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직배영화-수입영화 관객수 역전>

(연합뉴스) 올 상반기 할리우드 직배사 배급작의 관객 동원력이 줄어든 반면 국내 영화사가 수입ㆍ배급한 할리우드 영화를 본 관객은 크게 늘어나 전세가 역전됐다. 24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발표한 '2008년 상반기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수입영화를 본 서울 관객은 지난해 상반기의 331만9천명보다 2배 이상으로 증가한 747만7천명이었지만 직배영화 관객은 818만명에서 528만명으로 감소했다. 관객 점유율도 직배영화는 13.1%포인트 떨어진 23.3%였고 수입영화는 18.1%포인트 늘어난 32.9%였다. 편수 자체도 직배영화는 4편 줄어들어 33편, 수입영화는 23편 증가해 56편이 상영됐다. 영진위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98년 이후 직배영화가 수입영화보다 점유율이 낮았던 적은 없었다. 보고서는 "올 상반기에 이르러 미국영화 주도권을 직배영화가 아닌 수입영화가 쥐게 됐다"며 "이는 한국영화의 부진이 미국영화의 약진으로 이어지면서 특히 미국 수입영화의 약진에 반영된 것으로 짐작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를 이끈 것은 국내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다. 올 상반기 흥행 외화 3위권의 '아이언맨', '인디아나 존스-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쿵푸 팬더'는 모두 미국 파라마운트 작품으로 CJ엔터테인먼트가 국내에 배급했다. 서울 극장 관객수는 지난해보다 소폭 많아졌다. 작년보다 0.9% 많은 2천270만명이 극장을 찾았으며 매출액은 8.1% 증가한 1천614억7천만원이었다. 관객수보다 매출액 증가 폭이 큰 것은 신용카드 할인이나 극장 자체 멤버십 할인, 지역 극장들의 이벤트 할인 등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풀이했다. 한편 지난해 극심한 침체였던 한국영화의 수출 실적도 늘어났다. 수출액은 미니멈 개런티 계약금액 기준 1천26만 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으며 북미 지역에서는 1천740%나 급증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교포 홈비디오 판권의 증가와 함께 '추격자', '세븐 데이즈' 등의 리메이크 판권 판매로 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침체기이기는 하지만 영화시장이 자정작용을 하고 있다는 징후들이 곳곳에 나타났다"며 "극장 상영 수익의 하락, 흥행영화의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다소 완화됐고 한국영화 수출도 증가해 악화일로만을 걸은 것은 아니었다"고 평했다. 영진위는 올해부터 전국 단위로 통계 범위를 확대했으나 작년과의 비교는 모두 서울을 기준으로 했다.

<주말영화> '님' 도전에 '놈' 수성하나

(연합뉴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놈놈놈)과 '님은 먼곳에'의 관객 쟁탈전이 주말 극장가의 관심거리다. 이번 주말 극장가에서는 개봉 2주차를 맞는 '놈놈놈'의 아성에 '님은 먼곳에'가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내민다. 23일 오후 7시 현재 예매율로만 보면 '놈놈놈'이 '님은 먼곳에'를 앞서고 있다. 예매사이트 맥스무비의 집계로는 '놈놈놈'의 예매율이 43.2%로 37.2%인 '님은 먼곳에'보다 높고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의 집계로도 '놈놈놈'이 역시 47.3%의 예매율로 '님은 먼곳에'(24.8%)를 앞서 있다. 무엇보다 '놈놈놈'은 900개를 훌쩍 넘긴 것으로 추정되는 스크린 수가 강력한 무기다. 여기에 중고교생들의 방학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게 '놈놈놈'측의 기대다. '님은 먼곳에'측은 확보된 스크린수가 485개로, 배급 유통 규모가 '놈놈놈'의 절반 수준이지만 시사회를 통해 먼저 영화를 본 관객들의 반응이 좋았다는 사실에 고무돼있다. 여기에 '놈놈놈'에 대한 관객 반응이 예상외로 갈리고 있다는 점도 호재로 보고 있다. '놈놈놈'이 정상을 이어가면 한국영화로는 오래간만에 2주 연속 정상에 오르는 작품이 된다. 2-3월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던 '추격자'이후 2주이상 1위를 차지한 한국 영화는 그동안 나오지 않았다. 반면, '님은 먼곳에'가 정상에 오르면 6월 21-22 주말이후 6주째 개봉작이 1주일씩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상황이 이어진다. 그동안 '강철중', '원티드', '핸콕', '적벽대전', '놈놈놈'이 차례로 정상에 올랐다. 쟁쟁한 한국 영화들이 경쟁을 벌이는 사이 개봉 3주차를 맞은 '적벽대전'은 삼국지나 웅장한 화면을 기대하는 관객들의 발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님은 먼곳에'와 함께 새로 개봉되는 영화 중 주목할 작품으로는 일본 영화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을 꼽을 수 있다. 일본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청소년들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잔잔한 톤이지만 풍부한 에피소드에 섬세한 인물묘사가 강점이다. 수입사 스폰지는 명동과 압구정, 광화문의 스폰지하우스를 중심으로 영화를 개봉해 소규모 배급이지만 장기 상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밖에 공포영화 '100피트'와 저우싱츠(周星馳)가 제작을 맡은 일본 영화 '소림소녀'도 개봉하며 대작들 틈에서 선전하고 있는 '님스 아일랜드', '도라에몽:진구의 마계대모험', '스페이스침스' 등 가족 영화도 계속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신작 영화가 지겨운 관객들은 서울 종로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고 있는 '세르지오 레오네 회고전'을 찾아도 좋을 듯하다. '석양의 무법자'(1966년), '황야의 무법자'(1961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1984년), '석양의 건맨'(1965년), '석양의 갱들'(1971년)이 상영된다.

