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2일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할 예정이다. 제작사 청어람에 따르면 ‘괴물’은 8월31일 전국 280개 스크린에서 3만5374명(서울 1만20명)을 모은 것까지 합해 총 1223만8450명을 기록했다. 이에따라 2일 오후쯤 ‘왕의 남자’가 보유하고 있는 1230만1289명의 역대 최다 관객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개봉 38일만의 업적으로 ‘왕의 남자’의 112일에 비해 3배 정도 빠른 속도다. 이제 남은 관심은 ‘괴물’의 최종 관객수. 꾸준한 관객 추세로 볼 때 극장들이 추석 전까지 100개 이상 스크린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돼 최소 1300만명은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소재 자체가 흥미롭다. 141년 동안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경호하고 있는 미국 국가안보국 안에 대통령 암살자가 있다! 세계 제1의 권력자 미국 대통령이 어떻게 보호되는지 생생히 보여지는 것만으로도 일단 호기심이 인다. 대통령을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대통령 경호원들의 모습은 '탑건'만큼이나 멋있다. 거기에 첨단기술까지 보여지니 국가안보국의 존재는 세계 평화를 위한 수호집단처럼 느껴지는 착각을 유도한다. '센티널'은 전직 국가안보기관 요원 출신 제럴드 페티비치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았다. 마이클 더글러스는 소설을 읽자마자 영화로 만들 것을 결심하고 제작과 함께 주연 배우로 나섰다. 영화는 백악관을 향해 가장 대중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대통령 암살을 시도하려는 자가 국가안보국 내에 있다는 설정뿐 아니라 주인공 마이클 더글러스가 결코 적지 않은 나이에도 섹시한 매력을 한껏 드러내며 자신이 경호하는 영부인과 사랑에 빠져 있다는 것 역시 센세이셔널하다. 세계 평화를 향한, 아니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노력은 이 영화에서만큼은 그저 '직업적 소개' 정도로 그친다. 이만하면 상업영화로서 구색은 완벽히 갖췄다. 등장인물의 면면도 화려하다. '24'로 올해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키퍼 서덜랜드가 마이클 더글러스의 라이벌로 등장하고, '나인 하프 위크'의 섹시 스타 킴 베이신저는 완숙미를 자랑하며 여전히 사랑을 갈구하는 영부인이 돼 있다. '위기의 주부들'에서 라틴계 가브리엘 솔리스 역을 맡아 주목받고 있는 에바 롱고리아는 결코 숨길 수 없는 (신체적) 매력을 갖고 있는 똑똑하고 젊은 국가안보국 신참 요원으로 등장한다. 이 화려한 조합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철저히 마이클 더글러스의 영화가 됐다. 이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는 결코 다른 배우들의 도드라짐을 용납하지 않는다. 키퍼 서덜랜드는 질투심에 판단도 제대로 못한 실수를 끝까지 만회하지 못하며, 에바 롱고리아는 마치 갓 결혼해 시댁에 온 막내 며느리처럼 겉도는 인상이다. 킴 베이신저는 딱 그만큼의 배역을, 딱 그만큼 소화했다. 사건 자체는 화려했으나 사건의 전개가 맥없이 풀려 영화 초반의 기대감이 점점 더 사그라진다. 미국 국가안보국 피트 게리슨(마이클 더글러스)은 최고 경력의 베테랑 비밀요원. 20여 년 전 총알 세례 속에서 레이건 대통령의 목숨을 구한 후 그는 전설 같은 존재가 됐다. 현재 그는 영부인 세라(킴 베이신저)의 안전 책임을 맞고 있다. 경호뿐 아니라 사랑까지 하는 사이. 어느 날 절친한 동료 찰리 메리웨더가 살해되고 수사과정에서 대통령 암살 계획이 드러난다. 이 사건의 수사 지휘를 맡고 있는 데이비드 베킨릿지(키퍼 서덜랜드)는 피트의 수제자였으나 아내와의 사이를 의심하고 있다. 거짓말 탐지기에서 피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결정적 증거'를 무기로 데이비드는 피트를 대통령 암살범 용의자로 곧바로 판정을 내려버린다. 피트는 도망친 후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려 한다. 