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영화 해적판의 20%는 캐나다産

미국 내 영화관에서 비디오 녹화장치를 이용한 복제 행위가 불법으로 규정된 이후 이런 규제 장치가 없는 캐나다에서 최근 복제 행위가 급증, 할리우드 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미 영화 업계에 따르면 최근 18개월 사이에 출시된 영화 가운데 무려 70% 가량이 캐나다 극장에서 불법 녹화되는 등 전 세계에서 유통되는 해적판 영화의 20% 가량이 캐나다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올해의 경우 2005년의 2배나 되는 150편 가량의 해적판이 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적판 제작자들은 주로 영화가 개봉되는 첫 주말에 캠코더를 갖고 영화관을 찾아 작업한 뒤 재빨리 인터넷을 통해 유통시키고 있으며 다운로드되는 영화들은 다시 DVD로 제작돼 전 세계로 팔려 나간다. 일반적으로 미국과 동시에 영화를 개봉하는 캐나다가 해적판 제작의 온상이 되는 것은 미국에서는 2005년부터 녹화장치를 이용하다 적발될 경우 연방법에 따라 최대 3년의 징역형에 처해지지만 캐나다에서는 영화관에서 쫓겨나는 것이 고작이기 때문이다. 캐나다에서는 녹화 행위자가 영화를 녹화, 판매하려는 의도가 있었음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해적 행위에 무디게 대응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워너브러더스는 올 여름 개봉되는 '오션스 써틴' 등 캐나다에서 실시하려 했던 모든 공개 시사회를 취소키로 이번 주에 결정했고 미 상무부는 캐나다를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올해의 감시대상 리스트'에 올려놓는 등 강력 대처키로 했다. 이에 앞서 20세기 폭스사는 작년 가을 캐나다에서의 영화 개봉을 아예 포기하거나 개봉 날짜를 늦추는 등의 대책을 마련키로 했었다. 또 미국 내 해적행위 금지법을 주도했던 다이앤 페인스타인(민주.캘리포니아) 상원의원과 존 코닌(공화.텍사스) 상원의원은 최근 스티븐 하퍼 캐나다 연방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캐나다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불법 해적 행위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소수정권인 하퍼 내각은 해적 행위 근절을 위한 법제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연방정부의 고위 관계자들도 이를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어서 캐나다에서의 해적판 제작은 당분간 계속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합뉴스

<새영화> 화려했으나 불행한 '마리 앙투아네트'

