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우수 회원화랑 104곳, 특별전 포함 600여 명의 작가 참여 미술의 예술세계에 빠지며 작품 감상 및 수집할 기회
아트페어의 세계에 입문하고 싶으나 괜스레 높은 문턱에 망설였던 이라면 이번 주말 광교에 들려 ‘2025 화랑미술제 in 수원’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화랑미술제 in 수원’이 지난 26일 지난해 이어 두 번째 막을 화려하게 열었다. ‘화랑미술제 in 수원’은 화랑미술제의 오랜 노하우와 광교 호수공원을 배경으로 하는 수원컨벤션센터의 인프라를 접목했다.
경기 남부권을 중심으로 미술시장 불균형을 해소하는 의미를 담은 이번 아트페어엔 국내를 대표하는 우수 회원화랑 104곳과 특별전을 포함해 600여 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지역과의 상생을 도모하며 수원 지역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선보이는 ‘수문장’과 어린이 프로그램, 도슨트 및 전문가를 동반한 토크 프로그램 및 호수공원을 중심으로 한 야외 공연 ‘레이크 바이크’ 등은 지역사회와 소통하기 위한 노력으로 가족 단위 관람객은 물론 젊은 커플, 친구들과 추억을 쌓기 좋다. 26일 열린 첫날 프리뷰에만 약 4천700여 명의 관람객이 현장을 찾았으며 축제는 29일까지 계속된다.
■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컨셉 ‘눈길’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기계가 구현할 수 없는 ‘어설픈 미학’을 찾아가는 것이 예술가의 몫 아닐까요.”
오묘한 눈빛에 어딘가 촌스러운 헤어 스타일의 피사체가 새빨간 슈트를 입고, 그 옆엔 로봇의 팔이 겹쳐 있다. ‘2025 화랑미술제 in 수원’에서는 젊은 감각이 반영된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이 대거 출현해 관람객의 시선을 끌었다. 그중 특히 젊은 컬렉터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갤러리박영’의 피 킴(P. Kim, 김태기 작가)이었다.
갤러리박영은 출판사 ‘박영사’의 화랑 겸 복합문화공간으로 파주출판단지의 첫 번째 갤러리이며 피 킴은 수원 출신의 작가로 이번 아트페어의 정체성을 더했다. 회화뿐만 아니라 피규어와 영상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하는 그는 지난해 ‘2024 어반브레이크’에서 일본레스링협회에서 직접 협찬받은 레슬링 링으로 전시를 펼쳐 주목받기도 했다.
‘정복자의 유쾌한 골짜기’ 시리즈를 선보이는 작가는 로봇이 인간을 어설프게 닮을수록 오히려 불쾌함이 증가한다는 ‘불쾌한 골짜기’ 개념을 뒤집어 완벽하지 않은 불완전함이 만들어내는 유쾌한 미학의 순간을 포착했다. 1970~80년대 특수촬영물을 소재로 택한 그는 필름 너머의 영웅은 완벽한 초인이 아닌 그저 슈트를 입은 배우이며, 그들과 싸우는 괴수 역시 그 너머엔 인간이란 물리적 존재가 있음을 떠올렸다. 허술하고 미숙한 CG 효과는 현실과 허구 사이 불완전함에서 독특한 미학과 유쾌함, 낭만을 가져다준다고 작가는 말한다. 차량의 도색에 활용되는 페인트는 캔버스와 만나 독특한 질감을 자아냈다. 스포츠카의 상징인 페라리의 빨간색은 강렬하면서도 윤택감 있는 분위기를 형성한다. 마치 AI가 구현한 모델 같기도 하지만, 피사체는 작가가 아날로그로 창조한 얼굴이다.
■ 회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설치·조각 작품까지
각 부스마다 공간을 어떻게 구성했는지 차이점을 살펴보는 것도 아트페어의 묘미 가운데 하나이다. ‘토포하우스’ 갤러리는 회화에 어울리는 설치미술 작품을 곳곳에 배치하며 마치 누군가의 집에 방문한 듯 소속 작가들의 작품을 테마별로 배치했다.
동물을 소재로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김재규 작가의 작품은 이번 현장에서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은은함을 선사했다. 김 작가는 지난 4월 코엑스에서 열렸던 ‘2025 화랑미술제’에서도 독특한 색감으로 아기자기한 동물 작품을 선보이며 관람객의 애정을 받았다. 그는 중국, 터키 등 해외에서도 큰 사랑을 받는 작가다.
“자연에서 온 진흙에 시간이 더해지며 우연함을 포착하려 했습니다.” 김 작가의 작품이 주는 부드러움의 힘은 독특한 색감에서 형성된다. 말랑말랑한 진흙 상태의 천연 세라믹에 우리나라 전통 유약의 기법을 차용한 작업 방식에 주목할 만하다. 인간의 동반자이자 벗으로 묵묵히 곁을 지켜온 동물은 무대의 중앙으로 올라왔다. 김 작가의 작품과 나란히 자리한 허준 작가의 작품도 지나칠 수 없다.
소치 허련의 5대손인 작가는 한국화 창시 집안의 품격이 드러나는 현대적 산수화를 그린다. 수석 모으기가 취미였던 할아버지 남농 허건 선생과의 추억과 푸근한 놀이터가 되어줬던 그에 대한 애정을 커다란 나무 속 새 두 마리로 표현한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 블루칩이 주는 안정감… ‘미래의 블루칩’은 누구?
