고 있는 두 소년의 삶을 묵묵히 좇아간다. 판소리를 통한 소년의 성장기와 이들의 꿈, 열정, 고민에 대한 이야기가 잔잔하지만 감동 깊게 펼쳐진다. 지난 5월 미국 독립영화제인 시러큐스국제영화제의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작품. 작년 '우리 학교'를 배급한 바 있는 영화사 진진은 '소리 아이'를 15~20개의 스크린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새영화> 아동용 동물영화 '달려라 루디'

(연합뉴스) 귀여운 어린이와 동물은 아동용 영화에 빠질 수 없는 소재다. 독일에서 날아온 영화 '달려라 루디'에는 엄마를 잃은 착한 소년과 인형과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고 귀여운 새끼 돼지 한 마리가 등장한다. 엄마가 세상을 떠난 뒤 아빠 토마스(세바스티안 코치)와 단둘이 살아온 니켈(모리스 타이체르트)은 농장 견학 중에 위험에 빠진 새끼 돼지 루디를 구해 집으로 데려온다. 출장에서 돌아온 아빠는 여자친구 아냐(소피 폰 케셀)와 아냐의 딸 필리(지나 리차르트)를 집에 데려오는데 새엄마를 맞을 준비가 전혀 안된 니켈은 아냐와 필리 모두 못마땅하다. 니켈과 필리는 사이가 좋지 않지만 토마스와 아냐의 재혼을 막기 위해 힘을 합치기로 한다. 방법은 돼지 루디를 이용해 말썽을 일으키는 것. 가족의 화합을 다지는 데 중점을 두는 전반부와 달리 영화는 니켈이 가출하는 중반을 넘어서면서 납치 소동극으로 잠시 전환된다. '나홀로 집에'에서처럼 어수룩한 어른 악당들이 등장해 주인공들을 괴롭히지만 제 꾀에 넘어간다.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는 다시 새끼 돼지 루디가 투입된다. 루디의 활약으로 영화는 아동물의 본 모습을 되찾고 충분히 예측 가능한 권선징악형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새끼 돼지와 아역 배우들은 물론이고 이야기의 흐름까지도 귀엽고 아기자기하다. 다만 한부모 가정들을 엮으면서 가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담았음에도 어린이에게 시선을 완전히 고정한 평범한 전개와 결말로 어른 관객에게 호소할 만한 요소는 그리 많지 않다. 영화를 만든 피터 팀 감독은 가족영화를 주로 만들었고 이번 영화는 '꼬마돼지 레옹'(1995년)의 후속작이다. 원작은 우베 팀의 동명 아동소설이다. 28일 개봉. 전체 관람가.

<새영화> 11살 소년의 전쟁 '이노센트 보이스'