사치와 화려함의 대명사. 프랑스 혁명을 불러일으킨 방탕한 왕실의 안주인. 숱한 영화와 소설, 만화의 주인공으로까지 등장했던 비운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후대 예술인들에게 그는 여전히 새로운 창작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인물인가 보다. 이번에 그를 불러낸 사람은 '대부'로 유명한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딸이자 '처녀자살소동'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한 소피아 코폴라 감독. 그는 '처녀자살소동'에서 만난 적이 있는 커스틴 던스트를 종잡을 수 없는, 그러나 내면의 아픔을 간직한 마리 앙투아네트로 변신시켰다. '처녀자살소동'은 국내 관객에겐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유명한 아역배우 출신 던스트에게 10대 시절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도록 한 작품이다. 특별한 사건 없이 밋밋한 구조 탓에 '지루하다'는 관람 평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아예 기대를 저고 보면 오히려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것처럼, 영화의 요소요소에 관심을 기울이면 색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우선 의상. 이 영화로 아카데미 의상상을 세 번째 거머쥔 밀레나 카노네로의 옷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주된 의상 색깔은 소녀적 감성이 극대화된 핑크톤. 당시에는 핑크빛 드레스가 없었으나 앙투아네트의 천진난만함과 순수함을 표현해달라는 감독의 주문을 받은 밀레나 카노네로는 상상력을 동원해 전혀 새로운 톤의 의상을 선보였다. 의상뿐 아니다. 당시 시대상황을 엿보게 하는 높은 가발, 형형색색의 신발 등 볼거리가 많다. 1초 정도 잠깐 훑고 지나가는 화면에서 느닷없이 보이는 하늘색 스니커즈는 이 영화를 대하는 감독의 태도를 볼 수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를 지탄받는 왕비가 아닌, 소녀적 감성이 풍부한 여자로 그리고 싶었던 건 아닐까. 음악 역시 인상적이다. 시대를 짐작케 하는 오페라가 간간이 선보이지만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주로 쓰인 건 놀랍게도 로큰롤 스타일의 경쾌한 선율. 이 역시 젊고 미성숙한 왕비와 딱 들어맞는다. 코폴라 감독은 마리 앙투아네트를 박제화된 모습이 아니라 14살에 고국 오스트리아를 떠나 낯선 프랑스로 시집온 가련한 여자로 관객 앞에 등장시킨다.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슬픔을 지닌 왕비가 사치와 향락에 몸을 맡기는 게 그다지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그녀에 대한 진실을 조금이나마 알리고 싶었는지, 마리 앙투아네트가 했다는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라는 철없는 말이 그녀의 입에서가 아닌 흉흉한 민심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살짝 가르쳐주기도 한다. 이런 영화의 분위기이니 현대적 외모인 커스틴 던스트를 캐스팅했던 듯. 그는 철없지만 고국의 안녕을 짊어졌다는 사실만큼은 결코 잊지 않는 공주이자 왕비를 표현하는 데 어색함이 없다. 뛰어난 미모는 아니지만 누구나 호감을 가질 만한 귀여운 매력이 한껏 드러난다. 프랑스와 동맹을 맺기 위해 14살에 왕세자비가 된 오스트리아 공주 마리 앙투아네트는 잠자리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남편(루이 16세) 때문에 귀족들에게 비아냥거림을 듣는다. 앙투아네트는 정부에게 빠져 있는 왕(루이 15세)이나 보석과 파티, 애인 만들기에 급급한 귀족들이 낯설기만 하다. 오스트리아에 있는 어머니는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딸을 다그치는 전갈을 계속 보내 부담을 준다. 이런 곳에서 마리가 관심을 두는 건 옷과 보석, 그리고 도박. 그의 사치는 점점 심해진다. 결혼한 지 몇 년 만에 딸을 낳은 앙투아네트는 그 전까지의 생활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아이를 키운다. 가면 무도회에서 뜨거운 눈길을 보냈던 바람둥이 페르젠 백작을 다시 만나 사랑에 빠져버린 앙투아네트. 그렇지만 그가 떠나고 프랑스 왕실의 대를 이을 왕자를 낳으면서 그는 어머니이자 아내가 돼간다. 미국에 쏟아부은 막대한 원조금과 함께 왕실과 귀족의 사치와 향락으로 가난에 찌든 성난 민심이 왕궁을 향한다. 피신을 하라는 권유에도 불구하고 남편 곁에 남겠다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모습도 전혀 뜻밖이다. 한 여성의 성장기처럼 14살부터 죽을 때까지의 삶을 쭉 보여주는 까닭에 극적 장치는 미흡하다. 앞서 언급했던 이야기의 재미보다는 색다른 해석을 눈여겨보면 좋을 듯하다. 신세대적 분위기를 풍기기 위한 듯 '닭살' 등 현대 감각으로 재해석한 번역은 그래도 좀 어색하다. 서울 대학로 하이퍼텍나다와 신문로 미로스페이스, 두 곳에서만 상영된다. 1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할리우드 대작 공세로 한국영화 초토화되나

