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보호종료아동, ‘준비도 없이’ 거리로 내몰렸다

양주에 사는 박민희씨(23·가명)는 혼자 산 지 2년 된 ‘자립 새내기’다. 지금은 어느 정도 혼자 사는 삶이 익숙해졌지만, 그의 생애 첫 자립은 광막한 들판에서 혼자 걷는 기분이었다. 박씨가 태어나자마자 열다섯 살이던 어머니는 일찍 세상을 떠났고, 그는 영유아 일시보호소에 보내진 뒤 6개월 후 다시 보육원으로 옮겨졌다. 그렇게 보육원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불운은 겹친다 했던가. 그에게 뇌전증이란 날벼락이 떨어졌고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야 했던 그는 보육원 퇴소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열일곱’에게 세상은 냉혹했다. 비록 지병 때문이었지만 정식 퇴소 나이보다 1년 먼저 나왔다는 이유로 자립정착지원금은 구경조차 하지 못했고, 변변한 집 하나 마련하지 못해 길거리를 전전했다. 아는 어른이나 친구 집에 잠시 머물기도 했지만, 이내 쫓겨나길 반복했다. 식당에서 13시간 가까이 일했고, 울다 지쳐 잠드는 날이 부지기수였다. 이 굴레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는 무력감이 온몸을 휘감은 순간 우울증이 찾아오기도 했다. 현재 그는 아는 언니의 소개로 1년 전부터 운 좋게 보호종료아동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며 같은 환경에 처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박씨. 그는 “당시엔 살기 위한 작은 의지조차 꺾어버리는 세상이 원망스러웠고, 무엇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며 “한때 꿈을 갖는 것조차 사치라고 느꼈던 만큼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에게 따뜻한 울타리가 돼주고 싶다”고 말했다. 장예은씨(21·가명)도 여섯 살에 처음 보육원에 들어왔다. 부모님이 이혼한 뒤 경제적 사정이 안 좋아졌고, 장씨는 그렇게 보육원에 맡겨졌다. 12년 가까이 보육원에서 살았던 장씨는 지난해 3월 생애 처음으로 자립을 시작했다. 그는 처음 자립한 날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살면서 처음으로 보육원 친구들과 떨어졌고, 아직 모든 준비가 되지 않았던 그에게 ‘혼자’는 너무 두려운 것이었다. 혼자인 게 어색했던 장씨는 한 달을 거의 뜬 눈으로 지새웠다. 그는 당시 자립정착을 위해 지원금 1천만원을 받았다. 물론 적은 돈은 아니었지만 처음 세상에 나온 ‘자립 초년생’에겐 이 돈이 불안감을 모두 해소시켜줄 리 만무했다. 그는 보육원에서 나올 때 LH에서 주거지원을 받아 용인에 방 한 칸을 마련했지만, 내부 집기나 가구 등은 모두 개인 돈으로 마련하느라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었다. 그는 운 좋게도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자립에 겨우 성공했다지만, 여전히 다른 청년들은 ‘차가운 현실’을 온몸으로 맞닥뜨리고 있다. 장씨는 “물론 시설에서 나올 시기엔 과거에 비해 지원의 폭이 넓어졌지만, 어린 나이에 감당해야 할 세상의 냉혹함에 비해 정부 지원은 여전히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경제적 지원 확대에도… 정서적 지원은 ‘미흡’ 정부가 보호종료아동(자립준비청년)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정서적 측면의 지원은 여전히 미흡하단 지적이다. 2일 경기도에 따르면 경기 지역 아동복지시설 퇴소자 수는 2017~2021년 5년간 한 해 평균 409명(2017년 429명, 2018년 423명, 2019년 422명, 2020년 401명, 2021년 37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22일부터 보호종료아동의 의사에 따라 보호기간을 최대 24세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자립정착금과 자립수당을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 아동복지법이 시행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7월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자립지원금 액수 상향 △공공후견인 제도 도입 △주거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보호종료아동 지원강화 방안’을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이 같은 지원강화 기조에 따라 경기도도 해마다 자립지원금을 확대했는데, 2020년 500만원이던 자립지원금은 지난해 1천만원으로 올랐고 올해는 1천500만원이 지급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제적 지원 확대는 바람직하나 단순한 금전적 혜택 외에 정서적 지원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경기도에선 보육원에서 퇴소한 아이들의 사후관리를 담당하는 자립지원전담기관이 1곳 운영되고 있지만, 이들을 케어할 전담요원들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도내 자립지원전담요원은 23명으로, 이들은 집중사례관리 대상자로 선정된 아이들에게도 정서적 지원 없이 가정방문과 생필품 제공 등 단순한 지원에 그치고 있다. 더욱이 이 외 대다수 보호종료아동들에게는 이 같은 지원도 없이 고작 1년에 1~2번 전화안부만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이전과 비교하면 훨씬 더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경기도에서도 1·2차 교육을 통해 자립지원금에 대한 사용처를 확인하고 있지만, 큰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모르는 아이들에겐 이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보호종료아동 지원강화 방안의 한 축인 공공후견인제도도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단 의견이 나온다. 공공후견인제도는 미성년자인 아이들에게 법정 대리권 공백을 막으려 도입되는 제도인데, 어른에게 거부감이 있는 보호종료아동의 경우 유대감 없는 어른이 섣불리 법적 후견인으로 나타나면 되레 숨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주하 보호종료아동을위한커뮤니티케어센터 국장은 “장애인이나 노인에게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과 달리 아이들에겐 공공후견인 제도만큼 착오가 많은 정책도 없다”며 “아무런 정서적 지원도 하지 않은 채 아이들이 낯선 어른에게 갖는 거부감을 해결하지 않으면 제도의 성공적 정착은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당초 공공후견인제도의 일환으로 법률 자문을 위해 변호사 등이 후견인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했다”면서도 “여러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 후견인제도를 무작정 밀어붙일 수는 없다고 판단해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뒤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정규·노소연기자

[집중취재] 죽어가는 섬유 산업...사람도 일감도 없다

[집중취재] 도내 섬유업계 힘겨운 나날 “일할 사람도 없고, 일감도 없고 말 그대로 섬유산업이 말라가고 있네요” 대규모 섬유·의료기업들의 해외 진출에 따른 수출량 감소와 이에 따른 고용 악화로 경기도 섬유업계가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급감한 도내 영세 섬유업체들은 직원 월급조차 제때 충당할 수 없는 위기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양주시에서 섬유염색 공장을 운영하는 A씨(60)는 1일 오후 8시 늦은 시간이지만 생산라인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평소라면 직원들이 했을 업무지만, 야간시간대 근무직원을 채용하지 않으면서 A씨의 일과가 된 지 오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매출이 하향 곡선을 그려 인건비 부담을 없애고자 내놓은 궁여지책이다. 이날 포천시 한 방직공장에서 만난 사장 B씨(50대) 역시 한숨부터 내쉬었다. 직원 5명의 월급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회사가 어려워져 주간 근무 전환도 모자라 주 4일제로의 변화가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이런 데다, 최근 부자재 가격도 폭등하면서 공장운영을 위해 대출도 알아보고 있지만 여신한도에 막혀 B씨의 시름은 깊어져만 가고 있다. 전국 섬유산업의 20%를 생산하는 경기도 섬유업계의 명성에 금이 가고 있다. 지난 2016년 시작된 대형 섬유·의류 유통회사의 잇따른 이탈로 영세업체간 과다경쟁이 일어나면서 수익성 악화, 투자 감소, 지역 섬유기업의 제품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섬유산업연합회 따르면 상당수 업체가 코로나19 이전 대비 50% 이하로 매출이 감소하고, 섬유업체 폐수사용량이 전년대비 50% 이상 떨어져 공장 가동률 역시 절반에 못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군다나 매년 도내 섬유업계 종사자 수가 꾸준히 줄어들면서 고용난에 허덕이는 영세 업체들의 연쇄 도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기섬유산업연합회 관계자는 “경기도 섬유산업은 전국에서 큰 비중을 자랑하는데, 점차 근간이 흔들리면서 지역경제까지 휘청거리고 있다”면서 “경영자 외에 섬유 노동자들 역시 이같은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고용에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고령화·고용난 호소... 실질적 지원체계 절실 경기권 주력산업인 섬유산업의 사업체 수와 종사자 수가 꾸준히 줄어드는 데다 코로나 펜데믹까지 덮치면서 고사 위기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내 영세 섬유업체들은 도의 지원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고 세분화 돼 있지 않아 실질적인 지원체계 구축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1일 경기도와 경기섬유산업연합회 등에 따르면 경기도는 전체 국가섬유산업의 약 19%를 차지하며, 섬유원단 생산 공급 최대 지역으로서 수출 비중도 지난 2000년 10.5%에서 지난 2020년 20.5%로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이러한 위상의 이면에는 경기지역 섬유업계의 줄도산 위기가 가려져 있었다. 섬유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경원권(양주·포천·동두천·의정부)의 종사자 수는 지난 2016년 이후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7년 2만4천549명, 2018년 2만3천370명, 2019년 2만2천178명이다. 이러한 추세는 섬유산업 실업급여 지급건수에서도 나타났다. 지난해 1월~8월 섬유산업 실업급여 지급자 수는 총 729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5% 증가했다. 특히 섬유 노동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임시·일용근로자 비중이 지난 2019년 22.9%에서 지난해 24.6%로 1.7%p 증가해 고용의 질도 악화됐다. 이렇다 보니 섬유업계는 고령화와 고용난을 호소하고 있다. 업계는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고자 시설 투자 등으로 활로를 개척하고 있지만, 부자재 및 인건비 부담으로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공장 시스템을 디지털·자동화를 꾀하고자 정부에서 지원하는 스마트팩토리 사업에도 신청을 하고 있지만, 경기북부 섬유기업의 90% 이상이 10인 이하 소공인 기업인 만큼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어 입찰 단계에서부터 번번히 고배를 마시고 있는 실정이다. 섬유 노동자들 역시 업계의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고용에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 실시한 경기북부 섬유기업 노동자 실태조사에서 섬유기업 노동자 80%가 가까운 미래에 섬유산업의 실업과 고용축소를 전망한다고 답했다. 이밖에도 경기도의 미온적인 지원정책이 섬유산업 위기에 한 몫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도가 경기섬유마케팅센터 운영하고, 신소재개발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되려 지원규모가 지난해 75억원에서 62억원을 줄어 섬유업계는 도의 지원을 체감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올해 지원예산이 준 것은 일몰 사업을 제외하다 보니 그런 것”이라며 “섬유산업이 침체위기인 것을 느끼고 현장에서 기업의 애로점을 공유하는 등 지원사업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전문가 제언] “섬유산업 발전 위해 인프라 구축 힘써야” “섬유산업이 겪는 각종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선 경기도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가 관련 인프라 구축에 힘써야 합니다” 전한용 인하대학교 화학공학과 명예교수는 1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섬유산업이 침체되는 이유는 미국이나 독일, 일본 등과 달리 원천이나 독자 기술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며 “지자체를 중심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까지 만들어진다면 섬유산업 역시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 교수는 “특히 정부와 지자체, 산학관 등이 연계한 ‘컨소시엄’을 만든다면 이를 바탕으로 외국처럼 섬유산업을 키울 수도 있다”며 “기술이 생긴다는 것은 과거 일본의 수출금지 등을 이유로 우리나라가 곤욕을 치르는 일도 없어진다는 말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5년 한국섬유공학회 회장을 지내는 등 산업용 유기재료와 하이테크섬유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로 불리는 그는 여러 단체가 모인 컨소시엄에선 지자체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지자체는 지역 내 섬유산업 업체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떤 부분에 집중 및 지원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다만 무분별한 지원은 의미가 없기에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고 꼭 필요한 곳에 투자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울러 섬유산업이 겪는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전문가와 자주 소통하는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전 교수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개발할 수 있는 기술로 ‘연계 기술’을 꼽았다. 이는 서로 다른 기술을 연결해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기계에 전자항법을 더해 탄생한 내비게이션 등이 있다. 그는 “결국 틈새 기술을 확보하는 게 핵심인데, 이를 위해선 자본 투자가 필요하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게 정부와 지자체”라며 “기업이 도전적인 마인드를 가질 수 있도록 옆에서 힘을 불어넣고 지원해주는 것도 지자체의 역할이다. 즉, 지자체가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섬유산업이 발전할 수도, 발전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태환기자

[집중취재] 인천시관광協 소속 회원, 10명 중 8명 ‘유령’

