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www.basff.org) 사무국은 올해 영화제 본선 진출작으로 8개국 60편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지난 1일까지 실시된 작품공모에는 14개국에서 600여편이 출품됐으며 치열한 심사 끝에 국내작품 45편과 해외작품 15편이 10대 1의 경쟁을 뚫고 본선에 올랐다. 본선 진출작들은 오는 5월 16일부터 19일까지 영화제 기간에 미국과 벨기에, 스페인 등 해외 초청작들과 함께 경성대 콘서트홀 등에서 상영된다. 개.폐막작은 역대 수상작 중에서 조만간 결정될 예정이라고 영화제 사무국은 덧붙였다. /연합뉴스
영화진흥위원회는 28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국영화아카데미 교사에서 25기 영화아카데미 입학설명회를 개최한다. 2008학년도 신입생은 영화 연출(10명), 촬영(8명), 프로듀싱(8명), 애니메이션 연출(8명) 부문에 걸쳐 모집하며 선발 전형방식은 장편영화나 애니메이션 제작 가능성 측정을 중심으로 개편됐다. 1차 전형은 기존 필기시험 대신 포트폴리오 심사만을 통해 지원자의 기본적인 실기능력과 소양을 측정 하게 되며, 2차 전형에서는 전공실기 및 필기시험을 통해 전공에 대한 이해도와 장편영화ㆍ애니메이션 제작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측정한다. 3차 전형은 심층면접 심사다. 한국영화아카데미 25기 입학생은 2008년 2월18일부터 12월26일까지 1년 4쿼터, 총 40주에 걸친 집중적인 실습 중심의 교육을 받게 된다. /연합뉴스
한국영화 위기의 징후가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났다.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안정숙)가 최근 밝힌 올해 1ㆍ4분기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이 기간 한국영화 상영 편수는 총 32편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편이 늘었지만, 관객 수는 무려 41.9%가 감소했다. 2007년 1~3월 총 상영작은 122편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편이 많아졌으나 관객 수는 서울 기준 1천205만 명이 들어 17.3% 하락했다. 편수로 따진다면 편당 평균 서울 관객 수가 6만4천991명이 감소하는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한국영화 점유율도 지난해 1ㆍ4분기 69.6%에 훨씬 못 미치는 48.9%를 나타냈다. 반면 외화는 지난해보다 32편이 늘어난 90편이 상영돼 39.0%의 관객 수 증가 현상을 보였으며, 이에 따라 점유율도 51.1%로 한국영화를 추월했다. 특히 미국영화의 점유율이 전년도 26.4%에서 16.8%포인트 늘어난 43.2%를 기록해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미국영화를 제외한 외국영화도 상영편수가 21편에서 45편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고, 관객 수도 62% 증가한 95만7천527명을 기록했다. 배급사별 관객 동원 순위에서는 14.5편(시네마서비스 공동배급 편수 포함)을 배급해 약 280만 명을 동원한 CJ엔터테인먼트가 점유율 23.1%로 1위를 차지했다. 쇼박스는 이 기간 한국영화 흥행 톱 10에 5편을 올려놓으면서 전체 영화 점유율은 18.5%를 보였으며,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은 37.8%로 미미한 편차로 2위에 올랐다. 1ㆍ4분기 전체 영화 흥행 순위(이월관객 포함)를 살펴보면 1위는 661만9천498명을 동원한 한국영화 '미녀는 괴로워'가 올랐으며, 워너브러더스코리아가 배급한 할리우드 영화 '300'이 231만4천400명을 동원해 2위를 차지했다. 이어 '그놈 목소리'(324만5천857명), '1번가의 기적'(274만4천4명), '바람피기 좋은 날'(184만7천816명) 순이었다. 이밖의 한국영화로는 10위권에 '허브'(8위)와 '복면달호'(9위)가 들었다. '허브'는 전국 관객 수는 '복면달호'에 못 미쳤지만 서울 관객 수가 더 많았다. 외화로는 '300' 외에 '박물관이 살아 있다'(6위),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7위), '드림걸즈'(10위)가 올랐다. /연합뉴스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는 5월 한병아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특별전을 마련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애니메이션과 졸업작품인 '이상한 나라'(2002년)로 캐나다 오타와 국제애니페스티벌 국제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됐던 한 감독은 프랑스 안시 국제애니페스티벌 한국 특별전과 브라질 아니마문디 초청 상영, '찔레꽃'으로 2005도쿄 디지털콘텐츠 그랑프리 해외부문 우수상 수상 등 국내외 다양한 페스티벌에서 주목받았다. 