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ㆍ日 합작 '관우' 만화영화 둘러싸고 논란

붉은 봉황의 눈에 누에같은 눈썹, 대춧빛 얼굴에 드리운 두자나 되는 수염..삼국지(三國志)가 전하는 촉(蜀)의 명장 관우(關羽)의 모습이다. 최근 중국에선 일본 기업과 공동 제작중인 만화영화 `관공(關公)'에서 관우의 이미지가 왜곡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적잖은 논란이 일고 있다. 삼국지 등 중국의 역사문화자원을 자꾸 일본에 빼앗기고 있다는 박탈감에서 비롯된 이 논쟁은 일본측이 과거 만화영화 `서유기'에서 현장법사를 여성으로 탈바꿈시킨 전례를 상기시키며 사학계와 학술계까지 확산되고 있다. 지린(吉林)성 예술학원은 `명탐정 코난' 등의 유명 작품을 제작한 일본 애니메이션회사 쇼가쿠칸(小學館)과 공동으로 5천만∼7천만위안을 투입, 180분짜리 상하편 애니메이션 `관공'을 제작중이라고 홍콩 언론이 20일 전했다. 유비, 관우, 장비의 도원결의 고사 외에도 관우의 성장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애니메이션에선 일본측 만화가가 관우의 캐릭터 제작를 전담하게 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중국 애니메이션팬들은 관우의 당당한 대장부 이미지가 다소 희화화되면서 다른 일본 만화영화처럼 `귀엽게' 변하지 않겠느냐는 걱정을 하고 있다. 일본 업체가 애니메이션 `서유기'를 만들면서 현장법사의 이미지를 여성화해 많은 중국인들의 불만을 샀던 터라 일본의 참여로 제작한 `관우'의 이미지도 `일본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중국에서 끝까지 유비를 위해 충성을 다한 신의의 인물이자 수많은 적장을 벤 무성(武聖)으로 숭상되는 관우는 지금도 곳곳에 관제묘(關帝廟)가 세워져 있을 정도로 신격화돼 있다. 문예평론가 리밍취안(李明泉)은 "이런 애니메이션은 만들지 않는게 제일 좋다"며 "중국의 우상인 관우의 만화영화 캐릭터가 중국인의 마음에 자리잡고 있는 관우의 형상과 크게 다르거나 흉악한으로 그려질 경우 그 다음의 결과는 상상하기도 싫다"고 말했다. 중국은 앞서 일본 엔터테인먼트업계가 삼국지, 서유기, 수호전 등 중국 고전을 토대로 만든 게임, 애니메이션에 대해 중국에서 계속 상표권 등록을 추진하자 `중국문화 침탈'이라며 크게 반발한 바 있다. /연합뉴스

런던서 한류 일으킬 `한국영화제 2006'

아시아에 이어 영국 시장에서도 한류 바람을 일으키기 위한 '한국영화제(Korea Film) 2006'이 27일부터 내달 1일까지 런던 시내 오데온 코벤트 가든 극장에서 열린다. 한국영화제 2006은 올해 한국ㆍ영국 상호 방문의 해를 맞아 영국 주재 한국문화원과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공동 주관해 열리는 문화행사. 영화제는 영국 관객들이 한국영화에 흥미를 갖게 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도록 흥행에 성공한 화제작 8편과 어린이와 가족 관객을 위한 애니메이션 4개 작품으로 꾸며진다. '친구', '똥개' 등으로 런던영화제에 초청된 적이 있는 곽경택 감독의 '태풍'이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고, '말아톤', '친절한 금자씨', '웰컴 투 동막골', '외출', '박수 칠 때 떠나라', '주먹이 운다', '사랑해, 말순씨' 등이 상영된다. 애니메이션 작품으로는 영국 카툰네크워크 채널인 카투니토에서 방영 중인 어린이 애니메이션 '뽀로로 대모험'을 비롯해 '오세암', '파이 이야기', '망치'가 선보인다. 영화제 첫 날인 27일에는 개막작인 `태풍'이 상영된 후 인디펜던트 신문의 영화평론가인 로저 클라크 진행으로 곽경택 감독과 관객이 만나는 자리도 마련된다. 주말 가족 관객을 위해 애니메이션 작품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30일과 10월 1일에는 극장 앞에 애니메이션 주인공 뽀로로의 대형 인형을 세워두고 어린이 관객들을 위해 무료 폴라로이드 촬영 이벤트도 진행한다. 