‘021갤러리’의 류재하는 블루칩의 명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비주얼 아트를 전공하고 미디어와 물리적 오브제의 결합으로 다양한 키네틱, 미디어 설치, 미디어 파사드, 영상 작업을 해오는 그는 최초란 수식어가 많다. 2010년 ‘G20 정상회담-미디어 첨성대’, ‘덕수궁-중화전 매핑’, ‘광화문-빛 너울’, ‘2018년 평창 올림픽’ 등 다양한 문화유산 미디어 파사드를 선도적으로 이끌었다. 현장에선 그의 신작 등을 만날 수 있다.
‘끝과 끝은 통한다’. 작가는 솥뚜껑, 화투 등 향토적인 소재를 첨단의 기술로 제단한다. 작품 ‘우아한 눈치’(2025)는 마치 인간의 눈꺼풀처럼 눈을 오므려 궁금증을 자아냈다가 깜빡이며 입을 벌린다. 작가는 타인의 심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대인의 삶을 화투 놀이에서 눈치로 비유한다. 삼등분한 솥뚜껑에서 나타나는 화투, 깜빡이는 눈의 작품들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써포먼트 갤러리’의 권혜조가 그린 도시와 자연의 풍경과 독특한 질감, 파스텔톤의 색감 역시 관람객에게 큰 인기였다. 권 작가는 일상 속 평범한 풍경과 순간을 감각적으로 풀어내는데 특히 그가 구현하는 트렌디한 색감과 특유의 컬러 팔레트는 상징처럼 자리하며 외국에서 특히 인기이다. 반복적인 붓질과 두꺼운 오일페인팅은 울퉁불퉁한 입체감으로 생동감을 더했다. 그의 작품엔 샴페인이 자주 등장하는데, 항상 축하하고 기념할 일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이번 미술제는 아트페어의 문턱을 낮추고 ‘아트페어 입문자’를 초대하는 의미가 있다. 미래의 블루칩을 찾는 재미가 쏠쏠한데, ‘노화랑’ 갤러리의 정하진 작품이 그러하다. 1999년생 신진작가인 정하진은 노화랑이 강력하게 주목할 만한 신진 작가로 자신 있게 내보인 인물이다. 꽃이 져야 열매가 나오는 상반된 계절감을 갖는 집 마당에 자리한 모과나무는 그의 작품 소재가 됐다. 차가운 도자기에 특유의 방식으로 따뜻한 색감을 담아낸 그의 설치 작품은 둘러봄 직하다.
■ 문화도시 수원 특별전 ‘수문장:당신의 풍경, 당신의 취향’
3층의 전시는 1층과는 색다른 분위기를 형성한다. 마치 살롱에 들어가듯 카페트 위로 떨어지는 따뜻한 조명과 분위기는 이번엔 아늑함을 자아낸다.
3층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건 ‘가람화랑’의 구상희 작가의 작품이다. 폭포수처럼 흘러내린 피사체는 화면을 뚫고 바닥에 정착했다. 구상희 작가는 중앙보다는 프레임 옆을, 가운데보다는 구석이나 모서리에 천착한다. 작가는 “우리 모두가 주인공일 수는 없는 세상에서 어쩌면 주변이 더 아름답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폭포가 흘러내리는 순간의 영원함을 포착한 작가는 화면 밖에 영원한 정지 상태로 머무르게 만들며 시선을 잡아끈다. 이외 자개장의 신비하고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갤러리 아트숲’의 서은경, 모녀 작가의 동화 속 세계를 그린 팀 비비 등이 주목할 만하다.
3층에 자리한 문화도시 수원 특별전 ‘수문장:당신의 풍경, 당신의 취향’은 심사를 통해 선정된 수원의 청년예술가 20인 외에, 수원 지역에서 꾸준히 활동해 온 예술단체 소속 예술가 21인의 작품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이는 지난해보다 두 배 늘어난 규모로 작품의 수준 또한 손색 없다.
마은영 작가의 ‘캉가의 화려한 외출’은 독특한 세계관과 아기자기한 작품 구성은 관람객에게 열띤 애정을 받았다. “어느 날 야생 닭이 밖으로 나가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많은 사람을 만나고, 이들을 다 같이 한 차에 태워 행복을 찾아 떠나자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10년간 가족과 아프리카 케냐에서 생활하며 곳곳을 여행 다닌 마 작가는 알록달록한 닭에 현지인과 자기 자신, 가족의 모습을 투영했다. 천으로 재봉한 작품은 얼룩말 등 현지의 동물을 담아냈고, 그가 타고 다녔을 모형의 오토바이는 화면 안에 와이드한 그림으로 확대됐다. 노랑, 분홍, 파랑의 물결은 현지의 바람이 전해지는 듯하다.
현장에 자리한 이성훈 화랑협회장은 “서울이 아닌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공간이 수원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곳은 수원화성 등 고유의 문화유산과 수도권을 아우르는 강력한 인프라로 문화예술이 꽃피울 수 있는 강력한 위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회장은 “올해 특히 수준 높은 작품들로 중무장했으며 이와 각 갤러리에서 미래를 이끌어갈 신진 작가들을 엄선했으니 이러한 점을 즐겨보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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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617580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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