“관광협의회요? 들어보지도 못했고, 가입한 적도 없습니다.” 21일 오전 10시께 인천 중구의 상가주택 단지. 이 곳에는 ㈔인천시관광협의회 회원(사) 13곳의 주소가 몰려있지만, 여행사 등 관광 업체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한 회원의 주소지에는 아예 잡초만 무성한 나대지에 ‘주택단지 분양 환영’이라는 현수막이 걸린 컨테이너만 놓여있다. 협의회 회원사 명단에 있는 A씨는 “과거 마을기업 가입 신청서를 써준적이 있을 뿐, 협의회는 전혀 모른다”라며 “누가 이름을 임의로 쓴 것 같다”고 했다. 같은 시간, 연수구 동춘동의 한 주류창고. 이 곳은 협의회 회장 B씨가 운영하는 여행사의 주소지. 3층 사무실의 입구에는 한 봉사단체 간판만 걸려있을 뿐이다. 창고 관계자는 “3층에 사람이 오가지 않는다. 그냥 공실”이라고 했다. 협의회의 회원 상당수가 가입 한 적 없거나 관광업과 관련이 없는 등 ‘유령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연구원 소속 연구원 4명을 비롯해 전기·시설 공사 업체나 회계·세무 사무소 등도 회원에 이름이 올라있다. 하지만 인천시가 협의회를 사단법인으로 등록 할 당시 회원 250여명 중 현재 협의회와 연락이 닿는 회원은 고작 55명 뿐이다. 회원 10명 중 8명이 유령인 셈이다. 특히 협의회는 지난 2020년부터 시에서 해마다 15억원 예산 규모의 인천지역 관광안내소 10곳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면서 회원과 계약하는 ‘내부 거래’를 한 정황도 나와 물의를 빚고 있다. 협의회는 지난 2020년 11월 이사 C씨가 대표로 있는 교육기관에 수의계약으로 1천만원을 주고 관광안내사를 대상으로 일대일 퍼스널 컬러 및 이미지 브랜딩 교육 등을 했다. 관광 업무와 아무 관련이 없는 교육이다. 협의회는 또 2020년~2021년 2차례에 걸쳐 부평의 한 회원을 통해 공사비 4천400여만원 규모의 인천역 및 인천항 관광안내소의 인테리어 공사를 하기도 했다. 협의회의 전 관계자는 “안내소의 전기·시설 정비 때 협의회 임원이 운영하는 업체에 수시로 맡기기도 했다”며 “임원이 협의회에 500만원의 기부금을 내는데, 이를 교육·공사 비용으로 챙겨가는 암묵적인 분위기가 있었다”고 했다. 반면 시는 관광안내소 위탁 초기부터 이 같은 협의회 회원과의 내부거래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과거 관광안내소 위탁 중 횡령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협의회에 내부거래를 하지 말것을 여러차례 강조했다”며 “만약 거래에 불법적 문제가 있다면, 민간위탁 취소까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협의회 측은 “초창기 회원 가입에 대해선 과거의 일이라 잘 알지 못하지만, 그동안 회원사 정리 등을 하지 못한 점은 인정한다”고 했다. 이어 “내부거래는 비교 견적을 통해 결정했을 뿐, 회원사라 계약한 것이 아니다”라며 “인천시도 함께 견적 심사에 참가했다”고 했다. 또 “2020년 교육 프로그램 문제가 불거진 이후에는 다시 그 업체를 선택하지 않았다”고 했다. 市 관광협의회 ‘관리 구멍’… 관광안내소 부실운영 자초 인천시의 ㈔인천시관광협의회에 대한 관리·감독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협의회의 사단법인 등록 단계부터 해마다 15억원 규모의 관광안내소를 위탁하면서 제대로 ‘유령 회원’이나 ‘내부 거래’ 등 문제를 파악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지역 안팎에서는 시가 관광안내소 운영을 민간에 위탁할 것이 아니라, 인천관광공사 등을 통한 사실상 직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회원 돈벌이’로 전락한 관광안내소 당초 인천지역의 관광안내소는 1990년대부터 ㈔인천시관광협회가 인천시로부터 위탁을 받아 운영해왔다. 협회는 협의회와 달리 관광 관련 기업 등만 가입할 수 있는 단체다. 하지만 2015년 협회가 보조금을 운영비 등으로 빼돌려 쓴 횡령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후 사실상 협회가 제역할을 못하자 시는 결국 관광안내소를 관광공사를 통해 운영했다. 그러나 불과 4년 뒤인 2020년 2월 시는 공모를 통해 관광안내소의 운영을 민간(협의회)에 위탁했다. 협의회는 시로부터 사단법인 승인을 받은 뒤 불과 10개월만에 관광안내소 위탁을 받았다. 게다가 시는 공모 3개월 전 이미 협의회에 관광안내소를 민간위탁하는 내용의 동의안을 시의회에 올렸고, 시의회는 협의회의 전문성 부족을 지적하기도 했다. 시의 관광안내소에 대한 총 위탁 사업 예산은 올해 기준 15억3천200만원에 달한다. 관광안내사 29명의 인건비 및 지역 내 10곳의 관광안내소 운영비다. 시는 위탁기관의 사무실 운영비(연간 1천만원)을 비롯해 사무국장과 회계 담당자 등의 인건비, 그리고 위탁수수료 명목으로 총 사업비의 4%(7천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소위 관광안내소 위탁 사업은 ‘돈이 되는 사업’인 셈이다. ■ 市, 회원 검증·내부 거래 확인 전무 시는 2019년 협의회의 사단법인 등록 당시 회원들에 대한 검증을 하지 않았다. 가입신청서에 대한 대조도 없었고, 협의회가 제출한 회원 명단으로만 인준 절차를 밟았다. 현행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은 사단법인 등록 시 구성요건 중 하나인 회원의 숫자와 회비 집행 계획 등의 관계사실을 조사해 목적에 맞을때만 등록을 허가토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시가 관광안내소를 민간위탁하는 심사 과정에서도 유령회원이 상당수인 협의회의 회원 수가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시의 민간위탁 조례는 수탁기관의 인력과 기구, 재정 능력 등을 주요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2020년 민간위탁 공모시 회원 수와 조직도, 회원 자격 등의 정보를 요구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연히 회원이 많아야 시로부터 위탁 사업을 받는데 유리하다”며 “사단법인 허가 시 보통 매우 꼼꼼하게 회원 명부와 회비 계획 등을 살핀다”고 했다. 이어 “시가 무려 15억원을 지원하면서도 이 같은 기본적인 것을 확인하지 않은 것이 의아할 뿐”이라고 했다. 시 관계자는 “사단법인 등록시 회원 명부와 가입신청서의 대조까지 하진 않았다”며 “사단법인의 살림이나 회원명부를 무작정 들여다 보기가 어렵다”고 했다. 이어 “당시 민간위탁 가능한 단체도 협의회 뿐이었다”며 “협의회 회원 명단 및 회계 등 전반적인 조사를 벌이겠다”고 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사업 위탁은 우수한 관광안내소 운영 실적 때문”이라며 “회원 수가 사업 위탁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대부분 임원과 회원들이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 속 봉사하는 자세로 일했고, 사적 이익을 취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 관광안내소, 시 직영 전환 시급 시가 관광안내소를 직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관광안내소가 본래의 목적인 관광자원 발굴과 관문의 역할보다 사실상 돈벌이 도구로 전락한 탓이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연합 사무처장은 “시는 민간단체에 공공업무를 맡기면서도 제대로 지도감독 하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민간 위탁에 대한 각종 문제가 이어진다면 지금이라도 서둘러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민선 8기에서 인천의 관광자원을 제대로 활용하도록 직영 전환을 검토해야 한다”며 “또 전문성과 공공성을 둘다 확보할 수 있도록 인천관광공사를 통한 운영을 추진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했다. 이훈 한양대학교 관광학부 교수는 “지역의 관광안내소는 단순히 운영만 하는게 아니라 관광 정책과 여론을 수집할 수 있는 거점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관광안내소가 이미 예산을 받는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지자체가 나서서 관광정책 구조 전반을 손 봐야 할 때”라고 했다. 시 관계자는 “종합적으로 현재 관광안내소의 운영 방식에 대해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김지혜기자

[집중취재] 안전 펜스도 없이… ‘위법’ 위에 짓는 송산그린시티

화성 지역에 들어설 예정인 송산그린시티가 안전펜스를 설치하지 않거나 세륜기를 작동하지 않는 등 불법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착공한 송산그린시티는 총 부지 약 5천557만㎡(약 1천681만평)에 건설 중이며 오는 2030년 완공될 예정이다. 생태도시, 수상도시를 표방하며 조성돼 주거시설 약 6만 세대를 포함 마린리조트, 자동차문화테마파크 등도 함께 들어선다. 현재 송산그린시티 공사는 동측·남측·서측지구 3개 지구로 나뉘어 진행 중이다. 문제는 올해 분양되는 화성 자동차테마파크, 산업단지·연구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인 남측 지구(약 84만㎡ 규모)에서 발생 중인데, 크게 일부 구간 펜스 미설치와 세륜기 작동 부실 등이 문제로 꼽히고 있다. 건축법에 따르면 공사 현장의 위해 방지를 위해 3층 이상인 건축물의 공사 현장 주위에는 지표면으로부터 높이 1.8m 이상의 가설 울타리를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이날 본보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화성 공룡알화석지 맞은편에 위치한 남측 지구 내 1공구 가장자리를 둘러싸고 있는 펜스는 조성되다 만 채 끊겨 있는 상태였다. 이 때문에 공사 현장 인근 약 600m에 달하는 구간엔 사람이 다니는 인도가 위치해 있었지만, 어떠한 안전장치도 없이 행인들은 그대로 공사 현장과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또 공사장 내부에서도 통행 안전을 위해 설치돼야 할 펜스들은 설치되다 만 구역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무엇보다 각 공구 출입구마다 설치된 세륜기는 작동을 멈춘 상태였다. 환경부의 비산먼지 관리 매뉴얼에 따르면 건설현장 내 수송차량은 세륜 및 측면 살수 후 운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남측 지구 내에선 일부 포크레인 등으로 인한 작업이 한창이었지만, 세륜 시설은 가동되지 않고 있던 상황. 이보다 앞선 지난 8일에도 세륜 시설 옆에는 작업자 1명이 배치돼 있을 뿐 공사장에서 흙을 가득 담은 덤프트럭들은 먼지를 날리며 세륜기 옆으로 유유히 빠져나가기 일쑤였다. 이 때문에 출구 앞 도로에는 이들 덤프트럭이 만든 흙먼지 자국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송산그린시티 관계자는 “일부 구간에 펜스가 미설치된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며 “최근 비가 많이 와 설치가 늦어지고 있는데 비가 잦아들면 빠른 시일 내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또 세륜 시설 작동 부실 문제와 관련해선 “작업장 원칙 상 건설 현장 내 차량들이 외부로 나올 때는 반드시 세륜기를 거치라고 지시하고 있다”면서도 “거치지 않고 외부로 나간 차량이 있는지도 확인해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정규기자