관람료는 무료이다. 영국에서 한국 영화는 런던영화제 등 영화제를 통해 간간이 소개됐고, 영국의 영화ㆍDVD 배급사인 탈탄을 통해 '올드보이',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달콤한 인생', '친절한 금자씨', '스캔들' 등 10여 편이 극장가에 걸렸다. 한국문화원 측은 최근 한국 영화가 영국의 일반 관객들 사이에 조금씩 알려지고 있고, '살인의 추억'의 주연 배우인 송강호와 '올드보이'와 '친절한 금자씨'의 박찬욱 감독은 팬들도 생겨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영국 한국문화원 최규학 원장은 "어릴 때부터 한국 영화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만화영화와 극영화를 섞어서 매년 한국영화제를 정기적으로 개최할 계획"이라며 "내년에는 런던뿐만 아니라 영국 주요 도시를 돌며 영화제를 열고 관객들에게 티켓 값을 받아 유료로 영화제를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과감한 정마담’ 작은 비중·강한 카리스마…영화 타짜의 김혜수

‘정마담의 힘!’ 허영만의 원작,‘범죄의 재구성’의 최동훈 감독,조승우 백윤식 등 많은 요소들로 관심을 한 몸에 받아온 영화 ‘타짜’(제작 싸이더스FNH).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가장 막강한 카리스마는 김혜수(36)였다. 그가 맡은 정마담은 원작에서는 작은 비중이지만 영화에서는 그야말로 판을 들었다 놨다 하는 ‘설계자’다. “고니(조승우)씨한테 들은 것보다는 안뚱뚱하시네요”라는 영화 속 화란(이수경)의 직격탄에 특유의 ‘아하하하’ 하는 웃음을 날린 뒤 뒤돌아서 “싸∼가지 없이”라고 무섭게 씹어뱉는 정마담. 이 장면을 보며 기자는 시사회에 앞서 김혜수를 인터뷰했을 때 “실제로 보니 엄청 마르셨다”고 했던 일을 회상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물론 그 말은 빈말이 아니었고 정마담의 거친 면은 김혜수 본연의 것이 아니지만. 그만큼 스크린 속 김혜수의 연기는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서울 종로의 한 호텔에 마련된 인터뷰실에서 만난 김혜수는 원작보다 한층 젊고 매력적이면서도 소유욕이 강해진 정마담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내가 다르게 연기한 것은 아니고 각색 단계에서 재해석된 것”이라고 겸손해하며 “대범하고 유연하고 계산 빠른 점 등 정마담의 개성 모두가 내가 갖지 못한 것이어서 연기가 즐거웠다”고 말했다. 영화 속 노출은 예상외로 과감했다. 그러나 ‘얼굴없는 미녀’(2004)에 비해 그에 대한 부담은 훨씬 덜해 보였다. 촬영에 앞서 음식조절로 2㎏ 정도를 빼긴 했다는 그는 “그래도 워낙 화면에는 둥글게 나오는 편이라 제 첫 등장 장면을 보면 역시 찐빵처럼 나왔다고 하실 것”이라며 웃어보였다. 다른 배우들처럼 클로즈업되지는 않지만 능숙하게 화투를 다루는 장면도 있다. 그러나 김혜수는 실제로는 화투를 칠 줄 모른다. “어려서 친구들과 놀러가 딱 한 번 쳐봤는데 큰 꽃이랑 작은 꽃이 영 헷갈려서 자꾸 실수를 했어요. 승부근성도 없고 머리 쓰는 것 안좋아하는 저한테는 안맞더라고요. 이번에 좀 배웠지만 여전히 숫자 볼 줄은 몰라요.” 연극영화학 석사학위를 받았을 만큼 공부를 좋아한다고 알려졌고 누구 못지 않게 승부근성이 강할 듯한 김혜수이지만 자신에 대한 설명은 좀 의외다. “사람들은 20년간 봐왔으니 저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 만들어진 이미지일 뿐”이라는 그는 “제가 운동 마니아일 것으로 생각들 하시는데 평소 운동을 거의 안하고 할 줄 아는 운동도 없다”고 귀띔했다. ‘타짜’의 조승우를 비롯해 현재 촬영중인 ‘바람피기 좋은 날’의 이종혁 이민기 등 최근 주로 연하남들과 호흡을 맞추는 점에 대해 물었다. “갓 데뷔했을 때(16세) 딱 제 나이 두 배였던 길용우 선배님 부인 역을 했어요. 