5월 한 달간 '모두가 외로운 별' '오래된 미래' '찔레꽃' '이상한 나라' 'Fine Day' 등이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상영된다. ☎ 02-741-9782 ○…국내 최대 영화예매사이트인 맥스무비(www.maxmovie.com)가 24일부터 실시간 예매 서비스를 기존 179개 극장에서 205개 극장으로 확대했다. 서울 신촌 아트레온, 강남 씨네시티 등 이번에 확대된 실시간 예매 서비스 극장은 모두 상영 20분 전까지 예매가 가능해 맥스무비의 '20분 전 예매가능 극장'도 37개 극장에서 63개로 증가했다. 현재 맥스무비는 전국 80개 도시 252개 극장 1천731개 상영관 (실시간 예매가능극장 205개)과 예매 제휴를 맺어 국내에서 제휴 극장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한편 맥스무비는 이벤트를 마련해 참여자 전원에게 1천 원 할인쿠폰을 지급하며 추첨을 통해 DVD 플레이어, PMP, MP3 플레이어 등을 증정한다. 맥스무비에서 키워드 '실시간'을 검색하면 이벤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에서 인기 있는 일본 배우 오다기리 조의 대표작을 모은 'I LOVE 오다기리 조' 특별전이 연장 상영된다. 배급사 프리비젼은 12~18일 미로 스페이스에서 마련한 특별전이 주말 전회 매진을 기록하자 27일부터 5월2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밝은 미래'(27ㆍ30일), '클럽 진주군'(28일ㆍ5월1일), '유레루'(29일ㆍ5월2일)가 선보인다. 현재 미로 스페이스에서는 오다기리 조 출연작 '헤저드'가 상영 중이다. /연합뉴스
스파이더맨이 3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더 많은 제작비와 더 많은 악당, 더 긴 상영시간을 갖고서. 1, 2편과 마찬가지로 샘 레이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스파이더맨3'은 전편의 높은 인기에 힘입어 올해 개봉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중 가장 기대작으로 꼽혀왔다. 마블코믹스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스파이더맨 시리즈 1, 2편은 전세계적으로 약 16억 달러(약 1조5천억 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화 역사상 가장 많은 3억 달러(약 2천8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는 그럴 듯한 홍보문구도 대중의 눈길을 잡아끌었다. 그러나 3억 달러의 제작비는 홍보를 위해 과장된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스파이더맨3'의 기본적인 플롯은 1, 2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젠 완전히 스파이더맨으로 자리잡은 주인공 피터 파커(토비 맥과이어)는 애인인 메리 제인(커스틴 던스트)과 거미줄 위에 누워 달콤한 데이트를 즐기면서 스파이더맨 역할도 병행하지만 악당들의 등장으로 그들의 연애관계는 위기를 맞게 된다. '스파이더맨3'에는 3명이나 되는 악당이 등장한다. 피터의 절친한 친구이자 스파이더맨을 아버지의 살인자로 여기는 해리(제임스 프랑코)는 아버지가 남긴 장비를 업그레이드해 하늘을 날아다니는 악당 뉴 고블린이 된다. 피터의 삼촌을 죽인 탈옥수 플린트(토머스 헤이든 처치)는 경찰에 쫓겨 도주하던 중 과학실험에 잘못 휘말려 몸이 모래처럼 부서지고 뭉쳐지는 샌드맨이 돼 스파이더맨과 대결한다. 슬픈 사연을 안고 있는 샌드맨의 존재는 '스파이더맨3'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다. 영화 말미에 그가 피터의 삼촌을 죽이게 된 사연이 밝혀지면서 스토리는 새로운 양상을 띠게 된다. 스파이더맨 특종사진을 놓고 피터와 경쟁하던 프리랜서 사진기자 에디(토퍼 그레이스)는 외계에서 온 정체불명의 검은 찐득이(심비오트)에 감염된 뒤 스파이더맨과 비슷한 모습의 악당 베놈이 돼 샌드맨과 합세한다. '스파이더맨3'의 가장 큰 특징은 블랙 스파이더맨의 등장이다. 