올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첫 테이프를 끊은 '스파이더맨3'가 국내 극장가를 초토화하고 있는 가운데 여름방학 시즌인 8월까지 할리우드 대작의 개봉이 줄줄이 예정돼 있어 한국 영화가 설 자리를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9일 영화계에 따르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5월의 '스파이더맨3'와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24일)를 필두로 6월의 '슈렉3'(6일), '트랜스포머'(28일), 7월의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12일), '다이하드4.0'(19일), 8월의 '판타스틱4-실버 서퍼의 위협'(9일)까지 줄줄이 개봉이 예정돼 있다. 올해 초부터 우려됐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파괴력은 지난 1일 '스파이더맨3'가 개봉되면서 가시화됐다. 전국 617개 스크린에서 개봉된 '스파이더맨3'는 개봉 첫날에만 일일 관객동원 신기록인 50만2천 명을 불러모으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더니 어린이날 연휴에는 전국 816개 스크린을 싹쓸이하며 개봉 6일 만에 255만9천 명의 관객을 기록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스파이더맨3'의 스크린 싹쓸이의 여파로 같은 날 개봉한 한국 영화 '아들'은 6일까지 '스파이더맨3'의 10분의 1 수준인 25만6천 명의 초라한 스코어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되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줄지어 개봉되는 8월까지는 한국 영화가 설 자리를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영화계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8월까지 개봉되는 한국 영화로는 이달 24일 개봉하는 이창동 감독의 '밀양'을 비롯해 '슈렉3'와 같은 날 개봉하는 송혜교 주연의 '황진이', 5ㆍ18을 소재로 한 100억짜리 대작 '화려한 휴가'(7월 개봉) 정도가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파상공세를 막아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 영화배급사 관계자는 "올해 개봉하는 할리우드 시리즈물의 위력이 워낙 강한 데다 최근 국내 관객 사이에 한국 영화 전반에 대한 불신과 회의적 시각이 팽배해 8월까지 이어지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파상공세를 막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화려한 휴가' 투자ㆍ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첫 테이프를 끊은 '스파이더맨3'의 위력이 워낙 강력해 한국 영화 위기론이 득세하고 있지만 '황진이'와 '화려한 휴가'가 개봉하는 6, 7월이 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며 "지난해에도 5월에는 할리우드 영화가 강세였지만 7월 이후에는 한국 영화가 역전에 성공한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그리스의 걸작 영화 만나보세요"

주한 그리스대사관이 17~31일 서울 중구 순화동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에서 '그리스 걸작 10선 특별영화제'를 개최한다. 쉽게 접하기 어려운 그리스 영화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그리스 고전영화와 현대물 중 걸작으로 평가받는 10편이 스크린에 걸릴 예정이다. 상영작 중에서 '그리스인 조르바'(1964), '스텔라'(1955), '검은 옷을 입은 소녀'(1956) 등 세계적인 명성의 그리스 제작자 겸 감독 미할리스 카코야니스의 대표작 3편이 포함돼 있고, 그리스 영화 중 가장 흥행에 성공한 작품인 '터치 오브 스파이스'(2003)와 1984년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 수상작 '렘베티코'(1983)도 상영작 목록에 올라 있다. 이외에도 '일요일은 참으세요'(1960), '빈둥거리고 위장하기'(1984), '페퍼민트'(1999), '신부들'(2004), '영원과 하루'(1988) 등의 영화가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모든 영화는 무료로 상영되며, '검은 옷을 입은 소녀' '터치 오브 스파이스' '스텔라' 등 3편은 한글 자막만, 나머지는 영어자막만 지원된다. 영화제 기간 중 석가탄신일인 24일과 일요일인 20일, 27일은 영화를 상영하지 않는다.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 홈페이지(www.kfcenter.or.kr) 참조. ☎ 02-3789-5600 /연합뉴스