데이비드의 신참 파트너 질 마린(에바 롱고리아)은 피트의 결백을 믿는다. 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결과만 놓고 보면 봉준호 감독은 정말 행복한 감독이다. 지금까지 세 편의 장편영화를 만들었는데, 두 편이 비평과 흥행을 모두 잡는 데 성공했고 그 중 한 편은 국내 영화사상 최고 흥행작이 됐으니 말이다. 하지만 제작과정을 들여다보면 세 편 모두 상상 이상의 고민과 어려움, 난관을 극복해야 했다. 게다가 그 힘겨움은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보다 두번째 작품 '살인의 추억' 때가 더 심했고, 그보다 '괴물'이 몇 배 더했다. 최근 연세대에서 열린 봉 감독과 '괴물' 관객과의 대화에서 그가 들려준 세 작품의 제작 비화가 재미있다. 우선 '플란다스의 개'. 국내 최대 제작사 싸이더스FNH의 전신인 우노필름 시절, 이 회사에서 3~4년 간 연출부 생활을 하던 봉 감독은 드디어 대망의 감독 데뷔 기회를 잡았다. 차승재 대표가 기회를 준 것. 그런데 그가 차 대표에게 들고 간 이야기는 차 대표를 황당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대학 강사 자리를 노리는 한 남자가 옆집에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에 스트레스를 받아 개를 납치해 어떻게 해보려 한다는 이야기. 거기에 여상을 졸업하고 아파트 동사무소에서 일하는 한 엉뚱한 여성이 여주인이다. 봉 감독은 "정우성 씨가 나오는 '모텔 선인장'이라는 영화의 조감독을 했던 우노필름에서 자연스럽게 감독 데뷔를 준비하게 됐는데, 차 대표에게 데뷔작 아이디어를 설명하니 너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더라"며 웃었다. "차 대표는 간단한 제 이야기를 들고는 약 5분 정도 마주앉은 상대를 무시하는 듯 아무 말도 안 하고 다른 일을 했어요. 전화도 받고 서류도 뒤적이고…(웃음). 반응이 차갑긴 했지만 계속 얘기를 해나갔는데 왠지 얘기를 하면 할수록 점점 더 내 자신이 초라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차 대표는 결국 '아, 알았어, 알았어'라며 내 말을 끊었고 '진행비 줄 테니 시나리오나 일단 써봐'라고 하더군요(웃음)." 그는 "친한 선배에게도 영화 스토리를 들려줬더니 '회사에서 그걸 영화로 만든대?'라고 반문했고, 또 어떤 선배는 술을 사주며 '왜 그런 이야기로 데뷔하려 하느냐'고도 했다"며 웃었다. "그런데 제가 청개구리 기질이 있어서인지 그런 얘기를 들을수록 오기가 생겨 더 독하게 하려고 했어요. 대체적으로 너무 자질구레한 이야기라는 평이었는데, 반발심에 오히려 더 자질구레한 에피소드를 추가해나갔습니다. 사소한 일상적인 얘기로도 강렬한 장편영화를 찍을 수 있음을 보여주겠다고 생각했죠. 당시만 해도 제가 만든 세 편의 단편영화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일종의 압박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개봉을 하니 말 그대로 대 실패를 했죠(웃음)." '플란다스의 개'가 실패한 후 '살인의 추억'을 준비했으니 이 영화의 준비 과정이 행복했을 리 없다. "'살인의 추억' 때도 주변에서 말들이 많았습니다. 결정적으로 '범인이 안 잡히는데 도대체 그 스토리를 어떻게 할 것이냐', '관객의 환불 소동이 일어나지 않겠느냐'며 손사래를 쳤습니다. 어떤 여성 제작자는 '실제 화성연쇄살인사건은 미제 사건이지만 영화에서는 형사들이 통쾌하게 범인을 잡는 것으로 하면 어떻겠느냐'고도 하더군요." 더욱 놀라운 일도 있었다. 불후의 명작으로 평가받는 '살인의 추억'을 영화로 직접 보고 나서도 투자를 철회하는 투자자가 생긴 것. "준비단계는 그렇다 치더라도 심지어는 영화의 최종 편집본을 보고도 투자했던 돈을 회수해갔던 투자자도 있었어요. 그것은 너무나 충격적이었습니다. 다행히 철회해간 돈이 적긴 했지만 당시에는 돈의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으로 대단한 압박이었습니다. 영화를 보고나서도 '이 영화는 안된다'고 생각한 것이니까요. 개봉을 앞둔 상태에서 영화 프린트에 삽입한 그 투자자의 이름을 지우는 작업을 하면서 암울한 기운이 밀려왔습니다. 개봉 직전 미리 사형선고를 받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그러나 '살인의 추억'은 보란 듯이 성공했다. 