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미디어는 디지털 케이블TV의 유료방송 서비스 채널인 CGV초이스를 통해 영화진흥위원회와 '다양성 영화 보기 캠페인'의 업무 협조와 콘텐츠 제공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25일 밝혔다. CGV초이스는 29일부터 다음달 18일까지 영화관 체인 CGV상암과 CGV명동을 통해 진행되고 있는 'CJ인디컬렉션'의 독립영화 8편을 편당 2천원에 VOD(주문형비디오) 서비스로 제공한다. CJ미디어는 "이번 MOU 체결로 CGV초이스는 시청자에게 다양한 영화를 제공함으로써 콘텐츠 선택의 폭을 넓히고 VOD 서비스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인디영화의 새로운 창구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CGV초이스는 7월부터 VOD 서비스에 인디영화관을 운영하며 매달 30편씩 단편영화와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의 독립영화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두가 이준기를 보고 열망할 때 돌아서서 안성기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이 가장 뿌듯합니다.” ‘왕의 남자’로 올해 초 언론에 가장 많이 등장했던 영화감독 이준익(47). 그가 1년도 채 안돼 ‘라디오 스타’(제작 영화사 아침·28일 개봉)로 돌아왔다. 1980년대 인기 정상이었던 한물 간 록스타 최곤(박중훈)와 20년간 그 뒤치닥거리를 해온 매니저 박민수(안성기)를 그린 영화다. 검증된 두 배우를 내세운 이 영화는 위험스런 매력의 이준기로 무장했던 전작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안전한 느낌인 것도 사실. 그러나 예단은 금물이다. 최근 공개된 ‘라디오 스타’는 두 배우를 최근 어떤 영화에서보다 반짝이게 하는,그래서 그들에게 새롭게 빛날 기회를 주지 못한 한국 영화계를 원망하게 되는 힘을 가진 작품이다. 서울 충무로 사무실에서 만난 이 감독은 홍보 일정에 시달리면서도 기분 좋은 표정이었다. “예전에는 빚이 많아서 영화 찍는 내내 빚 독촉 전화에 시달렸는데 지난 번 흥행으로 다 갚는 바람에 이번에는 일체 전화가 안오잖아요. 얼마나 행복하던지. 그래서 영화의 디테일이 살았어요. 예전에 흥행 압박 속에 있을 때는 큰 것만 보였는데 이번에는 마음이 편하니까 작은 것,일상 속의 소소한 것들이 눈에 보이더군요.” 이리 빨리 차기작을 내놓게 된 것도 그 빚과 관련이 있다. “‘왕의 남자’로 빚을 다 갚을 줄은 몰랐기 때문에 촬영 도중 채권자들에게 다음 일거리를 확인시켜주려 ‘라디오 스타’ 계약을 해버렸다”는 것. 이준익 감독은 “이번 영화는 완성된 시나리오에 캐스팅도 거의 다 된 상황에서 합류해 현장에서 구현해준 것 뿐”이라고 말하지만 완성된 작품을 보면 역시 그만의 냄새가 난다. ‘황산벌’에서의 거시기(이문식),‘왕의 남자’에서의 장생(감우성)처럼 ‘라디오 스타’의 최곤과 박민수도 마이너리티인 것. 이 감독은 “사람의 세계관은 쉽게 변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결국 비슷한 얘기가 된다”고 말한다. 이번 작업의 가장 큰 의미로 그는 안성기,박중훈이라는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들과 일한 점을 꼽는다. 특히 안성기에 대해서는 “미국에 로버트 드니로,영국에 로렌스 올리비에,일본에 다카쿠라 켄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안성기가 있는데 그만한 존경을 보내주는 이가 너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사람들에게 책임을 미루고 어리광 피우는 최곤,사고를 수습해주는 박민수라는 영화 속 두 인물 중 이 감독은 어느 편인지를 물었다. 그는 “누구나 두 측면을 다 가졌을 것이고 나도 그렇다”면서 “영화에 ‘별은 혼자 빛나는 게 아니라 다른 별의 빛을 받아 빛난다’는 대사처럼 나도 다른 이들의 무수한 빛을 받으며 살았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마음의 빚은 아직 남은 셈”이라는 기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그는 “마음의 빚은 진 세월만큼의 시간이 있어야 다 갚을 수 있는 것”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올해 초 인터뷰에서 “지금 있는 곳에서 가장 멀리 가는 것이 예술이고 나는 ‘왕의 남자’에서 가장 먼 곳으로 갈 것”이라고 말하곤 했던 이준익 감독. “가장 멀리 오려고 했지만 어찌보면 또 제자리인 것 같기도 하다”는 그는 “이제 또 가장 먼 곳으로 가야지”라고 덧붙인다. 그는 현재 정진영과 ‘매혹’이라는 제목의 멜로 영화를 준비중이다.