[집중취재] 해외선 잘 달리는 ‘트램’... 한국선 시동도 못 켰다

트램은 도로 위를 달리는 전동열차 형태의 대중교통 수단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건설비용이 저렴하다. 이 같은 장점에도 대한민국에서 트램이 달리는 도시는 단 한 곳도 없다. 자동차와 트램이 함께 다닐 수 없게 규정된 도로교통법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에 본보는 경기도내 트램 도입 현황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수원특례시를 비롯해 경기도내 지방자치단체가 추진 중인 트램 건설 사업이 도로교통법에 발목이 잡힌 채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경기도와 도내 트램 추진 지자체, 경찰청 등에 따르면 수원특례시의 도시철도 1호선(수원역~장안문~장안구청, 6.52㎞), 성남시의 도시철도 2호선(판교지구~판교테크노밸리~정자역, 13.7㎞), 화성시의 동탄도시철도(병점역∼동탄역∼차량기지 등 2개 노선, 34.2㎞) 등 도내에선 7개 트램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 가운데 화성시는 LH로부터 동탄신도시의 개발분담금 9천200억원을 받아 사업을 진행하는 데 큰 무리가 없으나 수원특례시와 성남시의 사정은 다르다. 지난 2010년부터 총 2천206억원의 사업비 부담을 완화하고자 민간 투자 유치 계획을 세운 수원특례시는 낮은 사업성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최소 2개 차선을 잠식하는 전용차로의 트램이 들어서면 그만큼 자동차의 도로 폭이 좁아지는 등 교통혼잡비용이 과다하게 책정된다. 이 때문에 트램과 자동차가 함께 다녀야 사업성이 높아질 수 있음에도 현행 도로교통법에는 이러한 규정 자체가 명시돼 있지 않다. 이런 탓에 지난 2014년부터 이를 추진한 성남시는 지난해 2월 총 3천539억원 규모의 도시철도 2호선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을 아예 철회했다. 예타에서 한 번 탈락한 사업은 다시 선정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이에 지난해 1월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국회의원(성남 분당을) 등이 트램에 대한 혼용차로를 명시하는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이른바 ‘트램 3법(도시철도법·철도안전법·도로교통법)’ 중 하나인 도시철도법에는 ‘도로가 좁은 경우 트램에 대한 혼용차로 설치가 가능하다’는 조항(제18조2항)이 있다. 하지만 정작 도로교통법에는 이러한 규정이 없으면서 두 법안의 부조화가 발생, 트램의 도입이 어려워지자 개정이 추진된 것이다. 그러나 해당 개정안은 1년6개월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 심사조차 받지 못한 실정이다. 이 법안의 소관 부처인 경찰청이 트램과 자동차가 함께 다니면 교통사고가 우려된다는 검토의견서를 내면서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늘어나는 자동차 수요를 관리할 수 있는 데다 고밀도 도시에 제격인 트램을 도입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고령사회 눈앞 트램 주목...“도로교통법 개정 논의 필요” 인구 감소와 고령화 추세에 트램이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도로교통법 개정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5일 경기도와 수원특례시, 성남시, 경찰청 등에 따르면 트램의 장점은 △저렴한 건설비용 △교통약자 배려 △자동차 수요 억제 등으로 분류된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분석 결과, 트램의 건설 비용은 1㎞당 약 300억원으로 이는 지하철(1㎞당 1천200여억원) 4분의 1, 고가(1㎞당 600여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더욱이 인구 감소로 세수마저 줄어드는 가운데 유동 인구가 많은 서울시가 아닌 이상 지하철은 경기 지역 지방자치단체에겐 그림의 떡이라는 분석이다. 또 경기도는 오는 2030년 초고령화사회(전체 인구 대비 65세 이상 비율 20% 이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노인들이 보도를 이용해 쉽게 탑승하는 등 접근성이 뛰어난 트램이 주목받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도로 위를 달려 자동차 수요를 억제할 수 있는 트램은 탄소배출을 줄이는 교통수단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경기도내에선 3년 전보다 60여만 대의 자동차(지난달 기준 628만2천여대)가 증가한 실정이다. 이러한 장점에 민선 8기 경기도는 도로교통법 개정에 힘을 불어넣는 등 트램의 사업성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청은 여전히 해당 사안에 대해 난색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가 트램 노선을 오가면 사고 위험도 커질 뿐더러 결국 트램의 속도마저 늦어져 정시성 확보가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면서다. 경찰청 관계자는 “많은 지자체가 도로교통법 탓에 트램 도입이 어렵다고 하는 데 우리로선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라며 “지자체가 더 많은 도로 부지를 확보하면 트램도, 자동차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세부적인 법령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례로 수원특례시의 도시철도 1호선 노선은 좁은 도로를 지닌 원도심을 지나는 것으로 계획됐다. 이러한 곳에는 정확한 지침에 따른 혼용차로를 허용하면서도 폭이 넓은 곳에는 전용차로를 도입하는 등 세밀한 법안으로 사업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유정훈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트램은 도시와 어우러질 수 있는 교통수단으로 외국 사례를 봐도 자동차와 트램이 함께 다녀도 안전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혼용차로라 할지라도 트램에 대한 통행 우선권을 주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이럴 경우 지자체는 홍보 작업에 행정력을 집중해야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양휘모·이정민기자

[집중취재] 택시비 지역마다 천차만별... ‘불만 합승’

실타래처럼 얽힌 택시 요금체계에 이용객들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출발 지역, 시간, 사업구역 등 다양한 기준에 따라 요금체계가 제각각인 탓에, 이를 알리 없는 이용객 입장에선 택시기사와 얼굴을 붉히기 일쑤다. 도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요금체계 단순화를 시도하는 등 수차례 개선 의지를 보여왔지만, 여전히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 탓에 택시업계에서도 변화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본보는 경기도 택시요금체계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방정식 푸는 것도 아니고, 택시요금 계산이 왜 이렇게 복잡한 거죠” 수원특례시에 거주하는 A씨(50대)는 지난달 택시를 이용하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같은 시간대, 같은 거리를 오갔는데도 택시요금이 2천원 가까이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A씨는 서류 전달차 회사가 있는 수원시 영통구에서 택시를 타고 용인시 수지구 한 거래업체를 찾았다. 이때 부과된 택시 요금은 1만3천원. 이후 10분도 지나지 않아 다시 택시에 오른 A씨가 회사를 복귀하고서 확인한 요금은 1만5천원이었다. 이동시간은 오히려 짧았지만, 요금은 크게 올랐다. A씨가 이유를 물었지만, 돌아온 건 “출발하는 곳이 달라 요금이 다른 방식으로 부과됐다”는 황당한 답변뿐이었다. 평소 잦은 술자리로 택시이용이 잦다는 B씨(성남시 거주) 역시 기준을 알 수 없는 택시요금에 택시기사와 언쟁을 벌였다. 택시기사가 평소보다 높은 요금을 요구한 게 발단이었다. 지자체 간 경계를 넘어갈 때 붙는 ‘시계 외 할증’ 외에도 ‘심야 할증’이 중복 부과됐다는 택시기사의 해명이 있었지만, 되려 머릿속이 복잡해진 B씨였다. 이처럼 이용객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택시요금체계를 두고 택시기사와의 다툼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같은 시간, 같은 거리라도 인접 시·군을 오간다거나, 자정을 넘은 심야시간이라면 추가 요금이 수천원을 훌쩍 넘기 십상이다. 특히 도시지역과 도농복합지역 여부에 따라 할증률이 낮게는 10%부터 크게는 20%까지 차이가 나면서 분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수십개로 쪼개진 택시사업구역에다가 제각각인 요금체계로 인해 택시기사들도 요금을 부과하는데 헷갈린다”며 “이 때문에 이용객들도 자신이 요금을 덤터기 맞았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무분별 나뉜 사업구역·복잡한 체계… 기사·승객 언쟁 부채질 지자체마다 천차만별인 경기도 택시 요금체계로 인해 이용객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혼란 방지를 이유로 지난 2009년 시·군별로 19개 형태에 달하던 요금체계를 표준요금과 도농복합 가·나·다군 등 4가지로 단순화했다. 이어 지난 2013년 역시 같은 이유로 4가지 형태로 운영되던 택시요금을 3단계로 단순화했다. 표준요금군에는 수원·성남·고양 등 15곳, 가군에는 용인·평택·화성 등 7곳, 나군에는 이천·안성 등 8곳이 있다. 표준요금을 기준으로 도농복합 가군은 109.1%, 도농복합 나군 120%의 요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도 요금체계가 여전히 현실에 맞지 않아 택시요금을 두고 빈번히 택시기사와 이용객 간 언쟁으로 번지고 있다. 일례로 표준요금군에 포함된 성남시에서 택시를 이용할 경우 거리요금이 132m당 100원씩 부과되는 반면, 나군에 포함된 여주시는 83m당 100원이 부과된다. 같은 경기지역이라도 지자체에 따라 2배 가까이 높은 요금이 부과되는 셈이다. 이를 알 리 없는 이용객 입장에선 덤탱이를 썼다고 오해하기 일쑤다. 특히 인구 110만명에 육박한 용인특례시는 도시화율이 높은 지역임에도 요금체계가 도농복합 가군에 포함돼, 인접 지자체인 수원특례시에 비교해 할증률이 9.1%나 붙는다. 이용객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심야 할증, 시계 외 할증도 주요 언쟁요인으로 자리잡았다. 이와 함께 무분별하게 나뉜 택시사업구역 또한 도민의 발을 묶고 있다. 인접한 시·군을 오가더라도 사업구역이 난잡하게 쪼개진 탓에 시계 외 할증, 운행거부, 지역별 택시 수급 불균형 등의 문제로 번지고 있어서다. 도는 총 25개 사업구역으로 대부분 시·군 단위로 설정돼 있으며, 광주·하남과 구리·남양주, 오산·화성, 안양·과천·군포·의왕은 사업구역이 통합돼 있다. 광명시는 예외적으로 서울 금천·구로구와 묶여 서울요금제를 따르고 있다. 단일사업구역을 운영 중인 서울, 인천시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이렇다 보니 이용객은 물론, 택시업계에서도 택시요금체계를 단순화해 요금 관련 분쟁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도 역시 문제를 체감하고 지난 2019년 택시사업구역을 일부 통합하려 했지만, 지자체마다 다른 입장차로 무산된 바 있다. 함영철 한국노총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경기지역본부 협력본부장은 “기사로서도 불편한 점이 많다. 이동에 제약도 크고, 요금을 두고 이용객과의 마찰이 계속되고 있다”며 “현실적인 체계로 변해야 한다. 다만 심야 할증 등 기사들의 업무환경을 보전할 유인책도 함께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택시 요금체계 개선을 위한 계획은 아직까진 없다”며 “2년마다 법령에 따라 택시요금 인상 등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된다. 이 자리에서 요금체계 개선에 대해 의논을 할 계획”라고 밝혔다. 도민 과반 “요금체계 개선해야” 경기도민의 절반 이상이 택시요금체계가 불합리하다고 판단, 복잡한 요금체계를 단일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29일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경기연구원이 경기도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 및 택시 운수종사자 150명을 대상으로 지난 2월21일부터 지난 3월25일까지 택시이용요금 관련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택시요금체계 개선에 찬성하는 의견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이용객의 64%가 ‘경기도 택시요금체계를 단일화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군 지역에서는 77.8%가 응답해 도농복합 요금군의 높은 할증에 대한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행제도를 유지하자는 의견은 22.7%에 머물렀다. 택시요금체계가 단순화될 경우 이용객들은 예측되는 변화에 대해서는 택시요금 부담 감소(40.7%)를 1위로 꼽았다. 택시요금서비스 개선은 31.3%, 요금관련 시비 감소는 28.0%였다. 특히 경기도 택시요금체계의 문제점과 관련, ‘불합리한 시계 외 할증요금’이 39.3%를 차지했다. 이어 복잡한 요금체계(28%), 불합리한 심야 할증요금(29%)이 뒤를 이었다. 이와 함께 실시된 택시운수종사자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는 복잡한 요금체계가 42.8%로 가장 높았다. 이용객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불합리한 시계 외 할증요금’은 27.6%에 그쳤다. 다만 요금체계 희망 개선 형태에 대해선 현행을 유지하자는 쪽은 50.4%로 택시요금체계 개편에 택시운수종사들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도농복합 요금군에 속한 지역의 경우 높은 요금체계를 유지하려는 성향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경기연구원 관계자는 “3개 요금군으로 인해 이용객은 목적지에 따라 동일한 거리라도 다른 요금을 내는 불합리한 상황”이라며 “택시 통행량을 분석해 요금제 단순화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전반적 손질 필요... 단순화 최우선” 실타래처럼 꼬인 경기도 택시 요금체계로 인해 분쟁이 계속되자, 전문가들은 요금체계의 전반적인 손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택시 요금체계 단순화’를 우선 해결책으로 꼽았다. 다만 도의 적극적인 개입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 전제 조건이다. 송제룡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용인시만 하더라도 특례시인데도 도농복합 군에 포함돼 할증이 붙고 있다”며 “이처럼 택시요금 복잡화한 데 따라 민원이 다수 발생하는 만큼 도가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택시조정위원회의 설치도 뒤따라야 한다”며 “비록 행정권한은 없겠지만, 자문역할을 맡아 요금체계 개선에 대한 시·군의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뿐만 아니라 택시기사의 수익 보전을 위해 마련된 심야 할증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학과 교수는 “이용객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심야 할증을 두고 새벽 시간 택시기사와의 줄다리기가 이어지곤 한다. 결국 이용객만 골탕 먹는 꼴”이라며 “요금체계는 단순한 게 가장 좋다. 복잡한 체계는 임금조정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택시기사 입장에서도 환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심야 할증을 없앨 경우 택시기사의 처우개선을 민간에 맡기기보다는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며 “어느 때보다 노사정 가운데 정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김현수기자