인간 내면의 마성(魔性)을 활성화시키는 속성이 있는 심비오트에 감염된 피터는 한층 힘이 세지고 폭력적이 돼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평소 내성적이고 숫기가 없던 피터가 심비오트의 영향으로 여자들 앞에서 우쭐대고 거들먹거리며 '터프 가이'처럼 나대는 모습이 코믹하게 그려진다. 뉴욕의 고층빌딩 숲을 날아다니며 3명의 악당들과 벌이는 스파이더맨의 액션신은 여전히 박진감 넘치고 현란하지만 1, 2편에서 보아왔던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식상한 측면도 있다. 악당들이 보기만 해도 아찔한 고층빌딩 위에 메리 제인을 인질로 잡아놓고 스파이더맨을 유인해 벌이는 현란한 공중전은 이제는 많이 써먹은 수법이라서 그다지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막대한 제작비를 쏟아부은 영화답게 1, 2편에 비해서는 특수효과의 정교함이 다소 업그레이드된 느낌이다. 악당이 3명이나 돼 오락영화로서의 볼거리는 많이 늘어났을지는 몰라도 한두 명의 확실한 악당이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전편에 비해 장황하고 산만한 느낌이 드는 것은 '스파이더맨3'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최근 썩 끌리는 개봉영화가 없어 '볼 만한 영화'에 목말라하던 영화팬들에게는 오락영화의 최대치를 보여주는 '스파이더맨3'의 개봉이 가뭄의 단비같이 느껴지겠지만 사실 냉정하게 이 영화만 뚝 떼어놓고 본다면 흠잡을 곳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은 자명하다. 영화팬들의 관심은 이제 '스파이더맨4'로 옮겨가고 있다. 5월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올해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김기덕 감독의 영화 '숨'(제작 김기덕 필름)이 영문 자막 서비스를 실시한다고 배급사 스폰지가 밝혔다. 이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관객을 위한 것으로, 이 서비스는 영화 개봉일인 26일부터 서울 종로구 관철동 스폰지하우스(시네코아)에서 5회차 상영에 한해 진행된다. 상영시간표는 스폰지하우스 홈페이지(www.spongehouse.com) 참조. 스폰지하우스(시네코아)와 하이퍼텍 나다 등 전국 15개 상영관에서 관객과 만나는 '숨'은 사형 집행일을 앞둔 사형수 장진과 남편의 외도로 실의에 빠진 여자 연의 사랑 이야기. 대만스타 장전(張震)과 '해안선' 등 김기덕 감독의 작품으로 친숙한 지아가 남녀 주인공을 맡았다. /연합뉴스
화가를 꿈꾸는 미대생 벤(숀 비거스태프)은 실연당한 후 불면증에 시달린다. 며칠간 고생한 끝에 내린 결론은 통상 하루 8시간 잠으로 소비하는 시간을 알차게 보내자는 것. 그래서 동네 슈퍼마켓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그곳에는 손님이 거의 없는 밤 시간의 지루함을 나름의 방식으로 견뎌내는 각양각색의 종업원들이 있다. 벤 역시 따분한 근무시간을 견디는 방법의 하나로 시간을 멈추는 상상을 한다. 멈춰진 시간 속에서 쇼핑 중인 여성의 옷을 벗기고 나체를 그린다. 그런 사이 함께 일하는 샤론(에밀리아 폭스)이 눈에 들어오고 이후 벤과 샤론은 데이트를 시작한다. 영화 '캐쉬백(Cashback)'은 로맨틱 코미디다. 그런데 기존 로맨틱 코미디와는 좀 다르다. 판타지보다는 현실을 토대로 한 코미디가 주를 이루고 영화의 중심 얘기는 벤의 상상의 세계에서 이뤄진다. "나는 현실과 상상의 중간에 서 있다"는 벤의 대사로 미뤄볼 때 영화 속 멈춰진 시간은 상상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지만 너무 구체적이고 중요 내용이 많이 포함돼 벤이 시간을 멈추는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관객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뭐 중요한가.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특권을 부여받은 것이 바로 영화인 것을. 영화의 출발은 하드보일드(Hard-boiled)적이다. 말랑말랑한 대사는 거의 없고 현실에서 막 뽑아온 듯한 장면이 강한 임팩트로 관객을 맞는다. 욕설과 섹스에 대한 탐닉, 시답잖은 잡담들, 엽기적인 유머는 새로운 로맨틱 코미디의 출현임을 보여주며 웃음을 자아낸다.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에는 없지만 당신이 한 번 이상 경험해 봤을, 여전히 친구들과 함께 공유하는 그런 현실이 그대로 스크린 속에 담겨진다. 공감을 통한 웃음이 넘쳐난다. 그런데 벤과 샤론의 로맨스가 본격화되는 후반부부터는 색깔이 확 달라진다. 