`남북대학생 여행기' 국제영화제 본선진출

새터민(탈북자) 대학생과 남한 대학생이 함께 여행하면서 서로 이해해가는 과정을 스스로 촬영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부산 아시아 단편영화제 다큐멘터리 부문 본선에 진출했다. 8일 새터민 청소년 대안학교인 셋넷학교에 따르면 동갑내기 대학생 최금희(24.여.새터민)씨와 김민지(24.여)씨는 함께 떠난 20일 간의 여행에서 셀프 카메라 형식으로 영상일기 `길 위의 대화'를 찍었다. 영화는 작년 8월 셋넷학교 새터민 청소년들이 `동북아 평화 프로젝트' 일환으로 중국과 몽골로 여행을 가자 이 학교 제1회 졸업생인 최씨와 자원교사인 김씨가 동행하면서 시작된다. 인천항을 떠나 중국에 도착한 최씨는 탈북 당시 가족과 함께 통통배로 한겨울의 거친 파도를 가르며 `날아가는 갈매기였으면…', `무인도라도 보였으면…'하고 간절히 소망했던 기억을 김씨에게 이야기한다. 김씨는 여행지의 낯선 환경과 자신의 어린 시절 추억을 연결하면서 최씨가 아픈 기억을 끄집어내 스스로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살아온 환경이 다른 두 사람이 함께 생활하고 여행하는 동안 갈등이 없을 수 없다. 중국어 실력 격차와 셋넷학교 학생들과의 친근감 등에서 생긴 둘의 미묘한 갈등은 급기야 말다툼으로 이어지지만 탁 트인 자연 속에서 마음을 열고 서로를 친구로서 바라보게 된다. 김씨는 몽골로 넘어가는 열차에서 시원한 물수건을 최씨에게 건네주며 "맑고 깨끗한 하늘을 보니 그 동안 찌들었던 감정이 정화되는 것 같다"며 최씨에게 화해의 손을 내민다. 오원환 감독은 "이들의 갈등을 반세기 동안 벌어진 문화와 이념의 간극이 아닌, 인류가 보편적으로 갖고 있는 갈등으로 봤으면 좋겠다"며 "이들의 갈등과 화해 과정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박상영 셋넷학교 교장은 "이들이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떠들기'를 통해 자신들의 과거와 직접 소통하고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길 위의 대화'는 17일과 19일 오후 부산 경성대학교에서 상영된다. /연합뉴스

스파이더맨 거미줄에 작은 영화 신음

스파이더맨의 거미줄이 전국을 뒤덮고 있다. 전국 617개 스크린에서 1일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스파이더맨3'가 어린이날(5일) 대목을 앞두고 놀라운 속도로 스크린을 확장해가고 있는 것. 4일 영화계에 따르면 개봉 첫날에만 50만2천 명의 관객을 끌어모은 '스파이더맨3'는 개봉 나흘째로 접어들면서 전국의 상영 스크린 수를 더욱 늘려가고 있다. 주요 영화배급사와 멀티플렉스 극장체인 측의 자체 집계로는 지난해 '괴물'의 수준인 750개 스크린을 넘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국의 스크린 수가 1천600개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거의 2개 중 1개 관에서 '스파이더맨3'를 상영하고 있는 셈이다. 쇼박스 관계자는 "'스파이더맨3'와 같은 대규모 흥행작의 경우 각 영화관 측에서 자체적으로 상영관을 늘리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집계는 이뤄지기 어렵지만 800개 스크린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스파이더맨3' 배급사인 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 측은 할리우드 거대자본 영화에 의한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일자 정확한 상영관 수를 밝히기를 꺼리고 있다. 소니픽쳐스 관계자는 "개봉관이 617개라는 사실은 맞지만 그 이후에 얼마나 늘었는지는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극장 쪽에서 자체적으로 상영관 수를 조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배급사도 정확한 스크린 수를 알기는 어렵지만 어린이날을 전후해서는 상영관 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스파이더맨3'의 스크린 독과점 현상은 할리우드 영화를 선호하는 서울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점의 경우 전체 5개 상영관(샤롯데관 포함) 중 4개관(스크린 점유율 80%)에서 '스파이더맨3'를 상영하고 있으며 용산CGV는 총 11개 상영관(골드클래스관 포함) 중 7개관(점유율 64%)에 '스파이더맨3'를 내걸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 멀티플렉스인 메가박스 코엑스점은 16개관 중 6개관에서 '스파이더맨3'를 상영 중이지만 좌석 수가 다른 관의 2~3배에 달하는 M관과 2관, 3관, 4관, 5관 등에서 모두 '스파이더맨3'를 상영하고 있기 때문에 좌석 점유율은 거의 절반에 달한다고 메가박스는 설명했다. '스파이더맨3'의 스크린 싹쓸이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배급사 측의 공격적 마케팅도 마케팅이지만 지난해에 비해 1분기에 부진한 실적을 거둔 멀티플렉스들이 자발적으로 '스파이더맨3' 상영관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CGV를 비롯한 대부분의 멀티플렉스들이 '왕의 남자' '투사부일체' 등 흥행 대작들이 개봉됐던 지난해 1분기에 비해 부진한 실적을 올 1분기에 기록했기 때문에 오랜만에 나온 흥행대작인 '스파이더맨3'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부진을 만회하려 한다는 얘기다. CGV 관계자는 "영화관 입장에서는 '스파이더맨3'와 같은 시장주도작이 나와줘야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되며 상영관 편성도 관객의 호응이 큰 영화 위주로 할 수밖에 없다"면서 "올 1분기에는 지난해에 비해 실적이 부진했는데 그나마 '스파이더맨3'가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파이더맨3'의 이 같은 스크린 독과점으로 인해 다른 소규모 영화들은 이렇다 할 상영 기회조차 잡지 못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회사원 문모(39ㆍ서울 종로구) 씨는 "과거 군 생활할 때 저격수로 활동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저격수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더블타겟'이란 영화를 보고 싶어 3일 롯데시네마 에비뉴엘관에 갔지만 이미 종영한 뒤였다"면서 "어떻게 개봉한 지 1주일도 안된 영화가 종영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문씨는 "'스파이더맨3'만 5개 상영관 중 4개를 차지하고 있더라"면서 "'스파이더맨' 같은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분명 있는데 이는 돈벌이에만 급급해 소수자의 취향은 배려하지 않는 배급사와 영화관의 횡포"라고 분개했다. 지난달 12일 개봉 이후 전국에서 13만여 명의 관객만을 끌어모아 흥행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임권택 감독의 '천년학'은 개봉 3주 만에 종영될 위기에 놓여 있으며 '스파이더맨3'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소규모 영화들은 개봉관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또 현재 상영 중인 '아들'이나 '날아라 허동구' 등의 한국영화도 어린이날이 낀 이번 주말에 '스파이더맨3' 상영관이 더욱 확대되면 급속한 스크린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연합뉴스

