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다빈치'가 만화영화로 나온다.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화가 및 과학자로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성인이 아니라, 여느 소년처럼 장난을 치고 말썽을 피우는 활동적 소년으로 그린 만화영화가 제작되고 있으며, 내년 하반기에 이탈리아 TV에서 방영된다고 17일 이탈리아 언론이 전했다. 모두 26편으로 되어 있는 이 만화영화 시리즈는 다빈치의 고향인 토스카나의 다채로운 풍광을 배경으로 다빈치의 어린 시절에 관해 어느 정도 허구를 섞어 그리고 있다. 여기에서 소년 다빈치는 다혈질이고 카리스마가 있으면서도, 미래에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이 될 것이라는 `암시'가 되는 `천재끼'도 보여주고 있다. 소년 다빈치는 이 만화영화에서 로렌조와 지오콘다라는 소년.소녀와 함께 여러 가지 모험을 벌인다. 라 지오콘다라는 소녀는 다빈치의 대표작품인 `모나리자'에서 따왔다. 역사적으로 `모나리자'의 모델이었던 라 지오콘다라는 여성은 한 비단 상인의 아내였다. 이들 삼총사의 최대 라이벌은 상상의 인물인 고타로도라는 지주의 아들이다. 이들 삼총사는 다빈치가 발명한 기묘한 나무로봇 `티글리오'의 도움을 받아 갖가지 묘기를 벌이게 된다. 역사적으로 다빈치는 세계 최초로 헬리콥터와 자동차를 디자인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소년 다빈치' 제작업체인 이탈리아의 라이픽션 및 그루포 알쿠니는 이 시리즈물이 해외에서도 잘 팔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이탈리아 언론은 덧붙였다. /연합뉴스
한국 상업영화계에 '엽기적인' 주인공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살인을 밥 먹듯이 하는 여자('달콤 살벌한 연인'), 혀가 짧아 말을 하지 않는 전문 킬러(영화 '예의 없는 것들'), 원조교제로 돈을 벌어 가정에 보탬에 되는 싶은 소녀(영화 '다세포 소녀') 등 그 동안 한국영화에서는 만나기 힘들었던 캐릭터들이 최근 관객의 시선을 끌고 있다. 독특한 캐릭터로 승부하는 이들 영화는 보편적인 주인공에 익숙한 관객에게 다소 낯선 작품들. 그러나 '소재 빈곤'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충무로의 고민과 새로운 것에 대한 관객의 갈증은 당분간 이 같은 캐릭터의 출현을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엽기적인 캐릭터 관객과 만나다 최근 개봉되거나 개봉을 앞둔 영화 중 엽기적인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로는 '다세포 소녀' '예의 없는 것들' '천하장사 마돈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등을 꼽을 수 있다. 채정택(필명 B급달궁)의 동명 인터넷 만화를 영화화한 '다세포 소녀'(감독 이재용, 제작 영화세상) 주인공은 '가난을 등에 업은 소녀'(김옥빈. 이후 가난소녀)다. 가난소녀는 교사와 학생이 모두 성(性)을 자유롭게 즐기는 무쓸모고교 재학생. 가난한 가정에 보탬이 되겠다면서 원조교제에 나서는 '착한(?)' 여학생이다. 거기에 가난소녀는 사람형상으로 제작된 '가난' 이라는 인형을 등에 업고 다닌다. 코믹느와르를 표방한 '예의 없는 것들'(감독 박철희, 제작 튜브픽쳐스)의 주인공 '킬라'는 전문 킬러. 선천적으로 짧은 혀를 타고나 발음을 제대로 못하는 그는 시쳇말로 '쪽팔려서' 말을 하지 않는 인물. 더운 여름에도 검은 가죽 옷만을 입고 다니고, 검은 선글라스는 필수품이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로 주목받은 류덕환의 첫 주연작 '천하장사 마돈나'(감독 이해영ㆍ이해준, 제작 싸이더스FNH)는 여자가 되고 싶은 남학생의 이야기. 주인공 오동구(류덕환)는 몸무게 83㎏, 발 사이즈 280㎜, 머리 둘레 62㎝ 등 여성의 신체조건과는 거리가 먼 고등학교 1학년생이다. 본인을 홍콩 여배우 장만위(張曼玉)와 닮았다고 믿는 그는 여성이 되는 수술을 받기 위해 씨름대회에서 우승하면 장학금 500만 원을 준다는 교내 씨름부에 입단한다. 12월 개봉 예정인 정지훈(비)ㆍ임수정 주연의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감독 박찬욱, 제작 모호필름)는 자신을 사이보그라고 믿는 여자 영군(임수정)과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 일순(정지훈)의 알콩달콩 사랑 이야기다. 