박근형 김성원 노주현 선배님 등 상대역도 했고요. 심지어 서인석 선배님은 제 양아들로 출연해서 지금도 절 보면 ‘어머니’ 그러세요. 이제라도 상대 배우들이 젊어지니 저야 고마운 일이죠.” 인터뷰 내내 김혜수는 연기에 대해 어떤 철학도 섣불리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배우로서 모든 시기를 부지런히 살았다는 점은 짧은 만남을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그것이 20년간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이유일 것이다.

<새영화> 촘촘하게 꽉 짜인 '타짜'

전혀 새로운 '타짜'가 태어났다. 최근 잇달아 선보인 만화 원작 영화가 원작의 맛도, 그렇다고 차별화된 새로운 맛도 내지 못한 채 용두사미처럼 사라진 것과 달리 '타짜'(감독 최동훈, 제작 싸이더스FNHㆍ영화사 참)는 원작의 캐릭터를 철저히 탐구해 든든한 버팀목으로 사용했으면서도 원작과는 전혀 다른 맛을 내는 영화가 됐다. '라디오 스타'가 안성기와 박중훈의 영화면서 결국 이준익 감독의 영화이듯, '타짜' 역시 조승우ㆍ김혜수ㆍ유해진ㆍ백윤식의 영화지만 이를 통솔한 것은 최동훈 감독이다. 최 감독은 '범죄의 재구성'에서 보여준 시나리오 집필 솜씨와 탁월한 편집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긴박감이 느껴지는 치밀한 구성 최 감독의 머릿속이 궁금해진다. '타짜' 1부를 원작으로 삼았지만 사실은 '타짜' 전체를 아우른다고 해도 될 법하다. '범죄의 재구성'을 통해 정교한 유리공예처럼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인정받았던 그는 만화의 에피소드를 따오고 버리는 과정을 통해 꼭 필요한 내용만 취사선택했다. 고니(조승우 분)는 도박에 빠져 누나의 위자료를 다 날린 후 평경장(백윤식)을 찾아가 타짜(경지에 오른 전문도박사를 칭하는 은어)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는다. 평경장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고 살해범이 아귀(김윤석)라고 생각한다. 고니는 정 마담(김혜수)이 설계한 도박판을 고광렬(유해진)과 함께 휩쓸면서 아귀를 찾으려 한다. 아귀를 찾는 과정에서 고니는 도박의 세계로 들어서게 한 박무석(김상호)과 곽철용(김응수) 등과 맞붙는다. 한편 고니는 화란(이수경)을 만나 풋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호구를 만나 큰 건을 잡는 것은 물론 고니마저 곁에 두고 싶어하는 정 마담의 설계로 고니와 아귀는 처절한 선상의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된다. 최 감독은 "영화 시작 한 시간까지 계속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나머지 시간에 이야기를 풀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하면서도 "원작이 있어 시나리오를 3개월만 쓰면 될 줄 알았는데 1년의 세월이 걸렸다"는 말로 이야기를 가다듬는 데 큰 공을 들였음을 내비쳤다. 방대한 이야기가 집약되는 과정에서 최 감독은 역시 '범죄의 재구성'에서 유용하게 활용한 바 있는 플래시백을 활용한 교차 편집으로 관객의 집중력을 유도한다. 다만 화투를 소재로 한 만큼 빈번하게 등장하는 화투 장면에서 기본 룰을 모르는 관객이라면 내용을 파악하느라 인물들의 순간적인 표정 변화를 눈치채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후반부로 갈수록 극도의 긴장감을 향해 쉼없이 질주하는 과정이 지나치게 팽팽하다는 인상도 영화를 어렵게 느낄 수 있다. ◇살아 숨쉬는 캐릭터&'김혜수의 재발견' 원작과 비슷한 맛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론 전혀 다른 색깔을 볼 수 있는 건 캐릭터의 변주 때문이다. 