[집중취재] 下. 학교폭력 공백 키우는 ‘학폭심의위

작은 다툼까지 상정… 학폭심의위 앞서 대화가 우선 대화로 풀 수 있는 사소한 다툼까지도 학교폭력심의대책위원회(이하 학폭심의위) 심의 안건으로 접수되면서 이를 분리해야 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교육현장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7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학교장은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에 따라 피해학생 및 그 보호자가 학폭심의위 개최를 원하지 않을 경우 관계 회복 프로그램 운영 등 자체해결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인권에 대한 가치가 나날이 높아지고, 학부모들이 받아들이는 학교폭력에 대한 감수성이 달라지면서 작은 다툼까지도 학폭심의위 안건으로 오르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 1~3학년 저학년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 학폭심의위 업무를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도내 A 교육지원청의 한 장학사는 “초등 저학년 학생들의 경우 학교 분위기를 익히고 적응하기도 벅찬데, 그 사이 일어나는 일로 심의 과정까지 거치는 게 맞는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B 교육지원청의 한 장학사도 “학부모들이 사소한 오해, 장난, 갈등 등 교육적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신고하는 게 문제”라며 “학부모들도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학폭심의위 담당 장학사들은 아이들이 다툼을 벌이다 금방 풀어져 잘 지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부모 간의 갈등으로 인해 사안이 심각해지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현행법상 학부모가 심의를 요구하면 자체해결 요건에 해당되더라도 심의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전문 센터의 제도적 도입과 빠른 시간 내 보호자들이 만나 의무적으로 논의하는 ‘덴마크의 36시간 법칙’ 적용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체로 피해 및 가해 학생이 명확하지 않은 초등학교 저학년 사례 또는 쌍방 사례의 경우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전문 센터에서 맡아 학폭심의위의 업무를 덜자는 것이다. 또 학폭 사례가 발견되면 36시간 내에 교사와 피해자 및 가해자 학생의 부모가 만나 대화를 나누는 36시간 법칙을 시행한 덴마크 프리스홈 학교 사례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최우성 수원교육지원청 학생지원센터 장학사는 “‘덴마크의 36시간 법칙’처럼 빠른 시간 내에 보호자들이 만나서 논의하는 게 의무적으로 필요하다”면서 “가해 및 피해 학생이 명확하면 억지로 성사될 수 없지만, 초등학교 저학년들의 사안처럼 조정의 가능성이 있는 사안은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정민훈·노소연기자

[집중취재] 上. 인력 부족에…가해·피해 학생 한 공간에

인력 부족 ‘허덕’… 학폭 악몽 깨울 ‘골든타임’ 놓친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련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업무가 학교에서 각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된 지 올해 3년차를 맞았다. 심의 건수 증가로 인한 학교 업무 부담 증가, 전문성 부족 등의 이유로 업무가 옮겨졌지만, 3년이 지난 현재 도내 교육지원청은 업무 포화를 넘어 학생들의 ‘피해회복 공백 사태’마저 발생하고 있다. 본보는 상·하편에 나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학폭심의위)의 현실을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수백개의 학교 사안을 한정된 인원이 받다보니 당연히 늦어될 수밖에 없죠” 학폭심의위 업무를 담당하는 도내 A 교육지원청 B장학사는 위원회 개최가 지연되는 이유를 묻는 본보 취재진 질문에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관내 학교 이름이 적힌 목록을 펼쳐들며 “교육지원청별로 적게는 2명 많게는 3~4명의 장학사가 이해관계가 복잡한 학폭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면서 “장학사들이 4주 안에 심의하려고 노력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쉰목소리로 말했다. 지난해 동료 장학사와 약 200건의 학폭심의위를 소화한 그는 오는 8월까지 꽉 찬 일정을 보여주며 “코로나 확산세가 점차 누그러지면서 심의 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며 “8월까지 총 80건의 심의가 예정돼 있어, 이 추세라면 작년 심의 건수를 훌쩍 넘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300건의 학폭심의위 업무를 본 도내 C 교육지원청도 올해 대면 수업 재개로 2배가량 업무가 증가했다. D장학사는 “직원들 사이 기피 현상마저 발생하고 있어, 현장에선 이 업무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내 교육지원청의 학폭심의위 개최가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지연되면서 학생들의 피해 회복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현재 학폭심의위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도내 인원은 145명으로, 이 가운데 25명은 상담사, 74명은 장학사, 46명은 일반직 공무원이다. 이들이 소화한 학폭심의위 건수는 지난해 총 3천531건(초 867건, 중 1천720건, 고 944건)이며, 올해(3~4월)는 총 327건(초 60건, 중 173건, 고 94건)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많은 양의 학폭심의위를 적은 인원이 맡게 돼 심의위 개최가 늦어지면서 가해·피해 학생들의 구분은 물론 학생들의 피해 회복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부지기수다. 학폭심의위가 열려야 가해 및 피해 학생들에 대한 명칭 사용은 물론 이들에 대한 제재(사회봉사 등 1~9호 처분)도 그제서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학교장이 학폭 인지한 순간부터 가해·피해 관련 학생들의 분리 조처 가능하지만, 학폭심의위의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임시 조처에 그칠 뿐더러 학폭심의위 결론 전 이 같은 조치에 가해 관련 학생 측의 반발도 거센 실정이다. 결국 학폭심의위 결론이 나기 전까지 가해·피해 관련 학생들은 교내서 마주해야 하는 일상을 보내야 한다. 이와 관련, 도교육청 관계자는 “인력 부족에 대한 문제는 인지하고 있으며, 정원 관련 부서에 학폭 전형 장학사 배치 또는 일반 장학사 배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인력 충원 문제와 함께 업무 경감에 대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민훈·노소연기자

[집중취재] 인천경찰, 고위직 승진자 최하위…300만 치안 사기 '뚝'

인천경찰청이 전국 17개 시·도의 18개 경찰청(경기 남·북부) 중 고위직 승진인사 비율이 최하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경찰청은 관할인구만 300만명에 달하며, 대한민국 관문인 항만과 공항의 치안까지 책임져야 하지만 승진인사에서 홀대받고 있어 격에 맞는 인사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1일 인천경찰청이 치안정감급으로 격상(2014년)한 이후인 2015~2022년의 경찰청 및 18개 시·도경찰청의 총경 이상 승진 인사를 분석한 결과, 인천경찰청은 인구 규모가 비슷한 부산경찰청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수가 승진한 것은 물론 인구 규모가 적은 대구보다도 홀대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의 꽃’ 총경의 경우 지난 8년간 전국 총 712명의 승진자 중 인천청의 승진자는 23명에 그친다. 같은 기간 서울청에서는 222명이 승진했고, 인천과 인구 규모가 비슷한 부산청의 경우 배에 달하는 45명이 승진했다. 인천청은 관할면적이 1천63㎢에 달해 부산보다 300㎢가량 넓지만, 승진에는 번번이 밀리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인천보다 인구수가 60만명 가량 적고, 청장이 치안감급인 대구경찰청은 이 기간 27명이 승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처럼 지난 8년간 23명의 총경을 배출한 치안감급 전북경찰청의 관할인구는 고작 178만6천여명이다. ‘경찰의 별’ 경무관 승진자에서는 홀대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인천경찰청은 지난 8년간 경무관을 단 2명 밖에 배출하지 못했다. 지난 8년 간 전국 경무관 승진자는 168명이다. 이 같은 경무관 승진자 수는 7개 특광역시 경찰청 중 6위에 그치는 수치다. 전국 18개 경찰청 중 인천경찰청 보다 적은 경무관을 배출한 곳은 청장이 치안감급인 경기북부·경북·대전·제주와 경무관급인 세종청 등 5곳 뿐이다. 이 밖에도 인천에서는 올해를 제외한 지난 7년간 75명의 치안감 승진자가 나올 동안 단 1명의 치안감 승진자도 나오지 않았다. 인천청의 경우 치안감 계급이 없는 만큼 치안정감 역시 배출하지 못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한국경찰의 현주소는 정치적 연결고리나 정권실세와의 인연이 있으면 치안수요나 객관적 업무량, 업무강도와 무관하게 승진이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며 “인천처럼 여러 치안수요가 많은 곳이 오히려 승진자가 적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승진위원회에서 대상자들의 역량이나 적성 등을 전반적으로 판단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과론적으로 특정 지역이 적어 보이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

[집중취재] 불법 판치는 고시원… 火 부채질

인천지역 일부 고시원들이 소방안전 기준이 낮은 일반 사무실과 사진관 등의 용도로 등록한채 불법 영업을 하고 있어 화재안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1일 발생한 화재로 2명이 사망한 서울 영등포구 고시원 역시 불법 용도변경 건물이었던 만큼 전수조사 등을 통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3일 군·구 및 인천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고시원 영업을 하려는 자는 관할 소방서와 세무서에 영업신고를 하고, 다중이용시설(고시원)로 용도변경을 해야한다. 그러나 일부 고시원은 용도변경에 따른 취득세가 비싸다거나 소방안전설비 등을 일일이 갖춰야 한다는 점 때문에 용도를 바꾸지 않고 불법영업을 하고 있다. 관련법상 고시원은 소방안전설비인 소방안전설비인 소화기, 간이 스프링쿨러, 유도등, 비상등, 피난기구, 비상벨 및 비상구, 가스 누설 경보기 등 14개의 설비를 갖춰야 한다. 이날 오전 9시30분께 계양구 계산동의 A고시원. 이곳은 건축물대장상 ‘사무실’과 ‘사진관’ 등으로 등록해 있지만, 실제로는 고시원이다. 관련 법의 안전규정을 적용받지 않다보니 고시원이 있는 2층으로 향하는 계단에는 불이 나면 대피할 유도등 조차 없다. 면적이 5㎡인 방이 60개가 다닥다닥 붙어있음에도 소화기는 찾을 수 없다. 이곳에서 1년째 생활한 기초생활수급자인 B씨(68)는 “누군들 여기 살고 싶겠느냐”며 “창문도 하나 없는 곳에서 불이 나면 어디로 도망가야 하는지, 꼼짝 없이 죽진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날 오전 11시께 찾은 부평구 부평동의 C고시원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곳은 3~4층을 고시원으로 사용하면서도 건축물 대장상 ‘의료시설’로 등록한 뒤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남동구 간석동의 E고시원도 2~3층을 고시원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건축물 대장상에는 ‘단란주점’이다.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소방서 입장에서는 다중이용시설로 등록을 안하면 관리의 사각지대가 된다”며 “고시원이 자유업종인 탓에 생기는 사각지대”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일선 군·구에서는 영업중인 고시원의 건축물 용도에 대한 현황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고시원의 영업신고는 관할 세무서와 소방서에만 하면 된다는 이유에서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일용직, 기초생활수급자 등 주거취약계층이 주로 거주하는 고시원이 화재 안전 사각지대에 있다는 방증이다”며 “군·구에서 전수조사를 통해 건축물 용도에 맞는 운영과 화재안전설비 마련이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부평구 관계자는 “해당 주소를 찾아 용도변경을 우선 안내하려고 한다”며 “고시원으로 영업하기 위해서는 용도상 ‘고시원’으로 등록하지 않으면 불법이 맞다”고 했다.

[집중취재] ‘노동자 죽음’ 못 막고…산업경기 발목만 잡았다

올 초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본격 시행되고 있지만, 사각지대가 넓은 경인지역 산재사망을 줄이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조치 의무 위반으로 발생하는 인명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제정, 지난 1월27일부터 시행됐다. 현 시점에서 적용 대상은 50인 이상 사업장이며, 오는 2024년부터 50인 미만 사업장도 포함된다. 5인 미만 사업장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문제는 산재사망을 비롯한 중대재해가 소규모 사업장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산재사망자 828명 중 670명(80.9%)은 법이 적용되지 않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나왔다. 아예 배제된 5인 미만 사업장만 따져도 산재사망자가 318명(38.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인지역의 경우 전체 사업장 63만5천여곳 중 62만7천곳(98.8%) 이상이 50인 미만 사업장이다. 5인 미만 사업장만 떼어 봐도 약 46만6천곳으로, 73.4%를 차지한다. 경인지역 사업장 중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곳은 1.2%에 불과하니, 100%에 수렴하는 사업장이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같은 사망사고가 벌어져도 사후 조치가 제각각이다. 이날 새벽 과천시 지식정보타운 건설현장에선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가 포클레인에 치여 숨진 채 발견됐다. 문제의 현장은 원청과 하청업체 모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으로, 원청업체는 옛 대림산업 건설사업부인 DL이앤씨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달 28일 부천시 내동의 창고에서도 천막을 설치하던 작업자가 5m 높이에서 떨어져 숨지는 사고가 벌어졌고, 같은달 12일 인천 계양구의 의료기기 도장 공장에서도 한 근로자가 독성물질에 중독돼 사망했다. 그러나 이들 현장은 모두 소규모 사업장인 탓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서 벗어났다. 결국 전국 사고사망사 수가 감소세로 돌아선 상황에서도 경인지역 사망자는 지난해 241명으로, 전년 대비 20명 늘어났다. 사망사고가 집중되는 대다수의 사업장은 배제한 법 시행으로, 대형 건설사 등의 발목을 붙잡아 산업경기 침체만 불러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소규모 현장의 안전관리 역량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5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별도 컨설팅이나 교육이 없는 상황”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와 관계없이 사망사고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며, 안전보건조치가 충실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장희준기자