누가 봐도 봉 감독이 그 다음 작품은 기분 좋게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소재가 괴물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그것도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봉 감독은 "일단 '괴물'은 스토리를 말할 필요도 없었다. 괴물 이야기를 한다니까 사람들이 얘기를 듣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심한 말도 들었어요. ''살인의 추억' 한 편 잘되니 무서운 줄도 모르고 이상한 영화를 하려고 한다', '어쩌자고 이무기 영화를 찍으려 하느냐', '어떻게 한강에서 괴물이 나오느냐. 너 요즘 힘들구나' 등 불화살들이 마구 날아왔어요. 친구들도 5초 정도 얘기를 들으면 바로 진지하게 '하지 마라'고 했습니다." 봉 감독은 "분명한 것은 '살인의 추억'이 잘돼 이 영화를 준비한 것이 아니었다"고 못박았다. "'살인의 추억'의 촬영도 들어가기 전에 청어람 최용배 대표와 '괴물' 이야기를 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래서 많이 억울했죠. 괴물 장르 자체에 대한 편견이 너무 많아서 정말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 같은 외부의 비난과 우려, 지적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사실 그런 식의 반응이 오히려 저를 자극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심정적으로뿐 아니라 논리적으로도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런 편견과 우려를 어떻게 하면 깰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죠. 제가 피해가야 할 것들, 범하지 말아야 할 오류들을 미리 생각해보게 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고맙죠." 봉 감독, 과연 다음 작품은 축복 속에서 만들 수 있을까. /연합뉴스
영화 '괴물'이 관람객 1천200만명을 넘어 영화흥행의 신기록을 세우고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현재 영화산업의 수익배분구조상 문제점과 불투명성이 결국 영화산업의 '돈줄'을 약화시켜 영화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비판적 지적이 증권가에서 나왔다. 3일 삼성증권이 발간한 '애셋저널' 9월호에 실린 '영화투자, 그들만의 리그' 컬럼에서 이 회사 투자정보팀 이석진 수석연구원은 '대박'에 도취된 영화산업의 문제점을 투자자적 관점에서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우선 한국영화가 수익률 측면에서 진정한 '대박'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해 한국영화산업의 수출이 6천700만달러로 9년 연속 늘어났지만 이중 74%가 '욘사마' 배용준씨 등이 인기를 얻고 있는 일본에 편중돼있을 뿐 아니라 국내 매출만으로 따져보면 496억원의 적자를 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재무적 투자자는 돈을 넣고도 수익배분에서 후순위로 밀릴 뿐 아니라 영화산업의 병폐중 하나인 불투명한 회계 등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있어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로 꼽혔다. 이 연구원은 "'왕의 남자'에 투자했던 MVP창투는 500%의 수익률을 올렸지만 투자액은 제작비의 10%에도 못미치는 5억원에 불과했다"며 "이는 창투사가 제작과정이나 제작사의 경영에 관여하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헐리우드에는 지난 2년간 월가가 메이저 영화사에 공급한 자금이 40억달러에 달하는 데 비해 영화투자의 원조인 일신창투는 투자의 실익이 작다며 올해 영화투자비중을 20% 이하로 줄인 점이 이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온갖 자산을 대상으로 새로운 펀드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대박'이라는 영화 대상 펀드는 단 2개에 그나마도 설정액이 각각 257억원, 60억원씩에 불과하며 설정 1년이 다되가는 데도 수익률은 고작 1∼2%대로 은행 예금이자에도 