물론 영화는 고니, 평경장, 정 마담, 고광렬, 아귀, 짝귀, 박무석, 곽철용 등 주요 등장인물이 그대로 등장한다. 그렇지만 영화 캐릭터가 훨씬 더 강렬하다. 고니는 조승우를 통해 순수하지만 능글맞고, 우직하지만 빠른 캐릭터로 표현됐다. 조승우는 "어느 사람에게도 기죽지 않고 붙을 수 있는 '깡'을 부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고광렬은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아는 유해진 덕분에 서민형 타짜로 더욱 확실히 표현됐다. 곽철용도, 박무석도 등장하는 장면 이상으로 기억될 만큼 강한 이미지를 드러낸다. 아귀 역의 김윤석은 앞으로 영화계에서 소중한 존재로 다뤄질 것 같다. 선한 외모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악귀 같은 아귀를 표현해내는 연기 공력이라니. 김윤석의 가치는 그를 알아보는 이를 통해 나날이 높아질 것이다. 그 누구보다 원작과 가장 차별화된 이미지로 등장하는 인물이 정 마담이며, 가장 놀라움을 안겨준 배우는 김혜수다. 단순한 도박판의 설계자에 그쳤던 정 마담은 영화 '타짜'에서 요즘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물었던 완벽한 팜므파탈로 태어났다. 꽃같이 아름다우면서도, 뱀처럼 사악하고, 돈이라는 욕망에 헤어나오지 못하면서도 고니를 향한 순수한 사랑을 갖고 있는 여자가 됐다. 정 마담은 고니와 함께 영화를 이끄는 두 축이 된다. 고니와 평경장, 혹은 고니와 고광렬의 버디무비가 아니라 고니와 정마담의 '투톱영화'라 할 만큼 영화는 정 마담의 시선을 중요시했다. 김혜수는 적역을 만났다. 영화배우로서 제대로 평가받을 만한 작품을 만난 것. 이 때문일까. 김혜수는 자신의 모든 매력을 쏟아부었다. 전라 열연조차도 '영화 진행상 그래야 하니까'라는 이유로 선뜻 받아들였을 만큼 김혜수 역시 새로운 캐릭터를 받아들이는 데 과감했다. 늘 그렇지만 연기 잘하는 배우들을 스크린에서 보는 기쁨은 언제나 행복한 경험이 된다. 꽉 짜여 있지만 그 세밀함과 촘촘함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는 '타짜'에 대한 관객의 평가가 궁금하다. 28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이 영화는 '타짜'의 재탄생입니다"

추석 극장가 최대 기대작 중 하나인 '타짜'(감독 최동훈, 제작 싸이더스FNH)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타짜'는 허영만의 동명의 인기 만화를 '범죄의 재구성'의 최동훈 감독이 스크린으로 옮겼다는 점에서 제작단계에서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은 작품. 또한 조승우, 김혜수, 백윤식, 유해진, 김윤석 등 호화 출연진을 자랑한다. 18일 오후 용산CGV에서 처음 공개된 '타짜'는 원작에서 캐릭터만 따와 새로운 이야기로 재구성한 것. 고니(조승우 분), 정 마담(김혜수), 평경장(백윤식), 고광렬(유해진), 아귀(김윤석) 등 원작의 인물들은 배우들의 고른 호연으로 스크린에서 생생하게 살아났으며, 그중 원작보다 무게중심이 많이 실린 정 마담은 매력적인 팜므파탈로 탄생했다. 그러나 기대감이 높았던 탓인지, 방대한 원작의 에피소드를 2시간20분의 영화로 만드는 과정에서 중반 이후 긴박감이 다소 떨어지는 느낌이 들며 많이 등장하는 도박장면을 관객이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 가 흥행의 관건으로 등장했다. 시사회 직후 최 감독, 주연배우들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영화를 본 소감이 어떤가. ▲시사회를 앞두고 너무 떨려 어제 잠을 한숨도 못 잤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 출연했다는 것에 무척 만족하고, 내 연기를 떠나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노력하고 행복해하며 찍었던 장면들이 하나둘씩 모여 완성된 영화를 오늘 보니 아주 좋다. 