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ㆍ日 합작 '관우' 만화영화 둘러싸고 논란

붉은 봉황의 눈에 누에같은 눈썹, 대춧빛 얼굴에 드리운 두자나 되는 수염..삼국지(三國志)가 전하는 촉(蜀)의 명장 관우(關羽)의 모습이다.

최근 중국에선 일본 기업과 공동 제작중인 만화영화 `관공(關公)'에서 관우의 이미지가 왜곡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적잖은 논란이 일고 있다.

삼국지 등 중국의 역사문화자원을 자꾸 일본에 빼앗기고 있다는 박탈감에서 비롯된 이 논쟁은 일본측이 과거 만화영화 `서유기'에서 현장법사를 여성으로 탈바꿈시킨 전례를 상기시키며 사학계와 학술계까지 확산되고 있다.

지린(吉林)성 예술학원은 `명탐정 코난' 등의 유명 작품을 제작한 일본 애니메이션회사 쇼가쿠칸(小學館)과 공동으로 5천만∼7천만위안을 투입, 180분짜리 상하편 애니메이션 `관공'을 제작중이라고 홍콩 언론이 20일 전했다.

유비, 관우, 장비의 도원결의 고사 외에도 관우의 성장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애니메이션에선 일본측 만화가가 관우의 캐릭터 제작를 전담하게 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중국 애니메이션팬들은 관우의 당당한 대장부 이미지가 다소 희화화되면서 다른 일본 만화영화처럼 `귀엽게' 변하지 않겠느냐는 걱정을 하고 있다.

일본 업체가 애니메이션 `서유기'를 만들면서 현장법사의 이미지를 여성화해 많은 중국인들의 불만을 샀던 터라 일본의 참여로 제작한 `관우'의 이미지도 `일본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중국에서 끝까지 유비를 위해 충성을 다한 신의의 인물이자 수많은 적장을 벤 무성(武聖)으로 숭상되는 관우는 지금도 곳곳에 관제묘(關帝廟)가 세워져 있을 정도로 신격화돼 있다.

문예평론가 리밍취안(李明泉)은 "이런 애니메이션은 만들지 않는게 제일 좋다"며 "중국의 우상인 관우의 만화영화 캐릭터가 중국인의 마음에 자리잡고 있는 관우의 형상과 크게 다르거나 흉악한으로 그려질 경우 그 다음의 결과는 상상하기도 싫다"고 말했다.

중국은 앞서 일본 엔터테인먼트업계가 삼국지, 서유기, 수호전 등 중국 고전을 토대로 만든 게임, 애니메이션에 대해 중국에서 계속 상표권 등록을 추진하자 `중국문화 침탈'이라며 크게 반발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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