역시 명절에는 사람들이 웃고 싶은 모양이다. 추석 연휴를 겨냥, 한 주 앞선 21일 개봉한 '가문의 부활'(감독 정용기, 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이 개봉 첫 주말 전국 100만 명을 훌쩍 넘기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가문의 부활'의 이 같은 분위기는 28일 개봉하는 또다른 코미디인 '잘살아보세'(감독 안진우, 제작 굿플레이어)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실 '가문의 부활'의 초기 흥행은 충분히 예견됐다. '가문의 영광' 시리즈의 3탄인 '가문의 부활'은 1편 '가문의 영광', 2편 '가문의 위기'의 폭발적 흥행에 힘입어 개봉 전 관객의 기대 심리를 한껏 높여놓았다. 그 때문에 시사회 결과 3편이 전작들에 비해 웃음의 강도가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평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일단 보자"는 분위기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마디로 브랜드 파워 덕을 크게 보는 것. 또한 전통적으로 명절에는 즐거워하고 싶어하는 정서 역시 든든한 후원자로 작용, 3편 역시 처음의 기대치에는 못 미치더라도 만만치 않은 흥행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을 반색하며 지켜보는 영화가 있으니 바로 '잘살아보세'다. 추석 영화 대열에 가장 늦게 출사표를 던진 까닭에 홍보와 마케팅에서 바쁜 행보를 거듭한 이 영화는 '가문의 부활'과는 반대로 시사회 결과 "기대하지 않았던 괜찮은 코미디"라는 평가로 탄력을 받고 있다. 김정은과 이범수의 꽉찬 연기력을 바탕으로 한 정겨운 코믹 연기가 여타 코믹영화의 슬랩스틱 코미디와는 차원을 달리한다는 점과 영화 자체가 '뒤끝이 깨끗한 코미디'라는 점이 어우러져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영화로 탄생한 것. 무엇보다 흔한 '조폭 코미디'가 아니라는 점에서 추석 연휴 가족 단위 관객이 부담없이 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영화의 강점이다. 실제로 1970년대 가족계획을 풍자한 '잘살아보세'는 현재 2만여 명의 일반시사회 결과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보고 싶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또한 영화의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가족과 같이 봐도 좋겠더라구요"(김가영), "아버지께서 이 영화 보고 싶어하세요"(송창훈), "어머니께서 보라고 하신 영화"(당나귀) 등의 내용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잘살아보세' 측은 25일 "욕설이나 폭력, 자극적인 소재 없이도 충분히 관객을 웃기고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실미도' '한반도'의 강우석 감독이 500억 원 규모의 영화펀드를 조성 한다. 강우석 감독은 신보창투(대표 공인욱)와 손잡고 자신의 이름을 내건 500억 원 규모의 '강우석 펀드'를 조성한다. 강 감독은 25일 "연간 100편 이상의 영화가 제작되면서도 작은 규모의 좋은 영화들은 관객들을 만날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시장에서 사라져 버리고 있다"고 지적하며 "더욱 많은 양질의 영화가 지속적으로 관객을 만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펀드를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우석 펀드'는 김승범 스튜디오 2.0 대표를 수석심사위원으로, 장윤현 감독 등 5인이 심사위원을 맡을 예정이다. /연합뉴스
영화 '콰이강의 다리'의 음악으로 아카데미상을 받은 영국의 작곡가 맬컴 아널드 경이 84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맬컴 경은 흉부 감염질환에 시달리다가 23일 오후 잉글랜드 노퍽주 노리치 병원에서 사망했다고 영국 언론이 전했다. 맬컴 경은 1958년 아카데미상을 받은 '콰이강의 다리'를 비롯해 `위슬 다운 더 윈드(Whistle Down the Wind)', `홉슨의 선택(Hobson's Choice)' 등 영화음악 132곡을 작곡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맬컴 경은 영화사의 급한 청탁을 받아 '보기의 마치'로 유명한 `콰이강의 다리' 영화음악을 단 10일만에 작곡했다. 20세기 가장 유명한 작곡가 중 한 명인 맬컴 경은 영화음악 외에도 발레음악 7곡, 교향곡 9곡, 오페라 2곡을 작곡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몇 시간 만인 24일 저녁 브래드퍼드의 앨험브라에서는 그가 작곡한 신작 발레음악 '삼총사'가 초연될 예정이었다. 첼리스트 줄리안 로이드 웨버는 "모차르트처럼 생전에 완전한 평가를 받지 못한 천재 음악가"라고 고인을 기리며 "그는 음악 속에서 유머감각을 보였기 때문에 클래식 세계에서 충분히 인정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영국 왕립음악대학을 졸업하고,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 수석 트럼펫 주자를 지낸 그는 우울증, 알코올 중독증, 몇 차례의 자살기도 등으로 순탄치 못한 개인생활을 보냈고, 말년에는 전두엽 치매를 겪었다. 1993년 기사 작위를 받았으며, 유족으로 아들 둘과 딸 하나가 있다. /연합뉴스