이 영화는 '타짜'의 재탄생이다.(조승우, 이하 조) --'바다 이야기' 때문에 온 나라가 난리다. 이 와중에 도박을 소재로 한 영화를 선보이는 데 대한 부담은 없나. ▲물론 도박은 나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도박을 하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듯, 도박은 승부라고 생각한다. 그 안에는 교묘한 술책과 폭력성도 있지만 인류가 있는 한 좋든싫든 도박은 존재할 것이다. 이 영화는 도박의 해악성을 가르치려 만든 것이 아니다. 도박을 매개로 만나는 사람들, 인간들에 관해 얘기하고 싶었다.(최동훈 감독, 이하 최) --'정 마담' 역은 원작보다 훨씬 부각됐다. 원작 캐릭터와 비교해 어떤 평을 받고 싶었나. ▲어떤 역을 시작할 때 많은 감정이 교차하기 마련이다. 작품 시작 전 정 마담이 영화에서 어떻게 그려질지 전혀 몰랐다. 연기는 과정이 중요하고 그 과정에서 최선을 다했다. 연기를 하면서 캐릭터에 대한 골격이 잡혀갈 때 좀더 자유로워졌다. 어떤 평을 듣고 싶어 연기하지는 않는다. 연기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다. 평은 관객의 몫이다. 어떤 평을 해도 겸허히 수용하겠다.(김혜수, 이하 김) --원작이 있는 영화를 만들 때 '잘해야 본전'일 텐데 그럼에도 만든 이유는 뭔가. ▲그렇다. 잘해야 본전이다. 사실은 주변에서도 말렸다. 그러나 영화라는 것이 어차피 이미 존재하고 말해온 것을 내놓는 것 같다. 특히 장르영화가 그렇다. 원작 만화를 보고 이번에는 취재를 안 해도 3개월 안에 시나리오를 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하면서는 어렵더라. 등장하는 사람은 많은데 그것을 하나로 엮는 것이 어려웠다. 영화 시작 한 시간까지 계속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그 나머지 시간에 이야기를 풀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원작 만화가 재미있었기 때문에 거기서 탈출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라 생각했다.(최) --만화 속 여러 개의 에피소드를 하나로 묶는 것이 어려웠을 텐데 어디에 중점을 뒀나. ▲모든 인물들의 등장과 퇴장에 관한 전략이 있었다. 원작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정 마담 역할을 좀더 본격적으로 바꾼 것이다. 이 영화는 고니가 만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 중 정 마담이 가장 술책이 많은 사람이기에 부각됐다. 평경장은 아귀를 만나게 하기 위해 필요한 인물이었다. 고광렬은 고니에게 밸런스를 잡아주는 인물이다. 이 영화가 로드무비적인 성격이 있다면 고광렬 때문이다. 아귀는 비뚤어진 신사라고 생각했다. 변태? 뭐 그런 것으로 설정했다.(최) --'고니' 캐릭터가 원작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최 감독님의 시나리오를 보기 전까지는 '타짜'라는 만화를 몰랐다. 허영만 선생님의 작품이라는 것도 몰랐다. 영화를 준비하면서 원작의 일부만 봤는데 고니가 그런 외형일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만화에서의 우직함과 영민한 곰 같은 이미지는 어차피 나로서는 살을 찌우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었다. 원작의 고니보다 영민하고 빠르고 능글맞은 캐릭터로 표현했다. 그 어느 사람에게도 기죽지 않고 붙을 수 있는 '깡'을 부여하고 싶었다. 처음에 생각했던 캐릭터가 함께 출연한 주변 인물들에 의해 좀 바뀌었다. 이 분들이 저를 다 만들어주셨다고 생각한다.(조) --노출 장면이 있다. 