<영화 '놈'ㆍ'님'ㆍ'눈', 삽입곡도 귓가에 맴도네>

(연합뉴스) 한국영화 경쟁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놈놈놈)과 '님은 먼곳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에 수록된 노래들도 화제다. 각각 다른 스타일의 영화인 만큼 수록곡들의 분위기도 다르다. '놈놈놈'의 음악 중 대표곡은 예고편과 영화의 하이라이트에 등장하는 70년대 라틴음악 '돈 렛미 비 미스언더스투드'(Don't let me be misunderstood). 스페인 출신 혼성그룹 '산타 에스메랄다'가 1977년 히트시킨 이 노래는 라틴풍이지만 당시 디스코 열풍을 이끌기도 했다. 특히 국내에서 유행하던 고고장에 자주 등장하며 인기를 모았다. 경쾌한 심장 박동소리처럼 들려오는 노래의 리듬은 말을 타고 달리는 세 '놈'의 모습과 겹치면서 한국형 웨스턴의 스타일을 살리고 있다. 음악이 젊은 관객들에게도 익숙하다면 '킬빌'을 통해서일 가능성이 많다. 같은 음악은 '킬빌'에서 우마 서먼과 루시 리우의 결투 장면에도 배경으로 등장한다. '놈놈놈'의 음악은 보통 후반작업 때 음악작업이 시작되는 여느 영화들과는 달리 촬영 단계에서부터 김지운 감독이 직접 영화에 쓰일 음악을 정해놓고 화면 편집과 함께 다시 음악을 편집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와일드하되 마초적이지 않고 다양한 색깔을 가지되 과도하지 않는, 장면의 리듬감을 앞뒤로 끌어가는 음악을 만들려고 했다"는 게 음악을 맡은 달파란과 장영규 음악감독의 이야기다. 제목부터 김추자의 노래에서 따온 영화 '님은 먼곳에'는 김추자의 노래가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는 이야기도 나올 정도로 음악이 영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영화는 '라디오 스타', '즐거운 인생'과 함께 '이준익 감독의 음악영화 3부작'으로 불릴 정도. 특히 영화 속 노래는 주인공 순이의 심리 상태를 드러내는 한편 캐릭터의 매력을 강조하는 데 사용되는 까닭에 특히 중요하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노래는 '님은 먼곳에', '늦기 전에',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대니보이', '수지Q' 등 5곡. 모두 여주인공 순이 역의 수애가 직접 불렀다. 영화 초반 시골 아주머니들 사이에서 반주 없이 부르는 '늦기 전에'나 절정 부분에서 수애의 목소리로 흘러나오는 '님은 먼곳에'는 영화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관객들의 귓가에 맴돈다. 수애는 "감독님이 흉내 내거나 모창하는 식으로 노래를 부르지 말고 감성을 담아 부르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에서 힘을 준 음악은 '더 벤쳐스'의 1960년대 명곡 '파이프 라인'(Pipe line). 영화의 말미 메인 캐릭터 한석규와 차승원이 함께 있는 순간에 흘러나온다. 한차례 격돌한 뒤 같은 차에 타게 된 두 사람이 담배를 나눠 피울 때 이 음악이 나온다. 곽경택 감독은 이 장면을 찍을 때 자신이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파이프 라인'을 떠올렸고 현장에서 즉석으로 편집본에 음악을 깔아본 뒤 바로 배경 음악으로 낙점했다. 감독이 음악을 통해 의도한 것은 영화 전반의 정서인 휴머니즘이 드러나는 것. 곽 감독은 "두 인물이 나누는 정서적인 교감을 신나는 리듬감과 하모니로 풀어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정동진 독립영화제 구경 오세요">