'달콤한 인생', '장화홍련' 등으로 유명한 영화감독 김지운씨가 직접 디자인해 제작한 담배가 출시된다. KT&G는 오는 10월12일 개막되는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맞춰 담배 '시즌 시네마버전'을 부산에서 한정 출시한다고 24일 밝혔다. '시즌 시네마버전'은 지난 2002년 출시된 '시즌'의 담뱃갑 디자인을 변화시킨 제품으로 김지운 감독이 제품 디자인에 공동 참가해 '꽃'과 '퀼트', '콘티' 등 3가지 주제의 도안을 완성했으며 각 도안마다 김 감독의 초상과 친필 사인도 담았다. '꽃'(Flower) 도안은 공포영화 '장화홍련'에서 모티브를 얻어 두 여자 주인공이 살던 방의 꽃무늬벽지에서 연상되는 화려한 아름다움을 접목했고 '퀼트'(Quilt) 도안은 '시즌'의 브랜드네임에서 표현하는 사계절의 느낌을 담았다. '콘티'(Conti) 도안은 영화배우 이병헌 주연의 '달콤한 인생'에서 실제 사용한 콘티를 그대로 재현, 영화 분위기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시즌 시네마버전'의 타르와 니코틴 함량은 기존 제품과 같은 개비당 각각 2mg과 0.2mg이고 가격은 갑당 2천500원이다. KT&G 관계자는 "그동안 KT&G는 담뱃갑 디자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 계속적으로 진화된 모습을 고객들에게 제공해왔는데 '시즌 시네마버전' 또한 소비자들의 예술적 감성욕구를 충분히 충족시켜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오다기리 조 주연의 영화 '유레루'가 관객 4만 명을 돌파했다. 8월10일 6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유레루'는 개봉 한 달을 넘기고도 꾸준히 관객 몰이에 성공, 18일 전국 관객 4만 명 고지에 올랐다. 홍보사 프리비젼은 21일 "관객의 요청으로 지방 스크린이 확대됐다. 이달 말까지는 상영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유레루'는 대전 둔산 프리머스와 아트시네마, 전주 프리머스, 광주극장, 부산 국도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서울에서는 CQN명동과 씨네큐브에서 볼 수 있다. '유레루'는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형제가 한 여자의 죽음으로 인해 부딪히는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포착한 작품으로, 일본 배우로는 유일하게 국내에서 티켓 파워가 있는 오다기리 조가 주연을 맡아 관심을 모았다. /연합뉴스
이정재가 이효리의 뒤를 이어 온라인 쇼핑몰 G마켓과 6개월 전속 계약을 맺었다. 이효리를 모델로 세워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본 G마켓으로서는 차기 모델에 선정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고, 고심 끝에 이정재를 낙점했다. G마켓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몰로는 처음 미국 나스닥 상장 등을 기록한 업체로서 모델 선정 때마다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면서 “이정재의 고급스러우면서도 강렬한 분위기와 탁월한 패션 감각을 높이 평가했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이어 “자세한 계약 내용은 밝힐 순 없으나 높은 기대만큼 업계 최고 수준으로 대우했다”고 덧붙였다. 이정재는 지난 3월 대림건설과의 계약 당시에도, 업계 최고 수준으로 건설업계 CF에 첫발을 디뎠다. 이정재의 소속사 팬텀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이번 광고 계약에 대해 “G마켓에 대한 신뢰가 있어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 의뢰가 들어오는 모든 광고를 무턱대고 찍을 수는 없다. 기업과 모델의 이미지가 맞아떨어질 때 서로에게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다. 이번에 G마켓에서 이미지의 고급화를 추구하는 시점에서 이정재를 모델로 택했다고 들었다. 양측 모두 이미지가 업그레이드 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화 ‘태풍’에서 강인한 해군장교 역을 맡아 열연, 지난 3월 촬영감독협회가 주는 ‘황금촬영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는 이정재. 최근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제2회 고양국제어린이영화제’ 교류협력대사로 활동하는 등 영화계 안팎의 행사에 참여하는가 하면 출연 요청을 받은 시나리오들을 면밀히 검토하며 차기작을 고르고 있다. 소속사 관계자는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 계속 검토 중이고 결정된 것은 없지만, 이번 달 안으로는 한 작품을 확정해 10월부터는 본격적으로 활동을 재가동하려 한다”고 밝혔다.
