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글꼴·자간·배치까지 지적... 다른 군인들도 ‘정신적 고통’ 호소 유족, 침묵한 상관·군 고발 예정... 공군 “법적 판단따라 인사 등 조치”
억울하게 삶 마감한 20대 장교 추적기 ②
“유 중위는 동료와 대화도 많이 하고 일도 열심히 하는 군인이었습니다. 야근 등 힘든 상황에도 긍정적 에너지를 발산하던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A소령이 온 이후 많이 달라졌습니다. A소령은 1분 단위로 추진 계획을 수립하라고 하거나 1시간 단위로 무엇을 했는지 보고하라는 등 비정상적인 지시를 하며 사람을 궁지로 몰아넣는 느낌이었습니다. 또 보고서를 가져가면 글꼴, 자간, 배치 등에 대해서 지적하면서 십수번 반려를 시켰습니다. 유 중위는 묵묵히 일하는 스타일이라 스트레스가 상당해 보였고, 식사를 거르고 흡연만 늘어났습니다.”
“유 중위가 혼자 감당해야 했던 업무량은 과다해 보였고, 눈에 띄게 지쳐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사적인 자리에서도 유 중위는 A 소령으로부터 받는 업무 스트레스와 부당한 요구로 인해 힘들다고 토로한 적이 있었습니다. 단순한 불평이 아니라 정신적 압박 속에서 진심으로 힘들어 했습니다.”
“A 소령은 보고서를 하루에만 7번을 수정시켰습니다. 다른 군인들도 1주일간 보고서가 계속 반려되기도 했어요. 이해하기 어려운 지시가 반복되다보니 어떤 군인은 스트레스로 정신병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유 중위는 휴가 기간에도 카톡으로 업무 지시를 받았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예산 관련 업무도 지시받더군요.”
지난해 5월26일 평택의 공군부대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고(故) 유신형 중위 동료 군인들의 증언들이다.
당시 유 중위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봤던 동료들은 A소령이 업무 과정에서 유 중위에게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고 입을 모았다. 또 A소령의 행동으로 인해 다른 팀원들 역시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으며, 정신과 진료를 받는 군인도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사건 이후 공군수사단은 A소령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직접 유 중위에게 직권남용 가혹행위를 한 A 소령 외에도 부당한 업무 지시에 침묵했던 A 소령의 상관, 나아가 공군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추가 고발을 예정하고 있다.
유 중위의 아버지 유해기씨는 “보고서를 비상식적으로 반려시키고, 업무와 상관 없는 지적과 지시도 있었다”며 “이로 인해 아들이 정신적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A소령뿐 아니라 당시 업무를 결재한 다른 상관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유 중위와 함께 일했던 군인들도 A소령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수사기관에 제출한 상태다.
공군 관계자는 “재발 방지를 위해 초급 간부들을 대상으로 사고 예방 대책이 포함된 ‘군 기강 확립 및 사고 예방 활동 강조 지시’를 지속 하달하고 있으며 현장 진단도 반기마다 1회씩 실시하는 등 사고 방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해당 부대에서 A 소령은 전출된 상태며 법적 판단이 나오는 대로 징계 수위를 정해 인사 조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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