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평택 공군부대서 ‘중위’ 사망, 부임한 A 소령 별도의 부당 지시 有 28차례 보고서 반려 등 심한 압박…경찰, 가혹행위 판단 수사 착수
한 집안의 자랑이었던 막내아들이 군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불량품은 폐기 돼야 마땅한 법.’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쪽지다. 자신을 불량품이라 칭했던 고(故) 유신형 중위는 사망 전까지 ‘업무’와 ‘상관의 지시’라는 명목으로 고통받았다. 미처 말하지 못한 채 혼자 앓아야 했던 날들, 경기일보는 유 중위가 겪었던 고통의 시간들 속으로 돌아가 군대 내 직권남용 가혹행위, 스물일곱 청년의 죽음으로 이어진 참극의 실체를 파헤쳐 본다. 편집자주
억울하게 삶 마감한 20대 장교 추적기 ①
지난해 5월26일. 평택의 한 공군 부대에서 스물일곱의 유신형 중위가 숨진 채 발견됐다.
13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유 중위는 당시 공군 감시정찰 무인기 체계팀에 소속돼 있었다. 이 팀은 2023년 5월18일 공군참모총장 지시로 군 공항 주변의 민간인 드론 비행 승인 절차 알림 시스템을 개발 중이었다. 공군은 개발 전 공군 톡 기반, 카카오톡 기반, 스마트폰 알림 기반 등 세 가지 체계를 구상하다 공군 톡과 카카오톡은 각각 보안성과 예산 문제로 폐기, 스마트폰 알림 체계 시스템 개발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지난해 1월9일 이 팀의 팀장으로 부임한 A소령은 유 중위로부터 이 내용을 보고받고 결재까지 했음에도, 유 중위에게 폐기됐던 카카오톡 기반체계 시스템에 대한 예상 비용 검토를 지시했다.
유 중위 등은 지시에 따라 스마트폰 알림 체계는 물론 카카오톡 기반체계 개발까지 병행했고, A소령은 아예 개발에 필요한 예산 확보까지 지시했다. 공군 본부가 지시한 적 없는 A소령의 별도 지시가 나온 셈이다.
이 과정에서 A소령은 유 중위가 제출한 보고서를 수십차례 반려했다. 반려 이유는 ‘글자 크기와 행의 간격 등이 적절하지 않아’서 였다.
이후 시스템은 애초 계획대로 스마트폰 알림 체계로 4월 초 완성됐고, 유 중위는 그로부터 한 달여 뒤인 5월26일 사망한 채 발견됐다.
유 중위를 발견한 동료들의 신고로 조사에 착수한 공군수사단은 부대 내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판단, 같은 해 7월2일 경기남부경찰청에 수사를 요청했다.
사건을 접수한 경기남부경찰청은 부대원 조사를 거쳐 A소령을 직권남용 가혹행위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A소령이 지난해 1월9일 유 중위와 같은 팀에 배치된 이래 보고서를 최대 28번 반려시키는 등 비정상적인 업무 지시로 유 중위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고 판단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올해 2월 말 수원지검 평택지청으로 사건을 송치했다. 하지만 수원지검 평택지청은 지난 4월 초 보완수사를 이유로 사건을 되돌려보냈고, 경기남부청은 해당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해당 사건에 대해 검찰이 보완 수사 요청이 왔고 현재 계속 수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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