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하이 4집 ‘리매핑 더 휴먼 솔’

타블로·미쓰라 진·DJ 투컷츠 등으로 구성된 3인조 그룹 에픽하이는 모두 검정색이 바탕인 의상을 입고 인터뷰 자리에 등장했다. 최근 발매한 4집 재킷도 검정색 일색. 화려한 색깔이나 디자인은 없다. 속지까지 무채색의 향연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이번 음반 ‘리매핑 더 휴먼 솔(Remapping the Human Soul)’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화려하지 않은 멜로디에 다소 무거운 메시지가 담겼다. 히트곡 ‘플라이(Fly)’ 등을 앞세워 15만장 이상의 높은 판매고를 기록한 3집 ‘스완 송스(Swan Songs)’의 화려함과는 분명 거리가 있다. 대중적이지 않은 셈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 음반은 발매하자마자 대중의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 타이틀곡 ‘팬(Fan)’은 각종 음악 차트에서 선두권을 위협하고 있고 판매량도 호조를 보인다. “사실 귀에 잘 들어오는 멜로디는 만들기 쉬워요.”(타블로). 그렇다면 대중적이지 않은 음악을 했음에도 팬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고 스타가 앨범을 낸다고 해도 차트에서 반드시 1위를 하는 건 아니에요. 음반 소비자는 수준이 높고 냉정하죠.”(DJ 투컷츠) CD 재킷과 의상 등을 검정색으로 통일한 이유를 물었더니 “(검정색이) 음반 이미지를 대표한다고 생각한다”는 미쓰라 진의 경쾌한 대답이 돌아온다. DJ 투컷츠는 “음악이 아닌 화려한 장식과 화보에 눈을 돌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다./연합뉴스

재즈 음반 낸 신해철 “이번 콘서트선 ‘그대에게’ 안합니다….”

“가깝게는 제 아내에게 주는 노래들이에요. 동시에 이 앨범을 듣는 사람 하나 하나한테 보내는 것이기도 하죠.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기 좋은 앨범이 됐으면 좋겠네요.” 가수 신해철(39)이 25번째 앨범을 냈다. ‘더 송스 포 더 원’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이번 앨범은 1988년 데뷔한 이래 처음 시도하는 재즈 음반. 작사 작곡은 물론 프로듀싱,믹싱까지 직접 해오던 그가 보컬에만 전념했다는 점도 특이하다. 유일한 신곡 ‘땡큐 앤드 아이 러브 유’와 기존 발표곡 ‘재즈 카페’를 제외하고는 ‘My Way’ ‘Moon River’ ‘하숙생’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등 익숙한 곡들을 재즈로 들려준다. 지난달 30일 서울 공덕동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작업에 대해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음악이 노동이 되는 단계에 와있어 딜레마였어요. 음악을 공부할수록 영역이 넓어져 기획,프로듀싱부터 믹싱까지 혼자 다 하려니 그런 막노동이 없었죠. 그러다보니 노래 하나를 작곡할 때도 기술적인 생각이 앞서 피곤한 거예요. 앞으로는 ‘넥스트’ 앨범 외에는 되도록 기술적인 일을 안하려고 해요.” 지난 넥스트 5.5집에서 70인조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더니 이번에는 앨범 전체를 28인조 빅 밴드 선율로 채웠다. “제가 데뷔할 때부터 무조건 악기 많이 넣자는 주의잖아요. 특히 요즘은 가요계가 자꾸 투자를 축소하는 쪽으로 가니까 반대로 더 투자한 측면이 있어요. 오기를 부려본거죠.” 그러나 생각처럼 제작비가 많이 들지는 않았다. 호주에서 함께 작업한 밴드의 실력이 워낙 뛰어나 거의 모든 곡을 한 번에 녹음한 덕분이라고. “미리 맞춰보지도 않고 그냥 가는데 단 한 번도 안틀리더라고요. 제 쪽에서 실수할까봐 엄청 긴장했다니까요. 덕분에 6일만에 15곡을 다 녹음했어요. 실력 좋은 세션맨 쓰는 게 제작비 아끼는 방법이라는 점을 이번에 깨달았죠.” 처음 시도하는 재즈 보컬인데도 실력이 범상치 않다. 특히 마지막 트랙의 ‘You Are So Beautiful’은 감미로운 가성이 전혀 신해철 같지 않을 정도. “아내의 귓가에 속삭여준다고 생각하고 불렀다”는 것이 그 비결이다. 앨범 속지에 “우리 마누라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록 대신에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앨범을 만들어주고 싶었다”는 기획 의도가 쓰여있다. “정말 아내분께서 록을 안좋아하시냐”고 물으니 “그동안 애 운다고 제 앨범 안틀어주더니 이번 앨범 나오니까 비로소 ‘아빠 노래다’ 하고 틀어주더라”면서 웃었다. 이어 4개월 된 딸을 두고 “네 살만 되면 김세황(넥스트 기타리스트)한테 기타 개인교습 받게 해주려고 했더니 록만 들려주면 싫어해서 고민”이라고 말할 때는 천상 아빠의 모습이었다. 이번 앨범으로 3월 24,25일 연세대 백주년 기념관에서 콘서트도 가질 예정. “드레스 코드를 정장으로 할 생각인데 기획 팀에서는 ‘자기는 100분 토론에 장갑 끼고 나가놓고 관객보곤 청바지 입지 말라느냐’며 인터넷에서 난리날지 모른다고 반대하고 있어요. 전 그러면 더 재밌겠다고 우기는 중이고요. 아참,그동안 콘서트마다 ‘그대에게’(신해철이 데뷔한 ‘무한궤도’의 대학가요제 수상곡) 안하면 관객들이 난동을 피웠는데 이번에는 재즈 콘서트니까 안부른다는 점 미리 말씀드립니다. 절대 안하냐고요? 그건 또 모르죠. 하하.”