[집중취재] 장애물에 가로 막힌 '휠체어 유권자'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선거권을 가진다. 18세 이상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선거권을 가질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장애인들에게는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참정권이 여전히 먼 얘기다. 2020년 시각장애인인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비례)의 국회 입성 이후 곳곳에서 공직선거법 개정 등의 변화가 일고 있지만, 여전히 장애인에 대한 ‘참정권 보장’은 부족한 현실이다. 장애인들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투표소로 향한다. 자신들에게 주어진 참정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다. 이에 경기일보는 지난 3월9일 치러진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장애인 참정권 침해 문제를 살펴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해결책을 고민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①“언제쯤 온전한 투표를 할 수 있을까요?”…그들의 이야기 #. 인천에 사는 지체장애인 김선경씨(45·가명)는 지난 대선 사전투표일 장애인콜택시를 불러 타고 투표소로 향했다가 난감한 상황을 만났다. 당연히 1층에 있을 줄 알았던 투표소가 3층 다목적실에 마련돼 있었던 것.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 앞에서 당황하던 김씨는 결국 인근 사전투표소 중 1층에 있다는 투표소를 안내받아 자리를 옮겨야 했다. #. 시각장애인인 장수원씨(38·가명)는 여전히 선거철이 되면 제각각인 공약집에 어려움을 겪는다. 2020년 개정 공직선거법에 따라 각 당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공보물을 보내고는 있지만, 점자공보물을 보내는 후보, 점자와 USB 등을 통한 음성 공보물을 제공하는 후보, 시각장애인이 식별할 수 없는 형식으로 종이에 QR코드만 인쇄한 뒤 전자매체 등으로 연결하는 방식을 택하는 후보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 발달장애인인 최정수씨(48·가명)는 여전히 선거철이 다가오면 남들보다 배로 많은 힘을 쏟아야 한다고 했다. 발송하는 공약집 속 알 수 없는 문자들부터 투표 과정에 대한 안내, 현장에서 만나야하는 각종 어려운 말들을 지인들에게 물어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씨는 “외국에서는 투표용지 자체에 후보자의 사진이나 당 로고 등을 함께 넣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며 “사실 공약집부터 너무 어려워서 좀 쉽게 써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인천지역 장애인들이 헌법에서 보장한 참정권을 침해받고 있다. 투표 과정에서 장애인을 위한 각종 정책적 보호장치가 의무화하지 않으면서 선거 과정에서 각종 불편을 겪는 실정이다. 5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인천의 장애인 등록인구는 14만8천725명으로 인천 전체 인구(295만여명)의 5%가 넘는다. 이 중 지체장애인은 6만7천763명으로 가장 많고, 시각장애인이 1만3천750명, 발달장애인이 1만2천941명 등이다. 정익중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국가에서 당연히 해야하는 (장애인 참정권) 부분을 놓치는 경향이 있다”며 “정치인들도 함께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장애인의 참정권 보장 방안에 대한 다양한 방법을 국가가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②인천 사전투표소 17곳, 여전히 접근 불가…시각·발달 장애인엔 배려 부족 장애인의 참정권에 대해 보장해야 한다는 인식과 제도가 생기고 있지만, 여전히 권고 조항 등의 형태로 존재해 장애인에게 비장애인과 같은 수준의 참정권을 보장하진 못하고 있다. ■접근불가 사전투표소 17곳…절반은 엘리베이터 없어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인천지역 사전투표소 157곳 중 17곳(10.83%)은 여전히 장애인의 접근이 불가능한 투표소로 나타났다. 사전투표소가 지하나 2층 이상에 있음에도 엘리베이터가 없는 인천지역 투표소는 미추홀구가 9곳으로 가장 많고, 동구가 6곳, 부평구가 2곳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 19대 대선 당시 10개 군·구 중 8개 군·구 모두 접근불가 투표소가 있던 것과 비교하면 5개 군·구는 이번 대선에서 지체장애인의 접근성을 높인 상태다. 이는 각 군·구별 노력에 따라 사전투표소의 장애인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기도 하다. 또 인천의 사전투표소 157곳 중 38곳은 점자 유도블록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25곳에는 장애인 화장실이 없었다. 경사로 및 장애인 이동통로가 없는 곳도 11곳이고,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은 절반 가량인 76곳에 달했다. ■시각장애인 위한 모든 종류 공보물 보낸 후보 3명 뿐 이번 대선에서 시각장애인에 대한 공보물 역시 각 후보별로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직선거법 일부개정안이 2020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뒤 시각장애인에 대한 선거공보 제공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지만, 공보물의 종류 등은 제한하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14명의 후보 중 점자형 선거공보물과 인쇄물 접근성 바코드, 디지털 파일 저장매체를 통한 문자 및 음성 공보물을 모두 제공한 후보는 정의당 심상정 당시 후보, 기본소득당 오준호 당시 후보, 통일한국당 이경희 당시 후보 뿐이다. 시각장애인인 장수원씨는 “받아본 선거공보물 중에는 오탈자가 있어 무슨 말인지 식별할 수 없는 상황도 있었다”며 “후보자들이 시각장애인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발달장애인 위한 ‘쉽게 쓰는 공약집’ 제도화 해야 이 같은 상황에서 아직 참정권 보장을 위한 법적 근거 등을 마련하지 못한 발달장애인은 더 큰 불편을 겪을 수 밖에 없다. 발달장애인은 각 후보들의 공약이 담긴 공보물을 받아볼 때부터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 어떤 후보가 어떤 공약을 냈는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각 후보들이 자주 하는 공약 중 ‘수요형 공공주택 100만호 공급’ 등의 공약을 ‘필요한 사람에게 100만개의 집을 줍니다’ 등으로 쉽게 쓰는 공약집이 필요한 이유다. 투표소에 간 뒤에도 불편은 이어진다. 투표용지의 기표란이 너무 좁거나 글자로만 표기한 투표 용지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일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해외의 사례처럼 투표용지에 후보자의 얼굴이나 정당 로고 등을 넣는 ‘그림 투표용지’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익중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애인의 참정권은 비장애인과 가능한 비슷하게 보장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라며 “하면 좋고, 안해도 그만 식으로 국가가 규정해두기 보다는 당연히 장애인의 참정권을 보장하는 공보집과 투표 환경 등을 조성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4개 주요정당, 장애인 참정권 보장 입장은 장애인의 참정권 침해 사례와 이를 보장하기 위한 방안 등을 담은 질의서를 주요 정당 4곳에 보낸 결과,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시당차원에서도 선거관리위원회에 이들의 참정권 보장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장애인 참정권 관련 법 규정 등을 마련해 힘을 더하겠다고 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발달장애인을 위한 쉽게쓰는 공약집 배포 계획 등을 묻는 질문에 국민의 힘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시당 차원보다는 중앙당과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장애인인권 4법 입법 및 개정, 장애인 권리예산 반영 등을 통해 장애인의 참정권 및 인권 등의 보장을 위한 움직임에 나서겠다고 했다. 정의당은 기초대선 공약 당시 내놓은 ‘장애특성에 맞는 선거정보 전달과 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당론으로 정하고,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이를 적극 반영하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국민의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시당차원으로 ‘쉽게쓰는 공약집’을 제작하고, 모든 후보자들에게 이를 장려 및 독려하는 등 선관위에 관련 내용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겠다고 답했다. 인천선관위 관계자는 “장애인 유권자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 수어 및 점자형 투표안내문, 쉽게 설명한 투표안내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정책을 마련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사전투표소의 투표편의 역시 1층에 임시기표소 설치 등의 조치를 해왔는데,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이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등 노력해나가겠다”고 했다. 김경희·최종일기자

[집중취재] 인천 장례식장 안치실 및 화장장 포화 ‘갈곳없는 시신’

“방법이 없잖습니까. 6일장이 되더라도 버텨야죠. 비록 시신이지만, 어머니 혼자만 차가운 냉동고에 모셔둘 수는 없잖아요.” 20일 오후 인천의 한 장례식장에서 모친의 빈소를 혼자 지키고 있는 A씨. 지난 17일 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로 인해 모친이 사망한 뒤 겨우 장례식장을 구했고, 3일장 내내 도움을 줬던 친척과 친구들은 모두 일상생활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이 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온갖 방법으로 화장장을 수소문해도 예약을 하지 못했다. 겨우 잡은 날짜가 22일”이라며 “확진자라며 염할때 조차 얼굴도 못 뵈었는데, 고인만 장례식장 안치실에 남겨둘 수 없었다”고 했다. 앞서 19일부터 차려진 바로 옆 빈소는 3일 뒤 가족들이 다시 모여 발인과 화장 등 나머지 장례절차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21일에 일단 3일장은 끝나지만, 화장장 예약이 오는 23일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5일장인 셈이다. 수도권을 벗어나 강원도까지 원정을 가 겨우 5일장을 치르기도 한다. 최근 코로나19로 사망한 형의 장례를 치른 B씨는 형이 살던 서울은 물론 인천·경기지역 화장터까지 모두 문의를 했지만, 결국 예약을 하지 못했다. 결국 강원도의 한 화장터까지 먼 여정을 떠나 형의 장례를 치러냈다. B씨는 “현재 수도권 화장장은 아무리 빨라도 7일 뒤에나 가능하다고 한다”며 “강원도는 ‘관외 화장’이라 비용도 5배 이상 비싸지만, 마냥 기다릴 수 없었다”고 했다.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의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따라 사망자도 늘어나면서 고인의 시신을 보관할 장례식장 안치실은 물론 화장장 등 장례시설이 유례없는 포화상태를 빚고 있다. 인천시에 따르면 지역 내 장례식장 38곳에 모두 220개의 빈소와 389개의 안치실 등이 지난주부터 대부분 가득차 여력이 없는 상태다. 규모가 큰 길병원 장례식장과 인하대병원 장례식장도 안치실을 각각 16기, 14기를 운영하고 있지만, 현재 모두 운영 중이다. 일부 시신이 빠지는 시간대를 감안해도 최소 90% 이상의 가동률을 보이며, 곧바로 다른 시신이 들어온다. 평소에는 아무리 높아도 50~60%에 그친다. 한 병원 장례식장 관계자는 “최근 들어 안치실은 거의 풀로 돌아가고, 빈소를 잡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인천가족공원 내 승화원(화장장)도 통상적인 장례기간인 3일장이 아닌 5일장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 14~17일 승화원에서 이뤄진 총 358건의 화장 중 5일장은 233건(65%)이다. 6일장 이상도 41건에 달한다. 이어 4일장이 34건, 3일장은 32건 순이다. 코로나19 사망자 급증으로 화장장이 꽉 차고 이로 인해 대기하는 시신들이 늘어나면서 3일장이 아닌 5일장 이상의 장례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시는 이 같은 현상이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급증에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달들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사망자는 20일간 355명에 달한다. 1일 평균 18명이다. 이는 지난 1~2월 코로나19로 인한 평균 사망자 2~3명과 비교하면 10배가 넘는 수치다. 시 관계자는 “우선 승화원의 1일 화장 건수를 대폭 늘린 상황”이라며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지만, 시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0시 기준으로 인천에선 1만9천149명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또 지역 내 요양원과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집단 감염이 이어지면서 관련 사망자 19명 등 총 27명이 사망했다. 이민수기자

[집중취재_부채에 허덕이는 인천 청년] 下. 청년 의견 반영한 지원책 절실

인천의 청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청년들의 의견을 반영한 인천시의 정책 마련추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시에 따르면 지난해 연구용역을 통해 빚을 진 경험이 있는 인천의 청년 50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한 결과, 부채보유 청년들은 소득의 한계로 저축을 많이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시로 찾아 쓸 수 있는 계좌에 돈을 보관하는 경우가 많았다. 직장인 면접자 A씨(28)는 예금통장에 번 돈을 다 넣어놓고 생활비로 쓰든지 한다며 (예금통장에 돈이) 더 차면 그걸 빼서 학자금을 조금 갚고 한다고 했다. 또 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랜서의 경우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소득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저축을 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종전에 진 빚으로 생계유지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프리랜서 면접자 B씨는 코로나19 이후에는 수입이 들쑥날쑥해 대출 상환금 등을 내기에도 빠듯한 상황이라고 했다. 특히 대출금과 이자를 포함한 상환금의 규모에 상관없이 부채보유 청년들은 빚이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이에 따라 부채보유 청년들은 빚을 늘리지 않기 위해 생활비를 줄이는 등의 방법을 선택하면서 스트레스가 더해지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직장인 면접자 C씨(31)는 제가 사고 싶은 것들은 항상 다 사는 스타일이었는데, (빚은 진 이후로) 이제 그런 것들을 못하고 있다며 그게 굉장히 큰 스트레스라고 했다. 이와 함께 부채보유 청년들은 부채 지원 정책 등에 대해 인지하면서도, 이용방법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 부채 지원 정책 및 해결방안에 대해서는 경제교육, 재무상담, 자산형성 프로그램 등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의견을 반영한 대책을 시가 마련해야 빚으로 고통받는 인천의 청년부채 문제를 해결하고 관련 지원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시의 지원 정책과 청년을 적절하게 매칭해야 정책적 효과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심층면접에서 나온 부채보유 청년들의 의견을 구체화할 경우에는 유동성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중위소득 100% 이하인 1인 가구 청년이 10만원을 저축하면 시가 10만원을 매칭하는 저소득 1인 가구 청년을 위한 비상금 통장, 대학생 금융역량을 키우기 위한 캠퍼스 금융복지(상담)센터 운영 등에 대한 정책화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영수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년문제의 실효적인 해소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정책 당사자인 청년, 정책에 대한 인지정도, 선호하는 정책, 지향점 등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민감한 주제인 부채에 대한 지원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청년들의 입장과 의견을 정확히 반영해 선호에 따른 해소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김민기자

