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13구역…옹박·짝패를 이은 리얼액션

파리 근교 리세. 세상 모든 것이 재미 없어진 10대 소년들이 학교건물 지붕 사이를 점프하고 배관을 타고 뛰어다니며 놀았다. 그것이 유래가 돼 `파쿠르'라는 익스트림 거리스포츠가 생겨났고 액션영화의 전면에 배치됐다. 영화 `13구역(District 13)'이다. 익스트림 거리스포츠 `파쿠르'의 창시자 데이빗 벨이 레이토역을 맡아 액션의 진수를 보인다. 차고 때리는 액션만이 아니라 건물에서 뛰어내리고 공중잡이를 하고 좁은 복도벽을 타고 쉴새없이 달린다. 와이어 액션도 스턴드맨 대역도 컴퓨터 그래픽도 아니다. 오로지 알몸 뿐이다. 그런데도 배우들의 동작을 따라가는 관객들이 숨가빠 보일 정도다. 카메라 워킹도 `파쿠르'만큼이나 재치있고 현란하다. `파쿠르의' `파쿠르에 의한' `파쿠르를 위한' 영화로 불릴만 하다. 2012년, 프랑스 정부도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위험 지역인 13구역. 그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타하 일당은 자신의 마약을 중간에서 가로챈 레이토(데이빗 벨)를 잡으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타하가 거래하던 엄청난 양의 마약을 훔쳐 달아난 레이토를 생포하기 위해 타하 일당은 레이토의 여동생인 로라를 납치하지만, 이를 눈치챈 레이토는 본거지에 먼저 잠입해 타하를 인질로 잡고 동생 로라를 구출, 구사일생으로 탈출한다. 그러나 오히려 경찰서장은 그를 감옥에 가둔다. 6개월 후, 핵 미사일을 호송 중이던 군용 트럭이 13구역 근처에서 탈취당하고 특수요원 다비드(시빌 라파엘리)는 자신의 작전을 도울 인물로 레이토를 지목하고 함께 13구역으로 들어간다. 영화는 레이토와 다미엔의 활약을 그린 버디무비(Buddy Movie) 형식이다.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는 이들이 보여주는 화려하고 세련된 액션. 뻔한 이야기 구조라는 단점도 있지만 마지막 여름을 시원한 액션으로 날려버리기엔 제격이다.

10시간30분짜리 영화 최초로 상영

국내 극장 사상 가장 긴 10시간30분짜리 영화가 처음으로 소개된다. 9월8~17일 스폰지하우스종로, 서울아트시네마 등에서 열리는 제7회 서울영화제는 상영시간이 10시간30분에 이르는 필리핀 라브 디아즈 감독의 '필리핀 가족의 진화'를 상영한다. 영화제 측은 23일 "상영시간이 너무 길어 일반 극장에서는 만날 수 없는 '필리핀 가족의 진화'를 9월11일 하루 동안 관객의 휴식시간을 고려해 4회에 나눠 상영하는 특변 이벤트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아시아 영화 평론가가 추천한 '최고의 아시아 영화' 섹션에서 소개될 '필리핀 가족의 진화'는 15년간 지속된 필리핀의 정치적 혼란 속에서 한 가족의 삶을 8년 동안 촬영한 작품. 다큐멘터리성 내용이지만 장르는 극영화에 속한다. 이 작품은 영화평론가 정성일 씨가 추천했다. 태국 평론가 안첼리 차이뤄라퐁 씨는 독일ㆍ프랑스ㆍ네덜란드ㆍ이스라엘이 공동제작한 하니 아부 아사드 감독의 '천국을 향하여'를 추천했다. 이 작품은 2006년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과 2005년 베를린영화제 최우수 유럽영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필리핀 평론가 알렉시스 티오세코 씨는 대만ㆍ중국ㆍ프랑스가 공동제작한 차이밍량 감독의 '흔들리는 구름'을 소개한다. 2005년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했다. 싱가포르영화제 집행위원장이자 평론가인 필립 체 씨는 존 토레스 감독의 '토도 토도 테로스'(필리핀)와 조슬린 라브 감독의 '두니아'(레바논)을 추천했다. 또 정성일 씨는 '필리핀 가족의 진화' 외에 스와 노부히로 감독의 '퍼펙트 커플'(일본 ㆍ프랑스)을 소개한다. /연합뉴스

김기덕 감독 "내 영화는 모두 쓰레기"