(연합뉴스) "어두컴컴한 극장의 일상을 벗어나 정동진 독립영화제로 오세요." 강릉씨네마떼끄와 한국영상자료원이 공동 주최하는 정동진독립영화제가 8월 1~3일 강원 강릉시 정동진초등학교에서 열린다. 21일 강릉시네마떼끄에 따르면 독립영화의 여름축제로 불리는 이번 영화제는 1999년 ㈔한국독립영화협회와 공동으로 지역 영상문화의 활성화와 독립영화의 저변확대를 위해 처음 영화제를 개최한 뒤 10번째를 맞는 것이어서 더욱 특별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향수와 낭만이 넘치는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매일밤 8시부터 열리는 이 영화제는 '별이 지는 하늘, 영화가 뜨는 바다'를 주제로 관객들에게 환상을 보여준다. 이번 영화제에 관객에게 선보일 상영작은 장편 2편과 단편 20편 등 총 22편으로 장르별로는 극실험 영화 16편, 애니메이션 4편, 다큐멘터리 2편이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과 CGV 개봉상 등 2관왕을 차지한 '우린 액션배우다'(정병길 감독), 배우이기도 한 방은진 감독의 '날아라 뻥튀기' 등 정동진독립영화제의 독특한 분위기와 어우러져 관객들과 뜨겁게 호응할 수 있는 작품들이 포함돼 있다. 특히 '농민약국'(김태일 감독), '취업이란 무엇인가'(강승표 감독)는 정동진독립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10주년을 맞는 정동진독립영화제는 다채로운 부대행사도 마련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영화제에 대한 사연을 공모, 특별한 관람석을 선사하는 '아름다운 극장, 로열석의 유혹'을 비롯해 영화제 관련 내용을 포스트에 올린 블로그를 대상으로 하는 '오픈 더 블로그' 등은 관객들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다. 또 로큰롤 밴드 '오! 부라더스'가 개막일인 8월 1일 특별공연을 펼치고, '007아트프로젝트'는 정동진초등학교 행사장에서 10주년 기념 설치미술을 통해 관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관객들이 동전으로 투표하는 이색 관객상 '땡그랑 동전상'과 독립영화인들의 연대와 소통의 장이 되는 파티(Indie Power Noon & Indie Power Night)도 계획돼 있다.