자신을 사이보그라고 믿는 여자도, 자신이 소멸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타인의 성격과 특기 등을 닥치는 대로 따라하는 남자도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캐릭터는 아니다. ◇현실과는 다른 시선과 엇갈린 반응 이들 영화는 윤리의식을 강요하거나 문제가 있는 시각으로 인물에 접근하지 않는다. 주인공들은 영화 속에는 문제가 있는 인간이 아니다. 현실의 잣대는 영화 속에서 힘을 잃게 된다. '다세포 소녀'의 가난소녀는 원조교제로 집안에 보탬이 되겠다는 여학생. 이에 대해 교사는 그녀를 '효녀'라고까지 칭한다. '천하장사 마돈나'의 여자가 되고 싶은 남학생 오동구에 대해 어머니는 "네 뜻을 존중한다"고 말한다. 여장(女裝)을 하고 클럽에서 노래부르는 동구를 어머니와 씨름부 선배 등이 응원하는 마지막 장면은 현실과 크게 동떨어져 있다. '예의 없는 것들'의 전문 킬러 킬라는 살인에 대한 죄의식보다는 "세상의 예의 없는 것들을 처단한다"는 뚜렷한 룰(rule)을 지니고 있는 인물이다. '싸이보그라도 괜찮아'는 영군이 자신을 사이보그라고 믿게 된 이유를 전혀 설명하지 않는 채 그녀를 현실의 보통 인간으로 묘사한다. 이들 영화에 대한 관객의 반응은 엇갈린다. 새로운 것은 언제나 '환호'와 '비난'의 가능성을 갖고 있기 때문. 10일 개봉된 '다세포 소녀'는 "고정관념을 깨는 신선함"이라는 평단의 호평과 더불어 소재에 대한 거부감과 스토리 중심이 아닌 캐릭터ㆍ에피소드 중심의 영화에 대해 "낯설고 이상하다"라는 평이 혼재했다. 24일 개봉 예정인 '예의 없는 것들' 역시 최근 기자시사회에서 엇갈린 반응을 얻었다. "킬라의 내레이션을 통한 코미디가 신선하다"는 반응과 "만들다만 B급 영화"라는 반응이 그것. 31일 개봉하는 '천하장사 마돈나'에 대한 반응 역시 이들 작품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캐릭터로 승부하는 이들 영화가 관객의 호응으로 한국 상업영화의 새로운 장르로 정착할지 아니면 도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연합뉴스
한국 배우 한 명 출연하지 않는다. 촬영지도 한국이 아니다. 그런데 한국 영화란다. 정확히 말하면 한국 영화의 피가 흐른다. 최근 들어 한국 영화의 경계선을 확장하는 영화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통적인 방식의 수출과는 다른 형태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려는 움직임이 한국 영화계에서 활발히 진행 중인 것이다. 2006년 상반기 한국 영화의 수출 실적이 급감했다는 영화진흥위원회의 통계가 시사하듯, 수출에만 의존해서는 해외 시장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올해 제작편수가 사상 처음으로 100편을 웃돌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등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현재, 새로운 수요 창출은 영화계의 미룰 수 없는 현안이 됐다. 다양한 형태의 합작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선 영화계의 움직임을 소개한다. ◇저예산 공포ㆍ액션 시장을 뚫어라 9월9일 일본 전역 70개 스크린에서 개봉하는 공포영화 '로프트'는 '강령', '도플갱어' 등으로 유명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연출했고, '역도산'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나카타니 미키 등이 주연을 맡았다. 그런데 이 영화는 한국 영화사 미로비젼이 기획과 투자를 맡은 작품이다. 처음에는 미로비젼이 제작비를 모두 댔으나 이후 니혼TV 등이 관심을 보이면서 현재 투자비율은 한국과 일본이 4 대 6으로 역전됐다. 미국에서 미국인들이 제작한 공포영화 '샘스 레이크(Sam's Lake)' 역시 미로비젼의 작품이다. 미로비젼의 주도하에 동명의 단편영화가 장편으로 옮겨졌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먼저 공개될 이 영화는 내년 초 미국에 개봉될 예정이다. IHQ는 재미동포 감독 그레이스 리와 함께 '아메리칸 좀비'라는 영화의 촬영을 5월 초에 마쳤다. 