김기덕 감독이 지금까지의 자신의 영화 작업에 대해 스스로 혹평을 하며 한국 영화계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김 감독은 21일 오전 연합뉴스에 보낸 '김기덕의 사죄문'이라는 제목의 e-메일을 통해 '괴물'과 관련, 최근 자신이 했던 말들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했다. 그런데 이 e-메일의 뒷 부분에는 그가 자신의 영화세계에 대해 심하게 자학하는 내용이 붙어 있었다. 이 대목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감정적이어서 김 감독이 나중에라도 후회할지 모른다고 판단해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날 오후 다시 e-메일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다 전해줄 것을 재차 요청했다. 이에 그가 격정을 담아 토해낸 의견을 공개한다. 김 감독은 "이번 관객들의 질타를 계기로 차분히 제 영화와 영화작업을 돌아보니 참으로 한심하고 이기적인 영화를 만들었고, 한국사회의 어둡고 추악한 모습을 과장하여 관객에게 강요하고 관객들로 하여금 불쾌감을 갖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모두 행복하고 밝게 살고 싶어 하는 관객들에게 저예산 영화의 가난함을 핑계로 관람을 강요하고 자위적이고 자학적인 저 개인의 영화를 예술영화라는 탈을 씌워 숭고한 한국의 예술영화들과 영화작가들을 모독한 점도 깊이 사죄합니다. " 그는 "제 영화 '나쁜 남자'가 베를린영화제 본선에 올랐을 때 영화를 보고 나온 교포 분이 '한국 영화라는 게 너무 부끄럽다'고 하던 일이 새삼 생각난다"면서 "언젠가 배우 안성기님에게 제 영화 '사마리아'의 아버지 역을 부탁했는데 '어떻게 아버지가 딸을 죽이느냐'며 거절한 적이 있다. 그때는 섭섭했지만 지금 생각하니 제가 영화를 구성하는 사고방식에 심각한 의식장애가 있음을 알았다"고 고백했다. "모두 감추고 싶어하는 치부를 과장해 드러내는 저 자신의 영화가 너무 한심하고, 사람들에게 불안한 미래와 사회에 불신을 조장한 것이 너무도 죄스럽고, 맛있게 먹은 음식이지만 똥이 되어 나올 때 그 똥을 피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미처 이해하지 못하고 영화를 만들어 온 지난 시간이 너무 부끄럽고 후회스럽습니다. " 김 감독은 "이번 사태를 통해 가까운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도 제 자신이 한국에서 살아가기 힘든 심각한 의식장애자임을 알았다"면서 "저야말로 한국사회에서 기형적으로 돌출해 열등감을 먹고 자란 괴물임을 알았다"고 스스로를 폄훼했다. 발언의 수위를 점점 높여나간 그는 급기야 자신의 작품들을 모두 '쓰레기'라 칭한 후 신작 '시간' 역시 개봉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악어','야생동물보호구역', '파란대문', '섬', '실제상황', '수취인불명', '나쁜 남자', '해안선',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사마리아', '빈집', '활', '시간'…. 어느 관객의 말처럼 모두 쓰레기입니다. 이번 24일 개봉하는 13번째 영화 '시간'은 지금이라도 수입사가 계약을 해지해 준다면 개봉을 멈추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김 감독은 "늦었지만 이제라도 한국 관객의 진심을 깨닫고 조용히 한국 영화계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며 발언을 끝맺음했다. 한편 이에 앞서 김 감독은 '괴물' 관계자에 대한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 18일 MBC TV '100분 토론'에 나와 영화 '괴물'의 스크린 '싹쓸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토로한 지 3일 만의 입장 변화다. 이 방송 출연 직후 인터넷에서는 그의 발언이 뜨거운 감자가 됐고, 김 감독은 발언의 진위 여부를 떠나 누리꾼들의 뭇매를 맞았다. 그는 "'시간' 시사회 기자회견에서 '한국 영화의 수준과 한국 관객의 수준이 최고점에서 만났다. 