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촘촘히 짜인 코미디 '…베스트셀러'

(서울=연합뉴스) 봄 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국내 극장가에 외국 로맨틱 코미디가 쏟아지고 있다. '나' 또는 '너' '당신' '그녀' 등 대명사 하나씩은 꼭 들어가 있어 제목마저 헷갈리기 십상이다.

프랑스에서 온 로맨틱 코미디 '당신은 나의 베스트셀러'는 이런 평범한 제목이 주는 예상치를 뛰어넘는 내용으로 즐거움을 안겨주는 영화다.

사회적으로는 썩 잘나가지만 사생활이 문제인 '골드 미스'와 미처 재능을 꽃피우지 못한 '백수' 남자가 만나 사랑이 싹트는 줄거리는 프랑스판 '바보 온달'에 가깝다. 그만큼 구성 요소에는 색다른 것이 없지만 이 영화는 촘촘히 잘 짜인 구조라는 큰 미덕을 갖추고 있다.

주인공들이 티격태격 싸우면서 사랑을 키워 가는 모습을 발랄하게 그린 뒤 오해와 갈등에 부딪히는 부분은 담담하고 깔끔하게 처리했다. 질질 끌지 않고 딱 90분으로 자른 상영시간 안에는 기승전결이 알차게 들어 있다.

인물의 여러 가지 특성을 설정만 해놓고 막상 스크린에서 표현은 전혀 하지 않는 실패한 로맨틱 코미디들과 달리 이 영화의 캐릭터는 행동과 대사에 생생하게 살아 있다. 원제(Les Ambitieux)대로 각자 욕심과 야망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들의 직업 생활과 성장 배경을 액세서리 정도로 달아놓는 데 그치지 않고 이야기 전개에 적극 활용한 것도 눈에 띄는 장점이다.

카랭 비야와 에릭 카라바카는 각각 개성 있는 캐릭터를 잘 살린 연기를 선보인다. 감독 카트린 코르시니는 '리허설'로 2001년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바 있다.

시골 마을에 살고 있는 소심한 청년 줄리앙(에릭 카바라카)은 작가 지망생. 그는 파리의 대형 출판사 사장 아들인 친구에게 보여준 소설 원고로 출판사 편집장과 면접할 수 있는 기회를 따낸 뒤 책을 출판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이 출판사 편집장 주디스(카랭 비야)는 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유능하지만 다혈질 성격으로도 유명하다. 주디스는 어느 날 어렸을 적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새 부인이었다는 여자가 나타나 아버지의 유품을 안겨주고 떠나자 신경이 곤두선다. 이 여자는 주디스의 아버지가 남미에서 혁명 활동을 펼친 훌륭한 사람이었다며 유품을 잘 활용하라고 당부하고 떠난다.

출판사 사장의 압력으로 줄리앙과 면접 시간이 잡혀 있지만 실은 책도 읽어보지 않았다. 주디스는 줄리앙을 보고 염불보다는 잿밥에 관심이 생겨 책에 대해서는 뻔한 충고만 늘어놓지만 밤은 함께 보낸다. 그날 밤 줄리앙은 주디스의 집에서 주디스 아버지의 유품을 몰래 훔쳐 본 뒤 그에 대한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는다.

1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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