다큐멘터리 형식을 본뜬 이 영화는 현재 편집 중이며 영화제를 통해 먼저 공개한 뒤 내년 초 미국 극장가에 선을 보인다. 또 LJ필름은 정두홍 무술감독에게 메가폰을 맡겨 미국에서 '컴백'이라는 액션 영화를 하반기에 찍을 예정이다. 현지 배우와 인력을 캐스팅, B급 액션 영화 시장을 겨냥한다. 이들 영화의 특징은 저예산이고 모두 현지 인력으로 제작돼 철저하게 현지 영화로 어필하고 있다는 점. 기본적으로 공포와 액션은 언어나 국가의 장벽을 넘는 데 수월하다는 이점이 있는데, 이들 프로젝트는 아예 현지화 방식을 택했다. 미로비젼의 채희승 대표는 "해외 큰 시장을 공략하려면 애매하게 다리를 걸치기보다는 확실하게 현지 시장에 침투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합작으로 규정되느냐 아니냐는 사실 크게 상관없다. 어떤 형태로든 해외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시도들이 계속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채 대표는 이어 "미국과 일본은 꼭 극장 개봉이 아니어도 비디오ㆍDVD 시장이 커 이를 통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이, 저예산 영화의 제작을 촉진한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마켓을 노린다 더욱 적극적으로 전세계 시장을 노리는 프로젝트들도 있다. LJ필름은 조선 마지막 황세손 이구와 그의 미국인 부인 줄리아의 사랑과 삶을 다룬 '줄리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브로크백 마운틴'을 제작한 미국의 준메이저 영화사 포커스필름과 올 초 합작 계약을 맺고, 순제작비 2천500만 달러를 비롯해 모든 비용과 수익을 한국과 미국이 5 대 5로 나누기로 했다. 현재 미국인 감독까지 확정된 상태이며 줄리아 역에 스타급 할리우드 배우를 캐스팅한다는 계획이다. LJ필름이 소속된 프라임엔터테인먼트 해외 기획팀의 김소희 이사는 "굉장히 탄탄한 회사를 미국 쪽 파트너로 잡았다"며 "이는 미국에서의 제작과 투자는 물론, 전세계 배급망을 확보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LJ필름은 이밖에도 독일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윤이상 프로젝트'와 미국과 합작하는 '리심' 영화화 계획 등을 가동 중이다. 나우필름에서 진행하는 '네버 포에버(Never Forever)'는 7월24일 뉴욕에서 크랭크 인했다. '그 집앞', '김진아의 비디오 일기' 등을 만들며 국내외에서 주목 받은 김진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미국의 박스3(VOX3)와 공동 제작한다. 내년 상반기 전세계 개봉이 목표. 하정우와 베라 파미가가 주연을 맡은 멜로로 100% 영어 대사이며 프라임엔터테인먼트가 투자를 맡았다. 또 14일 뉴욕에서 크랭크 인한 '웨스트 32번가'는 CJ엔터테인먼트가 미주 프로젝트 1호라 명명한 작품. 뉴욕 한인타운의 밤거리를 배경으로 한 느와르로 미국 내 아시아계 관객을 겨냥한 프로젝트다. 한국계 배우 존 조와 김준성, 정준호 등이 출연한다. 9월 하순까지 촬영을 마칠 예정이며, 내년 상반기 한미 양국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 서상원 해외사업본부장은 "미국 사회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아시아계 미국 관객의 감성을 파악함으로써 앞으로 미국 시장에서 통하는 한국 영화 제작의 밑거름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합작 통해 한국 영화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그러나 이러한 프로젝트들이 결코 하루 아침에, 순탄하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영화사들은 각기 시행착오를 거쳐가며 하나하나씩 합작의 토대를 마련해나가고 있다. 프라임엔터테인먼트의 김소희 이사는 "해외 합작 프로젝트는 전인미답의 지역이다. 참고할 매뉴얼도 없고 사소한 것, 하다못해 송금하는 방식에서부터 배우고 있다. 특히 계약서는 한국과 달리 굉장히 복잡하다. 모든 단계가 학습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LJ필름은 지난해 세 편의 해외 프로젝트를 야심차게 기획했다가 다양한 경험을 했다. 