<새영화> 허망한 반전 '넥스트'

기가 막힌 반전(反轉)으로 관객을 경탄하게 만드는 영화가 있는가 하면 황당하고 허망한 반전으로 관객을 맥빠지게 만드는 영화도 있다. '식스센스'나 '유주얼 서스펙트' 등이 전자에 속한다면 '클릭'이나 '아들' 등은 후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할리우드 스타 니컬러스 케이지가 제작과 주연을 맡은 SF액션스릴러 '넥스트'(원제 NEXT)는 유감스럽게도 후자에 가까운 반전구조를 갖고 있다. 2분 후의 미래를 미리 알 수 있다는 발상 자체는 흥미롭지만 소재를 1시간35분짜리 영화로 만들어내는 짜임새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마술사 크리스 존슨(니컬러스 케이지)은 2분 후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지만 가급적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지내려 한다. 그러나 그의 능력을 알아챈 FBI의 캘리 페리스 부장(줄리안 무어)은 테러리스트들이 로스앤젤레스에 핵폭탄 공격을 가하려 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이를 막아낼 수 있는 사람은 크리스뿐임을 직감한다. 그러던 어느 날, 카지노에서 2분 뒤에 일어날 총기강도 사건을 예견하고 사고를 방지하려다가 도리어 총기강도 사건에 휘말린 크리스는 FBI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FBI는 겉으로는 총기강도 사건 용의자를 추적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핵테러 사건을 막기 위해 크리스를 포섭하려 한다. FBI는 크리스가 운명이라고 믿는 여자 리즈(제시카 비엘)를 이용해 그가 빠져나갈 수 없는 덫을 만들고, FBI와 크리스, 테러리스트 집단은 시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어느 것이 실제이고 어느 것이 미래인지 구분되지 않는 팽팽한 두뇌게임을 시작한다. 영화는 주인공이 2분 후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는 설정을 무기로 삼아 무엇이 실제상황이고 무엇이 미래를 예견한 상황인지를 헷갈리게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관객을 허망하게 만드는 막판 반전의 요체도 사실은 이 같은 영화전개 기법에 숨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스토리의 주도면밀한 짜임새로 보나 SF스릴러 특유의 화려한 볼거리로 보나 비슷한 소재의 '마이너리티 리포트'나 '데자뷰' 등에 비하면 두뇌게임으로서의 격이 많이 떨어지는 영화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케이지의 한국계 부인인 앨리스 킴이 카메오로 출연한다는 것인데, 국내 관객에게는 흥미로운 눈요깃거리가 아닐 수 없다. 17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이 작은 영화들이 돈 번 까닭