이는 긍정적이기도 하고 부정적이기도 하다'는 말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고, 이 말에 대한 네티즌의 악성댓글에 대해 '이해 수준을 드러낸 열등감'이라고 말한 것 또한 죄송하다"면서 "또한 '괴물' 관련 '100분 토론'에 출연해 과장된 이중적 언어로 시청자를 조롱한 행위도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괴물'을 아끼시는 관객에게 깊이 사죄하며 '괴물'을 제작한 최용배 대표님과 제작진들, 특히 봉준호 감독님에겐 정말 영화계 선배로서 자격을 갖추지 못한 발언을 한 것에 진심으로 용서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또한 "한국에서 더 이상 영화를 개봉하지 않겠다"는 최근 발언에 대해서도 "오만한 행동이었다"며 깊이 사과했다. 그는 7일 열린 '시간'의 시사회 때 "오늘이 내 제삿날 같은 느낌", "더 이상 국내 영화제에 출품하지 않겠다", "'시간'이 어쩌면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내 영화" 라는 등의 발언을 통해 국내 예술영화 감독으로서의 비애를 다소 거칠게 토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반성과 사과의 뜻을 정중하게 밝혔다. "제 말 뜻의 진심이야 어떻든,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생각이 중요한 한국 사회에서 저 자신은 많은 반성과 어리석음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또한 몇 번의 해외 수상과 개봉 성과를 가지고 마치 한국 관객을 가르치려는 오만한 태도를 가지고 '한국에서 더 이상 영화를 개봉하지 않겠다'라는, 안 해도 될 말을 선언적으로 한 것도 뒤늦게 후회하며 '저예산 영화가 개봉하기에는 현재 시장이 어렵다'는 말을 과격하게 발언한 점도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소수나마 제 영화를 봐오셨던 분들께도 크나큰 실망감을 드린 점 죄송합니다. " 김 감독은 이날 쏟아낸 발언 이후 어떤 행보를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분명한 것은 그의 행보를 안타깝게 지켜볼 관객이 존재한다는 사실. 한국이 배출한 세계적인 감독의 격정 토로를 영화계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새로운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영화> 여전히 황당한 '무서운 영화4'

제목과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의 패러디 코믹영화 시리즈인 '무서운 영화'의 네번째 편이 선보인다. 이번에는 '우주전쟁' '그루지' '빌리지' '쏘우' '쏘우 2' '밀리언 달러 베이비' 등이 '희생양'이 됐다. 3편에 이어 데이비드 주커 감독과 안나 패리스 등의 출연진이 다시 호흡을 맞췄다. 또 농구 스타 샤킬 오닐 등 유명 인사들이 줄줄이 카메오로 출연하며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도 패러디의 대상이 됐다. 코미디 영화가 대부분 그렇긴 하지만 제작진 스스로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즐겨라"를 강조하는 이 영화는 줄거리를 따져서도 안된다. 그저 장면장면 유명 영화들이 어떻게 망가지나를 알아차리며 웃으면 된다. 여전히 황당하고 얄팍하다. 그러나 헛웃음일지라도 순간 웃음이 터져나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이 영화는 4월 미국 부활절 시즌에 개봉해, 부활절 주말 최고기록을 수립하며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제작진은 이에 고무돼 앞으로 매년 부활절 주말에 '무서운 영화' 시리즈를 한 편씩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1편의 성공에 따라 제작한 2편이 실패하면서 시리즈가 생명력을 다한 것이 아닌가 했지만, 감독과 작가를 교체한 3편이 다시 성공하며 '무서운 영화' 시리즈는 장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미국 개봉 당시 평단은 혹평을 쏟아냈지만 관객은 웃음으로 그에 반기를 들었다. 2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새영화> 여자가 되고픈 뚱보 '천하장사…'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감독 이해영ㆍ이해준, 공동제작 싸이더스FNHㆍ반짝반짝)는 비상업적인 소재 중 하나인 성적(性的) 소수자의 이이기를 상업 코드로 풀어낸 영화다. 