할리우드 톱스타 니컬러스 케이지가 태국에서 영화를 찍다가 쿠데타가 발생하자 급히 출국했다고 DPA통신이 21일 전했다. 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영화 관계자에 따르면 케이지는 방콕에서 '방콕 데인저러스'를 촬영하다 쿠데타가 발생하자 19일 급히 출국했다. 그러나 '방콕 데인저러스'의 프로듀서는 사실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프로듀서는 "케이지가 나오지 않는 장면 위주로 촬영이 중단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1999년 동명의 태국 작품을 리메이크하는 '방콕 데인저러스'는 10월 중순 크랭크 업 예정이다. 원작의 연출을 맡았던 옥사이드 펑, 대니 펑 형제가 이번에도 메가폰을 잡았다. 통신은 "영화사 측은 '태국 정국이 빠른 속도로 안정되고 있기 때문에 영화 촬영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연기 잘하는 배우를 스크린에서 만나는 건 큰 즐거움이다. 배우를 통해 허구의 인물은 옆에 서 있는 듯 친숙하며, 또 다른 나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스물여섯 살. 아직은 '어린' 나이임에도 '연기파'라는 수식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조승우가 영화 '타짜'(감독 최동훈, 제작 싸이더스FNHㆍ영화사 참)를 통해 연기의 참 맛을 느끼게 했다. 2시간16분에 이르는 영화 전편을 책임지는 주인공으로서 조승우는 백윤식, 김혜수, 유해진, 김윤석 등 쟁쟁한 선배들과 견줘도 결코 기죽지 않았으며, 영화 '타짜'가 고니의 성장영화로서 원작과 차별화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동력을 발휘했다. 1999년 데뷔작 '춘향뎐' 이후 '와니와 준하' '후아유' '클래식' '말아톤' '도마뱀' 등 주로 감성적인 영화에 출연해왔던 그는 '타짜'를 통해 순진한 젊은 남자가 자신이 선택한 도박판이라는 길을 걸으며 깨지고 부딪히며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그가 연기한 고니는 남성적이면서 동시에 인간적이다. ◇"고니의 열정, 광기, 꿈을 관객이 느꼈으면" 시사회가 끝난 후 그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매번 첫 시사회 무대에 오르는 게 떨리지만 이번 작품에 특히 애정을 쏟았기 때문인가 보다"라는 그의 말. 고니는 시골의 한 가구공장에서 일하는 순박한 청년이었다. 공장에서 벌어진 화투판에서 3년 동안 번 돈뿐 아니라 누나의 위자료까지 몽땅 잃고 난 후 타짜(전문도박사를 일컫는 은어)의 길로 들어선다. "순진한 아이죠, 고니는. 그런 아이니까 도박에 빠진 것일 수도 있습니다. 마치 어린아이에게 게임기를 쥐어준 것 같다고나 할까요. 도박에 발을 들여놓지 않은 사람들이 보기에는 철없는 바보지만, 도박에서 사람을 망치는 게 '희망'이라고, 희망에 모든 걸 겁니다. 답답한 시골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도 있었을 거예요." 고니를 시나리오로 처음 대할 때 사람들을 만나면서 고니가 변화해가는 과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도박판에서 내적으로 성숙해지기도 하고, 사는 법을 배워가는. "고니는 상황에 따라 보호색을 띠는 남자예요.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을 대하는 게 스스럼없죠. 평경장을 대할 때 말로는 선생님이라고 그러면서 능글맞게 굴기도 합니다. 영리하고 상황 판단이 빠르기도 하고. 세상에 꿀릴 게 없으니까, 자신의 인생에서 뭔가 해방구를 찾고 싶으니까, 그런 마음으로 도박을 선택했을 겁니다." 영화는 평경장(백윤식)이 아귀(김윤석)한테 살해당했다고 믿는 고니가 아귀를 찾아가는 여정이라 할 수도 있다. 그 길에서 숱한 인간군상을 만나는 것. "아귀를 존경하면서도 붙어보고 싶은 '깡'이 있었던 것 같아요. 복수심과 함께 지존이라는 사람과 한 판 붙어보고 싶은 승부욕인거죠. 