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마담의 힘!’
허영만의 원작,‘범죄의 재구성’의 최동훈 감독,조승우 백윤식 등 많은 요소들로 관심을 한 몸에 받아온 영화 ‘타짜’(제작 싸이더스FNH).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가장 막강한 카리스마는 김혜수(36)였다. 그가 맡은 정마담은 원작에서는 작은 비중이지만 영화에서는 그야말로 판을 들었다 놨다 하는 ‘설계자’다.
“고니(조승우)씨한테 들은 것보다는 안뚱뚱하시네요”라는 영화 속 화란(이수경)의 직격탄에 특유의 ‘아하하하’ 하는 웃음을 날린 뒤 뒤돌아서 “싸∼가지 없이”라고 무섭게 씹어뱉는 정마담. 이 장면을 보며 기자는 시사회에 앞서 김혜수를 인터뷰했을 때 “실제로 보니 엄청 마르셨다”고 했던 일을 회상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물론 그 말은 빈말이 아니었고 정마담의 거친 면은 김혜수 본연의 것이 아니지만. 그만큼 스크린 속 김혜수의 연기는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서울 종로의 한 호텔에 마련된 인터뷰실에서 만난 김혜수는 원작보다 한층 젊고 매력적이면서도 소유욕이 강해진 정마담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내가 다르게 연기한 것은 아니고 각색 단계에서 재해석된 것”이라고 겸손해하며 “대범하고 유연하고 계산 빠른 점 등 정마담의 개성 모두가 내가 갖지 못한 것이어서 연기가 즐거웠다”고 말했다.
영화 속 노출은 예상외로 과감했다. 그러나 ‘얼굴없는 미녀’(2004)에 비해 그에 대한 부담은 훨씬 덜해 보였다. 촬영에 앞서 음식조절로 2㎏ 정도를 빼긴 했다는 그는 “그래도 워낙 화면에는 둥글게 나오는 편이라 제 첫 등장 장면을 보면 역시 찐빵처럼 나왔다고 하실 것”이라며 웃어보였다.
다른 배우들처럼 클로즈업되지는 않지만 능숙하게 화투를 다루는 장면도 있다. 그러나 김혜수는 실제로는 화투를 칠 줄 모른다. “어려서 친구들과 놀러가 딱 한 번 쳐봤는데 큰 꽃이랑 작은 꽃이 영 헷갈려서 자꾸 실수를 했어요. 승부근성도 없고 머리 쓰는 것 안좋아하는 저한테는 안맞더라고요. 이번에 좀 배웠지만 여전히 숫자 볼 줄은 몰라요.”
연극영화학 석사학위를 받았을 만큼 공부를 좋아한다고 알려졌고 누구 못지 않게 승부근성이 강할 듯한 김혜수이지만 자신에 대한 설명은 좀 의외다. “사람들은 20년간 봐왔으니 저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 만들어진 이미지일 뿐”이라는 그는 “제가 운동 마니아일 것으로 생각들 하시는데 평소 운동을 거의 안하고 할 줄 아는 운동도 없다”고 귀띔했다.
‘타짜’의 조승우를 비롯해 현재 촬영중인 ‘바람피기 좋은 날’의 이종혁 이민기 등 최근 주로 연하남들과 호흡을 맞추는 점에 대해 물었다. “갓 데뷔했을 때(16세) 딱 제 나이 두 배였던 길용우 선배님 부인 역을 했어요. 박근형 김성원 노주현 선배님 등 상대역도 했고요. 심지어 서인석 선배님은 제 양아들로 출연해서 지금도 절 보면 ‘어머니’ 그러세요. 이제라도 상대 배우들이 젊어지니 저야 고마운 일이죠.”
인터뷰 내내 김혜수는 연기에 대해 어떤 철학도 섣불리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배우로서 모든 시기를 부지런히 살았다는 점은 짧은 만남을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그것이 20년간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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