<한국영화 대작에 할리우드 영화 반격 채비>

(연합뉴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님은 먼 곳에' 등 한국 대작들이 이목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곧바로 반격할 채비를 갖췄다. 올 여름 개봉할 블록버스터들은 시리즈물이 많다는 것이 특징. 검증된 캐릭터로 시리즈물만의 매력을 살리면서도 관객에게 '충격 효과'를 주기 위해 스펙터클과 액션은 한 단계 높이는 전략을 사용했다. 31일 개봉하는 '미이라3-황제의 무덤'은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반응이 좋았던 '미이라' 시리즈의 3번째 영화. '미이라 2'는 2001년 국내 개봉 당시 오프닝주에 최다 관객을 모은 외화라는 기록을 세웠다. 3편의 주인공은 시리즈의 트레이드 마크인 릭 오코널(브랜던 프레이저 분)이지만 싸우는 상대는 중국 고대 황제의 미라가 이끄는 '테라코타 군대'로 바뀌었다. 부제대로 '황제의 무덤'에서의 액션 장면이 볼거리. '미이라'의 명장면 모래폭풍신이 3편에서는 테라코타 군대와 해골 군대가 맞붙는 전투신과 거대한 눈사태 장면으로 대체됐다. 8월 7일에는 '배트맨' 시리즈의 6번째 영화 '다크 나이트'가 국내에 상륙한다. 28세로 요절한 배우 히스 레저의 유작이라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앞서 레저의 다른 유작 '아임 낫 데어'가 5월 소규모 개봉 치고는 좋은 반응을 얻었다. 레저는 고담시의 영웅 배트맨(크리스천 베일)의 숙적 조커 역으로 미국 현지에서 '무시무시한 연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리 올드먼, 모건 프리먼, 마이클 케인 등 연기파 배우들이 줄줄이 출연했다. 일주일 뒤인 8월 14일에는 국내에서 마니아층을 만든 TV 시리즈 '엑스파일'을 2번째로 스크린에 옮긴 '엑스파일-나는 믿고 싶다'가 찾아온다. TV 시리즈물의 특성을 그대로 살려 '미스터리'를 강조한 영화는 심지어 홍보에도 미스터리 전법을 사용한다. 현재 공개된 내용은 "의문의 사건이 발생해 멀더와 스컬리 요원이 수사에 나선다"는 것이 전부. 초자연적 현상을 믿는 멀더(데이비드 듀코브니)와 모든 일에 과학적 설명을 요구하는 스컬리(질리언 앤더슨)의 활약상이 기대를 모은다. 개봉일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9월 중에 '헬보이2-골든 아미'도 국내 팬을 찾는다. 지상과 지하 세계를 모두 짓밟는 무자비한 독재자에 맞서는 지구의 난폭한 영웅 헬보이의 활약을 그린 판타지 액션물이다. 론 펄먼과 셀마 블레어가 1편에 이어 주연을 맡았으며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도 그대로 메가폰을 잡았다. 델 토로 감독은 여러 모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연출자. '판의 미로'는 평단으로부터도 호응을 얻었고 '호빗' 시리즈의 메가폰을 잡게 돼 더욱 이름값을 높였다. 시리즈물도, 실사 영화도 아니지만 8월 7일 개봉하는 디즈니 픽사의 애니메이션 '월ㆍE'도 한국 대작들에게는 만만치 않은 경쟁 상대다. 지구에서 모든 사람들이 떠난 뒤 홀로 남은 로봇 월ㆍE가 다른 곳에서 온 탐사 로봇 이브를 만나 겪는 사랑과 모험을 그린 영화다. 미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쿵푸 팬더'의 사례처럼 성인들에게서 호응을 받을 수 있는 작품성과 오락성만 갖췄다면 애니메이션도 실사 영화 못지 않은 경쟁력이 있다.

<기자수첩> 부천영화제의 '이상한' 기자회견

(연합뉴스) 20일 오후 부천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2회 부천영화제 심사위원단 기자회견. 집행위원장의 인사말과 참가자들의 소개, 외국인들을 위한 통역 등 언뜻 보면 다른 기자회견과 별차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은 가장 중요한 요소가 빠져있었다. 바로 기자들이다. 이 행사에 참석한 기자는 영화제 소식지 기자를 제외하면 연합뉴스 기자 1명과 지역 일간지 기자 1명 등 단 2명 뿐이었다. 회견장에 나온 심사위원들은 모두 9명. 집행위원장을 포함해 모두 10명이 연단의 마이크 앞에 섰으니 주객이 전도되고 꼬리가 머리보다 큰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영화제측이 서둘러 자원봉사자들을 자리에 앉혀 기자회견이 시작은 됐지만 예상대로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했다. 1명의 기자가 잇따라 질문을 하거나 집행위원장이 직접 심사위원들에게 질문을 던지니 심사위원들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영화제측은 "비가 갑자기 많이 왔기 때문이다", "일요일이라 참석하지 못한 기자들이 많았다"고 해명했지만 설득력은 없었다. 비가 온다고 혹은 일요일이라서 취재를 안할 기자는 없기 때문이다. 참가한 기자와 심사위원 모두에게 쑥스러운 상황이었으며 주최측에는 '참사'였던 이 이상한 기자회견은 스스로 중심을 잃고 우왕좌왕한 부천영화제측이 자초한 일이다. 심사위원단 기자회견은 당초 토요일인 19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폐막작 '사이보그, 그녀'의 여주인공인 아야세 하루카의 방한 기자회견 일정에 밀려 20일로 늦춰졌다. 방한 하루 전에 하루카가 방한을 취소했고 이 와중에 우왕좌왕하다 기자회견 날짜와 시간은 하루 전인 19일 점심 때에야 통보됐다. 심사위원단 기자회견은 국제 영화제에서 영화제 기간 가장 먼저 열리는 공식 행사이기 때문에 통상 영화제측이 가장 공을 들이는 행사 중 하나다. 세계 각국의 이름있는 영화인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모두 나서는 만큼 격식을 소홀히 하지 않으며 신경써서 진행되는 것이 보통이다. 초반 부천영화제의 풍경 중 다른 영화제와 구별되는 또 다른 특징은 바로 스타와 영화인들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영화제의 꽃인 개막식의 경우 참석한 스타들은 사회자와 홍보대사를 제외하고는 윤정희, 안성기, 오광록, 앙드레 김, 강수연 정도가 다였다. 부천영화제의 한상준 집행위원장은 "영화인들, 영화 관련 언론 매체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려고 노력하고는 있지만 다른 영화제와 마찬가지로 영화제 자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어서 어려움이 많다"고 말하지만 "부천영화제의 매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영화인들의 의견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수년간 이 영화제에 초청된 바 있는 한 한국 영화의 프로듀서는 "이벤트나 스타들, 출품작들을 통틀어 부천영화제에서 예전과 같은 매력을 찾기 힘들다. 영화인들이 모이는 분위기도 아니고 어떤 영화가 상영되는지 알려진 것도 별로 없어 굳이 영화제를 방문할 만한 매력을 못느끼겠다"고 말했다.