부담은 없었나. ▲부담없이 표현했다. 촬영 직전 감독님과 배우들이 모두 모여 정 마담과 고니의 만남에 대해 이야기했다. 디테일은 생략하면서도 가장 두 사람의 관계를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 그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과하지 않되 자연스럽게 표현됐다고 생각한다. 저 역시 원작보다 시나리오를 먼저 봤기 때문에 다행히 원작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정 마담은 자기 색깔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사실은 상대에 맞춰 매번 바뀌는 캐릭터다.(김) /연합뉴스

하정우 "컬트영화? NO, 휴머니티? YES"

아직은 '신인 배우'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지만 하정우는 1년 만에 훌쩍 컸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로 단숨에 영화계의 시선을 끈 그는 1년 동안 잇달아 세 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착실히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출연작도 독특하다. 한ㆍ미 합작 영화인 김진아 감독의 '네버 포에버(NEVER FOREVER)'와 김기덕 감독의 '시간'에 이어 한국에서는 아직 낯선 뮤지컬 영화 '구미호 가족'(감독 이형곤, 제작 MK픽처스)에 출연했다. '시간'에서 그는 한 여자를 사랑하면서도 다른 여자에 눈길을 주는 보편적인 남자의 심리를 자연스럽게 표현했다는 평을 들었다. 7월 초부터 8월 중순까지 약 6주 동안 미국에 머물며 촬영한 '네버 포에버'에서 그는 백인여자에게 정자를 기증하려다 그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불법체류자를 연기했다. 답답한 상황에서도 결코 수동적이지 않은 인물을 통해 소외된 자의 고통을 그려냈다. 이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여배우는 할리우드에서 한창 주가가 오르고 있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무간도' 리메이크작 '디파티드(The Departed)'에 출연 중인 베라 파미가. "대학 시절 어학 연수를 다녀와 의사 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디테일한 감정 표현은 쉽지 않았죠. 니콜 키드먼을 담당했다는 다이얼로그 코치가 붙어 영어 대사를 소화하는 데 도움을 줬습니다." '네버 포에버'는 내년 1, 2월 개봉을 예정하고 있다. 지금 당장 그의 눈앞에는 '구미호 가족' 개봉이 기다리고 있다. 28일 개봉해 추석 시즌 관객과 만날 '구미호 가족'은 완전한 뮤지컬 영화라고는 할 수 없지만 영화 속에 총 8곡의 노래(엔딩곡 포함 9곡)와 춤이 등장하는 작품. 아직까지 한국 영화의 미답 영역으로 여겨지는 뮤지컬 영화의 성공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시험대가 될 듯하다. 괴기한 분위기의 미술과 소품, 서커스장이 배경인 다소 음침한 분위기, 그리고 무엇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배우들의 조합까지. 영화는 컬트적 냄새를 물씬 풍긴다. "우리 영화를 컬트적이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으신데, 전 아니라고 생각해요. 인간보다도 굉장히 인간다운 가족애가 있고, 무미건조한 가족 구성원간의 관계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영화입니다. 시나리오를 '순풍 산부인과'를 쓴 전현진 작가가 썼어요. 일단 재미있지 않겠어요? 그런데 그 웃음이 '순풍 산부인과'처럼 단순한 웃음만은 아닙니다." 