(연합뉴스) 만약 당신이 극장에서 눈물을 흘리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스타일이라면 28일 개봉하는 영화 '이노센트 보이스'(Innocent Voices)는 끊임없이 이런 당신을 괴롭히는 영화가 될 것이다.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질 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들키기 싫다면 영화를 보는 중 가끔이라도 스크린에서 눈을 떼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이건 현실이 아니라 영화일 뿐이야'라며 자신을 다독여야 할지도 모른다. 영화의 배경은 1980년대 엘살바도르의 내전이다. 중앙아메리카의 태평양 연안에 있는 이 나라는 1981년부터 12년 동안 내전을 겪었다. 보수와 진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대립이 근본적인 원인이지만 이 내전이 12년 동안이나 지속한 것은 미국의 개입 때문이었다. 내전 동안 목숨을 잃은 사람은 8만 명이나 되고 이들 중 상당수는 민간인이었다. 영화의 주인공들이 사는 곳은 정부군과 게릴라의 교전이 매일같이 펼쳐지고 있는 도시의 외곽 지역이다. 전투는 주로 밤에 일어난다. 밤에는 총알이 집안까지 빗발칠 정도로 치열한 격전이 펼쳐지지만 낮에는 비교적 조용한 편이다. 이 곳에 사는 열한 살 소년 차바(카를로스 패딜라)는 어머니(레오노어 바레라)에게 혼나는 게 일이다. 전쟁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그저 장난치고 놀러다니기 일쑤이기 때문에 어머니 입장에서는 자꾸 혼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차바는 아버지가 미국으로 떠나버린 지금 이 집안의 가장이 된 처지다. 영화가 전쟁과 어린이를 다루는 방식은 비슷한 종류의 다른 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르네 클레망의 '금지된 장난'이나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 일본 애니메이션 '반딧불의 묘'(다카하타 이사오)처럼 전쟁의 참상과 그 와중에도 밝기만 한 어린이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총탄이 빗발치는 중에도 아이들은 얼굴에 립스틱을 칠한 채 장난에 열중하며 식탁 앞에서 실수로 방귀뀌는 소리에 웃음을 참지 못한다. 하늘에 연을 날리며 놀다가 통행금지 시간을 어겨서 혼나기도 하며 탱크가 지나가는 길거리에서도 춤추며 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차바는 같은 반 여자아이 크리스티나(주나 프리머스)에게 수줍게 고백하며 풋사랑을 키워가기도 한다. 사실 아버지는 떠났지만 어머니와 '뚱땡이 누나', 아무나 붙잡고 '아빠'라고 외치는 막내까지 네 식구인 차바의 가족은 주위의 불안한 상황에 한걸음 비껴있는 느낌이다. 이 영화가 다른 전쟁영화에서 한 발자국 더 나가는 것은 전쟁의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개구쟁이이던 차바가 어른들의 전쟁에 직접적으로 개입되는 순간부터다. 열두 살이 되면 차바 역시 징집 대상이 돼 정부군에 끌려가야 하는 상황인 것. 여기에 정부군과 게릴라의 싸움이 한층 격해지면서 이전에는 주변에만 머물던 전쟁이 차바 개인의 삶에 직접 위협이 되는 것이다. 열두 번째 생일을 전후해 옆집 누나는 총을 맞아 싸늘한 주검이 되고 어느 날 찾아가 본 크리스티나의 집이 폭탄을 맞아 폐허가 되자 이제 차바는 징집을 피해 계속 도망을 다녀야 할지 아니면 게릴라군에 입대할지 선택을 해야 한다. 차바의 밝은 모습과 함께 차바보다 먼저 전쟁에 개입된 주변인물들을 참상을 보여주며 차근차근 감정을 쌓아가던 영화는 차바의 운명이 결정되는 후반부로 향하면서 점점 어두운 색조로 변해간다. 이렇게 영화의 톤이 점점 어두워지던 영화는 차바가 머리에 총구가 겨눠지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절정에 오른다. 슬픔과 안타까움이 뒤섞인 관객들의 감정 역시 영화의 절정에서 최고조에 이르지만 정작 관객들이 가슴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드는 때는 영화가 끝나고 이 영화가 실화라는 사실을 설명하는 자막이 올라가는 순간이다. 영화는 시나리오 작가가 직접 경험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이 같은 참상의 뒤에는 엘살바도르 정부군를 전폭적으로 지지한 미군이 있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여기에 여전히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3만 명 이상의 아이들이 군대에 끌려가고 있다니, '현실이 아니라 영화'라는 관객 스스로 다독임은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극장을 나온 뒤에도 주인공 꼬마 아이의 슬픈 눈빛이 잊히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메가폰을 잡은 이는 멕시코의 중견 감독 루이스 만도키. 영화는 2005년 베니스영화제에서 아동영화 부문 대상인 '크리스탈 곰상'을 수상했으며 같은 해 시애틀국제영화제에서도 대상을 차지했다. 수입사 스튜디오2.0은 일단 종로의 단성사에서 단관 개봉한 뒤 차츰 상영관을 늘릴 계획이다.

<새영화> 꿈에 대한 찬가 '우린 액션배우다'

