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4·10 총선 결과 수원·용인·화성·평택 16개 의석 중 단 한 석도 얻지 못하면서 ‘반도체 벨트’를 교두보로 한 수도권 탈환 전략이 ‘대실패’로 돌아갔다. 이들 지역은 더불어민주당이 2020년 총선에서 13개 의석 중 11개를 차지하며 강세를 보였는데, 이번 총선에서는 의석수가 16개로 늘었음에도 민주당이 15개를 싹쓸이하고 정작 국민의힘은 단 한 석도 챙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민주당은 ‘경기도 정치 1번지’이자 반도체 벨트 중 하나인 수원특례시에서 전 의석을 재차 석권했다. 2016년 20대, 2020년 21대 총선에 이은 세 번째로, 민주당은 또 한 번 보수 진영의 공격을 막아내고 12년 진보 진영 아성을 공고히 했다. 현역 국회의원 중에는 김승원(수원갑), 백혜련(수원을), 김영진 의원(수원병)이 나란히 재입성했고, 수원정 선거구는 정치 신인 김준혁 한신대 부교수가, 김진표 국회의장이 정계 은퇴를 선언한 수원무 선거구는 전략공천 인사인 염태영 전 수원시장이 차지했다. ‘수원 탈환을 통한 반도체 벨트, 수도권 승리 교두보 마련’을 위해 영입 인재를 대거 투입한 국민의힘이었지만, 이변을 연출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반도체 벨트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첨단 반도체 기업이 집중된 경기 남부 지역을 4개 지역이자, 수도권 최대 격전지다. 국민의힘은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 토론회에서 밝힌 622조원 규모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공약에 발맞춰 민주당 강세 지역을 공략하고자 했다. 특히 국민의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선거 운동 기간 수원과 용인 각 세 차례, 평택과 이천을 각 2차례, 화성 한 차례 등 반도체 벨트를 11번이나 방문하며 힘을 싣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공약의 중심지인 용인특례시(용인갑)와 선거구 획정에 따라 1곳 늘어난 평택시(평택갑)에서 각각 1석씩 민주당에 내주며 ‘전석 독차지’를 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평택시와 함께 이번 총선에서 의석수가 3개에서 4개로 늘어난 화성시에서도 국민의힘은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에게 을선거구를, 민주당에 나머지 3개 선거구를 뺏기며 한 석도 건지지 못했다. 경기 남부 4개 지역, 16개 선거구를 대상으로 한 국민의힘 수도권 공세 전략이 ‘전멸’로 끝난 것이다.
범야권 승리로 기록된 4·10 총선이 끝나면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위상이 엇갈리고 있다. 국민의힘 한 위원장은 11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그는“100여일간 모든 순간이 고마웠다”며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나라를 걱정하며 살겠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김기현 당대표가 사퇴하면서 법무부 장관을 그만두고 당 비대위원장에 취임했던 한 위원장은 총선 참패로 100여일 만에 물러나게 됐다. 조국혁신당은 한 위원장이 사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22대 국회에서 1호 법안으로 ‘한동훈 특검법’을 제출하겠다며 거듭 압박했다. 조국혁신당 강미정 대변인은 이날 “패장인지라 웬만하면 ‘잘 가시라’고 하고 싶지만, 퇴임사가 군색한 데다 뻔뻔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 위원장이) 색깔론을 제기하고, 야당을 향해 막말하고, 5·18과 4·3 폄훼하는 후보들을 공천하고, 전 정부 탓하고, 야당을 범죄집단 취급했다”며 “약속한 대로 봉사활동 하면서 특검이나 기다리라. 총선을 참패로 몬 한 위원장을 지켜줄 곳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이 대표는 지역구 단독 과반(161석)과 비례대표 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14석)을 포함해 175석의 압승을 거둠에 따라 당내 입지가 더욱 견고해졌다. ‘친명(친이재명) 횡재·비명(비이재명) 횡사’ 공천 비판에도 불구하고 압도적 과반 승리를 거둠에 따라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 거야의 위상을 유지하며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대표의 위상은 오는 8월 예정된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더욱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당권 경쟁이 곧 친명계 내부 경쟁으로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친명계 지도부가 재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당헌·당규상 대표직 연임 불가 규정이 없는 점을 감안, 이 대표의 당권 재도전 여부도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원내 1당으로 22대 국회를 이끌어가야 하고 12석을 확보하며 22대 국회에 합류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의 관계 형성 등을 위해서는 이 대표의 막강한 리더십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2대 총선에서 금메달리스트, 교수, 가수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인물들이 비례대표로 선출돼 국회의원 배지를 달게 됐다. 11일 4·10 총선 비례대표 정당 득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는 18번 후보까지 국회에 입성한다. 