에픽하이 "우리는 '힙합 전사' 아니다"

3인조 그룹 에픽하이(타블로ㆍ미쓰라 진ㆍDJ 투컷츠)는 모두 검정색이 바탕인 의상을 입고 인터뷰 자리에 등장했다. 최근 발매한 4집 재킷도 검정색 일색. 화려한 색깔이나 디자인은 없다. 속지까지 무채색의 향연이다. 이런 분위기는 이번 음반 '리매핑 더 휴먼 솔(Remapping the Human Soul)'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화려하지 않은 멜로디에 다소 무거운 메시지가 담겼다. 히트곡 '플라이(Fly)' 등을 앞세워 15만 장 이상의 높은 판매고를 기록한 3집 '스완 송스(Swan Songs)'의 화려함과는 분명 거리가 있다. '대중적'이지 않은 셈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이 음반은 발매하자마자 '대중'의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 타이틀곡 '팬(Fan)'은 각종 음악 차트에서 선두권을 위협하고 있고, 판매량도 호조를 보인다. "사실 귀에 잘 들어오는 멜로디는 만들기 쉬워요. 눈, 귀에 쉽게 들어온 후 쉽게 나가는 노래가 대중적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져도 마음에 오래 남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어요."(타블로) 그렇다면 대중적이지 않은 음악을 했음에도 팬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고 스타가 앨범을 낸다고 해도 차트에서 반드시 1위를 하는 것은 아니에요. 음반 소비자는 수준이 높고 냉정하죠. 음악이 좋다는 평범한 이유 때문에 이 음반이 관심을 모으는 것 같아요."(DJ 투컷츠) CD 재킷과 의상 등을 검정색으로 통일한 이유를 물었더니 "(검정색이) 음반의 이미지를 대표한다고 생각한다. (음반 이미지가) 핑크색은 아니지 않느냐"는 미쓰라 진의 경쾌한 대답이 돌아온다. DJ투컷츠는 "음악이 아닌 화려한 장식과 화보에 눈을 돌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이유를 덧붙여 설명했다. 이들의 1집 제목은 '맵 오브 더 휴먼 솔(Map of the Human Soul)'. 4집 제목과 연관성이 있다. 당연히 음악적인 면에서도 일맥상통하는 '코드'가 있다. 그들은 이번 앨범에서 1집부터 4집까지 스스로 얼마나 달라졌는지 그 '지도'를 다시 그리고 싶었다. "1집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열정만 갖고 열심히 했다면, 2~3집에서는 뭘 할 수 있는지 탐험했습니다. 이번 앨범에서는 우리가 그동안 배우고 키운 것을 들려주려 했습니다."(타블로) 신인 때처럼 열정이 넘쳤기 때문일까. 이들은 이번 앨범을 위해 무려 47곡을 만들었다. 추리고 추려 27곡을 두 장의 CD에 담았다. "저희는 갈수록 에너지가 넘치는 것 같아요. 많은 곡을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인 셈이죠. 이 앨범에는 많은 곡이 실렸지만 지루하지 않을 겁니다. 문제는 양이 아닌 질이기 때문이죠."(타블로) "첫 번째 CD인 '더 브레인(The Brain)'에는 머리로 판단해야 하는 사회, 종교 문제 관련 곡을 담았고, 두 번째 CD '더 하트(The Heart)'에는 감성적인 노래를 실었습니다."(DJ 투컷츠) 많은 곡 수만큼 이들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였다. 사실 이들의 음악은 지금까지 '힙합'이라는 틀 안에 묶이기에는 '퓨전'의 색깔이 강했다. 특히 눈에 띄는 곡은 '러브 러브 러브(Love Love Love)'. 전자음악 등 라운지 계열의 음악이 장기인 캐스커의 융진이 피처링에 참여했다. 색소폰 연주가 돋보이는 '중독', 라틴 음악 스타일이 인상적인 '미스터 닥터(Mr. Doctor)' 등 정통 힙합 외 다양한 장르가 담겼다. "2집의 '평화의 날'과 3집의 '플라이'도 따지고 보면 라운지 음악이라고 할 수 있어요. 다만 비트가 강화되고 랩이 삽입돼 특이한 힙합으로 여겨졌을 뿐이죠."(타블로) 이와 관련, 미쓰라 진은 "우리가 '힙합 전사'로 수식되는 것은 정통 힙합을 하는 분을 생각하면 부담"이라며 "그냥 다양한 장르가 담긴 퓨전 음악을 하는 그룹으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음악 장르 면에서는 융통성을 보인 이들이었지만 음악 속 메시지로 이야기 주제가 넘어가자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타블로는 "스스로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있다고 여기는 이들에게 '혼자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다"면서 "그들의 고통을 함께 하지는 못해도 이해는 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래퍼 '마스터 우'가 에픽하이를 포함한 동료 힙합 가수를 폄훼한 내용의 노래가 지난해 말 인터넷에 공개된 것과 관련, 타블로는 "그가 누군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다"면서 "우리의 이름은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를 지목하면 상대적으로 주목받기 쉬울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