(연합뉴스) 28일 개봉하는 '우린 액션배우다'는 다큐멘터리이지만 코미디에 가깝고 액션배우들이 등장하면서도 사실은 액션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 청춘들의 꿈에 관한 이야기다. 꿈에 관한 이야기라고 해서 이 영화가 교훈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물론 영화 속 인물 중에는 액션배우의 꿈을 소중히 가꿔가는 이들도 있지만 꼭 그렇지 않은 친구들도 있다. 영화 속 액션배우들 혹은 액션배우를 꿈꾸는 이들은 갈 길을 정해놓고 밤낮없이 매진하는 바람직하기만 한 그런 청춘들은 아니다. 꿈과 현실 속에서 고민하기도 하고 때로는 좌절하기도 하면서 때로는 루저(loser)다운 한심함을 보이는 까닭에 지금 우리 주변에 있는 청춘들이다. 영화는 그런 점에서 꿈에 대한 찬가이고 루저들에 대한 다독거림이며 20대에서 30대로 향하는 남자들의 성장기다. 등장인물들은 크게 5명이다. 모두 서울액션스쿨 8기생들로 액션스쿨 졸업작품 '칼날 위에 서다'를 함께 만든 이들이다. 귀덕은 차 뒤집는 게 주특기다. 자동차 정비사였던 전직을 살린 셈이다. 대표작은 '괴물'에서 한강에 떨어지는 사람. '칼날 위에 서다'에서도 떨어지는 대역을 했으니 떨어지는 일 전문이다. 진석은 미용사 출신으로 프로복싱 신인왕전에서 탈락한 '전력'이 있다. 진석이 나름대로 괜찮은 직업이던 미용사 생활을 접은 이유는? 재미있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보자는 결심 때문이다. 성일은 발차기는 어설펐지만 잘생긴 얼굴 덕분에 액션스쿨에 합격했다. '쩐의 전쟁'에서 박신양의 대역을 하기도 했지만 연기 뿐 아니라 액션이 뛰어난 박신양 때문에 단 1컷 출연하는 데 그쳤다. 영화 속 인물들 중 가장 어린 문철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후 액션스쿨에 들어왔다. 댄스 실력도 좋고 우슈 선수까지 했으니 기본기가 가장 잘 갖춰졌던 셈이다. 어리지만 뛰어난 실력을 갖춘 문철은 잦은 부상으로 가수 준비를 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속 인물 중 가장 많은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는 문제아는 세진이다. TV출연이 좋아 액션스쿨을 지망했던 그는 특유의 '뻥'으로 결국 합격했지만 한가지 일을 진득하게 하지 못하는 성격 탓에 여러 직업을 전전하고 있다. 지금은 제주도의 말 농장에서 일하고 있다. 초반을 제외하고는 카메라 앞에 서지는 않지만 연출자 정병길 감독 역시 이들과 액션스쿨 동기 사이로, 졸업 이후 액션배우 생활을 접고 단편영화를 연출하고 있다. '칼날 위에 서다'의 메이킹 필름에서 시작하는 영화는 이후 2년 가량을 뛰어넘어 각자 다른 곳에서 생활하는 '동기'들을 보여준다. 전체 동기 36명 중 액션스쿨을 수료한 사람은 15명 뿐. 함께 '칼날 위에 서다'를 만들었던 친구들 중에서 액션 연기를 하는 친구는 귀덕과 진석, 성일 뿐이다. 다큐멘터리이면서도 영화는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고 있다. 인물들의 꿈이 현실과 어떻게 부딪쳤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감독은 각 인물의 캐릭터를 풀어내는 데 집중할 뿐이지만 마치 시트콤처럼 각 캐릭터는 개성이 넘쳐나며 이들을 둘러싼 에피소드 역시 웃음을 자아낸다. 액션배우라는 꿈이 현실이 되도록 도전을 계속하는 이들의 고민은 바로 목숨을 담보로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액션 연기가 좋고 영화가 좋지만 현장에는 크고 작은 부상의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고민은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촬영감독이며 자신들의 선배인 지중현 무술감독의 죽음과 함께 극으로 치닫는다. '놈놈놈'의 300분의 1정도인 4천500만원의 제작비로 만들어졌지만 '우린 액션배우다'는 올해 선보인 한국 독립영화 중 가장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으로 불리고 있다. 꿈과 청춘, 그리고 성장이라는 만만치 않은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영화의 바탕에 깔려있는 액션과 각 인물들에서 우러나오는 유머에 영화 후반부의 감동까지 상업영화의 요소도 넉넉히 갖추고 있는 덕분이다. 올해 전주영화제에서는 평점 5점 만점 중 4.69점을 받아 관객이 뽑는 '최고 인기상'을 수상했으며 최근 열린 정동진 독립영화제에서도 관객상인 '땡그랑 동전상'을 받았다.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대표 영화산업 손떼