국민의미래의 경우 비례 1번을 받은 최보윤 변호사가 당선됐다. 비례 2번과 3번인 과학계 영입 인재인 탈북 공학도 박충권 현대제철 책임연구원, 최수진 한국공학대 특임교수도 국회에 들어간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사격 황제 진종오 전 대한체육회 이사 역시 국회의원 배지를 단다. 현직 비례대표인 김예지 의원은 다시 한번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22대 국회에서 활동한다. 지역구 출마를 고사했던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은 8번을 받아 국회에 입성한다. 더불어민주당 주도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은 14석을 확보했다. 비례 1번은 여성 시각장애인인 서미화 전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이다. 서 후보는 전남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장을 지내는 등 장애인 인권 분야에서 활동했다.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초등학교 교사 출신인 백승아 민주연합 공동대표, 오세희 전 소상공인연합회장,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도 국회에 입성한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역시 당선권에 들어 김예지 의원과 함께 비례 재선이 됐다. 민주당 당직자 출신인 정을호 더불어민주연합 사무총장은 비례 14번으로 막차를 탔다.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12명도 여의도에 입성한다. 1순위 당선자는 박은정 전 법무부 감찰담당관이다. 비례 2번을 받은 조국 대표도 국회에 들어간다. 이해민 전 구글 시니어 프로덕트 매니저, 가수 리아(본명 김재원) 등이 금배지를 달게 됐다. 민주당을 탈당한 황운하 의원도 조국혁신당 비례대표로 재선 의원이 됐다.
거대 양당의 틈바구니 속에서 소수당을 대변하며 4선의 화려한 의정활동을 펼친 심상정 녹색정의당 원내대표가 11일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심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21대 국회의원 남은 임기를 마지막으로 지난 25년 간 숙명으로 받든 진보 정치의 소임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입성한 심 의원은 이후 경기 고양갑 지역구에서 내리 3선(19·20·21대)을 하면서 총 4선 반열에 올랐다. 이어 22대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서 5선에 도전했지만, 득표율 18.31%로 낙선했다. 심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주민의 신임을 받지 못했고 무엇보다 녹색정의당이 참패했다"며 "오랫동안 진보 정당의 중심에 서 온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그동안 심 의원은 대통령 선거 때마다 출마해 당선 가능성이 높았던 유력 후보들을 거세게 공격하는 등 팽팽한 경쟁을 벌였지만, 끝내 꿈을 이루지는 못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심 의원에 대해 노동당, 진보당, 녹색정의당 등 그동한 원내진입이 극히 제한적이었던 소수 정당을 대표한 ‘진보 여전사’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제22대 총선 의정부에서 당선된 이재강(의정부을)·박지혜(의정부갑) 당선인이 11일 오전 의정부 현충탑을 찾아 국가와 민족을 위해 희생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기리는 참배로 당선 이후 첫 일정을 시작했다. 이재강 당선인은 참배가 끝난 후 첫 일성으로 “의정부 시민과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재강 후보는 당선소감으로 “오늘의 승리는 모두 의정부 시민의 성원과 지지 덕분”이라며 시민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또 “주권자를 믿고 주권자의 뜻을 받들어 성실한 의정활동으로 국민의 뜻에 부응하겠다”며 “권력 앞에서 항상 당당하고 국민 앞에서 항상 겸손한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재강 후보는 55.27%, 박지혜 후보는 54.89%을 얻어 국민의힘 후보들을 각각 누르고 국회에 입성했다. 한편,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정권심판의 바람을 타고 도내 60석 중 53석을 석권하며 압승을 거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1일 "4·10 총선은 민주당의 승리가 아니라 국민들의 위대한 승리"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 열린 22대 총선 해단식에서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에 과반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신 점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의 승리나 당선의 기쁨을 즐길 정도로 현재 상황이 녹록지가 않다“며 “선거 이후에도 늘 낮고 겸손한 자세로 주권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께서 행사하신 한표 한표에 담긴 소중한 뜻을 전력을 다해서 받들겠다"며 "민생의 고통을 덜고 국가적 위기 해소에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이어 "국민의 오늘을 지키고, 국민의 더 나은 미래를 여는데 22대 국회가 앞장설 수 있도록 하겠다"며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 나왔기 때문에 국민 주권의 원칙을 가슴에 새기고 반드시 실천해나가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영상 제공 | 유튜브 '델리민주'