<美 영화감독들 '추격자' 열풍>

(연합뉴스) 영화 '추격자'의 할리우드 리메이크판에 대해 미국의 주요 감독들이 일제히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18일 개막한 올해 부천영화제의 심사위원으로 내한한 '버티고 엔터테인먼트'의 로이 리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추격자'의 미국 리메이크 판인 '체이서'(Chaser)의 감독으로 크리스토퍼 놀란을 비롯해 리들리 스콧, 마이클 만, 데이비드 핀처, 마틴 스코세이지 등 5명의 감독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디파티드' 등으로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윌리엄 모나한이 '체이서'의 시나리오를 쓰는 중"이라며 "윌리엄 모나한의 참여와 칸영화제를 통해 퍼진 '추격자'의 명성 덕분에 톱 클래스 감독들이 '체이서'의 시나리오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체이서'는 일찌감치 톱스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출연 의사를 보이며 관심을 끌기도 했었다. 로이 리 대표는 "디캐프리오가 영화를 보고 큰 감명을 받은 것 같다. 디캐프리오가 자신은 경찰관(김윤석) 역을 맡기를 바라지만 나는 디캐프리오가 살인마(하정우) 역을 맡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해 서로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할리우드에서 '추격자'를 비롯해 다수의 한국 영화 리메이크에 참여하고 있는 로이 리 대표는 국내 영화팬들로부터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괴물'의 리메이크판 진척 상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괴물'은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로 유명한 고어 버빈스키 감독 사단이 연출을 할 것"이라며 "버빈스키 감독이 직접 연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지도를 받고 있는 젊은 감독 중 1명이 메가폰을 잡기로 했다. 조만간 제작을 맡은 유니버셜 스튜디오가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괴물'의 촬영지로 시애틀이나 시카고 등 여러 지역을 후보로 놓고 고민 중"이라고 전한 후 "아직 시나리오가 완성되지 않았지만 반미 정서를 담고 있는 괴물의 탄생 배경을 바꾸되 원작의 진한 가족애는 그대로 유지하는 수준으로 줄거리 틀이 확정됐다"고 설명했다. bkkim@yna.co.kr

<새영화> 제한된 공간에서의 공포 '100피트'