(연합뉴스)국내 굴지의 영화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를 이끌어 온 정태원 대표가 지분 전량을 매각하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태원엔터테인먼트는 19일 공시를 통해 ABN암로 자회사인 파이어웍스 인터내셔널(34%)을 비롯해 정 대표(17%)와 외국계 펀드 카니자로(17%)가 보유한 지분 69%(1천153만1천590주)를 조정호 씨와 에이치씨파트너스에 전량 매각했다고 밝혔다. 매각대금은 18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태원측은 "정 대표가 경영권을 양도한 뒤 당분간 휴식을 취하면서 다른 사업을 모색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영화업계의 제작과 투자를 선도해온 정 대표의 퇴진으로 시장 침체와 자금난이 심각해지고 있는 영화산업에도 타격을 줄 전망이다. 정 대표는 한때 "답보상태에 빠진 한국의 영화시장으로서는 한계가 있다"며 전세계를 시장으로 한 글로벌 프로젝트로 방향을 세웠다 결국 불투명한 시장전망에 막혀 이마저 포기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영화평론가 오동진 씨는 "현재의 영화시장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영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정 사장이 영화시장에 더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전망으로는 정 대표가 그동안 축적된 노하우를 통해 또다른 `판'을 모색하고 있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편 태원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조씨는 모재벌 그룹의 임원으로 일했던 경력만 알려지고 있으며 사모 주식회사인 에이치씨파트너스와는 특수 관계인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중견 영화제작사인 태원은 그동안 '가문의 영광'을 비롯한 일명 '가문' 시리즈와 '맨발의 기봉이',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사랑' 등을 제작했으며 '킬 빌'과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수입, 배급했다. 올초 태원은 한국, 중국, 홍콩의 영화계가 합작한 '삼국지:용의 부활' 제작비의 90%를 대고 투자.배급을 주도하기도 했다. 영화업계 한 관계자는 "정 대표의 퇴진으로 증시에 상장돼 있던 상당수 영화 제작 및 연예 매니지먼트 업체가 매각을 통해 시장을 빠져나가는 바람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새영화> 멜로.코미디 버무린 액션사극 '신기전'

(서울=연합뉴스) "'영화는 영화'라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를 추구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조선시대 다연발 화포인 신기전(神機箭)을 소재로 삼은 영화 '신기전'(제작 KnJ엔터테인먼트)의 김유진 감독은 제작보고회와 언론 시사회 등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영화를 보면 김 감독이 '이 영화는 영화다'라는 당연한 말을 왜 여러 차례 강조했는지 눈치채게 된다. 기록에 남아있는 무기를 소재로 삼았고 실존 인물이 등장하지만 주인공 캐릭터와 줄거리는 모두 작가와 감독의 상상에서 나왔다. 그러니 관객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혼란스러워할 필요가 없으며, 이 영화를 민족주의 코드로 읽을지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기전'은 오락성을 가장 기본적인 전제로 삼고 있다. 대규모 인력과 물량, 컴퓨터그래픽이 투입된 액션신에 많은 시간이 할애된다. 그리고 이야기를 끌고 가는 정서는 진지한 역사관보다 가벼운 코미디와 신파 멜로다. 오히려 조선이 명나라로부터 굴욕을 당하는 장면이나 조선과 명나라의 전투를 담은 장면 등에서 슬며시 고개를 드는 민족주의가 어색해질 정도다. 문제는 액션사극과 코미디, 멜로가 얼마나 잘 어우러지느냐이다. 분위기가 꽤 진지해질 만하면 툭 튀어나오는 코미디와 멜로 장면, 그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보려고 마음 먹을 때쯤 등장하는 진지한 장면들에 관객은 갈피를 잡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나마 이야기가 무난하게 전개될 수 있었던 공은 주연 배우 정재영에게 돌려야 한다. '웰컴 투 동막골', '거룩한 계보', '아는 여자', '강철중:공공의 적1-1' 등 각종 장르에 다양한 배역을 섭렵한 정재영은 '신기전'에서 역사극과 코미디, 멜로의 사이를 어색하지 않게 오간다. 1448년, 세종(안성기)은 조선을 속국으로 여기는 명에 맞서 자주국방을 꿈꾸고 극비리에 '세계 최초의 로켓'인 신기전을 완성하려 한다. 그러나 조선의 신무기 개발을 막으려는 명은 조선의 화포 연구소를 습격하고 연구소 도감은 신기전의 비밀을 담은 문서를 외동딸 홍리(한은정)에게 맡긴 채 자결한다. 상단의 우두머리인 설주(정재영)는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내금위장 창강(허준호)으로부터 홍리를 숨겨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설주는 홍리가 신무기 개발의 임무를 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내치려 하지만 결국 홍리를 돕게 된다. 김유진 감독은 이 영화에 앞서 전도연, 박신양 주연의 '약속', 양동근 주연의 '와일드카드'를 선보인 바 있다. 내달 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