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음반 낸 신해철 “이번 콘서트선 ‘그대에게’ 안합니다….”

“가깝게는 제 아내에게 주는 노래들이에요. 동시에 이 앨범을 듣는 사람 하나 하나한테 보내는 것이기도 하죠.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기 좋은 앨범이 됐으면 좋겠네요.”

가수 신해철(39)이 25번째 앨범을 냈다. ‘더 송스 포 더 원’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이번 앨범은 1988년 데뷔한 이래 처음 시도하는 재즈 음반. 작사 작곡은 물론 프로듀싱,믹싱까지 직접 해오던 그가 보컬에만 전념했다는 점도 특이하다. 유일한 신곡 ‘땡큐 앤드 아이 러브 유’와 기존 발표곡 ‘재즈 카페’를 제외하고는 ‘My Way’ ‘Moon River’ ‘하숙생’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등 익숙한 곡들을 재즈로 들려준다.

지난달 30일 서울 공덕동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작업에 대해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음악이 노동이 되는 단계에 와있어 딜레마였어요. 음악을 공부할수록 영역이 넓어져 기획,프로듀싱부터 믹싱까지 혼자 다 하려니 그런 막노동이 없었죠. 그러다보니 노래 하나를 작곡할 때도 기술적인 생각이 앞서 피곤한 거예요. 앞으로는 ‘넥스트’ 앨범 외에는 되도록 기술적인 일을 안하려고 해요.”

지난 넥스트 5.5집에서 70인조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더니 이번에는 앨범 전체를 28인조 빅 밴드 선율로 채웠다. “제가 데뷔할 때부터 무조건 악기 많이 넣자는 주의잖아요. 특히 요즘은 가요계가 자꾸 투자를 축소하는 쪽으로 가니까 반대로 더 투자한 측면이 있어요. 오기를 부려본거죠.”

그러나 생각처럼 제작비가 많이 들지는 않았다. 호주에서 함께 작업한 밴드의 실력이 워낙 뛰어나 거의 모든 곡을 한 번에 녹음한 덕분이라고. “미리 맞춰보지도 않고 그냥 가는데 단 한 번도 안틀리더라고요. 제 쪽에서 실수할까봐 엄청 긴장했다니까요. 덕분에 6일만에 15곡을 다 녹음했어요. 실력 좋은 세션맨 쓰는 게 제작비 아끼는 방법이라는 점을 이번에 깨달았죠.”

처음 시도하는 재즈 보컬인데도 실력이 범상치 않다. 특히 마지막 트랙의 ‘You Are So Beautiful’은 감미로운 가성이 전혀 신해철 같지 않을 정도. “아내의 귓가에 속삭여준다고 생각하고 불렀다”는 것이 그 비결이다.

앨범 속지에 “우리 마누라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록 대신에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앨범을 만들어주고 싶었다”는 기획 의도가 쓰여있다. “정말 아내분께서 록을 안좋아하시냐”고 물으니 “그동안 애 운다고 제 앨범 안틀어주더니 이번 앨범 나오니까 비로소 ‘아빠 노래다’ 하고 틀어주더라”면서 웃었다. 이어 4개월 된 딸을 두고 “네 살만 되면 김세황(넥스트 기타리스트)한테 기타 개인교습 받게 해주려고 했더니 록만 들려주면 싫어해서 고민”이라고 말할 때는 천상 아빠의 모습이었다.

이번 앨범으로 3월 24,25일 연세대 백주년 기념관에서 콘서트도 가질 예정. “드레스 코드를 정장으로 할 생각인데 기획 팀에서는 ‘자기는 100분 토론에 장갑 끼고 나가놓고 관객보곤 청바지 입지 말라느냐’며 인터넷에서 난리날지 모른다고 반대하고 있어요. 전 그러면 더 재밌겠다고 우기는 중이고요. 아참,그동안 콘서트마다 ‘그대에게’(신해철이 데뷔한 ‘무한궤도’의 대학가요제 수상곡) 안하면 관객들이 난동을 피웠는데 이번에는 재즈 콘서트니까 안부른다는 점 미리 말씀드립니다. 절대 안하냐고요? 그건 또 모르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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