하정우는 영화에서 솔로곡과 엔딩곡, 합창 등 4곡을 부른다. "제가 저음은 꽤 되거든요"라고 말해 "그럼 '고음불가'냐"고 묻자 "고음도 안되는 건 아니다"고 답한다. 그럼 잘 부른다는 말? 결국 자화자찬. 그가 맡은 아들 역은 간에 대한 집착이 누구보다도 강해 간에 관한 한 박사급의 지식을 갖고 있다. 아버지와 별일 아닌 걸로 티격태격 싸우기도 하는 그의 모습에서 친구 같은 부자 관계를 볼 수 있다. "'내가 할 게 많겠구나'라는, 배우로서 욕심이 들었어요. 너무 해학적이거나 풍자적이지 않으면서 내용은 독특하고, 표현은 단순하죠. 컬트적 환경에서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촬영장 분위기도 좋았죠. 주현 선배님이나 박준규 선배는 오랜만에 친척을 다시 만난 느낌이었어요. 두 분 다 아버지(김용건)랑 친해 어려서부터 봐왔던 분들입니다. 박시연 씨는 처음엔 서먹했는데 '역시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습니다. 얼마 전 제작보고회에서 주현 선배님이 며느리 삼고 싶으시다고 했잖아요. 그 말이 모든 걸 표현해 줄 만큼 좋은 느낌을 갖게 됐어요." 두 달 동안 군산에서 촬영하는 동안 주현, 박준규, 하정우는 촬영뿐 아니라 틈나는 대로 여자 이야기 같은 시시콜콜한 잡담을 나누고 끝나면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함께 어울려 술을 마시곤 했다. 춤과 노래가 어렵지는 않았을까. "기술적으로 노래를 잘 부른다기보다 감정에 호소하는 듯한 느낌으로 진실하게 불러야 한다고 해 그리 애를 먹지는 않았습니다. 감독님도 음악을 했던 분이셔서 그런지 감독님과 음악감독님이 자연스럽게 노래 부를 수 있도록 유도해주셨습니다. 대신 춤은 연습을 많이 했어요. 잘 추는 춤이 아니지만 연기의 한 동작 같은, 그러나 정확한 안무에 의한 춤이었죠." 아직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꾸준히 성장해 가는 그를 눈여겨 지켜보는 이들이 많다. 감독의 대학 졸업작품으로 인디영화나 다름없던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시작해 독특한 작품을 선택하는 하정우의 미래가 기대되는 것. "상업영화의 틀, 즉 시스템 안으로 들어온 건데 책임감이 생기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크게 달라진 건 없습니다. '용서받지 못한 자'를 했을 때도, 연극을 했을 때도 내가 수행해야 하는 역을 잘 만들어야 한다는 마음가짐은 변한 게 없어요. 주변에서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긴 했지만 그걸 느끼는 건 오히려 제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네요." 올해도 그는 부산영화제를 찾는다. 각국의 유망배우들을 소개하는 '캐스팅 보드'에 선택됐기 때문. "부산영화제가 저를 2년간은 책임져 주려는 것 같아요. 하하." /연합뉴스

<새영화> 힘겨운 '가문의 부활'

'조폭 코미디'에 조폭이 빠지니 '팥없는 단팥빵'이 돼버렸다. 시리즈 영화가 세 편까지 잘 버텨내기 쉽지 않다는 걸 '가문의 부활:가문의 영광Ⅲ'(감독 정용기, 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도 피해가지 못했다. 작년 추석 개봉해 전국 570만 관객을 동원하며 '가문의 영광'보다 더 좋은 흥행 성적을 거뒀던 '가문의 위기'. 그때 그 출연진이 그대로 나와 영광을 재현하려한 작품이며, 철저히 추석 시즌에 맞춰 제작된 기획상품이다. '가문의 영광'이 조폭 코미디답지 않은 따스함으로 소재의 확장을 꾀하면서 흥행몰이에 성공했고, '가문의 위기'가 김수미, 신현준, 김원희, 탁재훈 등 새로운 배우 조합으로 밉지 않고 허를 찌르는 유머로 성공한 반면 '가문의 부활'은 화려한 볼거리에 비해 정작 무릎을 치게 하는 유머와 코미디가 좀체 보이지 않는다. '가문의 위기'를 통해 친밀도가 높아진 배우들의 결속력은 강화됐지만 냉정하게 서로를 들여다보지 못하는 함정에 빠진 듯하다. '가문의 위기'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과거 장면으로의 지나친 회귀는 자칫 '그들만의 리그'로 보일 만큼 그들은 신났고, 객석은 피곤하다. 