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적벽대전' vs '삼국지' 어떻게 다를까?>

(연합뉴스) 소설 삼국지는 아시아 문화권에서 두루 통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 가운데 단연 1순위로 꼽을 만한 작품이다.

삼국지를 스크린에 옮긴 영화가 올해만 2편 찾아왔다. '삼국지-용의 부활'(이하 '용의 부활')이 4월 국내 개봉했고 3개월 만인 10일 '적벽대전-거대한 전쟁의 시작'(이하 '적벽대전')이 극장에 걸린다.

두 영화는 원작이 같다는 것 외에도 아시아 문화권을 겨냥한 다국적 프로젝트라는 점과 중국어권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스타들이 대거 출연했다는 점에서 닮았다.

그러나 제작비 규모가 다른 만큼 영화의 '때깔'도 다르며 삼국지의 수많은 인물 가운데 주인공으로 내세운 캐릭터도 저마다 다르다. 집중 조명하는 사건도, 원작을 해석하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아시아 문화권의 다국적 프로젝트 = '용의 부활'은 거의 '한국이 만든 중국어 영화'라고 볼 수 있을 만큼 한국 자본과 기술이 대거 투입된 작품이다.

태원엔터테인먼트가 제작비 200억원의 90%인 180억원을 대고, 기획과 컴퓨터그래픽 기술 등을 전담했다. 대신 연출은 '성월동화', '흑협'을 만든 홍콩 리옌쿵(李仁港) 감독이 전담했고 한국 배우들도 출연하지 않았다.

'적벽대전'에도 중국의 차이나 필름 코퍼레이션 외에도 한국의 쇼박스㈜미디어플렉스와 일본의 아벡스 엔터테인먼트 등 여러 국가 투자사들이 참여했다. '적벽대전'의 제작비는 '용의 부활'의 4배에 달하는 800억원으로, 역대 아시아 영화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두 작품 모두 가장 큰 시장인 중국을 1차 타깃으로 잡았으며 중국어권의 톱스타들이 참여했다.

'용의 부활'에서는 류더화(劉德華)와 홍콩 액션 스타이자 무술감독인 훙진바오(洪金寶)가 주축을 이룬 가운데 할리우드에서 활약중인 매기 큐가 합류했다.

'적벽대전'의 경우 우위썬(吳宇森) 감독부터 스타인데다 '화양연화', '색, 계'로 여심을 사로잡은 량차오웨이(梁朝偉)와 진청우(金城武), 장전(張震)이 기용됐다.

◇주인공은 유비ㆍ조조 아닌 주유ㆍ조운 = '용의 부활'과 '적벽대전' 모두 소설 속 주역인 유비, 관우, 장비를 주인공으로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용의 부활'은 흔히 조자룡이라고 부르는 촉의 명장 조운에, '적벽대전'은 오의 책사 주유에 무게를 실었다.

'용의 부활'은 장판교 전투, 봉명산 전투 등에서 조운의 활약상을 그렸다. 조운 역을 맡은 류더화는 혈기왕성한 청년 조운부터 분위기 있게 늙은 노인 조운까지 멋지게 소화했다.

'적벽대전'에서 량차오웨이가 연기한 주유는 원작에서보다 훨씬 완벽하고 멋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군법에 달통한 것은 물론이고 무예도 출중하고 음률을 즐기는 예인이기도 하다.

원작에서 라이벌로 묘사된 제갈량(진청우)은 주유를 시기하기보다는 그의 완벽함에 흠모를 감추지 못하는 동지로 등장한다.

두 영화에서 모두 유비는 뒷방 신세. '적벽대전' 1부에서 유비가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은 전쟁 중 짚신을 삼거나 손권의 젊은 여동생 손상향(자오웨이)에게 관심을 보이는 부분 정도다.

◇새로운 해석 vs 정통 해석 = 소설 삼국지는 무엇보다 대의(大義)를 좇는 영웅들의 무협 대서사극이다. 방대한 분량의 소설을 영화 한편에 모두 담는 것은 불가능한 일. 제작진은 집중 탐구 대상을 정해놓고 저마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을 택했는데, 그 과정에 감독들의 스타일과 상상력이 가미됐다.

'용의 부활'은 조운의 인생을 따라가면서 의(義)보다 인(人)에 심혈을 기울인다. 유비의 뜻을 받들어 천하를 통일하려 했지만 결국 인생은 무상한 것임을 깨닫는 조운의 캐릭터를 생생하게 살려내는 것이 '용의 부활'의 시작이자 끝이다.

그리고 조운의 선택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가상 인물 2명이 탄생했다. 매기 큐가 맡은 조조의 손녀 조영은 원작에도 이름이 등장하긴 하지만 남자에서 여자로 성별이 바뀐 새로운 인물로, 조운을 평생의 숙적으로 여긴다.

조운의 고향 선배 나평안(훙진바오) 역시 가상인물이다. 조운과 나평안은 모차르트와 살리에르 같은 관계로, 나평안은 조운을 흠모하는 동시에 질투하고 시기한다.

반면 '적벽대전'은 소설 삼국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만 재해석하고 원작을 충실히 화면에 옮기는 쪽을 택했다.

량차오웨이가 "주유 캐릭터는 우위썬 감독 자체이자 이상형"이라고 말한 것처럼 주유는 이상적인 영웅으로 신격화됐으나 사나이들의 의리와 우정, 천하통일을 향한 야망이라는 원작의 주제와 우 감독 특유의 비장미가 잘 맞아떨어지면서 결과적으로 원작에 충실하게 됐다.

또 전투신을 최대한 웅장하게 그리면서도 방대한 내용을 최대한 많이 화면에 반영하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흥행 성적은? =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용의 부활'은 4월 3일 개봉한 후 전국에서 103만6천22명을 모았다. 배급사측은 200만명 이상을 모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예상보다 썩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둔 것.

그뿐 아니라 최근 중국 영화들이 국내에서 별다른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한때 장이머우(張藝謨) 감독의 '연인'(142만명), '영웅'(190만명) 등이 사랑을 받았지만 지난해 '황후화'는 92만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올해에도 천커신(陳可辛) 감독의 '명장', 천후이린(陳慧琳)이 주연한 '연의 황후', 중ㆍ미 합작영화 '포비든 킹덤' 등도 기대 이하였고 '무사', '묵공' 등 한ㆍ중 합작 영화도 좋은 소식을 들려주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개봉하는 '적벽대전'도 낙관할 수 없다. 많은 관객이 중국 전쟁 블록버스터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과 영화가 1, 2부로 나뉘어 2부는 올 겨울 개봉하는 것도 변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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