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어질 지하철 몇 갠데…‘땅꺼짐 고위험지역’ 현황도 없는 경기도 [집중취재]

장비·인력·예산 부족 등 이유… 지반탐사 ‘난색’
광명·하남·고양 등 지반 취약 구역 파악 못해
지하철 공사 진행·예정구역 주변 집중관리 불가

지난 11일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제 5-2공구 공사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경기일보DB
지난 11일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제 5-2공구 공사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경기일보DB

 

광명 신안산선 복선전철 5-2공구가 붕괴되며 초대형 지반 침하 사고가 일어난 가운데, 경기도를 비롯한 각 시·군은 이른바 ‘땅꺼짐 고위험지역’ 현황조차 파악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2개의 노선이 신규 조성 중이고 3개 노선이 추진되고 있어 유사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에도 장비·인력 부족을 이유로 지반 탐사에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인데, 전문가들은 면밀한 지반 탐사로 굴착 공사 전후 안전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4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지하철 별내선 도봉~옥정 구간, 7호선 옥정~포천 연장 구간 등 2곳이 공사를 진행 중이며 ▲고양~은평선 ▲9호선 강동~하남~남양주선 ▲3호선 송파~하남 구간 등 3개 노선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도는 물론, 공사 현장이 위치한 시·군은 공사 진행 또는 예정 구간 지반이 사고에 취약한지 여부를 알기 어렵다. 지반 특성을 탐사한 이른바 ‘땅꺼짐 고위험지역 지도’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1일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명시를 비롯해 지하철 신규 노선 공사가 예정돼 있는 하남, 고양 등은 모두 지반 취약 구역 현황을 파악하지 않고 있었다.

 

이들 지자체는 땅거짐 고위험지역 지도 제작이 어려운 이유로 장비, 인력, 예산 부족을 꼽는다. 취약 지반을 지도화하려면 고주파의 전자기파를 지면으로 쏴 반사되는 결과를 바탕으로 지하 구조, 경도를 영상화 하는 ‘GPR 탐사 장비’가 필요한데, 장비 자체도 수억원에 달하고 긴 탐사 기간, 즉 높은 비용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현재 도내 시·군 중 GPR 탐사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지자체가 없어 지반 탐사에 나서려면 장비를 구입하거나 관련 용역을 의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다만 굴착 공사가 본격화되면 현장 주변을 위험 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지하철 사고 전후로 피하거나 주의를 기울일 지반이 어느 곳인지 파악, 대응하는 게 불가능한 것이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땅꺼짐 고위험지역 측정 및 지도화는 집값이나 땅값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를 지자체가 파악함은 물론 일반에 공개해야만 공사 주체가 안전 관리에 더욱 집중할 수 있고 주민 역시 불안감을 덜 수 있다”고 제언했다.

 

도 관계자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굴착공사에 따른 지반침하 사고 위험성을 심각하게 인지, 땅꺼짐 고위험지역에 대한 현황 파악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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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41458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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