한국 상업영화에서 여자가 되고 싶어하는 남학생을 소재가 한 영화가 있었다는 얘기를 들은 바 없는 것을 보면 소재의 파격이고, 굴지의 제작사 싸이더스FNH가 참여한 것도 눈에 띄는 일. 영화는 현실에 존재하지만 낯설고 이물감으로 다가오는 트렌스젠더를 여자로 살고 싶은 뚱보 남학생을 통해 인간적인 시선으로 따뜻하게 바라본다. 고등학교 1학년생인 오동구(류덕환)는 몸무게 83㎏, 발 사이즈 280㎜, 머리 둘레 62㎝ 등의 신체조건을 가진 뚱보. 그렇지만 그는 육중한 몸매와는 달리 자신이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고, 장래희망 역시 수술을 받아 '진짜' 여자가 되는 것이다. 그것도 어릴 적 TV에서 보고 반해버린 할리우드 스타 마돈나처럼 완벽한 여성으로 변신해 짝사랑하는 일어선생님(초난강) 앞에 당당하게 서고 싶어 한다. 여자가 되려면 수술비가 필요하고 가진 거라곤 엄청나게 센 힘 하나밖에 없는 동구는 막노동을 통해 차곡차곡 돈을 모은다. 그런데 아직도 500만원이 부족하다. 그런 와중에 알게 된 사실은 씨름대회에서 우승하면 장학금으로 5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 그는 남학생들과 웃통을 벗고 맨살을 부대껴야 하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여자가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씨름부행을 결심한다. '천하장사 마돈나'는 여자가 되기 위해 가장 남성적인 스포츠 중 하나인 씨름에 도전하는 뚱보 남학생의 이야기다. 대척점을 이루는 이들 소재의 결합은 영화 속 웃음을 만들어 내는 요소. 동구는 선배들 앞에서 옷을 벗는 것조차 부끄러워하고 젖꼭지를 가리기 위해 항상 일회용 밴드를 사용한다. 샅바도 여성스럽게 빨간색을 좋아할 정도. 그렇지만 힘만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괴력의 사나이다. 덩치 트리오로 불리는 선배들을 한방에 모래판으로 메치는 저력을 발휘한다. 영화 속 동구가 가장 좋아하는 씨름 기술은 뒤집기. 씨름 최고의 기술인 뒤집기는 영화 속에서 이중의 의미를 담는다. 동구는 '세상'도 뒤집고, '씨름판'도 뒤집어야 여자가 될 수 있는 것. 영화는 트렌스젠더를 꿈꾸는 소년에게 관대하다. 냉혹한 세상의 시선보다는 가족과 동료들의 이해를 화면에 담았다. 여자가 되고 싶은 자식에게 "네 뜻을 존중한다"고 말하는 어머니나 술주정뱅이지만 립스틱을 바르는 아들을 모른 척해주는 아버지는 동구가 꿈을 품도록 도와주는 존재들. 감독은 이율배반적인 현실이 주는 코믹함에 간간이 "그들(트렌스젠더)을 인간적으로 봐달라"라는 메시지를 녹여냈다. '천하장사 마돈나'는 뭐니뭐니해도 류덕환의 영화다. 뚱보 소년이 되고자 몸무게를 27㎏이나 불렸고 완벽한 댄스 솜씨와 씨름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 4개월간 고군분투했다는 류덕환은 그의 출세작 '웰컴 투 동막골'의 인민군 소년병 '택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각각 덩치 1ㆍ2ㆍ3으로 출연한 문세윤ㆍ김용훈ㆍ윤원석과 동구 친구 종만으로 출연한 박영서, 일어선생님으로 출연한 일본 배우 초난강의 연기로 관객은 러닝타임 117분 동안 시종일관 웃을 수 있다. 동구 아버지 역을 맡은 김윤석의 연기에 대해서는 진부하지만 '김윤석의 재발견'이라는 말을 쓰고 싶을 정도다. 영화 '품행제로' '안녕UFO' '아라한 장풍 대작전' 등의 시나리오를 공동집필한 이해영ㆍ이해준 작가의 감독 데뷔작이다. 3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