못미치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제작사와 개별영화 자금을 분리해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특수목적회사제, 정해진 기간내 영화의 완성과 배급을 확약하는 완성보증제 등 투자구조의 개선책 도입이 시급하다"며 "우회상장과 '뒷돈'에 혈안이 된 제작사와 과다한 권리보장을 고수하는 판권소유 투자자가 버티는 한 영화 투자문화 확립은 공허한 메아리"라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봉준호 감독의 '괴물'(제작사 청어람)이 개봉 38일 만인 2일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으로 올라섰다. '괴물'의 투자ㆍ배급사 쇼박스㈜미디어플렉스는 "'괴물'이 2일 오후 2시께 '왕의 남자'가 기록한 관객 1천230만 명을 돌파해 최고 흥행작이 됐다"고 밝혔다. '왕의 남자'는 4월 상영 112일 만에 관객 1천230만755명을 모으며 막을 내렸다. '괴물'은 그 기록을 무려 70여 일 앞당겼으며 불과 5개월 만에 한국영화 흥행사를 다시 썼다. '괴물'은 2일 전국 10만5천414명(서울 2만8천383명)을 보태, 누계 1천237만8천366명(서울 338만820명 포함)을 기록했다. '괴물'은 최고 흥행작으로 올라선 현재도 서울 60개를 포함, 전국 280개 스크린에서 상영 중이라 그 최종 기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영화 역대 흥행 1위에 올라설 것이 확실시 되는 영화 `괴물'은 배급사의 발표 수익만 따질 때 연인원 1천180여명의 취업유발 효과와 쏘나타 2천900여대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를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또 제작비를 포함해 총수입을 기준으로 산정하면 취업유발 인원은 2천280만명에 달하고 쏘나타 5천600대의 부가가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2일 한국은행의 2000년 기준 산업연관표에 의하면 영화산업의 생산유발계수는 1.928이며 부가가치유발계수는 0.849, 취업유발 계수는 산출액 10억원당 30.0명이다. 이를 토대로 총 관객수가 1천300만명에 달한다는 것을 전제로 `괴물'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여러가지 시나리오별로 따져보면 다음과 같다. ◇ 배급사 발표수익 기준 = 배급사인 쇼박스㈜가 발표한 현재까지의 흥행 수익은 469억원이다. 극장 입장수입 364억원, 해외수출 70억원, DVD 등 부가판권수입 35억원 등이다. 제작 및 배급사의 수익은 제외했다. 469억원에 영화산업의 생산유발계수를 곱하면 생산유발액은 904억원이 되며 부가가치 유발액은 398억원, 취업유발 인원은 1천176명에 이른다. 이를 NF 쏘나타 가격(2006년 8월 기본형 A/T 기준)을 적용해 자동차 1대 생산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비교하면 생산 유발액은 쏘나타 1천908대, 부가가치는 2천893대, 취업 유발인원은 4천309대와 맞먹는다. ◇ 총수입 기준 = 입장료 7천원을 1천300만 관객수에 일괄적으로 적용하면 총수입은 910억원이다. 이에 따른 생산유발액은 1천755억원, 부가가치 유발액은 772억원, 취업 유발인원은 2천282명이다. 쏘나타와 경제적 파급효과를 비교하면 생산 유발액은 쏘나타 3천701대, 부가가치는 5천613대, 취업 유발인원은 8천361대에 이른다. ◇ 제작비 제외 기준 = 총수입에 제작비 155억원을 제외하면 흥행수입은 755억원이다. 이에 따른 생산 유발액은 1천456억원, 부가가치 유발액은 641억원, 취업 유발인원은 1천893명 등이다. 쏘나타와 비교한 생산 유발효과는 3천71대, 부가가치는 4천657대, 취업 유발인원은 6천937대 등이다. /연합뉴스