[집중취재_부채에 허덕이는 인천 청년] 上. 빚에 저당잡힌 청춘… 빛을 잃었다

인생주기 중 청년기는 학업, 결혼, 출산 등 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한 과제를 안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사회적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대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인천항과 인천국제공항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산업 발전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는 인천의 청년들도 마찬가지다. 인천에서는 지난 2020년 청년 인구의 감소가 전체 인구의 감소로 이어지는 문제를 겪은 이후 인천시가 나서 청년부채 문제 등을 해결하고 청년 인구 유입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경기일보는 2차례에 걸쳐 인천청년의 부채 실태를 분석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대출금 때문에 무기력증과 우울증이 심하게 와서 아직도 약을 먹고 있고요. 그냥 다 하기 싫었어요. 아무도 만나기 싫고, 관심도 없고. 인천에 사는 A씨(33)는 학자금 대출로 은행에서 약 2천200만원을 받은 이후 개인파산 신고까지 한 경험이 있다. 현재 A씨는 어머니 수술비로 1천만원의 빚을 또 지고 있다. A씨에게 빚은 마음까지 병들게 만든 커다란 짐이다. A씨가 주말도 없이 일하며 얻은 것은 결국 무기력과 우울감이다. 눈 뜨면 한숨 쉬고 눈 감을 때 한숨 쉬고 했던 것 같아요. 아무 생각 안 하고 소주 1병 마시고 자야하는 것 있잖아요. 그런 감정이 빚을 일부 갚고 나서도 계속 이어졌던 것 같아요. 부모님을 여의고 인천에 살고 있는 B씨(33)는 같이 사는 동생의 합의금 등으로 그동안 900만원의 빚을 진 상태다. 이후 B씨는 빚더미에 앉았다는 생각에 숨이 막히는 듯한 기분을 매일 느껴야 했다. B씨의 답답한 마음은 일을 하면서 빚을 일부 갚고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인천의 청년들이 빚으로 고통받고 있다. 인천의 청년 5명 중 1명 이상이 빚을 지고 있는 가운데 부채보유 청년 중 절반 이상은 학자금과 생활비 등을 위한 비주거 관련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비주거 관련 대출을 받은 청년들의 금전스트레스와 우울감은 다른 부채보유 청년보다 크게 나타난다. 23일 인천시에 따르면 한국고용정보원의 청년패널2007 13차(2019) 조사에서 만19세39세 인천청년의 부채보유 비율은 21.3%다. 서울(19.9%)과 부산(7.6%) 등 다른 특광역시보다 높은 비율이다. 전국 평균 16.7%과 비교해도 4.6%p가 높다. 이와 함께 시가 지난해 연구용역을 통해 인천에 사는 만19~39세 청년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서는 279명(27.9%)이 평균 7천23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이들 부채보유 청년 중 115명은 학자금, 생활비, 가족의 빚 변제, 창업 준비 등을 위해 비주거 관련 대출을 받았다. 나머지 164명 가운데 101명은 주택구입비와 전세보증금 등 주거 관련 대출을, 63명은 주거 관련 대출과 비주거 관련 대출을 모두 받은 상태다. 사실상 부채보유 청년 2명 중 1명 이상이 비주거 관련 대출을 받은 셈이다. 특히 비주거 관련 대출을 받은 청년들의 금전스트레스는 40점 만점에 20.3점으로 주거 관련 대출을 받은 청년들의 16.8점보다 높았다. 또 비주거 관련 대출을 받은 청년들의 자아존중감은 50점 만점에 31.4점으로 주거 관련 대출을 받은 청년들의 34.9점보다 낮았고, 우울감은 반대로 44점 만점에서 2.8점이 더 높게 나타났다. 장동호 남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년부채가 발생하는 주요 요인은 학업으로 인해 발생한 생활비와 학자금 대출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졸업 이후에는 학자금과는 비교되지 않는 대출을 받아야 주거를 해결할 수 있어 청년들은 심리적 불안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형성된 부채는 청년들이 빚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만든다며 체념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는 청년들의 모습까지도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민기자

[집중취재] 현장 출동 인력 14명뿐...道 전자발찌 수사 ‘구멍’

법무부가 지난해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하는 과정에서 여성 2명을 살해한 강윤성 사건을 계기로 내놓은 재발 방지 대책이 인력 부족 등의 문제로 미봉책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6일 법무부와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작년 8월 성범죄 전과자가 전자발찌를 끊고 연쇄 살인을 저지른 이른바 강윤성 사건으로 수사 당국과의 공조 등의 문제점이 드러나자 검경 간 공조체계 강화, 24시간 현장 대응 신속수사팀 발족 등 제도 개선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전자발찌 위반사항 발생 시 현장 출동하는 도내 신속수사팀의 인원이 고작 14명에 그치는 것으로 확인, 턱없이 부족한 인력으로 현장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도내 신속수사팀은 수원(8명)과 의정부(6명) 등 총 2곳에 설치돼 있으며 오산, 용인, 화성 등 19개 지자체를 수원이, 동두천과 연천, 강원도 철원 등 11개 지자체를 의정부가 관할하고 있다. 신속수사팀 1명이 1만195㎢의 경기도 면적 중 728.2㎢를 맡고 있는 것이며, 이는 서울시 면적(605㎢)보다 큰 규모다. 이러한 인력 부족 문제는 전자발찌 부착자를 관리하는 전자감독으로까지 이어진다. 지난해 말 기준 도내 전자감독 담당자 수는 70여명으로, 이들이 담당하는 관리인원은 연평균 12~13명 안팎을 오가고 있다. 더욱이 이중 일부는 전자감독 외에 일반 보호관찰을 겸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더불어 전자발찌 이상신호 발생 시 실시간으로 지자체 CCTV를 열람해 신속하게 상황을 파악하는 연계 시스템에 대한 지자체 참여도 저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법무부와 지자체 CCTV 연계 지역 가운데 경기도의 경우 안산과 부천을 제외한 나머지 시군에선 연계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았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현재 시스템상으론 경찰과 소방과의 연계는 돼 있지만 법무부 측과의 시스템 구축은 안 돼 있다라면서 서버 업그레이드, 장비 구매 등 추가 예산이 들어가고 예산 규모도 커, 연계 시스템 도입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전자발찌와 관련한 법무부의 정책이 인력 부족과 지자체 참여 저조 등으로 발목을 잡히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법무부 관계자는 신속수사팀 운영 효과성 제고를 위한 확대 운영을 추진하고 있으며, 필요한 인력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관계기관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며 재범방지 대책 외에도 첨단기술을 활용해 전자감독의 현장 대응력을 강화하고, 국민이 직접 전자감독의 효용성을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발굴해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발찌 훼손자 정밀한 위치 추적 현행법이 발목 통신사 기지국 정보에 그쳐 휴대전화 GPS는 활용 불가 관련 법 개정안은 계류 전문가 새로운 보안 처분 필요 전자발찌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넘은 가운데 현행법상 전자발찌 훼손자들의 정밀한 위치를 추적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적 근거 마련에 나섰지만, 수개월째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6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전자발찌 훼손자 발생 시 현행 위치정보법상 피부착자에 대한 위치는 통신사 기지국 정보에 그치고 있다. 이 경우 반경 300m부터 500m까지 위치가 확인되며, 넓은 오차범위로 피부착자의 신속한 추적이 어려운 실정이다. 또 전자발찌를 훼손해 버리는 경우 감시 대상자의 추적이 불가능하다. 휴대전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정보를 활용하면 오차범위를 10~20m 이내로 좁힐 수 있지만, 현행법상 위치정보는 자살 의심자, 다른 사람의 생명 보호 등 긴급구조를 위해서만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문제는 강윤성 사건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는 과정에서 여성 2명을 연쇄 살해한 강윤성을 수사하던 경찰이 현행법에 막혀 한동안 그가 소지했던 휴대전화의 정확한 위치를 추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이 강윤성의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할 수 있게 된 때는 강씨가 전자발찌를 끊고 약 2시간20분이 지나면서다. 이 당시 강윤성을 알고 지냈던 한 목사가 경찰에 강씨가 죽고 싶다는 말을 했다라고 신고하면서 본격적인 추적이 시작됐다. 정치권에선 이러한 법적 한계점을 해결하고자 법안 발의가 이어졌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은 강윤성 사건 이후인 지난해 11월 경찰서와 보호관찰소가 전자발찌 피부착 대상자의 위치를 확인할 수 없거나 이동경로를 탐지할 수 없는 경우 개인위치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위치정보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도읍 의원은 이번 개정안을 통해 전자발찌를 훼손하더라도 보다 신속 및 정확하게 범죄자의 위치를 파악해 검거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3개월이 다 되도록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채 계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법안 마련과 별개로 전자발찌 피부착자들의 잇따른 범죄에 대해 경찰과 법무부 간 핫라인 및 협력체계를 공고히 하고 새로운 형태의 보안 처분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나서도 범죄를 지속적으로 저지른다면, 이는 교화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라며 이 경우 보호수용제를 포함해 새로운 형태의 보안 처분을 마련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경기지역 내 전자발찌를 착용한 성폭력 사범들의 재범 건수는 총 3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정민훈김정규기자

[집중취재] 코로나19의 그림자 : 극단 선택 32.6%, 코로나 경제적 어려움 겪었다

인천의 코로나19 취약계층이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리고 있다. 극단적 선택 사망자 3명 중 1명이 생전에 코로나19와 관련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인천시자살예방센터 유족지원팀이 지난해 대면한 극단적 선택 사망자 유족들의 보고를 분석한 결과, 극단적 선택 사망자 193명 중 63명(32.6%)이 코로나19 영향 등 경제적 문제를 보였던 것으로 나왔다. 일부 유족의 보고 중에는 실직해직사업실패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과정에서 코로나19로 계획했던 일 등이 다시 틀어지는 바람에 극단적 선택 사망자의 걱정과 불안감이 커졌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또 인천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의 2020년 인천시민 정신건강 선별검사 분석결과 보고와 인천시 코로나19 정신건강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코로나19가 장기화한 지난해의 자해 및 극단적 선택 관련 고도위험 시민 비율은 14.1%로 2020년 2.3%에서 무려 11.8%p가 올라갔다. 특히 지난해 인천의 확진자, 완치자, 자가격리자 등 코로나19 경험자 6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17명(27%)이 자해 및 극단적 선택 관련 고도위험군으로 나왔다. 시는 이 같은 분석조사 등을 통해 코로나19 펜데믹이 극단적 선택 사망사고에 지속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시는 올해부터 1인 가구 등 코로나19 취약계층에 대한 극단적 선택 예방사업을 새롭게 추진한다. 아울러 범사회적인 극단적 선택 예방 환경의 조성을 위해 코로나19 취약계층의 지지체계 및 서비스 종사자 중점 교육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시는 극단적 선택 예방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위해 코로나19 취약계층 관련 기관과의 상호 연계 시스템을 구축한다. 시 관계자는 인천시자살예방센터 유족지원팀의 내부자료 등을 분석해 코로나19 영향 등 경제적 문제를 보인 극단적 선택 사망자가 늘었다는 것을 파악했다고 했다. 이어 생애주기별 극단적 선택 예방 정책을 강화하는 동시에 코로나19로 고립될 가능성이 큰 1인 가구 등에 대한 맞춤형 예방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0시 기준으로 인천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879명으로 지난 25일 670명을 넘어선 1일 최다 확진자를 나타냈다. 김민기자 코로나의 그림자 체불임금 설이 코앞인데 못받은 월급 눈덩이 고달픈 삶 인천지역의 체불근로자 1인당 평균 체불임금이 500만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노동시장이 좁아지면서 근로자들의 경제상황은 더욱 악화했다는 분석이다. 2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체불근로자 1인당 평균 체불임금액은 508만563원으로 2020년(487만2천280원)에 비해 늘어난 상태다. 인천의 1인당 체불임금액은 2019년 461만7천158원 이후 3년 연속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휴직 및 해고 등에 의한 근로자의 수 자체가 줄어든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인천의 휴직자는 2019년 1천485명에서 지난해 1만1천977명으로 늘어난 상태다. 실업급여 수령자 역시 2019년 9만6천여명에서 지난해 11만4천68명으로 2만여명이 늘어났다. 실업급여 지급액 역시 2019년보다 3배 늘어난 756억2천500만원을 기록했다. 고용부는 이 같은 현상이 실업급여자의 수가 늘어나면서 동시에 이들의 재취업이 늦어졌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인천 동구에서 기계선반 조립회사에 다니던 A씨(56)는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회사에서 인원감축이나 휴직을 계속해 생계가 어려웠다며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경비나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고는 있는데, 쉽지 않다고 했다. 특히 인천은 코로나19 이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일하던 인력들이 대규모로 일자리를 잃으면서 노동시장이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는 중이다. 민영기 노무사는 인천지역은 공항 등 코로나19에 직격타를 받은 사업체들이 유독 몰려있어 체불임금이 마치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숫자상으로 체불임금이 줄었다고 해도 근로자들의 현실은 전보다 더 힘들다고 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실업급여를 신청하는 사람들이 많아 현재 2부제를 시작한 상황이라며 설 명절을 앞두고 남은 체불임금액이 청산되도록 단속하는 등 노동시장 개선을 위해 힘쓰겠다고 했다. 김지혜기자