그중 '버터 냄새'는 아예 제작이 이뤄지지 못했고, '러브 하우스'는 제작이 거의 완료됐으나 완성되지 못한 상태에서 현재 중단돼 있다. 나머지 '러브 토크'만이 올해 카를로비 바리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함으로써 세계 시장에 선보였다. 그러나 이 영화 역시 LA에서 촬영됐을 뿐 한국어 대사인 까닭에 엄밀한 의미에서는 해외 시장을 겨냥한 프로젝트라 보기는 어렵다. 다만 미국 시스템 하에서 제작을 실험해 본 의미가 있다. 김 이사는 "지난해는 미국에서의 제작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두들겨 본 것이라면 올해는 현지 전문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본격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해외 프로젝트의 의미는 무엇일까. LJ필름의 이승재 대표는 "한국 영화 산업이 단기간 급성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 시장 규모가 작고, 부가가치가 재생산이 안된다. 내부 발전도 중요하지만 외부로 시선을 돌릴 필요가 있다"면서 "그런 점에서 특히 미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모든 면에서 세계 시장을 커버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다. 이 시장에서 성공할 경우 한국 영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합뉴스
여기,한 두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이 관객들의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증거가 하나 있다. 지난 주 ‘괴물’과 ‘각설탕’에 이어 예매율 3위에 오른 영화는 일본 작품 ‘유레루’였다. 이 영화의 개봉관은 현재 전국 6개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10일 개봉 후 5일간 1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거의 전회 매진을 기록한 결과다. 최근 티켓링크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 배우’를 물은 조사에서 60% 이상 네티즌의 지지를 받으며 1위에 오른 오다기리 조가 주연했으니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재일교포 최양일 감독의 ‘피와 뼈’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로 국내에 마니아층을 가진 이누도 잇신 감독의 ‘메종 드 히미코’에 출연한 이후 그는 한국 관객에게 특히 사랑받고 있다. 17일에는 오다기리 조가 주연한 또다른 영화 ‘빅 리버’가 개봉한다. 이 역시 관심을 받고 있지만 종로 스폰지하우스에서 단관 개봉한다. 비록 상영관을 찾아가기는 어렵지만 주연 배우의 매력 외에도 장점이 많은 두 영화를 소개한다. ◇유레루=‘흔들리다’는 제목의 이 영화는 어느 형제의 이야기다. 아버지의 주유소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며 고향을 지키는 형 미노루(카가와 테루유키),도쿄로 나가 사진작가 일을 하며 자유분방하게 사는 동생 타케루(오다기리 조). 둘 사이에 미묘한 갈등이 있으리라는 점은 예상하기 쉽다. 여기에 형이 관심을 가져온 여자 치에코를 두고 형제의 감정이 얽히는 것도 어찌보면 뻔한 듯하다. 그러나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는 인물들의 감정,그리고 그 감정을 섬세하게 드러내는 배우들의 얼굴 표정이다. 사건은 타케루가 충동적으로 치에코와 관계를 가진 다음 날 셋이서 계곡으로 놀러가면서 벌어진다. 흔들리는 다리 위에 형과 있던 치에코가 아래로 떨어져 죽는 광경을 목격한 타케루는 형의 무죄를 밝히려 백방으로 뛴다. 그러나 언제나 믿음직하던 형이 차츰 불만과 적개심을 드러내자 타케루는 자신의 기억이 흔들리는 것을 느낀다. ‘메종 드 히미코’에서 단정한 옷차림과 소년같은 헤어스타일로 어딘지 중성적 매력을 보였던 오다기리 조는 이 영화에서 거친 듯 세련된 외모와 함께 한층 깊어진 연기를 선보인다. 담담하게 진행되면서도 마지막까지 결말을 예측할 수 없게 하는 연출도 뛰어나다. ◇빅 리버=미국 애리조나 주의 광활한 사막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서 오다기리 조는 펑키 스타일의 여행자 테페이로 등장한다. 영어로 대사를 하는 탓에 일본어 연기보다 감정의 진폭은 덜 명확하지만 타인에게 열린 듯 하면서도 책임지기를 싫어하는 젊은 초상을 잘 그려낸다. 집나간 아내를 찾으러 가는 파키스탄인 알리(카비 라즈),답답한 삶에 염증을 느낀 서부의 금발 미녀 사라(클로에 스나이더),그리고 테페이 이렇게 셋은 한 차를 타고 사막을 달린다. 어울리지 않는 듯한 조합이지만 셋은 길지 않은 여정 동안 마음을 터놓는 친구가 된다. LA,뉴욕 등 미국을 대표하는 대도시들을 한 번도 비추지 않고 먼지가 희뿌연 사막만 보여주면서도 9·11 테러 이후 훨씬 배타적인 미국의 현실을 잘 드러내는 독특한 영화다.