제63회 베니스 국제영화제가 30일 오후 7시(이하 현지시각) 이탈리아 베니스 리도 섬에서 개막했다. 개막작인 브라이언 드 팔마의 신작 '블랙 달리아'의 상영을 시작으로 9월10일까지 진행되는 올해 베니스 영화제에는 총 21편의 작품이 황금사자상을 놓고 경합을 벌인다. 그러나 한국영화는 아쉽게도 경쟁 부문 진출에 실패했다. 류승완 감독의 '짝패'가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잇 섹션'에 초청된 것이 유일하다. 지난해 '친절한 금자씨'로 경쟁부문에 진출했던 박찬욱 감독은 올해 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위촉돼 이날 개막식 행사에 참석했다. 올해 베니스 영화제는 사상 최초로 경쟁작 21편 모두가 영화제를 통해 월드 프리미어로 선보이게 된다. 또한 지난해에 이어 흥행을 향한 영화제의 '노력'이 할리우드의 신작들과 궁합을 맞췄다. 스칼렛 요한슨과 조시 하트넷이 주연한 '블랙 달리아(The Black Dahlia)'를 비롯, 애드리언 브로디ㆍ 벤 애플렉이 주연한 앨런 쿨터 감독의 '할리우드랜드(Hollywoodland)', 클리브 오언ㆍ줄리안 무어ㆍ마이클 케인이 주연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칠드런 오브 멘(Children of Men)', 샤론 스톤ㆍ앤서니 홉킨스ㆍ데미 무어 등이 주연한 에밀리오 에스테베즈 감독의 '바비(Bobby)' 등 일단 화려한 할리우드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이와 함께 일본 사토시 곤 감독의 애니메이션 '파프리카(Paprika)', 네덜란드 출신의 폴 버호벤 감독의 '블랙 북(Zwartboek)', 대만 차이밍량 감독의 '혼자 잠들고 싶지 않아(I don’t want to sleep alone)', 태국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신드롬과 한 세기(Syndromes and A Century)', 스티븐 프리어즈 감독의 '퀸' 등 아시아와 유럽 영화들의 면면도 쟁쟁하다. 비경쟁부문에는 케네스 브레너 감독의 '마술피리(The Magic Flute)',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인랜드 엠파이어(Inland Empire)'를 비롯, 줄리엣 비노시와 닉 놀테가 주연한 산티아고 아미고레나 감독의 '9월의 며칠간(Quelque jours en Septembre)', 올리버 스톤 감독의 '월드 트레이드 센터' 등이 선보인다. 이밖에 러시아와 이탈리아 영화 특별전, 브라질의 거장 호아퀸 페드로 드 안드레의 회고전 등이 펼쳐진다. /연합뉴스
'짝패'의 류승완 감독과 정두홍 무술감독이 이탈리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차례로 스크린쿼터 원상회복 1인시위를 펼친다. '문화침략 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대책위'는 31일 "제63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9월1일부터 4일까지 스크린쿼터 원상회복을 위한 1인시위 및 내외신기자 간담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1인시위에는 류승완 감독과 정두홍 감독 외에 영화평론가협회 양윤모 회장 등도 참여할 예정이다. '짝패'는 베니스 영화제 비경쟁부문인 '미드나잇 섹션'에 초청됐다. /연합뉴스
더위가 9월 초까지 이어진다지만 아침 저녁 공기는 이미 달라진 느낌이다. 여름 내내 공포물과 코미디,가족극으로 가벼워졌던 영화계는 가을로 접어들면서 서서히 내려앉는 모습이다. 현실에 기반한 영화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개봉을 앞둔 ‘호텔 르완다’(9월7일) ‘플라이트93’(9월8일) ‘세계무역센터’(10월20일)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한국영화 중에도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을 재현할 ‘가을로’(10월19일 예정)와 1986년 건국대 사태를 비롯한 1980년대 사회를 그려낼 황석영 원작의 ‘오래된 정원’(10월중)이 곧 공개된다. 이 작품들을 보면 외화들은 실제 사건을 영화적으로 재조명하는 데 주력한 반면 한국 영화는 실화를 모티프로 한 멜로물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각기 목적은 달라도 잠시나마 현실을 돌아보게 해줄 이 작품들을 먼저 들여다본다. ◇호텔 르완다=1994년 르완다에서는 내전이 일어나 무려 10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여기까지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내전의 원인이 무엇인지, 참혹함이 어느 정도였는지, 세계 정세는 어땠는지 알기는 어렵다. ‘호텔 르완다’는 이 참상을 구체적으로 전달하되 설명적이지는 않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또 남의 아픔에 몇 분의 관심도 돌리지 못하는 우리 모두에 대한 뼈아픈 일침이 들어있다. 