[집중취재] “인천 만수동 대공분실… 대시민 역사공간 만들자”

인천 남동구 만수동 산30-2 빨간 벽돌 건물. 현재는 초중학교와 아파트 단지가 둘러싼 이 건물이 공포의 대공분실이었다는 것을 아는 인천시민은 많지 않다. 인천의 민주화노동운동의 수많은 운동가들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공포의 공간인 이곳은 지난해 11월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의 구월동 이전으로 텅 빈채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본보는 1987년 1월14일 고문을 받다 숨진 박종철 열사 35주기를 맞아 치열했던 인천의 민주화노동운동의 역사를 기억하고, 반성하기 위해 대공분실을 시민에게 돌려줄 방안을 찾고자 한다. 편집자주 대지 3천404㎡ 지하1층~지상2층 규모의 대공분실이 인천에 들어선 건 지난 1986년 12월29일이다. 경기도 경찰국 사찰과의 분실로 시작한 이곳은 1987년 2월27일 인천직할시 경찰국이 개국하면서 인천경찰국 대공분실로 개칭했다. 이른바 만수동 대공분실로 불린 이곳은인천지역노동자연맹, 인천부천노동자회, 노동자문화마당 일터,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등 인천의 굵직한 민주화노동운동가들이 고초를 겪어야 했던 공간이다. 인천여성노동자회 회장을 지낸 김지선씨(67고(故) 노회찬 전 국회의원의 부인)는 1987년 4월 대공분실 인근 야산으로 끌려가 10시간이 넘도록 폭행을 당했고,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김씨의 동료들은 만수동 대공분실 안에서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인노회 막내로 시작해 노동자문화마당 일터 의장으로 활동한 김동호씨(59)는 며칠동안 잠을 재우지 않던 경찰들 때문에 환각과 환청을 겪어야 했고, 동료들 중에는 만수동 대공분실을 겪은 뒤 정신 이상을 호소하다 분신을 한 이도 있다. 인천은 6월 항쟁의 도화선이라고 볼 수 있는 53민주항쟁이 있을 정도로 민주화운동 역사에서 큰 역할을 한 곳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정작 인천에서는 그 당시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공간이 전무하다. 경찰청 국유지인 이 곳은 현재 빈 공간이며 아직 활용 방안이 없다. 올해 광역수사대 문학동 청사가 신축공사에 들어가면 2023년까지 임시청사로 활용을 검토 중일 뿐이다. 지역 사회에서는 이 공간이 인천의 민주화운동을 기억할 시민의 역사공간으로 꾸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천시도이 같은 고민에서 출발해 지난해 말부터 인천지역의 민주화노동운동 건축자산을 체계적으로 보전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건축 자산의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있다. 이 작업에 만수동 대공분실은 반드시 포함해야 할 공간이다. 오경종 인천민주화운동센터장은 이 곳은 독재정권이 민주화운동을 한 국민을 불법적으로 탄압한 장소인 만큼, 이제라도 민주화운동을 기억할 대시민 역사공간으로 다시 태어 나야 한다고 말했다.이어 청년이나 학생들이 지금의 민주주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할 현장체험이 필요한데 인천에는 과거를 기억할 공간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기가 너무 많아 소중함을 모르듯 자유와 민주주가 어떻게 얻어진지 모르고 살고 있다며 만수동 대공분실을교육의 현장이자 체험의 현장으로 조성해 다시는 민주주의를 뺏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수십년 흘렀지만고문의 악몽 노동운동가 김지선씨(67)와 김동호씨(59)는 기억하기 조차 두려운 고통을 경험한 공포의 빨간벽돌 대공분실을 생각하면 아직도 진저리가 처진다. 학교와 주택가에 둘러싸여 고스란히 남아있는 이 건물을 떠올리면극한의 공포와 단절감을 주던 차가운 계단과 좁은 창문 등 고통스러웠던 당시의 악몽이 살아난다. ■ 故 노회찬 의원 부인 김지선씨살려주세요. 제발 살려만 주세요. 1987년 4월28일. 인천의 대표적인 여성 노동운동가이자 고(故 )노회찬 국회의원의 부인 김지선씨(67)는 아직도 그날을 잊지 못하고 있다. 여동생을 만나려던 그녀를 덮친 형사 2명, 강제로 태워진 승용차, 5시간 동안 다른 노동운동가들의 행방을 대라며 이어진 심문. 그리고 밤 10시40분, 그녀를 인계한 4명의 형사들은 김씨 머리에 자루를 씌우고, 수갑을 채운 뒤 머리를 다리 사이에 처박게 했다. 그렇게 폭언과 구타가 이어졌다. 수십분간 폭행을 당하며 남동구의 한 야산으로 끌려갔다. 그곳이 만수동 대공분실 인근의 야산이란 사실은 모진 고초를 겪은 뒤에서야 알았다고 했다. 1986년 인천 53사태의 여파로 이어진 부천경찰서 성고문사건, 그들은 뻔뻔하게도 그 일을 입에 올렸다. 바지 지퍼를 내리고 무릎으로 김씨의 가슴을 짓누른 형사들은 너도 한 번 당해볼래? 협박했다. 공포가 온 몸을 덮쳐왔다. 자루가 씌워진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살려달라 비는 것 뿐이었다. 그때는 살아야겠다는 생각뿐 이었어요. 살려달라고,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고 빌었죠. 얼마간 이어진 고문이 끝나고 이들은 다시 김씨를 차에 태워 30여분을 뱅뱅 돌았다. 그리곤 머리 위 자루를 벗겨주더니 앞만 보고 뛰라고 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게 뛰었다. 얼마 뒤, 김씨는 만수동 대공분실의 실체를 마주했다. 갑자기 사라진 동료,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던 그는 만수동 대공분실에 있었다. 전화를 걸어서 최대한 순진한 척 연기하면서 집에 큰 일이 있어 꼭 만나야 한다고 했어요. 그때서야 그럼 찾아오라하더라고요. 새까만 철문, 그 두꺼운 철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서선 김씨는 소리쳤다. ○○○, 여기 있어? 형사들은 그녀를 말리며 이곳은 산업체다. 무슨 말이냐. 가족 맞느냐 추궁했다. 수많은 민주화노동운동가들이 그곳에 있었음에도. ■ 노동운동가 김동호씨소리소문없이 죽겠구나 싶었어요. 1992년 9월 30일. 여느때와 다름 없이 남구(현 미추홀구) 숭의동의 문화마당 일터 사무실로 가려 집을 나선 김동호씨(59)가 순식간에 4명의 수사관에게 붙잡혀 승용차에 태워졌다. 양팔을 뒤로꺾어 수갑을 채우고, 머리를 숙이도록 처박는다. 얼마를 달렸을까. 수사관에게 둘러싸여 들어간 그곳, 만수동 대공분실에서 마주한 건 유난히 차갑게 느껴지던 계단과 층계 사이에 하얀색 로프로 설치해둔 그물이다. 처음에는 여러차례 폭행과 욕설에 시달리고, 잠도 재워주지 않았다. 김씨는 2~3일정도 잠을 못자니까 흡음판을 따라서 말이 달리는 것 같은 환각이 보이더라며 사람이 잠을 못자면 이렇게 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갇혀있는 시간동안 김씨를 가장 힘들고 두렵게 했던 건 수사관의 폭행도, 욕설도 아닌 소리소문없이, 아무도 모르게 죽을 수 있다는 막연한 공포였다. 가족들이 안에 잡혀간 걸 알고 건물 앞에 와 고래고래 소리쳤어요. 그때서야 이제 아무도 모르게 죽진 않겠구나 안도했습니다. 바깥쪽으로 잠금장치가 달린 조사실 문이 열린 채 혼자 남겨졌던 순간, 그는 복도로 뛰쳐나가 소리쳤다. 얘들아, 힘내. 형이야. 복도를 지키는 수사관이 그를 다시 조사실에 집어넣기까지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는 누군가 옆에 있다는 사실이 주는 안도감을 다른 동료들에게도 주고 싶었다고 했다. 1986년 12월29일, 처음 그곳에 자리잡은 뒤 36년이 지난 대공분실은 이제 텅 빈 채 제 역할을 기다리고 있다. 수많은 민주화노동운동가들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말이다. 김경희 기자

[무늬만 해양도시 인천] 軍 철책·콘크리트에 막혀… 잃어버린 ‘시민의 바다’