'킬 빌'의 우마 서먼이 이번에는 초능력까지 보탰다. 그의 초능력은 슈퍼맨과 원더우먼, 소머즈의 그것을 모두 합쳐놓았다. 가슴에 S자 대신 G자를 새긴 티셔츠를 입고 섹시하게 날아다니고, 원더우먼처럼 빙그르르 돌며 변신한다. 또 소머즈처럼 경찰의 무선통신이 절로 귀에 들어온다. 이들 미국 슈퍼 히어로들을 합쳐 놓으며, 동시에 귀엽게 패러디한 '지(G) 걸'이 바로 이 영화의 주인공. 여기서 G는 '그레이트(Great)'의 약자다. '겁나는 여친의 완벽한 비밀'은 인류를 구해야 하는 초능력이 한을 품은 여자와 만났을 때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보여준다. 질투에 휩싸인 여성이 남자에게 할 수 있는 최상(?)의 복수가 펼쳐지는 것이다. 슈퍼맨과 마찬가지로 하늘에서 떨어진 신비한 운석의 영향으로 초능력을 갖게 된 제니(우마 서먼)는 지하철에서 대시해온 매트(루크 윌슨)와 교제를 시작한다.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더 이상 매트를 속일 수 없다고 생각한 제니는 자신의 정체를 밝힌다. 그때부터 제니는 매트를 하늘 위로 끌고 가 섹스를 하는 등 초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사랑을 불태운다. 하지만 이런 제니의 행동은 매트를 질리게 만들어 급기야 매트는 이별을 통보하고 이에 제니는 분노에 휩싸인다. 우마 서먼은 이 영화를 통해 '킬 빌'의 비정하고 처연한 분위기를 단숨에 날려버리고 황당한 '엽기녀'로 변신한다. 제니는 초능력은 가졌지만 기존 영웅들과 달리 순진하고 단순하며, 욱하는 성질에 폭력적이기까지 하다. 이렇듯 180도 변한 서먼의 모습이 감상의 포인트. 매트를 향항 제니의 복수는 집 천정 뚫기, 상어 집어 던지기, 자동차 하늘에 매달기 등 제니가 펼치는 복수는, 상상만 할 뿐 이를 실천으로는 옮기지 못하는 여성들에게 통쾌함을 안겨줄 듯하다. 유쾌하게 볼 수 있는 팝콘 무비. 1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한국 영화계의 미국 시장을 겨냥한 프로젝트가 하나둘씩 가동되기 시작한 가운데 CJ엔터테인먼트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CJ엔터테인먼트는 13일 "미국에서 자체 제작하는 첫번째 작품인 '웨스트 32번가(West 32nd)'가 14일 뉴욕에서 크랭크 인한다"고 밝혔다. '웨스트 32번가'는 뉴욕 한인타운의 밤거리를 배경으로 한국계 갱과 한국 이민사회를 통해 성공하려는 신참 변호사가 벌이는 음모, 야망, 사랑, 배신을 그린 느와르. 총 제작비는 250만 달러로, '히치' '세이빙 페이스(Saving Face)'를 제작한 테디 지(Teddy Zee)가 프로듀서를 맡고 선댄스 영화제에서 '더 모텔(The Motel)'로 주목받은 한국계 감독 마이클 강이 메가폰을 잡는다. '아메리칸 파이' '해롤드와 쿠마'로 얼굴을 알린 한국계 배우 존 조가 변호사 '존 킴'으로, 아리랑 TV 앵커 출신으로 '사랑니' '가능한 변화들' 등에 출연한 김준성이 한국계 갱으로 출연한다. 또 정준호는 갱 중간 보스 '전진호' 역을 맡아 특별 출연한다. 미국 내 아시아계 관객을 겨냥한 '웨스트 32번가'는 9월 하순까지 촬영을 마칠 예정이며, 내년 상반기 한미 양국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 서상원 해외사업본부장은 "미국 사회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아시아계 미국 관객의 감성을 파악함으로써 앞으로 미국 시장에서 통하는 한국영화 제작의 밑거름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CJ엔터테인먼트는 해외 프로젝트로 올 초 일본 가도카와(角川)와 공포영화 '착신아리 파이널'을 공동 제작한 바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회사 월트 디즈니는 호주 출신 배우 겸 감독 멜 깁슨(50)의 취중 반유대 발언 파문에도 불구하고 마야 문명을 배경으로 한 그의 신작 영화 `아포칼립토'(Apocalypto)를 예정대로 배급하겠다고 밝혔다.