영화는 르완다의 다수민족인 후투족이 소수의 투치족을 무차별 학살하는 상황에서 자신이 근무하는 호텔에서 1268명의 투치족을 100일간 지켜낸 인물 폴 루세사바기나의 실화를 그린다. 처음에는 가족밖에 모르던 그가 차츰 모든 생명의 귀중함을 깨닫고 온몸으로 위험을 막아내는 모습은 뭉클함을 준다. ◇플라이트93·세계무역센터=‘본 슈프리머시’의 폴 그린그래스 감독이 만든 ‘플라이트93’과 올리버 스톤 감독의 ‘세계무역센터’는 둘 다 9·11테러를 소재로 삼았다. 전 세계를 경악케 한 이 사건은 영화화되지 않는 것이 이상할 만큼 힘있는 소재지만 아직 정치적으로 민감한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두 감독 모두 테러의 원인은 건드리지 않고 이로 인해 무고하게 목숨을 잃은 서민들에게만 카메라를 들이댔다. 먼저 공개된 ‘플라이트93’은 당시 납치된 네 비행기 중 유일하게 목표물 충돌에 실패한 UA93편 안의 상황을 당시 탑승자들이 가족과 나눈 기내 통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죽음 앞에서 마지막 용기를 내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은 감동을 주지만 아랍인 테러범들간의 대화는 자막조차 달지 않는 등 미국 관객만을 고려한 측면은 거슬리다. ◇가을로·오래된 정원=‘가을로’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으로 애인 민주(김지수)를 잃은 남자 현우(유지태)의 이야기다. 미니어처와 CG 등으로 재현된 백화점 붕괴와 폐허 장면은 전체 영화의 20% 정도를 차지한다고. 그러나 주인공은 허구의 인물이며 줄거리도 민주를 잊으러 떠나는 현우의 여행이 중심이다. ‘오래된 정원’은 지진희와 염정아가 연기할 두 주인공이 원작보다 밝아진 느낌은 있지만 비교적 소설을 충실히 살린 작품이다. 이를 위해 건국대 사태를 재현해 찍었고 3∼4분 분량으로 포함될 예정이다.
요즘 영화들은 극적 재미를 위해 갈수록 독특한 소재와 치밀한 반전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잘 만든 상품같은 영화들이 가질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우리 삶을 한 토막 뚝 잘라 보여주는 듯한 생생함이다. 그 퍼덕퍼덕한 삶의 단면이 치명적 결말로 치달을 때 관객에게 전달되는 무겁고도 진한 감동. 그것은 영화를 통해서만 얻어지는 것이지만 최근 영화들은 이 매력을 거의 잊은 듯하다. 2003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과 황금사자상을 동시에 수상해 화제를 모았던 안드레이 즈비야진체브 감독의 ‘리턴’(The Return)이 9월 1일 개봉한다. 러시아 영화지만 어려우리라는 편견은 필요 없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 어느 시대,어느 나라 관객이 보아도 공감할 소재를 다뤘다는 것 때문이다. 그럼에도 영화는 비슷한 소재의 어떤 작품에도 묻히지 않을 만큼 인상 깊은 결말을 선사한다. ‘리턴’의 소재는 한 마디로 ‘아버지의 부재(不在)’다. 할머니,어머니와 함께 평범하게 살던 두 소년 안드레이(가린 블라디미르)와 이반(보드론라보브 이반)은 12년간 집을 떠나 있던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오자 혼란을 느낀다. 그동안 뭘 했는지,어디 있었는지 도통 알 수 없는 아버지는 난데없이 두 아들을 차에 태우고 낚시 여행을 떠난다. 소년들은 설레는 한편 사뭇 불편하다. 안드레이는 아버지에게 잘보이려 쩔쩔매면서도 서서히 유대감을 찾아가지만 사진으로만 아버지를 기억해왔을 뿐인 이반은 아버지가 진짜인지 의심스러워하며 계속 반항적으로 행동한다. 영화의 흡인력은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것인지 짐작할 수 없게 하는 흐름이다. 아버지와 두 아들의 팽팽한 긴장감이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하지만 그 여정이 화해를 위한 것인지 또다른 결말을 위한 것인지 영화는 전혀 힌트를 주지 않는다. 다만 영화 도입부에 12년만에 돌아온 아버지를 두 소년이 처음 보는 장면,침대에 누운 아버지를 발밑에서 찍은 신은 르네상스 시대 화가 만테냐의 ‘죽은 그리스도’의 이미지를 빌리고 있다. 이는 클라이맥스에 대한 복선의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