(서울=연합뉴스) 올해 여름 선보이는 공포영화 중에서는 유난히 제한된 실내공간에서 겪는 두려움을 스크린에 옮긴 영화가 많다. 시골 외딴집에 갇힌 남녀의 이야기인 '노크:낯선자들의 방문', 폐쇄된 건물 속에서 좀비의 습격을 받는 사람들이 주인공인 'REC', 도시 근교의 대저택이 배경인 '카르마'에는 모두 한정된 공간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포를 맞닥뜨리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24일 개봉하는 영화 '100피트'의 설정도 비슷하다. 여주인공 마니(팜케 얀센)는 가택연금형을 받아 발목에 전자 발찌를 끼고 살아야 하는 처지다. 움직일 수 있는 반경은 100피트(약 30미터). 출입문 앞의 우편물을 겨우 받아갈 수 있는 정도다. 마니가 집안에 갇힌 신세가 된 것은 그녀에게 수시로 폭력을 휘둘렀던 남편을 살해했기 때문이다. 이혼을 앞둔 어느 날 흉기를 들고 달려드는 남편과 싸우다 거실에서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 감옥살이를 벗어난 것은 다행이지만 가택연금형을 받은 마니는 구타와 살인의 악몽이 그대로 남아있는 집에 꼼짝없이 묶여 사는 신세다. 남편의 핏자국까지 그대로 남아있는 집에는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돌고 있다. 마치 남편이 다시 살아난 것처럼 보이지 않는 어떤 존재가 불쑥불쑥 나타나 그녀를 구타한다. 집을 벗어나면 감옥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인지라 도망갈 데도 없는 처지. 그녀를 도울 사람은 친절한 식료품 배달부 조이(에드 웨스트)와 남편의 동료 경찰관 생크스(바비 카나베일) 그리고 그녀 자신 뿐이다. 고립된 공간에서 혼자 남은 여자라는 그럴듯한 설정에서 시작하지만 '100피트'는 이 같은 기본 설정에서부터 삐걱거린다. 우선 유령의 괴롭힘을 당하고 그 유령이 남편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굳이 집에 머무르는 마니의 행동은 설득력이 약하다. 생크스나 조이의 도움을 청하거나 자신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는 것도 감정이입을 방해하는 요소다. '갇힌 공간' 혹은 '혼자 남은 여자'라는 설정 자체가 개연성을 상실한 셈이다. 비교적 극 초반에서부터 과장되게 흉측한 모습으로 유령이 등장하는 것도 관객들 입장에서는 김이 빠진다. 삐걱거리며 출발한 영화는 공포를 자극할 만한 어떠한 트릭이나 반전없이 허무하게 흘러간다. 제이미 리 커티스 주연의 80년대 히트작 '블루 스틸'이나 미키 루크가 출연했던 '추적자' 등에서 주로 시나리오를 써왔던 에릭 레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여주인공 팜케 얀센은 '엑스맨 시리즈'로 한국 팬들의 눈에 익은 배우다. 15세 이상 관람가.

<부천국제영화제..즐길 '덤' 많다>

야외 상영.장르별콘서트 부대행사 '풍성' (부천=연합뉴스) 18일 개막된 '제1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는 영화 상영 외에도 다양한 부대행사가 마련돼 시민과 마니아들에게 즐거움을 더해 주고 있다. 부천영화제사무국에 따르면 부천시청사 잔디광장에서 '판타스틱 콘서트'와 건전 영화를 보여주는 '오픈 씨네 퍼레이드'행사가 무료로 진행돼 시민들이 한 여름밤을 음악.영화와 함께 보낼수 있게 됐다. 18일에는 오후 8시30분 벤허만 상영되지만 19일엔 오후 7시 록 연주에 이어 오후 10시 영화 '리틀러너'가, 20일 역시 '펑크' 음악회 뒤 '명탐정 코난'이 각각 상영된다. 21∼22일에는 힙합과 뮤지컬을 주제로 한 콘서트가 개최된다. 또 19∼27일 복사골문화센터 1층 로비에서는 11년간의 부천영화제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PiFan사진전시회'가, 시청사 1층 로비에서는 영화와 그밖의 장르별 책이 전시돼 할인 판매하는 '북아트전시회'가 각각 열린다. 아울러 19일과 23일 오후 2시 CGV부천점에서 영화 '아가씨 참으세요'와 '나오코'의 출연진과 시민.마니아가 만나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메가토크' 행사가 열린다. 이와 함께 19∼24일 복사골문화센터 1층에서는 관객들이 35㎚ 영화 촬영카메라를 작동하고 영화 액션 장면을 직접 해보는 '판타프리즘'이, 중동신도시 대형 복합 상가인 '디몰'과 주변 중동공원에서는 소규모 음악공연을 하는 'PiFan 유랑단' 이벤트도 마련, 관객들이 영화 감상 이외에 다양한 행사를 맛보도록 했다. 부천영화제사무국 관계자는 "시민과 마니아들이 최대한 즐길 수 있도록 여러가지 부대 행사를 마련했다"면서 "영화도 보고 부대행사에도 참여해 부천영화제가 추억에 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