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의 하이디 트로타 대변인은 깁슨의 반유대 발언 파문에 관계없이 `아포칼립토'를 예정대로 오는 12월8일 배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트 디즈니의 이 같은 발표는 가족 지향적인 월트 디즈니가 깁슨의 반유대 발언에 따른 논란으로부터 거리를 두기 위해 `아포칼립토' 배급권을 다른 영화사에 넘기고 싶어 한다는 인터넷 매체 등의 앞서 보도를 반박하는 것이다. 트로타 대변인은 월트 디즈니의 `아포칼립토' 배급권 이양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식 부인했다. 그리스어로 `초연(初演)' 또는 `새로운 시작'을 뜻하는 `아포칼립토'는 고대 마야족 마을을 배경으로 한 스릴러로, 무명 인물들이 배역을 맡았고 당시 현지 언어였던 유카덱어가 자막으로 나온다. 디즈니사는 이 영화 제작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 미 할리우드 전문가들은 깁슨이 지난 달 캘리포니아 말리부 지역에서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될 때 까지는 직접 `아포칼립토' 홍보 캠페인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깁슨은 `아포칼립토'의 스토리가 마야족 남자와 그의 가족, 그가 살던 마을의 시각에서 전개될 것이며 문명이 그들을 어떻게 파괴했는 지에 대한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깁슨이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된 직후 월트 디즈니사가 소유한 미 ABC TV는 깁슨 소유 프로덕션 회사인 `아이콘 프로덕션스'와 함께 준비해온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관련 미니 시리즈 공동 제작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깁슨은 음주운전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후 유대인들이 "전세계 모든 전쟁에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반유대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을 일으켰으며 파문이 확대되자 이에 대해 사과했다. /연합뉴스
2000년 9월 개봉한 이정재ㆍ전지현 주연의 '시월애(時越愛)'는 당시 전국 약 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절대적인 수치를 봐서는 별반 흥행한 것 같지 않지만 이 영화가 '공동경비구역 JSA'와 같은 날 개봉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50만 명이라는 스코어는 상대적으로 크게 다가온다. 실제로 이 영화는 아름다운 영상미와 이정재ㆍ전지현의 예쁜 모습이 잘 조화돼 당시 마니아층을 형성하기도 했다. 이 영화가 6년 만에 미국에서 환생했다.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된 최초의 한국 영화라는 의미심장한 타이틀을 달고서 말이다. 이현승 감독의 바통은 알레한드로 아그레스티 감독이 이었고, 이정재와 전지현은 키애누 리브스와 샌드라 불럭이 대신했다. 이 두 세계적 스타는 '스피드' 이후 12년 만에 멜로영화에서 재회했다. 리메이크 영화답게 두 영화는 기본적으로 닮은꼴이다. 2년의 시간 차를 두고 같은 공간에 사는 두 남녀가 편지를 통해 마음을 주고받는다는 판타지 멜로.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하지만 이 두 사람은 서로를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상대를 향한 애틋한 연정을 키워간다. 심지어 같은 시간에 존재하지도 않는데 말이다. 대표적으로 다른 점은, 바다 위에 지어진 집 '일마레(Il Mare)'가 호수 위의 집 '레이크 하우스(The Lake House)'로 바뀌었고 여주인공의 직업이 성우에서 의사로 달라진 것(남자 주인공의 직업은 건축가로 동일하다). 또 전지현은 변심한 애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고심했지만, 샌드라 불럭은 진정한 사랑을 찾기 위해 고민한다. 