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끈한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연극과 영화가 새로운 형태의 공존방식을 선보인다.
1920년대 전화교환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연극 '다리퐁 모단걸'이 영화 '다리퐁 걸'(가제)로 제작되는 것. 이 작품은 모두 이해제 씨의 극본을 공유한다.
지난해 이 극본을 받은 동숭아트센터의 동숭극단이 이를 동숭아트센터 영상팀이었던 영화사 진진에게 보여줬고, 영화사 진진은 상업영화로서 가능성을 높게 사 이를 시나리오로 개발하기로 했다. '다리퐁 모단걸'을 원작으로 연극과 영화 제작이 동시에 추진된 것이다.
연극이 영화로 만들어진 것은 종종 있어왔다. 특히 연극 '날 보러와요'를 원작으로 한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과 연극 '이'를 각색한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는 작품성과 함께 흥행성도 인정받은 대표적인 작품.
그러나 한 원작이 연극과 영화로 동시에 기획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작가 이씨가 연출도 맡은 연극 '다리퐁 모단걸'은 이미 동숭소극장에서 막을 올려 내달 27일까지 공연 중이다.
'다리퐁'은 전화기의 영어 표현인 'telephon'에서 따온 단어. 전화가 보급됐으나 체면을 중시하는 양반 교환수 때문에 보급률이 떨어진다는 보고를 받은 고종에 의해 파격적으로 발탁된 여성 전화교환수 외출을 주인공으로 한다.
영화사 진진은 올초 '꽃섬' '깃' 등으로 호평받은 송일곤 감독에게 이 작품을 의뢰해 현재 기초적인 시나리오인 트리트먼트까지 나와 있는 상태다.
지난해 동숭아트센터 영상팀에서 자회사로 독립한 영화사 진진으로서는 처음 제작하는 영화이며, 제작비 40억 원 규모의 상업영화로 만들 방침이다. 진진은 지금껏 예술영화나 독립영화 성격의 국내외 작품을 수입, 배급해왔다.
연극과 영화가 한 뿌리에서 태어났지만 내용과 지향점은 다르다.
영화사 진진의 양희순 팀장은 "연극은 시대적 배경 자체를 소재로 해 1920년대 일어났던 여러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만들어졌지만, 영화는 1920년대를 여성 교환수로 살았던 외출이라는 인물 자체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그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 만들어 폭넓은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캐스팅은 최종 시나리오가 나온 후 이뤄진다.
한편 한 작품에서 복수의 장르로 기획되는 현상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1860~1890년대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궁중무희 리심을 주인공으로 한 '리심'이 기획단계부터 소설과 영화 제작을 목표로 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김탁환 씨의 소설 '리심'은 기획단계부터 영화사 LJ필름, 나우필름과 협의해 소설을 먼저 발표하고 그 소설을 원작으로 삼아 영화를 제작하는 방식을 택했다.
연극과 영화의 새로운 결합 방식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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