할리우드 액션 시리즈 등 천문학적 예산을 들인 대작들이 즐비한 가운데 소리소문없이 쏠쏠한 흥행을 거두고 있는 영화들이 있다. 비수기, 적은 홍보 예산, 몇 안되는 스크린 등 악조건 속에서도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이 영화들의 전략은 타깃층을 분명히 설정해 확실하게 공략하는 것이다. 최근 눈길을 끈 의외의 흥행작은 3D 애니메이션 ‘빼꼼의 머그잔 여행’이다. 3월22일 개봉한 이 영화는 꾸준히 박스오피스 10위 안팎을 기록하며 12만5000여명의 관객을 모았다. 고작 서울 스크린 7개(전국 38개)에서 개봉했고 그나마 주중에는 오전에만 교차상영됐으며 배급사가 기대한 관객 수가 7만명선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공을 거둔 셈. 이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유아 관객들을 노린 결과다. 3세 이후 미취학 아동들의 눈높이에 맞춘 이 영화는 의성어 위주의 대사에 등장인물들이 아기처럼 자꾸 넘어지고 실수하는 가운데 아기자기한 모험을 겪는 구성으로 자녀를 동반한 주부 관객들의 호응을 얻어냈다. 국내 영화 중에는 가족 관객의 특성을 제대로 분석한 작품이 드물다. 어린이들이 보는 만큼 자극적인 장면이 없어야 하는데 가족 영화를 표방하면서도 폭력 장면 등을 끼워넣는 경우가 많은 것. 지난해 선보인 ‘마음이’ ‘허브’ 등이 그랬고 최근 개봉한 ‘눈부신 날에’ 역시 어린이가 보기 부담스러운 장면이 있다. 이에 비해 덜 자극적이고 가족 취향을 고려한 정진영 주연의 ‘날아라 허동구’가 지난 주말 17만명을 모으며 선전중이다. 작은영화들이 노리는 또다른 타겟 20∼30대 여성이다. 서울 종로 광화문 대학로 일대의 스폰지하우스, 시네큐브, 하이퍼텍나다, 미로스페이스, 중앙시네마 등 중소규모 극장들은 여성 취향을 고려한 작품 및 기획전으로 운영의 묘를 살리고 있다. 이 극장들이 분석한 여성 취향 영화는 어느 정도 작품성을 가지면서 보편적인 재미도 갖춘 로맨스 또는 휴머니즘 영화들. 여기에 여성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배우가 출연한다면 흥행성은 커진다. 그 대표적인 것이 광화문 미로스페이스가 지난달 12일부터 18일까지 진행한 ‘오다기리 조 4색 영화 특별전’. 일본 배우 오다기리 조가 출연한 ‘밝은 미래’ ‘유레루’ ‘클럽 진주군’ 등 기존 상영작과 새 영화 ‘헤저드’를 묶어서 상영한 것으로 주말 전회 매진을 기록할 만큼 인기를 끌어 한 차례 재상영에 들어갔다. 극장측은 “여성 직장인들의 취향과 레스토랑 카페 등이 밀집한 지리적 특성이 어우러진 결과”로 분석했다. 중앙시네마 역시 최근 ‘선샤인’과 ‘플루토에서 아침을’에 출연해 관심을 끄는 아일랜드 배우 킬리언 머피의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을 4일과 10일, 18일 재상영한다. 또 미로스페이스와 하이퍼텍나다는 화려한 의상으로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마리 앙투아네트’(17일 개봉)를 단독 상영할 예정. 이 추세는 멀티플렉스로까지 이어져 메가박스는 ‘무비온스타일’이라는 타이틀로 20∼30대 여성 영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로맨틱 코미디 ‘쉬즈더맨’, 프랑스 여배우 줄리 델피가 감독·주연한 ‘투데이즈 인 파리’ 등을 독점 수입·개봉하며 여성들이 다시 보고 싶어하는 영화를 코엑스점과 신촌점에서 매주 화·수요일 저녁에 상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