고니의 열정과 광기, 추구하는 목표를 일반 관객이 느꼈으면 합니다." 전쟁 같은 화투판에서 살아남는 고니는 절대 순진한 남자가 아니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 아귀를 만나기 위해서 치밀하게 살인까지 저지를 정도로 야수성을 갖고 있다. 조승우의 여린 얼굴과 맑은 미소는 고니가 그럼에도 잃지 않는 순진함을, 크지 않은 눈에서 뿜어나오는 독기 어린 광채와 광기 어린 비릿한 비웃음은 고니의 야수성을 동시에 담아낸다. ◇"꿈을 이뤘고, 편하게 사는 법도 배워간다" 고니의 꿈은 돈이 아닌 진짜 타짜가 되는 것, 즉 자신이 선택한 인생에서 지존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승우의 꿈은 뭘까. "2~3년 전만 해도 좋은 무대, 좋은 작품에 출연하는 것이었어요. 그 꿈을 어느 정도 이룬 것 같네요. 지금요? 글쎄요. 뭘까. 그러고 보니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 그러면서 전혀 뜻밖의 말이 이어졌다. "전 로맨티스트가 아니지만, 꿈이란 게 있다면 '사랑' 같아요. 내가 챙겨줄 사람, 내 쉼터가 돼 줄 사람이 없다면 인생에 의미가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젊었을 때는 일과 사랑을 동시에 잡을 수 있겠지만 어느 순간 일과 사랑 중 우선 순위가 있더군요. 제 답은 사랑일 것 같아요." 그 답을 하면서 영화 '타짜'의 마지막 장면을 이야기했다. 목표를 이룬 고니는 외국에서 자유롭게 떠돈다(마치 나이 들어 승부를 비롯한 모든 것에 초탈한 평경장처럼). 그때 생각나는 이가 사랑하는 사람이었을 것이라며. "남자에게 사랑은 뭔가 끈끈한 게 있는 것 같습니다. 고니의 진심, 의리가 화란에게로 향합니다. 대사에서 고니는 사랑을 의리라고 표현하죠." 지난 몇 년 간을 그는 쉼 없이 달려왔다. 계속해서 뮤지컬과 영화에 출연해왔다. 이젠 ('좋은 작품이 들어오기 전까지'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쉬면서 성악과 평소 다뤄보고 싶었던 악기를 배우며, 기회가 된다면 유럽 여행도 하고 싶단다. "'타짜'를 관객 앞에 내놓으면서 꽁꽁 숨겨뒀던 쌈짓돈을 꺼내 쓴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제 다시 주머니를 채워야죠. '타짜'와 고니를 한동안 음미하고 싶기도 하구요. 이전 작품까지는 한 작품 촬영이 끝나면 곧장 다음 작품 캐릭터를 연구해야 해 얼른 그 캐릭터에서 빠져나오려고 했는데 이번엔 아직 다음 작품이 결정되지 않았으니 오래도록 '고니'의 여운을 즐기고 싶네요." 아직 올해가 다 가지 않았지만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일본 공연과 앙코르 공연이 호평받은 데다 영화도 마음에 드는 작품을 해 알차게 보냈다는 생각을 한다. 그는 "이젠 편하게 살려고 노력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뮤지컬 '헤드윅'을 연출했던 이지나 씨가 멜로 영화에서 감성적인 연기를 주로 해온 그를 두고 "너 왜 그렇게 사니? 깨버려. 쿨하게 해. 놀면서 할 수 있어. 젊은 애가 젊었을 때 젊게 해야지, 넌 너무 늙었어"라며 확 '깨는' 말을 했을 때 뭔가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단다. "진짜 그렇더라구요. 왜 그렇게 진지하게만 살려고 했는지. 전 제 작품에 대해 자부심이 컸어요. 내 작품은 최고는 아니지만 좋은 작품이라는 프라이드가 있었죠. 그런데 거기에 빠져 있을 필요가 없더라구요. 내 나이에 맞춰 살아야 하는데 어렸을 때부터 내 나이 이상인 배역을 연기하면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젊을 때는 실수를 해도 괜찮다는 걸 몰랐어요." 생각을 바꾸고 나니 스스로 생각해도 딴 사람이 됐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편해졌고, 그토록 어려웠던 인터뷰도 이젠 편하게 응한다. '성장'이란 단어가 이처럼 어울릴 수 있을까. 스물여섯의 조승우는 계속 성장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