말랑말랑하고 달콤하기만 한 핑크빛 로맨스가 관객을 기다린다. 사진작가 출신으로 장 폴 고티에, 랜드로버 등의 광고에도 참여했던 숀 엘리스 감독은 영화 속에서 자신의 장기인 시각적인 재능을 마음껏 발휘한다. 때로는 엽기적인, 때로는 로맨틱한 화면을 구성하며 관객의 다양한 구미를 만족시키려 한다. 시각적으로 홀린다는 느낌도 준다. 전체적인 톤은 기존 로맨틱 코미디 코드는 아니지만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썩 마음을 잡을 만한 영화다. 지난해 유럽영화제에서 '수면의 과학'과 함께 관객의 사랑을 받은 영화라고 수입배급사 스폰지는 설명했다. '수면의 과학'을 재미있게 본 관객은 실망하지 않을 듯. '수면의 과학'보다 엽기적이지만 더 친절하기도 하다. '러브 액츄얼리' '오만과 편견' 등 워킹타이틀사의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좀 낯설 수 있다.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은 젊은 층이 더 좋아할 만한 영화다. '해리 포터' 시리즈에 단역으로 출연했던 숀 비거스태프와 영국의 TV스타 에밀리아 폭스가 남녀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5월3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연합뉴스
예술성이 뛰어난 영화는 대중적 재미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대중적 재미가 떨어지는 영화는 다 예술성이 뛰어난 영화일까. 이 같은 이단논법은 '천재는 악필이다. 그렇다고 악필이 다 천재는 아니다'라는 이단논법과 유사하다. '마리 이야기' '천년여우 여우비' 등의 애니메이션으로 잘 알려진 이성강 감독의 저예산 영화 '살결'(제작 소돔프로덕션)은 제목만큼이나 인상적이고 강렬한 전라(全裸) 섹스신이 많이 나오지만 실감나는 섹스 장면을 빼면 썩 재미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영화다. 영화는 채광이 별로 없는 한정된 좁은 공간을 배경으로 한 장면이 많아서인지 우중충하고 칙칙하고 단조로운 색조가 주를 이룬다. 구체적 의미를 알 수 없었던 첫 장면을 상세히 설명하는 막판 반전이 다소 극적이긴 하지만 결말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의 흐름은 우울하고 단조롭고 단편적이다. 사진작가 민우(김윤태)는 밤에 인적이 드문 길을 걸어가다가 우연히 자동차 사고를 목격한다. 갑자기 도망치듯 도로에 뛰어들었다가 뺑소니차에 치여 죽은 여자의 몸에 손을 댄 순간 민우는 사람의 생명이 피부 위에서 사그라지는 느낌을 받고 그 감촉을 잊지 못한다. 다음날 학창시절 열렬히 사랑했던 옛 애인 재희(김주령)와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민우. 유부녀가 된 재희는 민우에게 아홉 번의 섹스를 제안하고, 민우와 재희는 호텔방과 민우의 자취방을 전전하며 서로의 몸을 미친 듯이 탐닉하기 시작한다. 한편 민우는 새 자취방을 구하는데 왠지 그 방은 과거가 석연치 않다. 옷을 만드는 소녀였다는 전 주인의 심상치 않은 소지품을 자취방에서 발견한 민우는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그 방에서 재희와 섹스를 하는 순간 소녀의 환상을 경험한 민우는 그 뒤로도 그 방에 소녀가 살고 있는 듯한 환상에 문득문득 사로잡힌다. 영화는 서로의 몸이 주는 쾌락에 탐닉하는 민우와 재희의 관계 위에 방의 전 주인이었던 소녀의 사연을 오버랩시키며 무언가 감춰진 비밀이 있는 듯한 분위기를 시종일관 풍긴다. 다소 쇼킹할 수도 있는 소녀의 사연은 영화 결말부에 구체적으로 밝혀진다. 한정된 공간과 소수의 등장인물, 포르노를 방불케 하는 강렬한 섹스신은 얼핏 외설을 가장한 예술영화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눈썰미 있는 관객이라면 예술을 가장한 외설 쪽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을 것같다. 제작진은 민우와 재희의 섹스에, 특히 섹스에 탐닉하는 민우의 심리상태에 삶과 죽음, 사랑과 집착 같은 뭔가 차원 높은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것 같지만 녹록지 않은 관객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영화의 수위 높은 섹스신이 관객의 말초적인 관심을 끌기 위한 장치인지 예술적 성취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지는 관객이 직접 판단하시길. 미로스페이스, 중앙시네마, CGV서면 등 3개관에서만 소규모로 개봉한다. 5월10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연합뉴스
