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드디어 매서운 칼바람이 불기 시작됐다. 2년 연속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영화계가 구조조정이라는 날카로운 칼을 들이대고 있다.
올 초 시네마서비스가 직원들에게 6월까지 '알아서 살 길을 찾으라'고 시한 통보를 한 데 이어, 국내 최대 영화 제작사이자 배급까지 나선 싸이더스FNH도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아이엠픽처스 역시 구조조정설이 나돌고 있다.
이처럼 본격적인 구조조정은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최근 한국영화 부진이 계속되면서 전성기 시절 유입된 과잉 인력에 대한 정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한국영화계의 침체는 수치로 봐도 명확하다. 2006년에는 개봉작 108편 중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영화가 22편이었는데 지난해에는 더 심각해져 개봉작 112편 중 13편 만이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10편 중 9편이 손해를 본 것.
2007년 한국영화 1편당 평균 제작비는 42억 원(순제작비 37억 원)으로 전년도 50억 원보다 줄었지만 평균 매출이 24억 원에 불과해 편당 수익률은 -43%에 이르렀다.
작년 흥행작 톱10 중 '디 워' '화려한 휴가' '미녀는 괴로워' 등 고작 세 편만이 한국영화였고 나머지는 모두 외화였다.
시네마서비스의 경우 투자배급작 중 제작비 100억 원이 투입된 '황진이'를 비롯해 '아들' '싸움' 등이 극심한 적자를 냈고,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 역시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정재영 주연의 '신기전', 설경구 주연의 '강철중:공공의 적 1-1'이 하반기 개봉 예정이지만 지금까지의 적자를 버텨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미 마케팅팀 핵심 직원들이 사표를 낸 싸이더스FNH 역시 마찬가지. '이장과 군수'가 제작비에 못 미치는 수익을 거둔 이후 '죽어도 해피엔딩' '어깨너머의 연인' '용의주도 미스신'에 이어 '라듸오데이즈'까지 참패에 가까운 결과를 낳았다. 설 겨냥 영화로 기대했던 '라듸오데이즈'는 '국경의 남쪽'만큼이나 좋지 않은 성적을 기록했다.
영화계에서는 통신업체인 KT의 투자배급작 '라듸오데이즈'와 SKT가 세운 CH엔터테인먼트 투자배급작 '원스 어폰 어 타임'의 첫 대결에서 '라듸오데이즈'가 완패해 자존심을 구겼다며 시급히 구조조정에 나섰다는 말도 돌고 있다.
아이엠픽처스 역시 '원스 어폰 어 타임'가 180만 관객을 넘어서긴 했지만 지난해 '므이' '우리 동네'의 부진 여파에서 헤어나올 정도의 성공은 아니어서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각사 관계자들은 "이젠 더 이상 버틸 수 없다. 구조조정이 당연한 것 아니냐"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 회사뿐 아니라 군소 영화 제작사들은 이미 직원 축소에 나섰다.
한 제작사 대표는 "영화계가 전성기 시절 통신자본 등 투자자들이 급증하며 맞은 거품을 빼야 할 시점"이라며 "다시 헝그리 정신으로 돌아가야 할 시점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회사나 당하는 직원이나 모두 이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MK픽처스 심재명 대표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나 '추격자'의 성공에서 보듯 좋은 영화는 관객이 반드시 찾아온다는 사실을 깨닫고 영화 제작 자체를 위한 영화 제작이 아닌 공들여 좋은 작품을 내놓는다는 각오로 새로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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