4·10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175석을, 조국혁신당이 12석을 확보하며 범(汎)야권 ‘압승’을 연출한 가운데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번 총선은 국민의 마지막 경고”라며 “하루빨리 이재명, 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지사는 1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번 총선은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대통령에게 보낸 (국민의) 마지막 경고”라며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받드는 길은 ‘경제와 민생의 시간’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거부권 행사 등 비상식과 불공정은 대통령 스스로 결자해지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특히 김 지사는 윤 대통령을 향해 “하루빨리 이재명(더불어민주당), 조국(조국혁신당) 대표를 만나야 한다”며 “거기서부터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협치와 국민 통합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300개 의석 중 175개를 차지하며 지난 총선에 이어 단독 과반을 이뤄냈다. 지역구 의석은 254개 중 161개를, 경기 지역의 경우 60개 의석 중 53개를 석권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11일 4·10 총선 참패에 따른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사퇴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민심은 언제나 옳다. 국민의 선택을 받기에 부족했던 우리 당을 대표해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뜻을 준엄하게 받아들이고 저부터 깊이 반성한다"며 "선거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난다"고 했다. 이어 "야당을 포함해 모든 당선자들에게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며 "국민의 뜻에 맞는 정치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총선 패배에 대통령실과 공동 책임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제 책임"이라며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이고,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한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김기현 당 대표가 사퇴하면서 법무부 장관을 그만두고 당 비대위원장에 취임했으나 100여 일 만에 물러나게 됐다. 영상 제공 | 유튜브 '국민의힘TV'
4·10 총선 더불어민주당 인천 동구미추홀을 남영희 후보가 11일 오전 투표함 재확인을 요구했다가 철회했다. 이 때문에 개표가 지연돼 이날 오전 8시 10분께가 돼서야 개표가 끝났다. 국민의힘 윤상현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남영희 후보 득표율은 각각 50.44%와 49.55%로, 1천25표 차로 승패가 갈렸다. 남 후보 측 관계자는 앞서 “사전 관외 투표함 7개가 있었으나 참관인들이 이 중 4개 개표하는 모습만을 확인했다”며 “모든 참관인이 다른 3개 투표함을 개표하는 모습은 보지 못해 재개표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남 후보 측 요구에 따라 선관위는 참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일부 투표함을 다시 개표, 집계표 숫자와 차이가 나는지를 확인했다고 전해진다. 남 후보 측은 재개표 과정을 확인한 뒤 선거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동구미추홀을 마지막으로 인천 14개 지역 4·10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 개표는 최종 완료됐다. 인천시 선관위 관계자는 “남 후보 측 이의제기가 있어 양쪽 후보자에게 참관 기회를 주고 재확인 절차를 거쳤고 결과에 변동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개표 결과 윤 후보는 자리를 수성하며 인천 현역 의원 중 최다선인 5선을 달성했다. 윤 후보는 4년 전 총선에서도 남 후보와 맞붙어 171표 차이를 내며 전국 최소 득표 차를 기록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11시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4·10 총선 관련 입장을 발표한다. 이날 오전 8시 기준 국민의힘은 지역구 90석, 비례대표 19석 등 109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야당권의 개헌과 윤 대통령 탄핵 저지선을 가까스로 확보하는데 그쳤다.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참패함에 따라 한 위원장이 이번 입장 발표에서 비대위원장직 사퇴 여부 등 거취를 밝힐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