스릴러 영화 '가면' 촬영을 끝내고 6월 말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김강우와 김민선이 잡지 화보를 통해 미리 팬들과 만난다. 두 배우는 남성잡지 'V magazine' 5월호에서 색다른 면모를 선보인다. 3월 말 말레이시아 클럽메드에서 촬영한 화보는 도발적인 느낌을 주는 연인의 콘셉트로 진행됐다. '가면'에서 미궁에 빠진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형사로 분한 두 배우는 러브스토리로 엮은 이번 화보에서 영화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영화를 촬영하며 몸무가게 5㎏이나 빠진 김강우는 "영화 촬영 내내 서울 중부경찰서로 출근해 형사들의 삶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나중에는 농담까지 할 정도로 친해졌다"면서 "지금까지 주조연급으로 출연해왔으나 '가면'을 통해 주연이 된 만큼 상당한 부담과 고민 속에 촬영했다"고 '가면'을 촬영했던 시간을 회상했다. 김민선은 "교과서 같은 작업 방식을 해온 내게 영화 '가면'은 새로운 시도였다"고 소개하며 "감정의 기복과 스토리의 전개에 따라 배역에 몰입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끈끈한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연극과 영화가 새로운 형태의 공존방식을 선보인다. 1920년대 전화교환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연극 '다리퐁 모단걸'이 영화 '다리퐁 걸'(가제)로 제작되는 것. 이 작품은 모두 이해제 씨의 극본을 공유한다. 지난해 이 극본을 받은 동숭아트센터의 동숭극단이 이를 동숭아트센터 영상팀이었던 영화사 진진에게 보여줬고, 영화사 진진은 상업영화로서 가능성을 높게 사 이를 시나리오로 개발하기로 했다. '다리퐁 모단걸'을 원작으로 연극과 영화 제작이 동시에 추진된 것이다. 연극이 영화로 만들어진 것은 종종 있어왔다. 특히 연극 '날 보러와요'를 원작으로 한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과 연극 '이'를 각색한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는 작품성과 함께 흥행성도 인정받은 대표적인 작품. 그러나 한 원작이 연극과 영화로 동시에 기획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작가 이씨가 연출도 맡은 연극 '다리퐁 모단걸'은 이미 동숭소극장에서 막을 올려 내달 27일까지 공연 중이다. '다리퐁'은 전화기의 영어 표현인 'telephon'에서 따온 단어. 전화가 보급됐으나 체면을 중시하는 양반 교환수 때문에 보급률이 떨어진다는 보고를 받은 고종에 의해 파격적으로 발탁된 여성 전화교환수 외출을 주인공으로 한다. 영화사 진진은 올초 '꽃섬' '깃' 등으로 호평받은 송일곤 감독에게 이 작품을 의뢰해 현재 기초적인 시나리오인 트리트먼트까지 나와 있는 상태다. 지난해 동숭아트센터 영상팀에서 자회사로 독립한 영화사 진진으로서는 처음 제작하는 영화이며, 제작비 40억 원 규모의 상업영화로 만들 방침이다. 진진은 지금껏 예술영화나 독립영화 성격의 국내외 작품을 수입, 배급해왔다. 연극과 영화가 한 뿌리에서 태어났지만 내용과 지향점은 다르다. 영화사 진진의 양희순 팀장은 "연극은 시대적 배경 자체를 소재로 해 1920년대 일어났던 여러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만들어졌지만, 영화는 1920년대를 여성 교환수로 살았던 외출이라는 인물 자체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그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 만들어 폭넓은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캐스팅은 최종 시나리오가 나온 후 이뤄진다. 한편 한 작품에서 복수의 장르로 기획되는 현상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1860~1890년대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궁중무희 리심을 주인공으로 한 '리심'이 기획단계부터 소설과 영화 제작을 목표로 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김탁환 씨의 소설 '리심'은 기획단계부터 영화사 LJ필름, 나우필름과 협의해 소설을 먼저 발표하고 그 소설을 원작으로 삼아 영화를 제작하는 방식을 택했다. 연극과 영화의 새로운 결합 방식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