그 외에는 같은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둘을 이어주는 주요 소품이 달라진 정도. 그러나 이러한 외관보다도 비교해야 할 것은 전체적인 분위기와 '재미'가 아닐까 싶다. '레이크 하우스'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두 주인공에 대한 몰입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스피드'에서는 상큼하게 보였던 리브스와 불럭의 결합이 이번에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점이 가장 뼈아프다. 서로를 향한 둘의 애틋함은 감정이입을 이끌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다. 또 호수 위로 지는 석양과 계절의 변화에 따른 풍광은 예쁘지만, 전체적인 영상미에서도 이현승 감독의 솜씨를 따라가지 못했다. 이에 대해 신비로운 분위기에 무게를 실은 원작과 달리 더 현실감을 강조하려했다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실제로 영화는 같은 시간을 호흡하지 못하는 남녀의 소통이라는, 초자연적 상황에서 오는 묘한 기운을 강조하는 대신 둘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며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과정을 친절하게 그렸다. 남녀 주인공의 만남은 결국 운명이었지만, 두 영화를 통해 운명을 바라보는 동서양의 시각 차를 단편적이나마 확인할 수 있다. 3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거침없이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괴물'이 해외영화제에서도 매진 사례를 기록 중이다. 12일 제작사 청어람에 따르면 '괴물'은 2일 개막된 홍콩 국제영화제 여름 쇼케이스에 초청돼 8일 1천100여 석 규모의 리젠트 극장에서 첫 상영을 하면서 매진을 기록했다. 이어 이날 예정된 두번째 상영 티켓도 모두 팔려나갔고 14일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열리는 에든버러 영화제에서도 16일 상영 예정분이 매진돼 해외의 뜨거운 관심을 증명했다. 봉준호 감독은 12일과 16일 홍콩 영화제와 에든버러 영화제를 방문해 무대 인사와 관객과의 대화에 나설 예정이며 이후 캐나다 토론토 국제영화제와 스페인 시체스 국제영화제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10일까지 전국 관객 788만 명을 기록한 '괴물'은 개봉 16일 만인 11일 800만명을 넘어서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가 갖고 있던 25일 기록을 9일이나 앞당겼다. 11일에는 서울 7만2천928명을 포함해 전국에서 27만571명을 불러모아 815만2천960명을 기록했다. 현재 추세로라면 '괴물'은 13일 900만명을 돌파해 16일께 1천만 고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이재용 감독의 '다세포 소녀'가 내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다세포 소녀'의 해외 세일즈를 담당하는 미로비젼은 12일 "2007년 2월8일 독일에서 개막하는 제5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의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됐다"고 밝혔다. 미로비젼은 "베를린 영화제 집행위원회 측에서 10일 이 같은 사실을 알려왔다"면서 "베를린 영화제 초청작들이 빨라도 11월, 혹은 1월 사이에 결정되는 것에 비해 '다세포 소녀'는 이례적으로 일찌감치 초청됐다"고 덧붙였다. 이재용 감독은 2004년 제54회 베를린 영화제에도 파노라마 부문에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를 출품한 바 있다. 동명의 인터넷 만화를 원작으로 한 '다세포 소녀'는 종교와 성의 자유가 보장된 무쓸모 고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김옥빈ㆍ박진우ㆍ이켠ㆍ유건 등이 출연했다. 10일 전국 243개 스크린에서 개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