검사 며느리를 맞는 것을 계기로 조직폭력배 백호파를 해단한 홍덕자 여사(김수미 분) 가문은 김치사업으로 업종을 전환한다. 바람난 남편조차 집으로 다시 불러들일 만큼 뛰어난 홍 여사의 음식 솜씨가 유감없이 발휘된 것. 승승장구하는 이들 앞에 진경(김원희)을 장인재(신현준)에게 빼앗긴 데다 조폭과의 연루로 교도소에 간 명필(공형진)의 복수가 기다리고 있다. 한 순간에 '엄니손' 식품은 망하고 가문의 세 아들과 두 며느리가 힘을 합해 재기를 꾀한다. '조폭이 S대 출신 엘리트를 사위로 삼으려다 벌어지는 해프닝'과 '조폭이 검사를 아내로 맞으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이라는 간결 명확한 내용이 담긴 전편들과 달리 3편은 딱히 한마디로 표현하기 힘들다는 것부터 웃음의 포인트가 중구난방이다. 물론 배우들의 개인기는 전편보다 더 뛰어나다. 특히 영화의 중요한 축을 담당한 탁재훈은 나날이 영화배우로서 입지를 굳혀가는 듯하다. 또한 신현준의 독특한 스타일의 유머도 여전하며, 30대로 분장한 모습을 자주 선보인 김수미의 내공은 역시 만만찮다. 그렇지만 참신함이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가문의 부활'이 올 추석 가장 강력한 흥행 우승 후보임은 분명하다. /연합뉴스

부시 암살 다룬 영화 연내 美 개봉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암살당한다는 내용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든 영화가 연내 미국에서 개봉될 예정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의 프로듀서 겸 감독인 가브리엘 레인지가 만든 영화 '대통령의 죽음(Death of a President)'의 제작사가 캐나다에서 열리고 있는 토론토 영화제에서 미국 배급사와 판권계약을 체결했다. 영화의 미국 배급권은 멜 깁슨의 논쟁적인 종교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배급했던 뉴마켓 필름스가 획득했다. 미국시장 판권료로 100만 달러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뉴마켓 필름스는 두어 달 내에 미국 전역에 '대통령의 죽음'을 개봉할 예정. 또 다음달 영국 채널4에서 상영된다. 로이터통신은 '대통령의 죽음'이 10일 토론토 영화제에서 매진 사례 속에 시사회를 열어 박수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영화는 마치 TV다큐멘터리인 것처럼 촬영됐다. 레인지는 세 차례에 걸친 부시 대통령의 시카고 방문 중계장면을 따왔고, 특수효과를 사용해 부시 대통령이 총격당하는 장면을 만들어냈다. 총격을 당하는 배우의 몸에 부시의 얼굴을 합성한 것. 영화는 2007년 부시 대통령이 시카고를 방문하는 데 반대하는 데모가 열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연설을 마친 부시 대통령이 호텔을 출발하면서 인근 빌딩에 있던 저격범에게 총격을 받는다. 경찰은 증거가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팔레스타인 남자를 용의자로 체포한다. 범인이 다른 사람이라는 증거가 나오는 데도 불구하고 경찰은 팔레스타인 남자를 계속 붙잡아둔다. 영화는 미국내 보수파 사이에서 저항을 불러모았으며 레인지 감독은 이 영화로 인해 5~6차례 암살 위협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9ㆍ11 이후 미국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미래의 렌즈로 과거를 설명하려는 시도"라고 자신의 작품을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