“확 트인 바다를 보고, 바닷물을 만져보고도 싶은데…. 콘크리트 담벼락과 철책 탓에 가까이 갈 수가 없네요.” 지난 7일 오후 1시께 인천 서구 왕길동 세어도 선착장 앞. 인천 해안의 시작점인 이곳에서 보는 바다는 거리가 가까워도 체감은 멀다. 해안선이 모두 콘크리트로 메워져 있는데다, 위에는 철책과 가시 철조망으로 막혀 있기 때문이다. 이날 성인 1명이 겨우 걸을 좁은 인도로 해안선을 따라 4㎞를 걸어봤지만 바다가 주는 청량감과 비릿한 갯내음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도로를 오가는 대형화물차가 뿜어 내는 매연 냄새 뿐이다. 경인항인천컨테이너부두에 도착하면 철책선이 없는 바다를 볼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해안선은 더이상 시민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았다. 아예 사방이 철책으로 막혀 있고 마치 기름 범벅인 듯한 시커먼 돌무더기가 바다로 가는 길목을 막고 있다. 이어 동구 만석동 만석부두와 중구 항동7가 등에 있는 인천의 해안선 대부분을 둘러봤지만, 시민의 발걸음이 바다에 닿지 않는다. 모두 항구와 각종 항만 시설, 그리고 콘크리트 담벼락과 철책에 막혀 있다. 시민 A씨는 “동해안 등에서 보던 그런 바다는 아니더라도 파도의 철썩임을 느끼고, 그 파도에 발을 담그며 쉬었으면 한다”며 “하지만 인천의 바다는 이런 바다의 모습을 전혀 느낄 수 없다”고 했다. 다음날인 8일 오전 10시께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끝자락 해안길도 마찬가지. 바다를 메워 새로운 해안선이 자리를 잡았지만, 정작 바다로 가는 길은 모두 콘크리트로 막혀 있다. 심지어 해안선 짧은 구간을 지나면 수풀 더미에 가려 조금이라도 보이던 바다조차 시야에서 사라진다. 이 길을 달려 인천신항 컨테이너부두를 지나 해안선 끝에는 바다쉼터가 자리잡고 있다. 이 곳에서 겨우 인천 앞바다의 파도 소리를 만났지만, 정작 쉼터는 막혀 있고 군부대 해안초소와 철책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처럼 인천의 해안선이 되레 시민과 바다를 갈라놓고 있다. 매립을 통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해안선이다 보니 모두 콘크리트로 삭막함을 주는데다, 군의 경계를 위한 철책, 항만 보안시설 등에 따른 출입 금지 때문이다. 전국 대부분의 해안선은 시민이 그 선을 넘어 바다에 발을 담갔을 때 시원한을 선사하지만, 인천의 해안선은 바다를 보고도 들어갈 수 없다는 큰 상실감을 준다. 9일 국립해양조사원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인천에서 강화군과 옹진군 등 섬 지역을 제외한 내륙의 해안선은 모두 134㎞에 달한다. 하지만, 이중 무려 절반에 달하는 67㎞는 철책으로 막혀 있다. 남은 해안선은 내항·북항·신항·경인항 등 항만구역이어서 시민들이 들어갈 수 없는데다, 나머지는 호안(제방을 보호하는 공작물)과 방파벽 등이다. 송도유원지 내 해수욕장이 지난 2011년 폐장한 뒤, 인천에선 시민들이 직접 바닷물을 만져보는 것은 물론 마음 편하게 바다를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천처럼 해양도시인 부산시는 해운대와 광안리 등 해수욕장 등이 있어 수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바다를 즐길 수 있고, 경기도 시흥시도 월곶해안로에 비록 콘크리트지만 파도를 만져볼 수 있는 알찬 공간이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인천시가 현재 해안선 곳곳을 해양친수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나섰지만, 모든 해안선의 군의 철책 등을 걷어내기엔 아직 역부족이다. 또 내항 1·8부두 등의 시민 개방도 일부 이해관계자들과의 문제로 수년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임현택 가천대학교 교수·한국스마트해양학회 회장은 “인천시민은 지난 1843년 개항 이후 항만으로의 발전과 매립 등으로 모든 바다를 잃었다. 이제는 바다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단순히 바다 앞 공원이나 시설을 만들 것이 아니다”며 “시민이 바닷물을 직접 만져보는 등 즐길 수 있는 해양친수공간 조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 해안선따라 바닷길을 걷고 싶다 인천이 진정한 해양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 ‘물의 공간’ 확보가 시급하다. 9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개항기 신문물이 들어오던 인천의 포구들은 갑문 등 항만시설과 군대의 보안시설이 들어서면서 인천의 모든 해안선이 콘크리트 담벼락과 철책으로 바뀐 상태다. 이들 해안선은 항만·군 보안시설이란 이유로 해안선으로의 출입 통제까지 받는다. 더욱이 인천에는 지난 1937년 해안을 메워 무의도의 모래를 옮겨와 만든 송도유원지 내 해수욕장이 있었지만, 주변의 각종 난개발 등 탓에 2011년 폐장한 상태다. 송도해수욕장은 봄가을에는 학생들의 단골 소풍 장소이자, 해마다 여름이면 수만명의 피서객이 몰려들며 인천을 대표하는 장소로 꼽혀왔다. 하지만, 이곳엔 중고차 수출단지만 남았을 뿐이다. 현재 인천의 육지에는 더이상 시민이 바닷물과 함께할 장소는 없다. 반면 부산시는 종전 해수욕장을 지속적으로 유지·관리하며 더욱 시민과 어울릴 수 있는 장소로 만들어가고 있다. 해운대 해수욕장과 송정해수욕장 등의 모래사장이 이안류 등에 의해 계속 사라지자, 10년 전부터 해마다 해저 굴곡지, 바다 안쪽에 굴곡진 곳 등까지 모래를 투입하는 것은 물론 주변 정비를 하고 있다. 이들 해수욕장을 찾는 시민과 관광객은 지난해 기준 각각 504만명, 127만명에 달한다. 인천과 맞닿아 있는 경기도 시흥시도 해변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시흥시는 지역 대표 항구인 월곶포구에 시민들이 바닷물과 직접 만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둔 상태다. 찰랑거리는 바닷물에 아파트·횟집들의 화려한 불빛이 비치는 인도 600m 구간을 조성했다. 비록 모래사장이 아닌 인천처럼 콘크리트 구조물이지만, 계단 8칸만 내려가면 발끝에 바닷물을 적실 수 있다. 여기서 만난 시민 A씨는 “바다에 일몰이 일어나는 배경이 너무 멋있어 가족들과 자주 온다”며 “특히 만져볼 수 있는 바다가 눈앞에 있어서 너무 좋다”고 했다. 시흥시는 이와 함께 정왕동 시화 MTV(Multi Techno Valley)에 위치한 거북섬에 인공서핑 웨이브파크를 개장하기도 했다. 월곶에서부터 시화MTV까지 15㎞가량 이어지는 해안선을 따라 K-골든코스트(한국형 골든코스트)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도 이처럼 해안가 등에 ‘물의 공간’을 탄력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천시가 지난해 해양친수도시 조성 기본계획을 수립한 만큼, 전문가·시민 등이 함께 참여해 종전에 있는 해안 및 친수공간에 대한 재정비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탁영식 ㈜건일엔지니어링 사장(도시계획기술사)은 “인천이 진정한 해양친수도시로 발전하려면 시민이 직접 바닷길을 걸으면서 바다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올해부터 ‘2030 인천 바다이음’을 만들기 위한 목표 및 추진 전략을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해양친수시설 등이 시민의 마음을 정화하고 즐길 수 있는 치유 공간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市 ‘2030 인천 바다이음’ 마스터플랜 - 시민과 바다를 잇는다​​​​​​ 인천시가 올해부터 ‘2030 인천 바다이음’ 마스터플랜을 통해 시민과 바다를 잇는 해양친수공간 찾기를 본격화한다. 9일 시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 2030 바다이음 해양친수도시 조성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인천을 개방적·재생적·상생적·보전적·국제적 해양친수도시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청사진을 그린 상태다. 국내 최초로 ‘해양친수공간조성 및 관리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기도 했다. 시는 앞으로 10년 단위로 인천해양친수도시 조성 기본계획을 변경·수립해 나갈 방침이다. 여기에 해안 친수공간의 여건과 기본계획의 목표 및 추진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해 ‘해양친수공간위원회’를 구성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논의에 돌입한다. 시는 우선 바다이음 프로젝트에 신규사업 39개(단기 15개, 중장기 14개)를 정하고, 3천89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세부적으로 437억원을 투입해 추진하는 인천 내항 상상플랫폼 조성사업 등을 통해 올해부터는 항만자산과 개항테마를 묶은 도시재생거점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앞서 시는 지난해 8월 27억원을 들여 인천내항 1·8부두 및 인천세관창고 우선개방을 했다. 시는 오는 2028년까지 233억4천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동구 해안도로변 산책로 조성사업을 끝낼 계획이다. 이 사업은 동구 해안가에 해안쉼터를 만들고 십자수로 매립 및 만석·화수부두와 연계한 해안 산책로를 구축하는 것이다. 특히 시는 송도국제도시와 인근 지역을 잇는 워터프론트와 월미도 워터프론트 등 ‘인천형 워터프론트’ 구축도 구상하고 있다. 연수구 송도동 308의2 일대 7만7천873㎡에 조성할 예정인 ‘랜드마크시티 1호수변공원 사업’을 통해 시민 체험형 수변 광장과 전망카페, 편의시설 및 녹지 등을 만든다. 이와 함께 시는 남동구 고잔동 978 일대 아암대로 갯벌 해안산책로 조성사업을 통해 소래~남동공단 해안보행축에 철책 철거 등을 이뤄내는 한편, 장기적으로 이 길을 송도국제도시까지 이을 예정이다. 이 밖에도 시는 암호 프롬나드, 안암호 선셋로드, 정서진 선셋플랫폼, 청라 브릿지파크 등 ‘개방적 해양친수도시’를 구상하고, 재생적 해양친수도시를 구축하기 위해 개항장~월미도~소월미도~스마트 오토밸리~남항으로 연결하는 친수 네트워크를 형성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북성포구 친수엣지’, ‘연오랑 등대 친수보행로’. ‘항만 트레일 파크’, ‘8부두 하버배스’, ‘월미도 워터프론트’의 신규 친수공간으로 조성한다. 시 관계자는 “전문가와 시민 등의 의견 수렴 통해 진정성 있는 인천 바다이음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 김경배 인하대 교수 “미친 상상력에 실행력 더해야” “‘미친 상상력에 실행력’을 더해야만 인천만의 해양친수도시를 이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경배 인하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인천이 해양도시로 진화하고자 추구해야 하는 방향에 대해 “인천과 상황이 비슷한 싱가포르는 바다를 메워 ‘다기능 복합도시(Mixed-use City)’와 ‘정원(가든스 바이 더 베이)’을 만들고 새로운 도시발전의 거점을 마련했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이어 “싱가포르는 글로벌 허브의 중심지로 꼽히는 공항과 항만의 역할에서 벗어나 새로운 해양친수공간으로 세계적 관광명소로 거듭났다”고 설명했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주변 갑문을 활용해 세계에서 가장 큰 기둥 없는 온실을 만들어 냈으며, 독창적인 디자인과 역사 및 전통을 더한 설계로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 냈다. 김 교수는 “캐나다 몬트리올 ‘보타 보타(Bota Bota)’는 인천 내항과 비슷한 구조지만 전혀 다른 해양친수공간을 만들어 냈다”며 “항만 기능이 줄어든 항구에 폐선박을 통해 사우나, 수영,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인공시설을 만들고 운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천의 섬 지역은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떨어지지만 접근성이 더 나은 인천 항만 등 해안에 해양친수·문화 공간을 창의적으로 계획하고 조성해야만 새로운 해양도시로 접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계절이 분명하고 황톳빛 바닷물이 있는 인천의 특성을 고려한 인공해변을 만들고 운영해야 한다”며 “송도국제도시에 인공해변, 수변데크, 공원 등이 조성될 예정이지만 프랑스 센강, 영국 템스강 수변공간에 있는 인공해변처럼 한시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인천 내항은 ‘인천 바다의 거점’으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는 만큼, 시민 모두가 참여한 종합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월미도 해안과 월미산부터 국립해양박물관, 상상플랫폼 등이 들어서는 내항은 해양도시의 랜드마크를 그릴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이 있다”고 했다. 이어 “송도·영종·청라국제도시 등의 접점까지 있는 내항의 해양친수공간 구축을 위해 정부와 시, 지자체, 시민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최근 시가 해양친수도시 조성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바다를 품은 해양도시 인천의 미래발전을 위한 진화가 시작했다”고 했다. 이어 “예산과 세부 추진계획 등 아직 많은 것이 부족하지만, 인천시민 모두의 관심과 참여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승훈·박주연기자

[집중취재] 외면받는 인천지역 특성화고

인천지역 특성화고등학교가 옛 실업계고등학교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특성화고의 직업교육은 급박하게 변화하는 산업구조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학생학부모들은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특성화고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인천시교육청과 지역 내 특성화고 등에 따르면 인천에는 특정분야의 인재양성을 목적으로 개개인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현장실습 등 체험위주의 교육을 전문적으로하는 특성화고 27곳이 있다. 우수한 기술기능인재를 키우고, 좋은 일자리로 취업을 지원 하는 곳이다. 그러나 여전히 학생학부모들이 특성화고를 외면하고 있다. 직업교육의 본래 목적인 취업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 특성화고의 취업률은 지난 2017년 48.03%였지만 2018년 37.83%, 2019년 30.43%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도 30%대에 머물고 있다. 또 특성화고를 졸업해도 대기업이나 공기업 취업은 극소수이고 대부분 영세 제조업체 등에 취업하기에 질이 낮은 일자리로 인해 학생들의 취업률은 낮아진다. 이는 다시 학생학부모가 특성화고를 외면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한 특성화고 교사 A씨는 전교에서 2~3명만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취업하고, 대부분 영세 제조업체에 들어가는데 누가 특성화고를 선택하겠느냐고 했다. 이어 여전히 공부하기 싫은 아이들이 가는 학교라는 낙인이 찍혀있다며 이미 직업교육 본래 목적은 퇴색한지 오래라고 했다. 특히 특성화고에 들어와 직업교육을 받고도 뒤늦게 대학에 가겠다는 대학 진학반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점도 취업률 하락을 부추긴다. 대학에 진학하면 미취업자에 들어간다. 시교육청이 지난 2019년 인천 특성화고 중장기 혁신방안 연구를 통해 지역 내 특성화고 학생 2천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졸업후 진로에 대해 묻는 질문에 1천44명(52%)이 진학을 선택하거나, 취업과 진학을 함께 병행하겠다고 답했다. 이들이 진학을 선택한 이유는 고졸과 대졸간의 차별(임금승진)이나 학력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라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이 때문에 특성화고는 올해 정시 모집 결과 27곳 중 19곳(70.3%)이 정원에 미달했다. 문학정보고등학교는 170명을 모집했지만 고작 33명(19.4%)만 지원했고, 인천소방고등학교도 170명 모집에 104명(61.1%)이 지원했다. 이들 학교 대부분 오는 16~17일 추가모집을 하지만, 이마저도 실패하면 정원을 줄여야 한다. 이 같은 특성화고 진학 기피 문제를 해결하려면 학과개편 등을 통해 직업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시교육청은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학과개편을 하면 교사들이 새로운 전공 과목을 가르칠 수 있도록 산업체 현장 직무 연수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고작 1~2개월짜리 교육이다보니 교사가 전문성을 갖출 수 없는 상태다. 학교 현장에서는 산업 전문가를 초빙한 교사 채용 등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손을 놓고 있다. 앞서 시교육청이 지난해 인천바이오과학고인천소방고인천금융고인천재능고영종국제물류고인천전자마이스터고 등을 학과개편 및 학교명 변경을 추진했다. 지난 5년간 이 같은 학과개편 및 학교명 변경이 26곳에 달한다. 하지만 소방고금융고재능고 등은 올해에도 정원모집에 실패하는 등 학생학부모의 특성화고 기피는 여전하다. 허영준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박사는 학과개편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법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 시설 투자를 통한 좋은 교육을 받은 특성화고 학생이 능력을 키워 좋은 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직업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학교별 전공 교사를 교환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다며 학과개편 역시 지역특색산업인 항공소방바이오 위주로 끌고 나가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특성화고 기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 지자체와 기업과 함께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지혜기자

정치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